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9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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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좋겠네.”
“난 해외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오빠는 이번에도 파리 가네?”
언제나처럼 우리 오남매는 포이보스 휴게실을 전세 낸 채 각자의 소파를 차지하고 있었다.
[네가 불러주는 게 최고로 좋아.]
[넌 어떨지 몰라도, 나는 촬영 할 때나 지금이나 항상 비즈니스 아니었,]
[언니! 어딨어! 여기있나?]
벌써 며칠이 지났다. Twinkle 멤버들이 내 집을 왔다 간 것이 말이다.
그날 이후 하루하루가 설렜다. 그동안이 그저 소개팅 같은 느낌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면, 이제는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확실히 내 마음을 알게 됐으니까. 더군다나,
[나, 나도.]
기어가는 목소리로 나의 돌 직구에 답한 그녀의 말이 잊혀지지 않았으니까.
“뭐야,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렇게 헤벌레 하고 있어?”
그런데, 너무 그때 기분에 취해 있었나보다. 지금 내 모습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지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거참, 아까부터 엄청 옆에서 떽떽 거리네. 뭐가 불만인데? 도대체?
“좋겠다고! 나도 파리 가고 싶다!”
“나는 해외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좀 더 그때 감정에 취해있고 싶었는데, 방해를 받았는지라 기분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이어진 녀석들의 말에 금세 풀려버렸지만 말이다.
그런데 해외를 한 번도 안 가봐? 그 나이에?
나야, 어렸을 때부터 삼촌 따라서 이곳저곳 다녀본데다가 군대 갔다 와서 배낭여행도 갔다 왔고, 아름다운 누나 때처럼 촬영할 때도 가봤는지라 전혀 상상을 못했다. 녀석들이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 없다는 말이 말이다.
아니, 그건 그렇고 크리스 저 녀석은 뭔데 손을 들고 있어? 넌 집이 미국이잖아?
“미국이랑 한국 말고는 어디 딴 데 가본적이 없어서...”
집이 미국인데 한국은 외국 아니냐? 별 시덥잖은 논리로 날 당황시킨 크리스 녀석에 헛웃음만 나왔다.
그런 내 모습에, 자신들을 놀린다고 생각한 것인지 녀석들이 발끈하며 내게 달려들었지만 말이다. 어쭈, 미필들 주제에 덤벼?
“우리도 파리 가고 싶다! 우리도 데려가라!”
“나도 해외여행 가고 싶다! 데려가라! 데려가라!”
군필의 화려한 스킬로 녀석들의 무장반란을 억눌렀지만, 녀석들의 해외여행 타령은 그치질 않았다. 이것들이 해외여행 못가 죽은 귀신이 붙었나?
다시금 꿀밤세례를 날리려다가, 그만 두었다.
오죽하면 저렇게 해외여행 타령을 하나 싶었으니까.
“그렇게 파리 가고 싶어?”
그런데, 정작 파리를 가고 싶냐는 질문에는 녀석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굉장히 불량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볼 뿐.
다시금 두 손이 꿀밤세례를 위해 들리자, 그제 서야 녀석들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자식들이 너 네가 동물이냐? 괜히 폭력 쓰게 만들고 있어.
“그걸 말이라고 해?”
“뻔한 소리를 물어보니까 그러지.”
뭔가 녀석들 때문에 피곤해졌지만, 그래도 마음이 영 안 쓰이는 건 아니었다. 동생들 같은 녀석들의 투정 아닌 투정을 지켜보면서 나 혼자 파리에 가는 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뭐, 물론 일하러 가는 거긴 하지만.
그래서, 질러버렸다.
“그럼 갈까?”
“뭐?”
“어?”
까짓 거 가고 싶다는데 가면 끝나는 문제 아닌가.
“가자!”
“응?”
“어?”
*
“나는 이번에 K-FESTIVAL 때문에 8월 1일 목요일 출국이니까, 너희들은 주말 건너뛰어서 7일 쯤 비행기로 예매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뭐, 재영 삼촌한테 말하니까, 너무 좋아하시더라. 너희들 얼굴 보는 것도 오래고 그래서 반가우신가봐.”
8월 1일부터 4일까지 각종 행사와 방송 활동을 소화한 뒤, 재영 삼촌 집에 놀라가 조금 쉰 다음 8월 7일 날 귀국하는 것이 본래 내 일정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언제 귀국하게 될지 모를 일정이 돼버렸지만 말이다.
뭐, 졸지에 나뿐만 아니라 4명의 말썽쟁이들을 더 감당하게 됐지만 재영 삼촌은 그저 사람 좋은 웃음으로 빨리 오기나 하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렇고 애들도 재영 삼촌 본지 꽤 오래됐다. 저번 내 앨범 작업할 때 도와주러 한국 왔을 때를 제외하면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성수기라서 4명이 한꺼번에 가는 거 찾기 어려울 테니까, 일단 형이 지금 입금해줄 테니까, 여권 있는 크리스가 파리 가는 비행기 표부터 예매해. 비용조금 더 들더라도 돌아오는 비행기는 상황 봐서 현지에서 결정하자.”
“응, 형.”
“그리고 나머지 4명은 지금 당장 사진관가서 여권 사진부터 찍어. 사진 나오면 바로 여권신청하고.”
“예 썰!”
“얍!”
일단 마음을 먹는 게 어려울 뿐이지, 마음만 먹는다면 그다음 절차야 속전속결이었다. 중간에 머뭇거릴 만한 건덕지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각자 내가 말해준거 다하면 청음회 준비 바로하고. 휴가비 벌려고 하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소홀히 하는 건 용서 못해. 알지?”
“당연한 거 가지고 생색은.”
“알겠어.”
“대관이랑 공지 올리는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 그리고 부모님들한테는 말해야 되는 거 알지?”
솔직히 애들 여행비 정도야 내가 충분히 내줄 수 있었다. 제주도 콘서트 때도 그랬지만, 내게는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할 만한 여유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 방법을 쓰지 않은 것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 뜻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대가없는 도움은 저들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게,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 될 공산이 컸다. 그래서 굳이 편한 방법대신 일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함께 여행경비를 벌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오케이! 애들아 가자! 사진 찍으러!”
“얏호! 해외 간다.”
“저럴데 보면 진짜 대책 없다니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진짜 또라,”
“뭐?”
“아냐! 얼른 갔다 올게!”
뭔가, 지금 상황에서 들려서는 안 될 말이 들린 것 같았지만 내가 잘못들은 거라 치부한 채 나 또한 컴퓨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뭐, 서둘러 해야 될 일들이 생겼으니까.
*
[OFFICIAL ; 포이보스 뮤직 오남매 청음회 EP 1. 오남매 차기 앨범 맛보기 청음회/파리로 출가!]
[정강이]
- 정 승현(21), 강 지혁(23), 이 수아(27)
[급식단]
- 크리스 김(19), 권수아(20)
[출입가능]
- 공연 당 200명
- 급식 Or 학식 (막내 크리스 김(19)부터 맏이 이수아(27)까지!)
[일시]
- 7월 19일(금) 20일(토) 21일(일) 22일(월) 23일(화)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참가방법]
- 17일 오전 6시부터 아웃파크 티켓 사이트에서 본인에 한해 최대 1매 구매 가능. (입장 시,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 지참 필수!)
[티켓가격]
-3만원
[공연장소]
-대학로 서울콘서트홀
-안녕하세요. 포이보스뮤직 소속 뮤지션 오남매입니다. 작년 연말 토크 콘서트 이후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네요. 음! 우선 좋은 소식부터 알려드릴게요! 이번 가을을 시작으로 저를 제외한 오남매 멤버들의 첫 정규앨범들이 출격할 예정입니다! 짝짝짝! 한 달을 주기로 9월에는 큰 수아가, 10월에는 작은 수아가 11월에는 승현이가 12월에는 크리스가 정규앨범으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릴 텐데요. 앨범들에 수록된 전 곡이 저희들의 자작곡이랍니다? 저희들의 노래를 한발 앞서 들을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말아주세요!
[PS]
- 재영 삼촌을 만나러 떠나는 포이보스 뮤직 오남매! 민재 삼촌! 요즘 저희랑 안 놀아주시던데, 저희 삐졌거든요? 최소 보름은 놀 거니까! 찾지 말아주세요! 흥!
- 다른 소속사들은 소속 뮤지션들끼리 야유회도 가고 여행도 가고 그런다는데, 너무해요! 하... 소속사의 케어가, 아니 민재 삼촌의 케어가 너무너무 그립네요. 예전에 처음 회사 들어왔을 땐 저희 오남매들한테 신경 많이 써주셨는데... 요즘엔 음악활동보다 예능에 욕심을 내시는 것 같던데... 저희 오남매가 너무너무너무 서운해 하고 있다는 거 알아주세요. 흥!
역시 나란 사람은 즉흥적이다. 일 벌리는 데 선수니까 말이다.
최근 들어 민재 삼촌한테 역으로 많이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성격이 어디 간 건 아닌가보다. 막상 일을 벌리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으니 말이다.
뭐, 그 증거로 크리스 녀석이 비행기 표를 검색하고 나머지 녀석들이 여권 사진을 찍으러 간 사이에 이미 모든 준비는 끝이나버렸다. 대관하는 거야 이제는 뭐 너무나도 쉬운 일이라 10분 만에 끝나버렸고 공지 쓰는 거야 복사 붙여넣기면 끝이었으니 말이다.
[돌아온 포이보스 뮤직 오남매 활동! 이번에는 청음회? 유민재에 대한 서운함 표출?]
[포이보스 오남매! 정재영 찾아 파리로? 새로운 음반 발매 소식과 함께 찾아온 청음회 소식에 네티즌들 반응 후끈!]
[다른 소속사 아티스트들의 친목여행이 그리웠던 포이보스 오남매! 가출성 파리행 결정! 유민재의 반응은? 네티즌들 曰 “청음회도 너무 가고 싶지만, 유민재의 반응도 궁금해.”]
벌써부터 연예 면에 우리와 관련된 기사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슬슬 올 때가 됐다. 지금 이 순간 우리를 애타게 찾고 있을 그 이름하여
“너, 너희들!”
유민재씨가 말이다. 삼촌, 얼굴 너무 빨개졌는데 선크림 좀 바르고 다녀.
*
[돌아온 포이보스 뮤직 오남매 활동! 이번에는 청음회? 유민재에 대한 서운함 표출?]
-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이보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지혁 또라이갘ㅋㅋㅋㅋㅋ또!
-어쩐지 계속 조용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콘서트랑 팬미팅, 우결도 그렇고 엄청 당하고만 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ㅇㅋㅋㅋㅋㅋ역시 유민재는 까야제맛 ㅋㅋㅋ
[이번 가을! 포이보스 오남매 출격? 청음회 소식과 함께 이번 가을, 포이보스 뮤지션들 출격 소식에 네티즌들 폭풍 호응! 전부 본인들의 자작곡으로 앨범 수록곡을 채운 포이보스 뮤지션들의 패기! 위엄!]
[포이보스 오남매! 정재영 찾아 파리로? 새로운 음반 발매 소식과 함께 찾아온 청음회 소식에 네티즌들 반응 후끈! 수록곡 전체를 포이보스 뮤지션들의 자작곡들로 채운 그들만의, 포이보스만의 감성 폭발예고!]
-이번꺼는 무조건 가야함. 다음앨범 ㅎㄷㄷ
-와...무슨 청음회를 5시간이나함? 대박이네. 한 사람당 1시간만 잡아도 거의 다음앨범 수록곡 거의다 불러준다는 얘기아님?
-그건 아닌 듯, 곡 만든 사연이랑 그런거 간략하게 설명도 해야되고 관객 의견도 들어봐야되니까, 거의 한 시간에 많아야 4곡? 그 정도일 듯 ㅎㄷㄷ
-근데, 이런 것도 애들이 전부 뮤지션이라 가능한 듯 ㅋㅋㅋㅋ포이보스라 가능한거고 ㅋㅋㅋㅋㅋㅋ알아보니까, 가을부터 차례대로 음반내는 거 전부 자기들이 자작곡이라고 하던데.ㅋㅋㅋ사스가 포이보스 클라스 ㅎㄷㄷ
[다른 소속사 아티스트들의 친목여행이 그리웠던 포이보스 오남매! 가출성 파리행 결정! 유민재의 반응은? 네티즌들 曰 “청음회도 너무 가고 싶지만, 유민재의 반응도 궁금해.”]
-ㅋㅋㅋㅋㅋㅋㅋㅋ유민쟄ㅋㅋㅋㅋㅋㅋㅋ진짜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민재 너무하네. 애들이 야유회가고 싶다는데 보내주지도 않고 ㅋㅋㅋㅋ근데 웃긴게, 안보내준다고 자기들끼리 가겠데 ㅋㅋㅋ그것도 클라스가 파리임 ㅋㅋㅋㅋㅋ강촌 그런데면 몰라 zzzzz
-솔까 저정도면 유민재는 핑계임 ㅋㅋㅋ그냥 자기들 가고 싶으니까 유민재 끌어들인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유민재 늙겠다. 늙겠어 ㅋㅋㅋ
“좋겠다. 휴가로 자유여행도 가고.”
“응?”
신혼집은 20평을 조금 넘는, 방 2개로 구성된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빌라로 결정되었다. 뭐, 어차피 2주에 한번 올 곳인지라 나로서는 딱히 무늬만 신혼집인 이곳에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슬희는 아닌 듯 했다.
구석구석 꼼꼼히 신혼집을 살펴보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집안 곳곳을 살펴본 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할 때였다.
“나도 파리에서 휴가 보내고 싶어. 멤버들이랑.”
“그래?”
슬희의 입에서 부러움 섞인 투정이 흘러나온 것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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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이 미래다. 프로듀스 선추코.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ㅎ
GOOD MORNING! HAVE A NICE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