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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89화 (89/502)

00089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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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희야, 번호 좀.]

[응? 버, 번호?]

[응, 번호.]

[왜, 왜?]

[다음 촬영 때까지 연락 한 번도 안할 거야? 와... 상처 받았어. 슬희는 오로지 비즈니스구나. 하긴, 강동훤도 아닌데 나처럼 오징어는 슬희한테 번호를 얻을 수 있을 리가 없,]

[에, 에? 아, 아니야!]

[그럼 찍어.]

[으, 응.]

며칠 전일을 떠올릴 때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게 영 달갑지 않았나보다.

“뭐야, 즐거운 일 있나봐?”

“뭐, 설마 우리 결혼 할까요 라든가 뭐 그런 생각? 설마 우리랑 있는데 그 생각을?”

“진짜, 설마 그러겠어. 양심이 있으면...”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은 말이다. 아니, 시나 너는 여기서 무슨 양심타령이냐, 갑자기? 나, 원 참.

“에이, 너희들 오랜만에 봐서 그렇지. 고기 타겠다! 시나도 그렇고 은지도 얼른 먹어. 너희들도 먹고.”

“네! 오빠!

“치.”

5월 말과 6월 초에 걸쳐있는 은지와 시나의 생일을 축하해줄 겸 고기 집에 들렀다. 비록 당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시간을 달려서’가 잘 된 탓인지 이제는 국내 활동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일본에까지 가서 쇼 케이스를 열었다고 하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것 때문에 생일 날 만나서 축하해주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두 볼을 부풀린 채 열심히 고기를 집어먹고 있는 은지를 제외한 나머지 녀석들 전체가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 같으니 말이다. 아니, 저기요.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말고 눈앞에 한우를 드시라고요. 한우를.

도대체 비싼 고기 놔두고 뭐하는 거야? 아, 아! 한우를 다 먹어서 불판이 비어있던 거구나. 쩝, 닥치고 고기나 구우라는 뜻이었구나. 하...

“은지야 그런데 스테이크 안 먹어도 되겠어? 그때 스테이크 한 번도 안 먹어봤다고...”

“괜찮아요. 오빠. 이렇게 생일 축하한다고 맛있는 거 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리고 보통 고기도 아니잖아요! 한! 우! 히히.”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은지가 잘 먹는 것을 보니 말이다. 게다가 말도 예쁘게 하는 지라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버렸다.

“헤헤.”

은지야, 너 나중에 남자친구한테 사랑 듬뿍 받겠구나. 애교도 많고 체구도 작아서 귀엽기까지. 퍼펙트다 퍼펙트.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은지야 많이 먹어.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키고.”

“네!”

머리 쓰다듬는 게 기분 나쁠 수 있는 행동임에도 은지는 그저 웃으며 특유의 눈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귀여웠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내 행동과 은지의 반응이 누군가에게는 영 탐탁치 않았나보다. 특히나,

“뭐야? 나한테는 왜 안 물어봐?”

오늘 이 자리의 또 다른 주인공에게는 말이다.

그런데 시나 넌 그걸 말이라고 하냐? 누가 봐도 넌 지금,

“불판도 씹어 먹을 듯이 먹고 있으면서 묻긴 뭘 물어. 딱 보면 아는데.”

잘 먹고 있잖아. 온지 삼십분도 안 되서 불판을 벌써 몇 번이나 갈았으면서 새삼스럽게 무슨. 니들 고기 구워주느라 정작 나는 고기 한 점 못 먹은 거는 아냐? 양심은 네가 없네, 네가.

“내, 내가 언제 부, 불판을 씹어 먹어! 그, 그리고 그게 뭐야! 그런 게 어딨어. 나도 물어봐줘.”

별 대수롭지 않게 시나의 투정을 넘겨버렸다. 뭐, 녀석이 계속해서 옆에서 칭얼거렸지만 나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의 방법임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 후로도 불판은 계속해서 교체됐고 어느새 끝도 없이 고기를 흡입하던 녀석들도 배를 두드리며 하나 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래, 너네 들은 지금으로도 충분히 할 만큼 했어. 지금 먹은 것도 보통 사람 수준이 아닌데, 더 먹으면 그게 괴물이지 사람이냐?

대충 우리들이 먹은 견적을 잡아보니, 입이 안 벌어질 래야, 안 벌어질 수가 없었다.

너희들 식단 조절하는 이유가 아무래도 다이어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래, 그렇게라도 해야 회사가 살지. 너네 들 제대로 먹이다간 회사 거덜 나겠다. 거덜 나겠어. 그렇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들은 그저 깔깔 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너 언제 나오는 데?”

그런데, 그때였다. 소정이 내게 말을 건 것은 말이다.

뭐야, 뭘 말하는 거야? 언제 나오냐니?

“우리 결혼 할까요 말이야. 언제 첫 방이냐고.”

“아! 그거? 음... 오늘이 몇 요일이지? 나 나오는 거 이번 주 토요일이라고 그랬던 것 같은데?”

역시, 고기를 먹고 난 뒤에는 달달한 커피믹스가 최고지. 무료라는 점도 좋고.

되도 않는 폼을 잡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내게 화두를 던진 소정에게 별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게 소정과 나머지 녀석들에게는 꽤나 크게 다가갔나 보다. 저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으니 말이다.

“뭐, 뭐?”

“이번 주 토요일이라고. 나 나오는 거.”

뭘 저렇게 반응해? 말하는 사람 무안하게. 우리 결혼 할까요 토요일 날 방영되는 거 모르는 사람 있나? 왜 저래?

“토요일이면 오늘이잖아. 바보야!”

아! 토요일이 오늘이었구나. 미안. 그럼 우리 이만 헤어질래? 나 본방사수 해야 되니까.

*

“언니, 언니! 이제 시작한다. 시작해!”

“바로는 안 나올걸?”

“응?”

“새로 들어온 커플들은 보통 마지막에 나오지 않나? 그치 수연아?”

“응, 그럴걸?”

대한민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아이돌 기획사 SD ENTERTAINMENT의 한 연습실이 꽤나 소란스럽다. 연습생들로 바글바글한 지하 연습실도 아닐 텐데 말이다.

[오빠들 데뷔 축하해!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네? 어제 뮤직비디오까지 다 찍었다며? 대박!]

[영진아 축하해! 원근이랑 정우도 그렇고 다들 진짜 고생 많았어! 우리가 SNS로 홍보 팍팍 해줄게! 걱정 마!]

[우리? 우리 활동 끝나서 어제부터 기본 연습만 하잖아. 그거 끝나고 잠깐 연습실 스크린으로 TV보다 가려구. 오늘 슬희 우리 결혼 할까요 첫 방이잖아.]

[슬희 언니 짜증나. 어땠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해주고! 내가 그렇게 코디랑 다 해줬는데 이건 배신이야, 배신!]

[너희들도 같이 보자! 어차피 어제 뮤직비디오 찍어서 오늘은 휴식 아니야? 내가 커피 쏠게!]

상황의 자초지종은 꽤나 간단했다.

데뷔를 채 한 달도 안 남겨둔 새 보이그룹 멤버들이 인사차 그녀들 연습실을 찾았다.

새 보이그룹 멤버들 중에는 Twinkle 멤버들과 연습생 생활을 함께했던 이들이 다수였기에 그녀들 또한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마침 우리 결혼 할까요 첫 방을 모니터링 하려던 Twinkle 멤버들이 새 보이그룹 멤버들에게 이를 같이 보자고 제안했고 별다른 할 일이 없던 그들 또한 이를 받아들였다.

이 세 단계를 거쳐 그들 모두가 저마다 아이리스가 쏜 커피를 마시며 스크린에 주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종연, 공지연 커플의 이야기와 아침을 해주기 위해 열심히 김치 볶음밥을 만드는 박수연과 이를 장난으로 방해하는 육성제 커플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시작한다!”

그들이 이곳에 모인 진짜 이유인 슬희, 지혁의 첫 촬영분이 방영되기 시작했다.

“조용!”

그렇게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우리 결혼 할까요’의 새로운 부부 방영분은 포이보스 휴게실에서 그 시작을 알렸다.

[여기 이분은 우리 결혼했어요. 메인 CP님이셔. 직접 너 보고 계약서도 작성하고 사전 조사도 할 예정이시라니까, 인사 드려라. 지혁아.]

[아, 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약서까지 써야 되는 거에요? 원래?]

[예?]

[그냥 집들이 가는 건데 뭐가 이리 복잡, 아니 계약서까지 써요?]

[뭐?]

[예?]

[네?]

[예?]

그리고 잠시 뒤, 연습실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아! 뭐야! 강지혁 우리 결혼 할까요 나온 이유가 수연 언니 때문이었어? 대박!”

“집들이 때 초대한다고 해서 그거랑 착각한거였네. 수연 언니 큰 그림?”

“아! 강지혁 표정 대박이야! 완전 멍 때려! 계약서 보면서 동공지진 났다. 크크.”

첫 시작부터가 강지혁, 강슬기 커플의 첫 방송을 기다리던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영상이 흘러갈수록 연습실은,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감탄사로, 때로는 놀라움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혹시 제 신부가 어디 있는지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정장 차림으로 택시에서 내린 강지혁이 주변 이들에게 신부의 위치를 묻는 장면에선 Twinkle 멤버들 모두가 부러움과 감탄사를 드러냈으며,

“시, 신부래! 헐, 대박!”

“와... 수트 빨 지리네... 지려...”

“예, 예린이 너! 어, 언니가 그런 말 쓰지 말랬,”

“언니, 조용 좀 해봐. 안 들려.”

“그, 그치만!”

“언니!”

“그, 그래...”

이어진 인터뷰 장면에선,

[Q. “혹시 제 신부가 어디 있는지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라며 주변분 들에게 물어 신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신부의 첫인상은?]

-솔직히 그때 제가 긴장해서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그랬었나요? 하하... 음... 그땐 너무 떨리고, 신부가 혼자서 수많은 사람들한테서 둘러싸여 있을 거라 생각해서요. 최대한 빨리 찾아서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신부 분의 첫인상은...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음...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고 처음 신부를 봤는데요. 정말 너무 아름다우셨어요. 솔직히 그때 일어나시면서 저를 바라보는 그 모습만 기억나고 다른 건 기억이 나질 않아요. 너무 떨렸거든요. 그때.

[Q. 남편의 첫인상은?]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많이 긴장됐어요. 그래서 벤치에 앉아서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빨리 와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키도 크시고 어, 어깨도 넓으셔서 조, 좋았던 것 같아요.]

“꺄아아악! 아름답데! 대박!”

“빨리 찾아서 같이 있고 싶데! 히히히 슬희 언니 얼굴 빨개졌다!”

“봤지? 언니 봤지? 내 코디가 이 정도라구! 아이리스 언니가 해준 대로 나갔으면 완전 망할 뻔했지? 그치?”

“뭐, 뭐야? 내, 내 코디가 어때서!”

“그걸 굳이 말해야 알아?”

“너, 너!”

“언니 뭐야! 고개 숙이고 있었으면서 볼 건 다 봤네? 키도 보고 어깨도 보고! 얌전한 강아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아, 아니야... 힝...”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슬희를 놀려댔으니 말이다.

하지만 장내를 들썩이게 만든 우리 결혼 할까요 영상은 아직 도입부에 불과했다.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들지 못하는, 간혹 가다 고개를 들어 슬쩍, 슬쩍 스크린을 엿보는 슬희와는 별개로 장내에 있던 모두의 반응을 이끌어낼 영상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Q. 신부가 들고 있던 본인의 상징물품을 확인했을 때 심정은?]

-하... 진짜 제작진이 원망스러웠어요. 진짜로. 부디, 슬희 씨가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오해하지 말라는 거냐고요? 그, 그게 크흠... 두고 봐요. CP님.

[Q. 남편의 상징물로 슬리퍼와 애호박을 들고 있었는데, 이것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슬리퍼는 시상식에서 슬리퍼 신으셔서 그런 걸로 알고 있고요. 애, 애호박은...

“꺄아아악! 애호박!”

“대, 대박! 지, 진짠가봐!”

“진짜라니까, 언니? 신동협, 성지경, 허진웅이 SNS에 올린 글 못 봤어? 장난 아니라니까? 레알 팩트임!”

"예, 예린이 너 말 좀 예쁘게..."

그녀들이 슬희의 신랑이 누구인지를 추측 할 수 있었던, 정확히 말하자면 예린이 한 눈에 신랑의 존재를 알 수 있었던 상징물품 장면이 나오자 Twinkle 멤버들이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보이 그룹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짜야?”

“저게 가능해?”

“마, 말도 안 돼.”

“근데, 반응 보면...”

“짜증나.”

애호박이라는 물건 아니, 채소가 그들의 남성성과 자존심을 묘하게 자극시켰으니 말이다.

그렇게 붉어질 대로 붉어져 마치 터져버릴 것 같은 슬희와는 상관없이 장내는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영상 속 슬희와 강지혁이 다음 장소를 향해 걷기 시작하고 이내 횡단보도에 다가갈 때쯤, 스크린 속 영상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파급력을 그들에게 선사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

어라? 선추코 누르고 원고료 쿠폰 줬어?

그럼 연참 머겅! 난 이제 논문 쓸테니깡

[환경회계와 기업 재무성과 관의 관계규명] 이 빌어먹을 논문........하.....................

여러분 환경을 아끼고 보호합시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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