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03화 (103/502)

00103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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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석 보딩 시작하겠습니다!”

뭔가, 분위기가 쎄하다.

VIP라운지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몰랐다. 단순히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인줄 알았더니, 별의 별게 다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새벽이다 보니 출출해져서 라운지에 마련된 여러 음식들을 먹다보니 배가 불러오는 것은 당연했다. VIP 라운지 처음 와 본 티를 엄청 내며 보이는 대로 집어먹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동안 음식을 집어먹은 뒤 소파에 기대 잠깐 소화시키려고 했는데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그 결과, 면세점에서 간단히 재형 삼촌 선물이라도 살까 싶었는데, 결국엔 쇼핑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샤워 실에서 간단히 몸을 씻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했으니 말이다.

“표를 이곳에 스캔해주시겠습니까?”

그런데, 막상 보딩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해당 GATE로 도착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FIRST CLASS BOARDING이 시작되는 가운데, 정작 줄은 선 사람은 나 하나였으니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 네 명이 더 존재했다. 다만 그 중에 가수는 나 혼자였을 뿐.

뭐, 뭐야. 가수들한테 전부 1등석 해준 거 아니었어?

이번에 K-FESTIVAL에 초청된 가수 팀은 모두 6팀.

TWINKLE

IP

CNSKY

HIGH TOP

CAP

강지혁

나를 제외한 가수는 모두 아이돌이었는데, IP를 제외한 이들은 전부 선배 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나보다 데뷔가 빨랐으면 빨랐지 느리진 않았으니 말이다.

하, 상황이 이럴 진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나 혼자 1등석이라는 것을 대놓고 광고하게 생겼으니 마음이 착잡했다.

생각이 짧았다. 비행기 한 대에 1등석은 많아봤자 열 개 남짓이라는 걸 떠올렸다면, 어렵지 않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정도로 당황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좌석넘버는 본 항공기 1층에 위치한 코스모 스위트 D4번입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 네.”

어느새 보딩하려는 내 옆으로 다가와 왜 이렇게 늦었냐는 듯 잔소리를 시작한 석현 형과 코디 누나들을 뒤로 한 채 서둘러 기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형이 핸드폰 무음으로 해놓지 말랬지! 이게!”

“에이, 제 때 도착했으면 된 거지. 뭘. 기내식 좀 먹고 지루하다 싶으면 비즈니스로 갈 테니까 그때 봐! 밥 맛있게 먹고!”

“어휴...”

하,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

“여... 여기가 제 자리라고요?”

“예, 이곳이 고객님 좌석 코스모 스위트 D4번입니다.”

“하하...”

“그리고 이것은 웰컴 드링크와 마카다미아입니다. 즐거운 여행이 되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채 기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놀랄 일이 더 있었다. 아니 놀란 정도를 넘어서, 기가 막혔다.

로션과 칫솔, 치약, 안대, 빗 등 각종 물품들이 들어있는 파우치와 헤드폰 그리고 심지어 잠옷까지 구비된 내 좌석에 입을 다물지 못했으니까. 좌석을 본 순간 이게 비행기 좌석인지 침대인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좌석에 어색하게 앉아 때마침 승무원이 가져온 웰컴 드링크를 마시며 좌석 곳곳을 만지며 1등석 처음 타본 티를 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땐 비행기는 어느새 이륙한 상태였고 승무원이 다가와 식사여부를 물어봤으니 말이다.

그런데, 1등석이라는 게 아직 놀랄 만한 게 더 남아있었다. 별 생각 없이 한식 정찬을 선택했는데, 그게 또 어마무시 했으니 말이다.

[선택하신 한식 정찬입니다.]

[사태 편육 냉채입니다.]

[두부 소박이 들깨죽과 샐러드입니다.]

[메인 요리인 비빔밥과 궁중닭찜입니다.]

[반찬으로는 연근 초절임, 호두조림, 김 무침, 뱅어포 고추장 볶음, 느타리버섯 나물. 국은 채개장입니다.]

[디저트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계절과일 수박과 포토, 토마토 그리고 고구마 경단입니다.]

[좌석 전면에 마련된 와인 리스트와 음식 메뉴리스트는 언제든 주문 취식 하실 수 있사오니, 필요하시면 좌석 왼편에 마련된 승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즐거운 식사 시간 되십시오.]

이게 호텔인지 비행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식단과 원하면 언제든지 제공한다는 와인, 음식메뉴 리스트까지.

왜 이곳을 1등석이라고 하는지, 왜 1등석이 비싼 것인지를 증명하듯 나를 계속해서 놀라게 만든 서비스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좌석 전면에 FIRST CLASS 전용 BAR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주류 및 음료를 그리고 간단한 안주류 또한 취식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곳 좌석까지 가져다 드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쯤 등장하는 새로운 서비스까지.

완벽했다. 왜 비싼 돈 주고 일등석을 타는지 알게 될 정도였으니까.

다만, 이 정도 서비스를 갖춘 곳에 나 혼자 앉아 있다는 게 조금 흠이었지만 말이다.

이 넓은 공간에 달랑 좌석 12개. 그 중에서 비어있지 않은 좌석은 고작해야 네다섯 개였는지라 조금 쓸쓸하긴 했다.

뭐, 정 심심하면 비즈니스 클래스에도 급은 떨어져도 별도 BAR가 있다고 하니까 거기로 놀러 가면 되겠지.

더 이상 생각을 지속하기엔 눈앞에 놓여 진 음식들이 너무나도 맛있어보였는지라, 일순간 이성을 잃어버렸다.

FIRST CLASS LOUNGE에 있던 음식들을 꽤나 많이 먹었음에도 한숨자다 일어나서인지, 배가 너무 고팠으니까.

그래 까짓 꺼 살 좀 찌지 뭐.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는데.

*

“형, 아직까지 자고 있어?”

“어, 어?”

신나게 밥도 먹고 영화도 한 편보고 나니 문득 재영 삼촌이 떠올랐다. 더불어 준비 못한 선물까지 말이다.

이번에 본의 아니게 휴가기간 동안 오남매 모두 재영 삼촌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는지라, 나 나름대로 선물을 준비하려했는데 FIRST CLASS LOUNGE에서 정신을 팔린 게 너무나도 컸다. 이로 인해 정작 재영 삼촌 선물을 볼 시간도 없이 GATE로 곧장 가야만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때마침 심심해서 보고 있던 안내책자에 기내에 마련된 간이 면세점 정보가 적혀있던 것이다.

없다면 모를까, 기내에 따로 FIRST CLASS와 BUSINESS CLASS 전용 면세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안 그래도 심심했던 터라 단숨에 2층 BUSINESS CLASS 구역으로 가는 발걸음이 꽤나 가벼웠으니 말이다. 뭐, 가는 도중 FIRST CLASS BAR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지만, 나로서는 그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어쨌든, 윗 층에도 BAR는 있다고 하니, 석현 형이나 찾아 같이 가볼 요량이었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2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지혁이? 여긴 어쩐 일이냐?”

“어쩐 일이긴 무슨, 비즈니스 탔다고 좋아할 땐 언제고 잠만 자? 기내식은 먹었어?”

2층 올라서자마자 나를 보는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내 눈은 오로지 석현 형과 코디 누나들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다지 어렵지 않게 잠에 푹 빠진 듯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석현 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재영 삼촌 선물을 못 샀는데, 2층 뒤 쪽에 면세점이 있다던데? 셀레스티얼 바인가? 뭐 어쨌든 거기 가서 뭐라도 사보려고 왔지. 거기 칵테일도 판다고 하니까, 같이 가자. 누나들도 갈래?”

“응? 우리도?”

“가서 괜찮은 것 좀 골라줘. 그러면 내가 칵테일 한잔 씩 쏠게.”

“진짜?”

“콜?”

“콜!””

뭐, 석현 형을 제외한 누나들은 잠을 자고 있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별도로 할 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기에 모두를 데리고 BUSINESS CLASS 구역 뒤쪽에 마련되어있다는 CELESTIAL BAR로 발걸음을 옮겼다.

“FIRST CLASS 고객 분께는 모든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1층에 있는 바 만 그런 거 아니에요?”

당초 계획은 선물을 먼저 고르는 것이었으나, 생각 외로 잘 되어 있는, 뭐 그래봤자 FIRST CLASS BAR보다는 아니지만, 어쨌든 도착한 목적지가 비행기 안이 아닌 제법 고풍스러운 서울의 여느 BAR같았는지라 시선을 뺐기고야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1층에 있는 FIRST CLASS 전용 BAR와 이곳 CELESTIAL BAR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음료는 같습니다. 다만, FIRST CLASS 고객 분께는 모든 음료가 무료로, BUSINESS CLASS 고객 분께는 기본 음료를 제외한 음료를 유로로 제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안주류 같은 경우 2층 CELESTIAL BAR에서는 FIRST CLASS에서 제공하는 안주류를 제공할 수 없음을,”

“아! 그럼! 안주류 제외하고는 음료 먹는 건 여기서 다 똑같이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손님.”

밑에 층에 있는 FIRST CLASS BAR와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승무원 말 뿐만 아니라, 나는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말이 너무나도 기쁘게 들려왔으니 말이다.

“그럼 저기 앞에 있는 BAR는 뭐에요? 저기도 BAR 있던데.”

“2층 전방에 위치한 BAR는 BUSINESS BAR로서 무인 BAR이기에 고객 분께서 직접 음료를 만들어 드실 수 있는 곳입니다. 기본적인 음료와 부가적인 유료 서비스를 통해 별도의 음료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하!”

“면세 쇼핑이 아닌 단순 BAR이용을 하실 거라면, 1층 FIRST CLASS BAR를 이용하시는 것이 훨씬 더 쾌적한 환경에서,”

“그게 혼자서 뭘 마시려니까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기분이 우울한 것도 아니고. 여기서 제일 맛있는, 아니 승무원님이 가장 자신 있으신 걸로 5잔 주세요! 저희 쇼핑 다하고 나면 딱 먹을 수 있게요!”

“네, 알겠습니다. 손님.”

뭐, 내게 이곳보다 FIRST CLASS BAR를 추천하는 건 승무원 입장에서는 당연한 태도일 것이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것도 일반 ECONOMY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서비스이지만 아무래도 FIRST CLASS 손님이 본디 누릴 수 있는 서비스보다는 못한 게 사실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1층 BAR보다는 이곳이 더 좋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층 BAR가 더 좋긴 좋았으나, 혼자서 술을 마실 정도로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 칵테일을 주문 한 뒤 BAR 뒤에 있는 면세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넥타이 살까?”

“근데, 넥타이는 너무 유행타지 않아? 옷 맞춰 입기도 어렵고.”

그런데 FIRST, BUSINESS CLASS 이용객 전용 면세점이라고는 하지만, 비행기 내부인 만큼 간이 면세점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던 것 같다. 막상 도착한 기내 면세점은 간이 면세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화려하고 있을 건 다 있었으니 말이다.

“허리띠? 허리띠는 어때? 아니면 향수?”

“시계는 어때? 아! 근데, 시계는 여기서 사는 것보다 차라리 귀국할 때 사는 게 나을 것 같네.”

“맞아. 여기 제법 잘 갖춰져 있는데 그래도 공항 면세점보다 종류가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일까, 좀처럼 선물을 고르기가 힘들어졌다. 선물 고르는데 도와달라고 사람들을 이끌고 왔는데 도리어 너무 많은 의견이 내게 돌아와 선택하기 애매해졌으니 말이다. 이래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 건가?

하. 언제 고르냐. 쇼핑 끝날 때 맞춰서 칵테일 달라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가다간 그 승무원이 우리들보고 칵테일 시켜놓고 도망갔다고 생각할까 두렵다.

“지갑 어때? 그게 가장 심플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할까? 누나들 생각은 어때? 아니 여기서는 의상 스타일리스트가 나서야 되는 거 아냐?”

그러던 중, 석현 형의 무심코 내뱉은 말에 순간 귀가 번쩍 뜨였다.

“뭐, 내 생각에는 중년 남자한테 가장 어울리는 건 역시 블랙이지. 심플 앤 클래식 이게 중년 남자의 멋이거든.”

“나도 괜찮은 것 같은데?”

그리고 이는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저마다 구석구석 기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던 이들이 순간 석현 형에게로 다가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뭐,

“오케이. 그럼 블랙으로 하자. 계속 고민하다가는 저녁 먹을 때까지 못 고르겠어.”

그게 진짜 지갑이 마음에 들어서 보인 행동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마도, 다들 지쳐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부터 들었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이 정도까지 찾아봤는데 재영 삼촌이 마음에 안들어할 것 같진 않다.

내가 아는 재영 삼촌은 상대적으로 ‘뭘 사왔냐’보다 ‘선물을 사왔다는 사실’ 자체를 더 중요시 할 것 같았으니 말이다. 자, 그럼 어디 한번,

“얼른 가서 목이나 축이자! 입술 말라 비틀어 지겠어.”

“콜!”

“오케이!”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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