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9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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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우리 데뷔 날짜 잡혔어! 7월 초래! 7월 초!”
“진짜?”
“완전 확정 이래! 무조건 확정!”
연습실을 가득 메운 동생들의 환호 섞인 웃음에도 김영진은 좀처럼 웃지 못했다. 그의 나이 24,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꿈꿔왔던 순간이고 목표일진데 말이다.
[진짜 노래 엄청 잘한다! 대박!]
[노래 하나는 기똥차네! 가수해야겠어! 가수!]
[얼굴도 잘생겨 키도 커 노래도 잘해! 무조건 가수해야겠는데?]
[이거 우리동네에 스타나오는 거 아니야? 사인 받아놔야겠다. 사인!]
[영진아! 삼촌 사인좀 해주라! 삼촌이 1호 팬이다. 알겠지?]
동네 교회에서 재롱 섞인 노래를 부른 것을 시작으로 주변의 수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환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고의 기획사라 칭해도 부족함 없는 SD에 지원했고 당당히 보컬 1등으로 연습생이 되었다.
[누난 너무 아름다워! 내가 가지고 싶어!]
[달콤한 네 입술과 함께 침대가 되고 싶어! 오 베이비!]
하지만, 곧 데뷔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의 장밋빛 전망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의 투정일 뿐이었다.
그가 원했던 가수로서의 모습은 끊임없는 주변의 조언 아닌 조언으로 조금씩 변해갔다. 슬프고 애절한 사랑얘기를 노래하며 가창력을 마음껏 뽐내던 그의 목소리가 오글거리는 누나 타령이,
[지금 세상에 솔로가수로 데뷔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무조건 아이돌이야. 아이돌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
[아이돌로 데뷔를 하고 인기 좀 얻는다 싶으면 그때부터 유닛 활동도 하고 솔로 활동도 하는 거지.]
솔로가수로서 당당히 대중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던 그의 꿈은 아이돌과 댄스 가수가 되어버렸고 이는 그에게 있어 어느새 익숙한 꿈과 목표가 되어버렸다.
[영진이 너! 지금 작곡, 작사 할 때야? 너 이번에도 떨어진 이유가 댄스 때문 인거 알지? 그런데도 지금 이럴 거야? 정신 차려! 김영진!]
그렇다고 할지라도 데뷔의 길은 요원하기 그지없었지만 말이다.
[노래는 충분하니까, 댄스에 몰두해! 다음번 기회도 놓치면... 내가 말 안 해도 알지? 방출은 안 될지라도 가수 꿈은 접어야 될 거야. 네 나이를 생각해.]
이미 오디션에 합격한 순간부터 수위를 달리고 있던 보컬실력이 무딘 댄스 실력에 의해 매번 발목이 잡혔는지라 그 또한 변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데뷔의 문턱을 넘기 못했지만 훤칠한 키, 잘생긴 얼굴, 뛰어난 노래실력을 지녔기에 방출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으며 말이다.
선배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거나 모델로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과 같이 회사에서도 그를 버리지 않았다는 제스처를 취했기에 그는 계속해서 버텼다. 중학생 소년이었던 그가 어느새 소주의 쓰고 단 맛을 알게 된 그 순간까지 말이다.
그러던 와중, 새로운 데뷔 팀이 조직될 것이라는, 그 멤버 중에 자신이 가장 유력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제는 얼굴 보는 것도 지겨울 정도인 트레이너들에게서 말이다.
그리고 그 소문은 이내 사실로 밝혀졌다. 그를 비롯한 5명이 데뷔조라는 이름하에 소집되었으니까.
아직 앨범 콘셉트와 타이틀 곡, 안무 그 어떤 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지만 그는 그때 처음으로 데뷔를 확신했다. 케이블 방송에서 그동안 다져온 인지도를 확인하며 방송에 적응할 동안, 데뷔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준비될 것이라며, 평소 얼굴보기도 힘든 이사가 직접 찾아와 언지를 주었으니까.
그렇게 그는 부푼 마음과 자신감을 가진 채 프로젝트 데뷔에 참가하게 되었다.
S-01 강지혁(22/포이보스/보컬)
S-02 김영진(23/SD /보컬)
S-03 유현진(16/M&A/댄스)
S-04 김지석(18/뮤직윅스/랩)
S-05 성수현(18/피쉬앤칩스/보컬)
A-06 백하얀(19/SD/댄스)
A-07 이현(19/SD/댄스)
A-08 최정우(18/SD/랩)
A-09 설민기(20/SAVE/보컬)
A-10 이원근(21/SD/랩)
A-11 지현우(19/피쉬앤칩스/보컬)
A-12 김지석(22/AMP/보컬)
A-13 임나혁(24/플레져/댄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고 자신의 등급과 순위를 확인한 순간 김영진은 깜짝 놀라버렸다.
날고 긴다는 애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애들이 모이는 SD 연습생 평가에서 보컬로는 그 누구에도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영진으로서는 눈앞에 보여 진 순위표가 믿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전체 1등을 놓친 사실과 그 1등이 자신과 같은 보컬리스트인 것을 확인했을 때 그의 뇌리에 자리 잡은 생각은 단 하나 뿐이었다.
말도 안 돼.
이 순위는 너무나도 충분했다. 그동안 그를 지탱해오던 자존심에 금을 내기에.
그래서 그는 선택했다. 그와 똑같은 노래와 다른 조를.
압도적으로 눌러버리고 싶었다. 보컬로는 그 누구에도지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나를 버티게 만들어준 것들을 지켜내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의도는 성공한 듯 했다.
[차가움 속의 사랑 득표 결과]
[(2)김영진S] 452
[(1)강지혁S] 202
[(1)성수현S] 174
[(1)유시혁B] 164
[(1)기주혁D] 158
[(1)김도현D] 149
[(2)이원근A] 148
[(2)백하얀A] 143
[(2)최정우A] 133
[(2)이현A] 123
[1조] 847
[2조] 999
[기권] 154
그 누가 봐도 압도적이다고 할 정도의 표 차이로 1위를 쟁취했을 뿐더러 팀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만을 바라본 대가를 간과해서일까. 결과는 마냥 그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온라인 투표]
1등 강지혁(S01) 410,321
2등 김영진(S02) 130,243
3등 성수현(S05) 128,432
4등 임나혁(A13) 94,189
5등 지현우(A11) 89,423
6등 유현진(S3) 54,678
7등 유시혁(B17) 53,102
8등 김지석(S4) 49,123
9등 김한셈(B19) 48,795
......
16등 기주혁(D89) 25,425
17등 김도현(D95) 25,191
...
27등 이원근(A10) 19,840
...
35등 최정우(A8) 18,209
...
37등 백하얀(A6) 18,165
...
39등 이현(A7) 18,109
......
100등 김용철(D100) 11
두 눈을 의심할 정도의 온라인 투표결과와 함께,
[차가움 속의 사랑으로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낸 강지혁 탈락! 410,321표라는 어마 무시한 득표수를 얻고도 탈락한 강지혁에 네티즌들 의아, 분노!]
[1등 강지혁 41만 표, 2등 김영진 13만 표. 그런데 정작 탈락자는 1등 강지혁?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규칙에 시청자들도 오락가락! 시청률은 최고! 진행은 최악?]
[평균등수 41.4등 팀 VS 6.6등 팀의 대결. 기적을 일으킨 41.4등이지만 최종결과는 그들의 패배? 해도 해도 너무한 팀 구성에 프로젝트 데뷔 측의 해명 글에도 네티즌들의 분노는 그치지 않아.]
그에 상응하는 대중들의 싸늘한 반응을 마주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대중에게 얼굴을 내보이는, 특히 아이돌 그룹에게는 노래, 댄스, 랩 실력뿐만 아니라 이미지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다만 어쭙잖은 명분을 방패삼아 이를 간과했을 뿐.
그 순간 자신을 찾아온 깊은 회의감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되 담을 수는 없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믿고 따라와 준 동생들 까지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고 프로그램에 임했다. 물론, 사적인 감정으로 1차 평가에 임했지만 마냥 인지도와 겉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유일한 해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한 노력이 빛을 발해서 일까. 그는 최종평가에서 1위의 자리에 등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지의 굴레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논란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젝트 데뷔 종영! 막방 시청률 0.9%! 최종 우승자 SD엔터테인먼트 김영진 상금 3억원 획득! SD엔터테인먼트 측 曰 “김영진을 비롯한 참가 연습생들의 데뷔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으며, 추후 회의를 거쳐 별도 공지, ...”]
수많은 연습생들 가운데,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이지만 주변의 반응은 도리어 그를 초라하게 만들어버렸다.
대박을 예상했던 프로젝트 데뷔는 0.9%라는 높다고 보기도 애매하고 낮다고 보기도 애매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고 숙소로 복귀한 그에게 회사는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해주지 않았으니까. 그저, 예전과 같은 연습생 스케줄 표만을 그에게 건넸을 뿐이니까.
프로젝트 데뷔에 참가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데뷔를 목전에 두고 있었던 그였기에 이러한 대우는 참을 수 없는 좌절과 절망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러한 좌절과 절망을 딛고 또다시 일어서려던 그에게 또 다른 종류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존재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말이다.
잊고 있었던, 아니 애써 잊어보려던 극복해내려던 존재를 인터넷 기사에서 봤을 때, 그때의 감정을 그는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들려오는 연습생들의 소곤거림과 숙소를 오가는 와중에 거리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서 그는 과거의 감정들을 마주하길 강요받게 되었으니까.
[프로젝트 데뷔에 출연했던 비운의 가수 강지혁! 데뷔앨범 발매 석 달 만에 57만장 돌파!]
[남성 솔로 가수가 음반 발매 넉 달 만에 86만 9421장의 판매고를? 불운으로 무너진 실력파 가수 강지혁의 귀환!]
무엇이 비운이란 말인가. 무엇이 불운으로 무너졌단 말인가.
[비 아이돌의 반란! 강지혁 정규 1집 “기억하고 싶은 아픔” 다 죽어가던 한국 비아이돌 음반시장 살리나?]
그동안 숱하게 들어왔던, 아이돌이 아닌 이상 음반을 내는 것은 사치라는, 아이돌이 아니면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은 다 뭐란 말인가.
[포이보스 뮤직 정재영 曰 “두고두고 소장할 만한 음반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록곡 14곡 모두 본인 작사, 작곡한 만큼 강지혁 본인이 가장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포이보스뮤직의 저력! 강지혁 효과 톡톡히 누려! 포이보스 뮤직 曰 “우리는 그저 우리의 길을 걸을 뿐, 아티스트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게 전적으로, ...”]
작사와 작곡은 아이돌이 된 후에도 배울 수 있다. 댄스 쪽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수많은 작곡, 작사가들이 우리들에게 곡을 주기위해 안달이다. 너는 그저 준비된 곡과 안무를 무대에서 소화해내기만 하면 된다.
수없이, 귀가 먹먹할 정도로 들어왔던 충고들이 과연 충고였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김나박이의 뒤를 잇는 차세대 남자 강지혁! 그의 방송 활동은 도대체 언제?]
[불가능을 현실로! 90년대를 끝으로 전멸하다시피 한 비 아이돌가수의 반란!]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컴퓨터를 하지 않아도 그와 관련된 소식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습에 미쳐 내 자신을 혹사시켜보아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미,
[앨범 발매 석 달 만에 현장 판매 재고 완판! 선주문 예약판매량 199만 8432장, 발매 후 판매량 206만 4212장! 총 판매량 406만 2644장의 대기록 달성한 강지혁! 새로운 전설로 한국 가요 사에 기록되다!]
[기존 단일 앨범 최다 판매량 한국 기네스 기록인 김군모의 3집 앨범 280만장을 월등히 뛰어넘는 대기록 달성! 데뷔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인가수가 지난 20년 가까이 깨지지 않았던, 앞으로 깨기 불가능할 것이라는 기록을 깨버리다!]
[9개월 동안 발매한 2장의 정규앨범으로 대한민국 역대 음반 판매량 8위에 랭크! 7위에 랭크된 JOD의 발매앨범 7장 약 500만장, 6위에 랭크된 H.A.T.의 발매앨범 5장 약 550만장 기록은 어렵지 않게 깰 것으로...]
9개월 전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었으니까. 고작해야 1계단의 차이가 지금은 너무나도 커져, 오로지 가슴 속을 가득채운 열등감과 부러움, 시기, 질투로만 채워질 수 있는, 그 정도로 나란 존재는 초라하고 왜소해져버렸으니까.
어떻게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하루, 하루를 버텨왔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형! 내일 대표님이 우리 데뷔 앨범 타이틀 곡이랑 후속곡 직접 체크하신데!”
나 또한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그래서 그는 웃을 수가 없었다. 이 날만을 위해 기다려왔던 세월들이 결코 가볍지 않았으니까. 지난 1년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겨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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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정주행은 미래다. 프로듀스 선추코!
이번화는 리코멘하기위한 화입니다!
제작품에 대한 궁금점이나 뭐 할말 있으시면 써주시면
내일 오전 연재에 리코멘 해드리겠습니다.
내일 오전까지입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시고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