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1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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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Twinkle 멤버들은 꽤나 일찍 숙소에서 출발했다. 물론 이 같은 행동에는 그녀들의 쇼핑 욕구가 큰 몫 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스케줄이 바쁠 땐 스케줄이 바쁘다고 해서 못하고, 활동을 마무리하고 쉴 때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못하고. 남들은 평범하게 누리고 사는 것들을 하기에는 그녀들의 직업자체가 평범하지 못했는지라 그녀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면세구역에 들어와 쇼핑을 마친 지금, 그녀들에게 중요한 것은 쇼핑이 아니게 돼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쇼핑도 중요하긴 했다. 다만, 슬희의 예상 밖 행동으로 인해 당황했을 뿐.
각자 사고 싶은 것들을 둘러보기 위해 갈라졌던 그녀들은 어느덧 모이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서둘러 쇼핑을 마무리한 채 GATE방향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들 개개인의 마음이 통해서일까. GATE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친 멤버들은, 문득 아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명의 멤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모이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졌음에도 아직까지 GATE에 오지 않은 멤버가 걱정되기 시작한 멤버들은 다 같이 면세구역을 둘러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녀들은 예상외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명품 브랜드 매장 안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슬희를, 이내 결심을 한 듯 지갑을 결제하는 슬희를 말이다.
단지 그녀들이 발견한 광경이 이것뿐이었다면, 그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갑을 구매한 뒤 환한 웃음과 함께 GATE로 이동하는 슬희와 저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자신을 멤버들이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 뒤 얼굴이 빨개지는 슬희를 발견한 순간, 그녀들은 저마다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뭐야? 얼굴은 왜 붉혀?”
“언니, 뭐야? 남자 지갑 누구 주게? 언니 아빠?”
“여기는 언니 아빠가 쓰기엔 쫌... Young한 브랜드 아닌가?”
그런 멤버들의 호들갑에도 슬희는 좀처럼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뜨거워진 얼굴을 한손으로 가렸을 뿐.
“헐, 대박! 설마 강지혁?”
“지, 진짜?”
“나는 성제오빠 꺼 안 샀는데...사, 사야되나?”
“말 좀 해봐! 며칠 전에 우리 결혼 할까요 촬영 갔다 와서도 말 안 해주고!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강지혁 주려고 지갑까지 사? 게다가 여기 꽤 비싼 것 같은데...”
“예린이 너! 언니가 형, 형부라고 부르랬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Twinkle 멤버들이 정답을 맞추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답을 선택하기엔 슬희의 행동이 너무 정직했으니까.
“와... 진짜 대박이네. 설마... 진짜 사겨?”
“뭐, 뭐? 아, 아니야!”
예린이 또다시 지혁을 존댓말이 아닌 반말로 부르자 순간 발끈해버린 슬희의 행동으로 인해 멤버들의 추측은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다.
“그럼 뭔데? 이건?”
“그, 그건...”
“뭐야? 이제 진짜 서방님이라도 된 거야? 자꾸 강지혁이라고 하면 형부라고 부르라 하고. 뭔데?”
멤버들의 호들갑이 심해지자, 결국 슬희는 자초지종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우리 결혼 할까요 촬영부터 시작해 그동안 멤버들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말이다.
[넌 어떨지 몰라도, 나는 촬영 할 때나 지금이나 비즈니스 인 적 없어.]
[넌 안 아쉬워?]
[바보. 숨기지 말아줘. 그래야 내가 용기를 내니까.]
[나 오늘부터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GATE 한쪽 구석에 앉아 이야기를 풀어놓는 슬희에게서 멤버들의 눈은 떨어질 줄 몰랐다. 그만큼 슬희의 얘기는 그녀들 모두가 몰입할 정도로 흡입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거 방송 언제야? 프로포즈 한거? 힝... 며칠 전에 찍었으면 못해도 보름에서 한 달은 기다려야겠네? 그런데, 그냥 방송에서 프로포즈 한거 아니야?”
“그러긴 한데...”
“하긴, 그동안 한 말이 있으니까... 어? 근데 그거 뭐야, 언니? 헐, 반지 아냐?”
“그게 그 반지야? 그, 그런데 촬영 안하고 있는데도 끼고 있었어?”
“헐, 대박! 진짜?”
자신들이 가장 염려했던 상대방의 비즈니스 문제는 훨훨 날려버릴 정도로 슬희의 입에서 나온 지혁의 말과 행동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었는지라, 그녀들의 입에서는 저마다 감탄이, 놀라움이, 부러움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슬희 네 마음은 어떤데?”
그동안 멤버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슬희 본인의 의지였다. 하지만 마냥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본인이 아이돌 가수라는 점, 연애가 처음이라는 점에 있어서 이는 말하지 ‘못한 것’이 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혼자 속앓이를 적잖이 한만큼 멤버들에게 털어놓은 지금 슬희는 꽤나 큰 후련함을 느끼게 되었다. 다만, 그녀가 가장 염려한 점을 잡아낸 듯한 아이리스의 질문에, 멤버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 그게...”
“보면 몰라? 슬희 언닌 이미 첫 촬영 때 빠졌을 걸? 그전부터 완전 팬이었는데 보나마나지 뭐.”
“촬영 안하고 있는데 반지까지 끼고 있으면 게임 끝난 거지 뭐.”
“그게... ”
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멤버들이었다. 자신이 진심이라는 것은 부차적인 요소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아이돌 가수, 그것도 걸 그룹 가수라는 점에서 연애 설은 치명적이었다. 그녀들처럼 데뷔한 지 몇 년이 지난, 이미 최정상급 걸 그룹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만약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마음대로 지혁을 대하고 이것이 결실을 맺는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봤던 슬희로서는 자신의 마음이 어느 쪽을 향하는 지 뻔히 알면서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팀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슬희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응?”
그녀 못지않게 멤버들이 그녀를 생각한다는 것, 그녀를 위한 다는 점 그리고 그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대신 최대한 비밀로! 오케이?”
“어, 언니!”
그녀 스스로가 얼마나 혼자 고민했을 지가 훤히 눈에 보일정도로 멤버들과 그녀와의 유대감은 가볍지 않았기에 아이리스는 평소 그녀라면 상상하기 힘든 말을 슬희에게 건넸다. 그리고 이는 슬희 뿐만 아니라,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멤버들도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대박! 완전 꼰대 아이리스 언니가...”
“노처녀 히스테리 부릴 줄 알았는데! 허, 허락을 하다니!”
“그, 그럼 나도 서, 성제오빠랑...?”
“너희들! 언니가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꼬, 꼰대? 노, 노처녀 히스테리? 너희들 언니가 그런 말 쓰지 말라고 했지!”
자신들의 눈치를 보는 슬희의 행동으로 인해 잠시나마 무거워졌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다시금 후끈 달아올랐다.
“그, 그래도 외, 외박은 절대 안 돼!
그런데 그때였다.
“외박이 안 된다니?”
그녀들이 예상치 못한 이가 그녀들에게 다가온 것은 말이다.
*
[외박이 안 된다니?]
마치 부모님 몰래 못된 짓을 하다 걸린 것처럼, Twinkle 멤버들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이 지금 하고 있는 대화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서는 안 될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Twinkle 멤버들의 입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 뭐야! 깜짝 놀랐잖아!”
“영진이 왔네?
그녀들에게 다가와 슬희의 옆자리에 착석한 이는, 그녀들도 꽤나 잘 알고 있는 이였으니 말이다.
“욜! 요즘 잘나가더라?”
“마이마이! 마이마이! 영진 오빠 요즘 핫 해, 핫 해!”
데뷔 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신인그룹 IP는 현재 대한민국 가수들 중 가장 핫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데뷔 4주 만에 방송 4사 14관왕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인 K-FESTIVAL에 초청된 것만 봐도 그들이 명실상부 요즘대세임을 드러내주었으니 말이다.
오늘만하더라도, 출국 스케줄이 있었음에도 방금 전까지 라디오 스케줄을 마치고 왔을 정도이니 오죽할까.
그런 IP의 리더이자, 인기몰이에 크게 한몫하고 있는 김영진의 등장은 Twinkle 멤버들로서도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슬희와 베스트 프렌드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멤버들과 안 친하다는 말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요즘 기분 어때?”
“기분?”
“데뷔했잖아. 성적도 엄청 좋고.”
“꿈만 같지. 계속 꿈꿔 왔던 거니까.”
Twinkle 멤버들이 방금 도착한 IP 멤버들에게 다가가 근황을 주고받기 시작하자, 슬희도 김영진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활동 휴식기에 들어간 그녀와 달리, IP는 7월 한 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지라 절친 인 그들끼리도 이번 만남은 꽤나 오랜만이었으니 말이다.
“엄청 오랜만이다. 네가 대세긴 대센가 보다. 히히.”
“뭐래?”
“왠지 멀어진 기분이야. 베스트 프렌드인데! 김영진 이제는 만인의 연인이 되는 건가?”
“헛소리 그만하고 아까 그 외박 얘긴 뭔 소린데?”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IP멤버들과 근황을 주고받던 예린이, 김영진과 슬희가 정답게 대화하는 것을 본 것인지 잽싸게 그들에게 다가왔으니 말이다.
“뭐야, 둘이? 너무 훈훈한데? 슬희 언니 바람 피는 거야?
“예, 예린이 너! 바, 바람이라니!”
언제나 대화를 주도하고 폭풍을 몰고 오는 예린 답게, 그녀는 김영진과 슬희에게 다가오자마자 분위기를 단숨에 자신 쪽으로 끌고 왔다. 그것도 단 몇 마디 말로 말이다.
“다음에 강지혁 보면 다 일러야지. 아! 강지혁 우리랑 같은 비행기지? 쫌 있다가 가서 일러야지! 메롱!”
“너, 너! 그러기만 해!”
이러한 예린의 행동을 평상시 김영진이라면 웃으며 넘어갔을 것이다. 자신과 슬희가 대화를 할 때면 이렇게 다가와 훼방을 놓는 것은 종종 있었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김영진은 웃을 수가 없었다. 결코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 그녀들에게서 흘러나왔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결혼 할까요 얘기하는 거야?”
“뭐, 그게 우리 결혼 할까요 얘기일지 아니면 리얼일지는 나도 모르지. 크크크크”
“예린이 너! 애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애써 표정관리를 해봤지만, 예린과 슬희의 입에서 나온 대화는 설상가상과도 같았는지라 김영진의 표정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김영진을 이렇게 만든 예린과 슬희는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슬희를 놀리는데 맛 들린 예린과 자신을 놀리는 예린을 막으려는 슬희로서는 김영진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으니 말이다.
“슬희 너가 자꾸 과민 반응하니까, 예린이가 저러는 거지. 그냥 장난은 장난으로 넘겨.”
“영진오빠! 요즘 바쁘긴 바쁘나보네. 베프 현 상태도 모르고! 히히. 내가 하는 말이 장난일까? 과연? 히히히히히”
“뭐? 무슨 소리야 그게?”
“요즘 두근두근 하고 있는 슬희 언니한,”
“예, 예린이 너!”
“뭐야, 언니 부끄러워하는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베프 앞에서 이미지 관리 그만하시지? 요즘은 맨날 얼굴 빨개지고 그러면서!”
꿈과 같은 데뷔를 거친 뒤, 폭발적인 팬 심을 이끌어내며 지난 한달 동안 쉴 새 없이 달려왔던 김영진에게 있어 지금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했다. 자신이 스케줄에 치여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사이, 정작 중요한 다른 무엇인가를 놓친 것만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끊이질 않았으니까.
“저게 무슨 소리야...?”
예린의 말과 슬희의 말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김영진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그래서일까, 한없이 복잡해진 머릿속에 김영진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금 들고 있는 불안한 감정이 단지, 기우였기를 바라며 말이다.
“슬희한테도 봄이 온 거지 뭐.”
하지만 어느새 기우는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되어있는듯 했다.
============================ 작품 후기 ============================
오늘 사실 100화라서, 한달을 100화인채로 끝내고 싶어서 오후 연재를 안하려고 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100화라고 축하해주시고 그래서 오후 연재를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사랑해주셨음을 다시금 깨닫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큰 힘을 얻었어요. 오늘은 술자리가 있어서 자정 연재를 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일 2편 올라가는 것은 변함 없을 거에요.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해주셔서.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도 감사하고요.
정주행이 미래다 프로듀스 선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