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4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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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전화 왔는데? 지혁 형?]
[누구한테 왔는데?]
[어? ‘내꺼’라는 사람한테 왔는데?]
[나중에 전화하면 되니까, 일단 놔둬.]
[응, 알겠어.]
[자, 잠깐! 잭슨아 전화 건 사람이 누구라고?]
[‘내꺼’라고 적혀있는데?]
Amiga 애들 문제도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갓식스 뮤직비디오 촬영 준비로 미처 연락을 하지 못했다. 변명같이 들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여, 여보세요?]
[어? 혹시 강동훤을 이상형으로 꼽은 강슬희씨인가요?]
[어, 어? 아, 아니야!]
[그러면 강동훤 대신 강지혁이 더 좋다고 인터뷰하신 분인가요?]
[으, 응? 그, 그게...]
[어? 강동훤을 이상형으로,]
[마, 맞아!]
그런데, 그녀가 먼저 내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갓식스 형, 동생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날 더욱 들뜨게 만들 만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치... 번호 받아갔으면서 전화도 안하고.]
[미안해. 많이 서운했어?]
[서, 서운하긴. 그, 그냥 그래 예의상 번호를 받아갔으면 톡이라도 보내야 된다. 뭐 이런 거지!]
[미안해. 앞으로는 자주 연락할게. 용서해줄거지?]
[그런데, 반말이 너무 능숙한 거 아니야? 내가 누나인데!]
[나는 관심있는 여자한테는 누나라고 안하는데, 어떡해? 그렇게 불러줘? 하긴 뭐, 슬희는 비즈니스라서 나한테 번호도 안주려고 했,]
[아니야! 치...]
덕분에 더위를 잊고 뮤직비디오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뭐야, Twinkle 슬희랑 사적으로도 연락해?]
[뭔 사인데? 너, 여자 조심해야 되는 거 알지? 슬희 어떤 앤데? 형이 좀 봐봐야겠다. 넌 여자 볼 줄 모르니까.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Twinkle 다른 멤버들도 나오라고 해봐. 유유상종이라고 원래 어떤 사람을 보려면 그 주변 사람들부터 보는 법이니까.]
[아이리스는 꼭 나오라고 그래. 내가 여기서 제일 형으로서 거기 리더를 한번 만나봐야겠어. 번호도 조금, 아니 어디까지나 슬희라는 애가 어떤 앤지,]
그 대신 JV형을 비롯한 멤버들의 날카로운 눈빛을 계속해서 받아야했지만 말이다. 아니, 그런데 뭔가 익숙하다. 어째서 멤버들 행동에서 재성 삼촌이 보이지? 뭔가 사심도 느껴지는 것 같고? 흠...
[니가 하면]
네가 하면 Fantastic 내가 하면 시무룩
도대체 어째서 매일 내가 틀린 건지,
넌 항상 날 이겨먹으려고 해.
눈물만 흘리면 다야,
나를 끌리게 만들었던 너의 그 모습
이제는 날 매일 힘들게 하지.
......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넌 무조건 헤어질 거야.
나를 미치게 만들어.
다시 사랑하기 겁나게 만들어.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뮤직 비디오 아주 기가 막히게 뽑아줄 테니까! 걱정 말고!]
[예! 감사합니다. 감독님!]
어찌됐건 슬희의 전화 덕에 뮤직비디오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우리 결혼 할까요’ 촬영에 앞서 가졌던 근심걱정을 모두 없애버릴 수 있었다. 저번 촬영 때, 말도 놓고 번호도 주고받았지만, 근 10여일 만에 만나게 되어 다시 어색해졌으면 어쩌나 하고 많이 걱정했으니 말이다.
“오늘도 예쁘게 하고 왔네?”
“응? 치... 맨날 말만.”
그날 이후, 시간 날 때마다 톡을 주고받아서인지 역시나 저번 촬영 때와 다를 바 없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대화를 주고받게 됐다. 물론, 부끄러워하는 슬희의 행동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도 슬희의 패션은 완전 내 취향저격이다.
브라운 체크 셔츠에 블랙 단화와 흰색 목양말을 신은 그녀의 패션은 이전 촬영 때 패션과 같이 완벽했으니까. 다만,
“하의가 너무 짧아.”
“이게 예쁘다고 했잖아.”
“다른 남자들이 보는 게 싫어.”
“치...”
여전히 숏 팬츠가 눈에 거슬렸지만 말이다.
그렇게 서로 티격태격하다보니, 어느새 꽤나 시간이 흘렀나보다. 촬영준비를 하고 있던, CP가 직접 미션 봉투를 건네줬으니 말이다. 그런데,
[TO. 강지혁, 강슬희 부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가수 부부의 탄생을 정말 축하드립니다. 본격적인 부부생활에 앞서, 신혼집에 입주하여 미래를 계획해보세요.
[선택지]
1. 처가살이 : 아내는 현재 숙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처형들과 처제의 허락을 필요로 합니다.
2. 시댁살이 : 남편의 외삼촌 집에서 부부 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남편의 외삼촌에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3. 독립 : 남편은 아내를 만나기 얼마 전부터 독립하여 홀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집에서 새로운 신혼생활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P.S]
1. 선택지 외 사항은 선택 불가입니다. 부부는 선택지 사항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하여야 합니다.
뭔가, 미션카드가 잘못 된 것 같다. 이거 내가 잘 보고 있는 거 맞나?
“저, 저희 집이요?”
설상가상으로 미션카드의 내용은 허울뿐인 듯했다. 날 멘탈붕괴 상태로 만든 신혼집구하기 선택지는 있으나마나 일뿐 이미 신혼집은 내 집으로 정해진 것 같으니 말이다.
“유민재씨 말로는 지혁씨가 혼자 자취하신다고 하셔서, 그렇게 기획했습니다. 1번 선택지는 사실상 불가능하고요. 2번 선택지는 가능하긴 한데... 혹시 지혁씨 자취하신 곳에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삼촌이 사고를 쳐도 제대로 쳤다.
[지혁아, 독립했다는데 주소가 어떻게 되냐? 삼촌이 그래도 뭐라도 하나 해줘야지. 뭐 해줄까? 티비? 냉장고?]
[지혁아 집들이는 언제 하냐? 애들도 궁금해 하는 것 같던데.]
[오피스텔? 뭐, 방 3개에 30평대면 그래도 꽤 넓네. 그래서 집들이는 언제?]
내가 독립한 게 뭐 그리 궁금한 지, 틈만 나면 이에 대해서 물어보는 삼촌에게 대충 적당한 곳에서 자취하고 있다 말하며 얼렁뚱땅 넘어간 게 화근 이었나보다.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나를 저격했으니 말이다.
“유민재씨 말로는 지혁씨 지금 자취하고 있는 곳이 가보진 않았어도 그리 좁지는 않을 거라고 하던데요. 혹시 많이 좁아서 그러신가요?
“아, 아니요. 그, 그런 건 아닌데요.”
그런 나의 표정과 행동에서 곤란함을 느껴서일까. 담당 CP가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 질문을 이어가자, 나로서는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좁냐고요? 지금 좁냐고 물어본 거? 하...
“대부분의 촬영은 고정 카메라 설치로 대체할거기 때문에 촬영스태프들은 최소한으로 투입될 겁니다. 괜찮으시죠?”
아무래도 잘못 집어도 제대로 잘못 집은 것 같은데, 뭐라 해줄 말이 딱히 없다.
“촬영 외적인 부분, 그러니까 지혁 씨 사생활 관련된 부분은 저희가 철저히 지켜드리겠습니다. 지정된 구역만 촬영을 할 예정이니까요.”
“그, 그게 조금 촬영하기 까다로우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조금 다른 의미에서 내 집 촬영이 껄끄럽다는 얘긴데 엄한 소리만 해대는 CP의 말을 그저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좁은 걸 떠나서 나도 어색한 집에서 촬영까지 한다는 게...
하...
“저희는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그러면 이제 이동하실까요? 집으로 이동하시면 저희가 뒤따라가겠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뭐, 막상 도착하면 알아서 대처하겠지.
*
“안녕하십니까. 76층 컨시어지 서비스 담당 이현아입니다. 며칠 전 부탁하신 피트니스 센터 회원증 발급이 완료되었는데 혹시 지금 찾아가시겠습니까? 그리고 혹시나 그동안 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셔서 별도로 안내받지 못하신 것은,”
“아, 아니요. 그건 아닌데요.”
“매달 납부하시는 관리비에는 피트니스 센터 회원 비뿐만 아니라, 컨시어지 서비스, 클리닝 서비스, 케이터링 서비스, 하우스 키핑 서비스, 도어맨 서비스, 회의실 이용 서비스, 다국어 지원 서비스 등 여러 서비스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
“음... 나중에 얘기할까요? 제가 지금 일 중이라.”
“아! 죄송합니다. 그럼 언제라도 편하실 때 오피스 내부에 있는 인터폰으로 연락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잠실타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비록 123층이나 되는 잠실타워에서 입주민을 위한 주거지역은 44층부터 71층에 불과하지만, 그 정도만 하더라도 한강변과 강남, 잠실일대가 훤히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한 관리비에 별도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할 시, 76층부터 101층까지를 차지하고 있는 6성급 호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
타워 내부와 타워와 연결된 별도 건물에서 쇼핑센터, 영화관,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클래식 극장, 수족관, 실내골프장 등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점들로 인해 잠실 타워는 아무나 입주 할 수 없는 부의 상징을 의미 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내가 머물고 있는 76층 A실만 해도 100억을 호가했으니 말이다. 뭐, 돈이 있다고 모두 입주할 수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조, 조금 번거롭죠?”
지하주차장 한 켠에 마련된 입주민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여느 때처럼 출입카드를 찍고 들어가려는데 누군가가 나를 막아섰다. 뭐, 막아섰다고 보기엔 지극히 저자세였지만 말이다.
어쨌든 보는 눈도 많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 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서둘러 대화를 끝냈지만, 왠지 모르게 얼굴이 뜨겁다. 제작진을 비롯해 옆에 있던 슬희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 이래서 머뭇거렸던 건데. 약간 후회가 된다. 차라리 삼촌 집에 들어가서 살 걸 그랬나 싶다. 어차피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은 본가에 들어가서 지내는 만큼 딱히 무리되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들어갈까?”
“응? 응...”
어느새 72층에 도달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긴 복도에 약간은 위축된 듯한 슬희를 보니 마음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홍채 인식을 시작합니다.]
[카드키를 스캔해주세요.]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오늘따라 특히 유난스러워 보이는 귀가 절차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도 잠시, 서둘러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 집에서 하는 게 잠자는 거랑 샤워, 목욕하는 것밖에 없는지라 딱히 어질러질만한 건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라는게 있으니 말이다.
“그게... 사실 거실밖에 사용 안 해서.”
필요한 가구들은 모두 구비되어 있었지만, 누가 봐도 집안의 모습은 꾸며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기에 조금 쑥스러웠다.
방이 많았지만, 평소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곳은 거실 하나였고 누구를 집으로 들일 생각이 없었기에 그동안 그대로 내버려뒀는데, 막상 누군가를 데려와 보니 부끄럽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맨몸으로 서있는 것처럼 말이다.
“조금 넓지? 혼자 사는데 삼촌이 오버해서...”
그런데, 따지고 보면 오히려 이 넓은 공간을 다 써보겠다고 분주히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집에서 죽치고 앉아 살림하는 사람도 아니고, TV를 봐도 포이보스 휴게실 소파에 드러누워 보는 게 일상인지라 딱히 집안 곳곳을 깨알같이 쓸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
뭐 굳이 다른 곳을 이용하라면 화장실에 있는 거대 월 풀을 선택하겠지만, 월 풀은 거실 창가 쪽에도 있었으니까 딱히 거실을 벗어날 이유가 없다 랄까?
어쨌든 슬희도 그렇고 뒤따라 들어온 이십여 명 남짓한 스태프들도 말이 없는 걸 보니, 놀라긴 놀랐나보다. 하긴,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때 저것보다 더 놀랐으면 놀랐지 덜하지 않았으니까.
“뭐라도 마실래? 음식을 여기서 먹진 않는데 마실 것 정도는 있어.”
“으, 응?”
아무래도 촬영을 바로 시작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제작진도 그렇고 슬희도 조금 위축된 것 같았으니까. 아니, 민재 삼촌도 그렇지. 이런 건 좀 미리 말해주지.
뭐, 내 탓도 일정부분 있지만 조금 야속하긴 하다.
아니, 삼촌 입장에서는 당연한 건가? 내 말대로 이삼십 평에 방 3개정도면 신혼집으로 딱 적당할 테니까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고요해진 분위기에 나도 어색하고 슬희도 어색하고 모두가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집주인이 집 자체를 어색해하니 오죽할까.
그런데, 그때였다.
“지혁 씨 잠시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슬희 씨도 같이요.”
담당 CP가 조금 굳은 듯한 얼굴로 나와 슬희를 부른 것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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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프로듀스 코멘트, 선추코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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