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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92화 (92/502)

00092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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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싼 거 먹어도 되는데... 이거 먹어도 안 서운하겠어? 평소에 잘 못 챙겨먹으니까, 오늘은 진짜 맛있는 거 먹어도 되는데?]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었어! 오빠! 체이도 삼겹살 먹고 싶다고 했구!]

[맞아요. 체이 삼겹살 좋아해요. 그 대신 국내산 냉장으로.]

[그, 그래. 꼭 냉장으로 먹자. 꼭...]

[히히. 배부르다! 오빠 고마워! 덕분에 스트레스도 확 풀렸고 최고야!]

[그래? 지수가 좋다니까, 오빠도 너무 좋다. 그런데, 오빠가 안 데려다 줘도 되겠어? 오빠 오늘 시간 많아서 데려다 줘도 되는데...]

[에이, 걸어도 10분인데? 그리고 우리 택시타고 갈 건데 괜찮아. 진짜 택시타면 3분도 안 걸려! 히히.]

[그래? 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히 가고. 체이도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

[오빠 고맙습니다. 잘가요!]

생일임에도 집은커녕 제대로 된 생일 파티도 하지 못한 체이의 가슴속에 남아있던 아쉬움과 그리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동안 방송과 지방행사 일정으로 인해 하루의 대부분을 차안에서, 도로 위에서 보내야만 했던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체이야 언니가 미안해! 그래도 생일은 제대로 챙겨줬어야 했는데. 다른 멤버들도 많이 미안해하고 있어.”

“아니야. 언니 덕분에 오늘 재밌었어.”

“그래? 그럼 다행이다. 히히. 다음엔 꼭, 꼭! 제대로 챙겨줄게! 아니! 단체로 대만가자!”

머나먼 대만에서 이곳 한국까지 와서 가수가 되겠다는 일념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체이에게도 힘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천성 자체가 누구에게 자신의 고민을 말하거나 쉽게 속내를 꺼내는 편이 아니었는지라 티가 안 났을 뿐.

그래도 체이는 지금이 훨씬 나았다. 연습생 시절 때보다 말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자신의 곁에는 항상 언니들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수 언니가 있었으니까.

그녀에게 있어 지수 언니는 겨우 이틀밖에 주어지지 않은 설 휴가 때 집에 가지 못해 숙소에 남아있어야 했던 자신을 본인의 집으로 데려가 챙겨줄 정도로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며칠 전 생일 때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본인이 더 아쉬워했던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언니, 나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응? 뭔데?”

“언니, 지혁 오빠 좋아해?”

“어. 뭐 그렇지... 응? 뭐라고?”

“지혁 오빠 좋아 하냐고.”

“그, 그걸 갑자기 왜?”

그래서 궁금했다. 그녀가 지혁 오빠에 의해 때론 우울하고, 때론 기뻐하는 그 이유가.

“언니, 몇 주 전부터 기분 안 좋았어. 그런데 오늘은 너무 즐거워해. 그리고 속옷 가게 갈 필요 없,”

“체, 체이야 조용.”

지혁 오빠의 우리 결혼 할까요 소식을 듣는 순간, 체이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전부터 생각해왔던 추측을 말이다.

10년에 가까운 연습생 기간 동안 수없이 엎어진 데뷔기회. 그 기약 없는 희망고문에 지쳐서 일까. 체이가 하이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본 지수는 아이돌 연습생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비대한 상태였다. 물론, 일반인이었다면 약간 통통하다 할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이게 마지막이야. 여기서 안 되면...]

같은 조가 되었을 때, 무심코 속 얘기를 꺼내는 지수 언니의 표정과 말투를 체이는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했다. 그 정도로 그때 지수 언니의 목소리에는 깊고 짙은 감정이 담겨져 있었으니까.

그때부터였다. 자신도 모르게 지수 언니에게 의지하게 된 것은. 그녀를 엄마처럼 여기게 된 것은.

[체이야 힘내. 지금 떨어졌다고 벌써 포기할거야? 언니는 10년 째 이러고 있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혹시 알아? 패자부활전이라도 있을지?]

[체이는 키도 크고 예쁘잖아. 그리고 항상 열심히 하니까 꼭 데뷔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 힘내자!]

다른 멤버들은 지수 언니보다 재연 언니를 엄마 같다고 여길 테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있어 엄마와도 같은 존재는 지수였다.

그녀에게 있어 엄마는, 잔소리를 하며 멤버들을 알게 모르게 챙겨주는 쪽보다는 곁에서 따뜻이 보살펴주는 쪽이었으니까. 그녀는 자신이 힘들 때면 항상 옆에 있어주었으니까. 힘들 때 주변을 둘러보면 항상 지수 언니가 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그녀는 지수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 일찍 발견할 수 있었다.

[지수 안녕?]

[죽을래?]

Trendy 멤버 확정 기념으로 방문한 박재성PD님의 집에서 지혁 오빠와 마주친 순간부터 지수 언니의 새로운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볼 수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지혁 오빠와 만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지수 언니의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점점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확신했다.

지수 언니가 지혁 오빠를 좋아하는 것을.

“왜 고백 안 해? 언니 매력 있어. 연애 금지 때문에 그래? 비밀로 하면 돼. 우리 멤버들 비밀 잘 지켜. 절대 안 들켜.”

속옷 같은 경우, 인터넷에서 주문하거나 매니저 언니, 코디 언니들에게 부탁하면 언제든 구할 수 있음에도 굳이 오늘 속옷 매장을 들른 것부터가 이상했을 뿐더러,

[체이야 미안한데 옆에 매장에서 10분만 있다가 오면 안 될까? 언니가 이렇게 부탁할게. 응? 응?]

누가 봐도 의도가 명확한 부탁을 자신에게 했으니 말이다.

*

“히히...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될지 모르겠다. 치. 우리 체이한테 이런 얘기 할 줄은 몰랐네?”

체이의 질문에 당황한 것도 잠시, 그녀를 데리고 근처 카페로 들어온 지수가 입을 열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 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체이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뿐더러, 체이라면 말해줘도 딱히 상관없었으니까.

“지혁 오빠 처음으로 본 게 초등학교 3학년인가? 2학년인가? 뭐, 그때 쯤 됐을 거야.”

그리웠던 과거를 떠올려서일까. 아니면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을 되뇌는 게 쉽지 않아서일까. 창문 밖 풍경을 보던 그녀의 두 눈이 슬쩍 감겼다.

“처음엔 회사에서 내 또래가 오빠밖에 없어서, 그래서 졸졸 따라다녔어.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 가는 게 조금 무서웠거든. 체이 너도 알잖아. PD님 고릴라 닮은 거. 덩치도 엄청 크고 팔도 길고 또 얼굴도... 뭐, 회사 오디션 보러 간 것도 엄마가 등 떠밀어서 간 거여서 더 그랬었어. 회사 어딘가에서 고릴라가 확 튀어나올 것 같았거든. 히히.”

그녀가 아주 오랫동안 연습생 생활을 해왔다는 것을 체이 또한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3학년이라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체이 또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두 단어가 막연히 10년이라 생각했던 지수의 연습생 생활을 확연히 실감나게 했으니 말이다.

“오빠가 노래 부르면 나도 옆에서 따라 부르고, 오빠가 춤추면 나도 따라 추고 그렇게 회사 생활에 적응 할 수 있었어. 오빠 덕분에.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오빠를 따라다니던, 초등학생이던 애가 중학생이 되고 얼마 안 지나서, 조금 이상해졌어. 평소처럼 자신을 대하는 오빠 얼굴을 제대로 못 쳐다보고, 갑자기 너무 부끄러워졌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체이가 새삼스레 느껴지는 놀라움에 입을 열지 못하는 사이에도 지수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마치 누군가 물어봐주길 오래 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그때부터 인 것 같아. 오빠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자각한 게.”

“그런데, 왜 고백 안했습니까? 언니 옛날 사진 봤어요. 예뻤어요. 고백 했으면 분명,”

그런 그녀의 목소리와 행동, 표정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체이가 입을 열었다. 얼핏 봐도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감정을 지니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고백 한번해보지 않은 듯한 지수의 태도가 이해가 가질 않았으니 말이다.

“선수를 뺐겼어. 예상치 못한 사람한테.”

“에에?”

하지만, 그럼 그녀의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친해진 친구라 오빠를 소개해준 건데. 치... 홀딱 넘어가버리더라. 난 지혁 오빠가 그렇게 즉흥적인 사람인 줄 몰랐어. 추진력이 아주...”

이를 언급하는 지수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녀 자신을 슬픔과 후회에 젖어있는 것처럼 만들었고 또한 그렇게 느껴지게 만들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꼭 그것 뿐만은 아니었어. 내가 고백을 끝내 못했던 게.”

“응?”

“두 명이었어. 오빠가 친 동생처럼 아꼈던 게 나 혼자가 아니라.”

어느새 사위가 어두워지고 도로에는 차들이 가득 차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카페 안은 텅 빈 채로 그녀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로 그렇게 만든 것처럼.

“나는 여동생, 걔는 남동생이라면서 같이 다녔었어. 물론 걔는 내가 중학교 들어갈 때쯤 오빠를 따라다니기 시작했지만.”

그저 언니의 마음을 듣고 싶어서, 지혁 오빠를 좋아하는 것인지 물었던 체이로서는 지수의 얘기가 계속되면 될수록 그녀의 감정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평소 멤버들을 잘 챙겨주고 고민이 있으면 잘 들어주는 지수이지만, 정작 자신의 얘기는 잘 꺼내지 않는, 항상 웃는 얼굴로 다니는 그녀이기에 오히려 고민이 없어 보였던, 어떻게 보면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녀의 속 얘기를 듣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으니까.

“걔랑 오빠랑... 너무나도 순식간에 멀어졌어. 정말 거짓말처럼.”

“설마?”

“걔도 좋아했나봐, 오빠를. 그런데 걔는 바로 고백하더라고. 오빠가 여자 친구 생겼다는 말 듣자마자 말이야. 어떻게 보면 대단해. 나는 너무 억울하고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했었거든. 그때까지만 해도 말이야.”

그렇게 오래 동안 좋아하면서도 어째서 고백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옆에서 지켜만 볼 수 있었는지, 체이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금 지수가 풀어놓는 속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고백을 했다고 멀어졌습니까? 왜?”

“뭐, 걔가 조금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했어. 오빠 여자 친구한테까지 가서 난리를 쳤으니까.”

“흠...”

“단지 고백 때문에 그렇게 된 건 아닐 거야. 여자 친구한테까지 가서 난리를 쳐서 그런 게 컸으니까. 그런데... 그때는 그냥 무서웠어. 지금도 그렇고. 고백을 하면 나도 걔처럼 오빠랑 멀어질까봐. 솔직히 걔랑 오빠가 그 때 이후로 그렇게 멀어질 줄은 몰랐거든. 뭐, 오빠가 그렇게 화를 낸 것도 처음 봤지만...”

그랬기에 체이는 비로소 이해가 됐다. 어째서 지수가 그저 지혁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계속 여동생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어. 용기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오빠가 나 때문에 속상해하거나 불편해하는 게 싫어. 혹시라도 나도 걔처럼 될 것 같아 무서우니까. 만약 고백했다가, 동생, 오빠 사이마저 깨져버리면...”

어느새 지수의 큰 눈동자에 눈물이 고인 것을 발견했지만, 체이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녀 또한 지수의 감정에 몰입한 탓에, 지수 본인에 앞서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오빠 옆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오빠는 나를 그냥 여동생으로만 보는 것 같으니까... 우리 연애금지기간도 있고 리더인데, 팀에 피해주고 싶지 않아. 그래서 지금 당장은 여동생이 아니라 여자로 봐줬으면 좋겠다. 이게 내 목표야.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다 보면 언젠간...”

하나, 둘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그제 서야 느낀 것인지, 아무렇지 않게 옷으로 이를 닦아내는 지수를 보며 체이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저런 얘기를 무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런데 자신에게는 어째서 저 모습이 슬퍼 보이는 걸까.

자신의 속 얘기를 읊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덤덤하기 그지없었지만, 간혹 가다 떨리는 목소리, 과거를 회상하는 듯 잠깐씩 감은 두 눈동자, 흘러내리는 눈물을 아무렇지 않게 옷으로 닦아내는 행동.

어떻게 이런 행동들을 익숙한 버릇처럼 하는 것일까. 혼자서 이를 감내하고 삭혀온 시간동안 얼마나 눈물을 흘리면 저렇게 무덤덤함이 슬퍼 보이는 걸까.

“에이! 나 박지수야! 박지수! 연습생 생활도 10년 동안 버텼는데 이것도 못 버틸 것 같아? 무조건 버틸 수 있어!”

“나도 언니 응원할거에요. 도움이 필요하면 체이를 불러요. 짜요!”

가슴에 너무나도 짙게 깔려버린 감정의 여운을 애써 흩어지게 만들려는 듯한 지수의 행동에 체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그래? 히히. 체이가 언니 도와준다니까, 너무 든든한데? 체이, 언니 비밀 지켜줄 거지?”

“응, 체이 아무한테도 말 안 해. 절대.”

체이는 그저 기뻤다. 든든하다는 지수의 말마따나, 자신이 힘들었을 때 언제나 옆에 있어주었던 지수처럼, 이제는 자신이 옆에서 도와줄 수 있다는 게 좋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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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가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

추천, 선작 눌러주시고 코멘트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너무 감사해요.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슬희 지혁 커플 애칭은 뭐로 할까요? 부부별칭은 뭐로할까요?

하... 고급회계 퀴즈 폭망. 하...........................................

스트레스 쌓여서 폭식했습니다 .

P.S 일요일날 생일인데 술자리가... 그날 연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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