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81화 (81/502)

00081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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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하면]

네가 하면 Fantastic 내가 하면 시무룩

도대체 어째서 매일 내가 틀린 건지,

넌 항상 날 이겨먹으려고 해.

눈물만 흘리면 다야,

나를 끌리게 만들었던 너의 그 모습

이제는 날 매일 힘들게 하지.

과장된 너의 허언이

날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들어.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는 생각에

참고 견딜 수 있었어.

Any time, any word

makes me gloomy.

도대체 왜 내게 화를 내는 것일까.

다시 예전처럼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

네가 하면 모든 게 옳은 것이 돼버려.

네가 하면 나는 잘못된 것이 돼버려.

그런 네가 너무 낯설어.

심지어 평상시에도 불안해져.

네가 갑자기 변해 버릴까봐.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넌 무조건 헤어질 거야.

나를 미치게 만들어.

다시 사랑하기 겁나게 만들어.

노래가 끝나고 거친 숨소리만이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새벽같이 나와 연습을 하던 그들의 눈에 비치는 창문 밖 풍경은 여전히 어두컴컴함뿐이었다.

그런 숨 막힐 듯한 고요를 깨뜨린 것은 마이크였다.

“어떻게 할 거야? PD님이 오늘까지 뮤비 안무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하라고 하셨잖아.”

“그렇게 기다렸으면서 왜 그렇게 딱딱한 건데?”

“좋겠네? 네 이야기가 담긴 노래 부르고 싶어 했잖아. 뭐, 네가 만든 건 아니지만.”

“언제까지 그럴 건데?”

한번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자, 멤버들의 질문 아닌 질문이 리더인 그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JV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후회는 그때 두 번 했던 걸로 끝내자. 이만 용서해줘도 되는 거지?”

[여친 생겼다고? 정신 차려 멍청아!]

[이번에 데뷔 무산돼서 그래? 잘 견뎠잖아. 이번엔 단지 연기된 것뿐이라고!]

[연습생 하다가 여자 때문에 방출된 형들 나보다 네가 더 잘 알면서도 지금 그걸 말이라고!]

동갑인 마이크의 말에 문득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너 이 새끼, 언제 까지 이럴 건데? 정신 안차려? 여기서 다 포기할거야?]

[그년이 그렇게 중요해? 그럼 우리는? 몇 년 동안 같이 지낸 우리는!]

[리더랍시고 포기하지 말자고 할 땐 언제고 네가 이러면 우리는 뭐가 되는데!]

[그년은 보란 듯이 연습실에 나오고 웃고 떠드는데 형은 뭔데!]

[리더인 형이 이렇게 무너져버리면! 그동안 형 믿고 버틴 우리들은!]

좀 더 강하게 나갔더라면, 적극적으로 제지했더라면 하고 수없이 생각했던 때의 일들이 말이다.

“응.”

두 눈을 감을수록 선명해지는 기억들의 연속에 JV의 입이 힘겹게 열렸다. 마음 같아서는 진작 하고 싶었던, 겨우 한글자지만 계속해서 미뤄왔던 말을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럼 PD님이 제안한 대로 우린 연습한다?”

“응.”

결정을 해야 했으니까.

*

“김석현이... 이번에 프로젝트는 잘 돼가나?”

“예, 이사님.”

의자에 앉아있는 중년인의 앞에서 기립하고 있던 사내의 태도는 공손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얼굴을 향해 대놓고 뿜어대는 담배연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에는 불쾌한 감정하나 담겨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 이번에 내가 힘 좀 썼다는 거, 안 잊었제?”

누가 봐도 갑을 존재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중년인의 태도는 고압적이었다. 그의 말투는, 그가 의도하듯 의도하지 않았듯 상대방의 심사를 꼬이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물론입니다. 이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석현은 저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금껏 그가 견뎌왔던 수모와 힘들게 쌓아왔던 것들이 날라 가버릴 테니까.

“이 대표가 내년에 준비 중인 대형 프로젝트. 김석현이 니도 알고 있제?”

“네, 그렇습니다.”

김석현은 아직 때가 아님을 수십, 수백 번씩 되 내였다. 눈앞 존재와 맞설 수 있는 힘이 아직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사님.”

“좋아, 좋아. 다른 놈들하고는 다르게 김석현이 니는 분수를 알거든. 자! 나가서 일봐. 내가 다 전화해 놀테니께.”

그래서 그는 오늘도 굴복했다. 하지만 상대의 악랄함에 치를 떨며 분노를 느꼈음에도, 그는 자신을 탓할 뿐이었다. 힘이 없는 자신을.

*

“대박! 상대방은 누군데요? 누구, 누구?”

우리 결혼 할까요에 또다시 섭외요청이 들어왔고 회사 측에서 이를 수락했다는 사실에 막내 예린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만큼, 매니저의 말은 그녀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수연이가 지금 출연하고 있는데 또요?”

하지만 예린을 제외한 나머지 Twinkle 멤버들의 얼굴은 그다지 가볍지 않았다. 팀에 중도 합류한 막내 예린과는 달리, 그녀들은 이번 섭외요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보고 들은 것들이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누가 나갈지는 너희들이 정할 수 있게 됐어. 그러니까,”

“언제까지 말씀드리면 되는데요?”

물론 ‘우리 결혼 했어요’는 아이돌에게 있어 꽤나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관리로 시작해 관리로 끝나는 아이돌의 삶 속에서 가상이나마 대놓고 연애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지도를 확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 등은 그 어떤 프로그램도 줄 수 없는 이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가 거의 모든 아이돌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라면 후자는 비교적 신인 아이돌이나 뜨지 못하는 아이돌 그리고 중소 기획사들에게만 적용되는 점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국내 최정상 기획사 SD소속의 Twinkle은 신인 그룹도 뜨지 못한 그룹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예린을 제외한 Twinkle 멤버들은 모를 수가 없었다. 수연의 경우와는 달리, 굳이 이미지 소모를 감안하면서까지 또다시 다른 멤버를 우리 결혼 할까요에 투입하는 것은 그녀들조차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임을 말이다.

그런 Twinkle 멤버들의 모습에 매니저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오빠가 힘이 없어서.”

데뷔 때부터 Twinkle을 매니저로서 담당한 덕에 이제는 승진까지 엿보고 있는 그이지만, 그래봤자 일개 매니저일 뿐인 그로서는 고작해야 누가 프로그램에 나갈지, 선택권을 확보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그는 Twinkle 멤버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아무리 노력했다고는 하나, 그가 한 행위는 상부에서 그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행동이었으니까.

“에이, 남들 눈치도 안보고 연애할 수 있는 기회인데 오빠가 왜 미안해요. 혹시 알아요? 진짜 잘 돼서 오빠한테 한 턱 쏠지? 걱정하지 말고 내일 봐요!”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항상 자신들을 챙겨주던 매니저였기에, 아이리스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더 이상 상황을 어둡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그녀로서는 이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애들아, 마냥 나쁘게만 볼 필요 없어. 수연이가 지금까지 했던 것 있지? 2 주에 한번, 많아봤자 10일에 한 번씩 보는 것뿐이야. 혹시 아니? 엄청 잘생긴 남자가 나올지?”

매니저가 나간 뒤 멤버들의 시선을 모은 아이리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을 마냥 나쁘게만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나쁜 점은 있지만, 방금 전 그녀 말마따나 이번 ‘우리 결혼 할까요’의 출연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아이돌 생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음을, 최근 들어 표정과 행동이 밝아진 수연을 통해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럼 누가 나갈래? 응?”

자신들은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위쪽 사정 따위 생각하기조차 싫었으니까.

*

[강지혁 서울 콘서트 성황리에 마무리! 장동근, 김아늘, 김유빈을 비롯한 신사의 품위 배우들과 아름다운 누나의 김희연, 이미애, 무모한 도전의 유석재, 정준호, 박명서, 히히, 노형철, 정영돈, 하루세끼의 이시진, 김관규, 냉장고를 살펴줘의 김성준, 안정완과 셰프군단 등 그동안 출연했던 프로그램 인맥 총출동해 자리를 빛내!]

-지렸다...인맥 미친거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인맥 없다고 하더니, 개구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인맥 딱히 많은 것 같진 않음. 저기서 평소에 누굴 보겠음?ㅋㅋㅋ그냥 같은 작품 하거나 프로 나가서 표 준 것 같은데?

-ㅇㅈ 토크 콘서트나 이번 콘서트 보면 게스트 구할때마다 졸라 후달려하던데??ㅋㅋ

[도화지, 냉장고를 살펴줘, 신사의 품위, 아름다운 누나, 무모한 도전, 하루세끼 등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 초대석 300장 대부분을 선물한 강지혁의 마음씨에 네티즌들 또한 찬사!]

-키야...주모! 막걸리 한사발!!!!!!!!!!!!! 애호박 형님!!!!!!!!!!!!!!존경합니다!

-의리 지리네..ㅋㅋㅋㅋ출연자들은 몰라도 제작진까지 챙겨주는거임??? 쌌다..쌌어....크으!

-300장이면 도대체 얼마임?

-초대장 자리가 S석이랑 같은 자리임 ㅋㅋㅋㅋ1개당 15만원 ㅋㅋㅋㅋ

-헐. 대박! 300장이면 그럼, 4500만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이다. 진짜클라스 지리네.

-ㅋㅋㅋㅋㅋ저거 초대권으로 안팔고 그냥 팔았으면 무조건 매진인데 ㅋㅋㅋㅋ4500만원을 그냥 뿌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렸다. 애호박 형님!!!!최고!!!

[자신이 한국 가요계의 새로운 주역임을! 현시대의 전설임을 만천하에 천명한 강지혁의 제주, 서울 콘서트 성황리에 마무리! 관객들 曰 “다음 콘서트는 언제?” 네티즌들 曰 “다음 콘서트는 언제?” 콘서트를 보든 안보든 모두가 원하는 강지혁의 콘서트! 과연 다음 콘서트는 언제?]

-ㅠㅠㅠㅠ다음 앨범 나오기전까지는 이런 대형 콘서트는 안하겠지??

-아마도 그럴 듯... 뭐, 토크 콘서트는 하겠지만.

-토크 콘서트는 티켓팅이 너무 헬임....하.......이번에 무조건 갔어야 했는데. ㅅㅂ

-이번에 갔다. 다음번에 무조건 간다. 무조건!

-미친, 꺼지셈. 이번에 갔으면 다음번엔 양보해야지. 양심 ㄴㄴ하네.

[콘서트 다음은 팬 미팅? 5월 내내 팬들을 위한 팬 미팅 일정을 소화해낼 강지혁에 대한 관심 폭발!]

-이거다. 이건 무조건 가야된다. 디졌다. 날 밤 샌다.

-포이보스랑 가까운 PC방에 가면 무조건 티켓팅 가능! 토크 콘서트랑 서울 콘서트때도 성공했음. 완전 개꿀팁임!

-ㅋㅋㅋㅋㅋㅋ무슨 개소리야 ㅋㅋㅋㅋㅋㅋ수강신청하냐?하..이래서 학식충들이 안된다니까.

고작해야 20일 남짓 남은 시간동안 콘서트를 준비하는 것은 솔직히 미친 짓이다. 내가 아이돌 가수였다면,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들어오는 스케줄 마다하지 않고 매 시간 바쁘게 살았을 것이고 하루 종일 콘서트 준비에 매달릴 수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토크 콘서트가 그랬듯이 막상 이번 콘서트가 끝나고 나자 뭔가 너무 허무하다.

뜨거웠던 관객들의 함성소리들이 소파에 누워 휴게실 천장만 보고 있는 지금까지도 들려오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나처럼 휴게실 소파에 널브러져있던 녀석들이 보이질 않았다. 뭐야, 나만 빼고. 설마 나 왕따?

기사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몇 시간이지, 반나절동안 휴대폰만 들여다보니 눈이 아파왔다. 사실, 이렇게까지 오래 휴대폰을 볼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아니, 심심해서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 하려고 했는데 다들 어디 간 거야? 진짜 나 왕따인가?

“보나마나, 휴게실에 있을, 맞죠? 전화 안 해도 애는 맨날 여기 있어서 굳이 전화 안 해도 됩니다. 하하!”

그렇게 의문으로 시작된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점차 확신으로 변하기 직전, 나를 구해준 것은 민재 삼촌이었다. 다만, 삼촌의 입에서 나온 말이 묘하게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이 느껴졌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저 사람은 누구지?

처음 본 사람과 휴게실로 들어오는 민재 삼촌을 보며 나 또한 마냥 소파에 드러누워 있을 수 없었다. 아무리 아이돌 가수가 아닐지라도 나 또한 최소한 지켜야할 이미지란 게 존재했으니까.

“여기 이분은 우리 결혼했어요. 메인 CP님이셔. 직접 너 보고 계약서도 작성하고 사전 조사도 할 예정이시라니까, 인사 드려라. 지혁아.”

그런데, 삼촌을 따라온 남자의 정체가 마냥 평범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꽤나 유명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남자였으니 말이다. 아! 저번에 성제네 집들이 출연 그것 때문에 온 건가? 그런데,

“아, 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약서까지 써야 되는 거에요? 원래?”

잠시 뒤 다짜고짜 내 옆에 앉아 종이뭉치를 건네는 삼촌을 보며 나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뭐가 이렇게 복잡해? 그냥 집들이 가는 건데.

“예?”

“그냥 집들이 가는 건데 뭐가 이리 복잡, 아니 계약서까지 써요?”

“뭐?”

“예?”

뭐야, 이 반응들은? 내가 이상한건가?

아닌데... 누가 봐도 이상한 거 아냐? 집들이 가는데 메인 CP가 와서 계약서를 쓰자는 게? 게다가 사전조사까지?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시고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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