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7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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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들이 모인 탓에, 콘서트 장은 벌써부터 시끌벅적한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무려 4만 명이 넘게 입장할 수 있는 제주 월드컵 경기장이지만 이미 전 좌석 매진이라는, 심지어 사전 예매에 실패해 이곳까지 찾아왔지만 끝내 현장 예매도 실패한 팬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지금 슬쩍 바라본 관중석 팬들 숫자도 어마 무시할 진데, 이것이 오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이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웠으니 말이다.
하물며, 콘서트 공연에 있어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재성 삼촌과 민재 삼촌, 지경 삼촌까지 얼굴에 약간의 긴장감이 돌 정도니 나머지 우리들은 오죽할까.
[자! 우리 모두 파이팅 한번 외치자!]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긴장감을 감지한 까닭일까. 재성 삼촌과 지경 삼촌이 우리 모두를 모으며 격려의 파이팅을 제안했다.
“민재 씨랑 지혁 씨는 지금 올라가셔야 됩니다!”
뭐, 당장 무대로 향해야 한다는 스태프의 말마따나, 나는 그 파이팅도 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겨야 했지만 말이다.
[하나, 둘, 셋! 파이팅!]
그래도 이내 들려오는 파이팅 소리라도 들어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이들의 기세에 입을 열지 못했을 테니까.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수많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정에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내 딴에는 시상식이나 축하무대, 연말 가요대전 같은 제법 큰 무대를 서봤는지라 긴장감을 이겨낼 줄 알았다. 막상 이 자리에 서보니 그 생각은 철저한 오해였다는 게 드러났지만 말이다.
“오늘 강지혁 제주 단독 콘서트의 진행을 맡게 된 포이보스 뮤직 유민재입니다!”
긴장감이 감돌던 얼굴은 어디 갔는지, 어느새 능수능란하게 콘서트를 진행하는 민재 삼촌의 행동이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물 만난 고기와 같은 민재 삼촌과는 달리, 나는 손 하나 까딱 못 할 정도로 몸이 굳어버렸으니 말이다.
“여러분! 오늘 지혁 씨가 많이 긴장했나 봐요! 긴장하지 말라고! 힘내라고 환호성 한번만 질러주세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 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민재 삼촌의 요청에 수많은 팬들의 함성소리가 내 귀에 닿는 그 순간, 굳어버린 내 몸과는 별개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멘트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지혁 씨를 보기 위해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말이다.
“솔직히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 있으니까, 머리가 하얗게 변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 말은 꼭 해드리고 싶어요! 여기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희열이 나를 감싸 돌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설렘과 흥분이 가슴 가득 차있던 긴장감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토크 콘서트를 통해서 팬 분들과 나름 소통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런 자리를 원하셨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되니까, 그 생각이 저의 오만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
[아니야! 미안해 하지마!]
[괜찮아! 괜찮아!]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서요. 어허! 민재 삼촌 어딜봐요! 삼촌이 일 저질러 놓구선!”
“하하...”
옆에 있던 민재 삼촌에게 장난 섞인 멘트를 던질 정도로 말이다.
“준비기간이 짧았지만, 그래도 오늘 공연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요! 다채로운 공연 많이 준비했으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초대 가수분들 공연도 마음껏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오늘 콘서트 오신 학생 분들은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왔나요? 우리 약속했잖아요?”
[네!]
[네!]
“정말이죠? 믿어도 되는 거죠?”
[네!]
[네!]
“고마워요!”
한번 고삐가 풀려버리자, 나도 모르게 멘트가 술술 흘러나왔다. 좀 전까지 나를 압박했던 긴장감이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되어 내게 힘이 되어주었으니 말이다.
“이거 뭐, 제가 진행을 안 해도 너무 잘하시는데요? 지혁아, 그동안 좀 늘었다?”
“삼촌 제가 요즘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뭔지 아세요?”
“응?”
“도화지에 정말 나가고 싶더라고요.”
“도화지?”
그나저나, 삼촌이 너무 얄밉다. 삼촌 덕에 이런 희열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얄미운 건 얄미운 거다. 처음 콘서트 사실을 알았던 그 순간 내가 느꼈던 당혹감은 상상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도화지는 다음 달 초에 나오기로 했잖아? 그렇죠, 여러분?”
“MC로요.”
“뭐, 뭐?”
“도화지 PD님 전화번호가...?”
왠지 크리티컬 펀치 한번 정도는 날려줘야 이 얄미움이 풀릴 것 같아 던진 회심의 일격이 제법 잘 먹힌 것 같았다. 관객들 반응뿐만 아니라, 민재 삼촌 또한 꽤나 타격을 받은 것 같았으니 말이다.
“여러분 이번 제주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 듣고 오겠습니다. 강지혁이 부릅니다. 어디에도”
그렇게 당황해하는 민재 삼촌의 멘트와 함께 제주 콘서트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그녀는 예뻤었다]
[SWING BABY]
[HONEY]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공연은 순조롭게 아니 너무나도 완벽하게 흘러갔다.
삼촌의 미친 댄스 공연, 마치 신들린 듯한 무대 퍼포먼스에 관중들 틈에 껴서 환호하기도 하고, 마지막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에서는 삼촌과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서 춤을 춰 보기도 하고
[투명구슬]
[시간을 달려서]
[가지마 가지마]
[별]
괜히 요즘 대세 아이돌이 아니라는 듯 수많은 남자 관객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낸 Amiga의 공연을 보며 나 또한 잠시나마 넋을 잃어도 보고,
[세 사람]
[내가 너의 곁에서 잠시 있었다는 걸]
[여전히 아름다운 너]
민재 삼촌과 지경 삼촌의 환상적인 감성 발라드와
[행복하니 너]
[이젠 끝인 걸까]
[냠냠쩝쩝]
[JUST JOKE]
미니 앨범을 준비하고 있던 승현, 투 수아, 크리스 녀석들의 미공개 신곡을 들으며 무엇인가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 솟구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마음을 놓아보기도 했다.
게스트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특히나, 재성삼촌과 Amiga애들이 말이다.
포이보스 감성 자체가 슬픔인 것인지, 마치 짠 것처럼 애절함과 아픔을 때로는 담담한 슬픔 노래하는 우리들뿐이었다면 콘서트 자체가 초상집 분위기 일색이었을 테니 말이다.
“우리 다음에도 꼭 만나요!”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내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하게 된 콘서트이지만, 나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 구경하고 호응했던 순간들이 너무나도 즐겁고 기뻤으니 말이다.
*
[콘서트 초대가수로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Amiga 애들이랑 경진 삼촌 오늘 정말 수고하셨어요! 다른 분들도 정말 수고하셨어요! 재성삼촌, 지경 삼촌 그리고 민재 삼촌이랑 포이보스 식구들은 남은 서울 콘서트도 잘 부탁드리고요. 앞으로도 초대가수 필요하시면 저도 기꺼이 참가할게요. 음... 일요일까지 푹 쉬시고요. 그럼 저희 포이보스 오남매 공식 건배사로 오늘 술자리 시작을 알려볼게요. 제가 선창하면 복창해주세요!]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서 간단히 바비큐 파티를 하려고 했다. 공연도 끝났겠다, 술을 외면할래야 외면 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소, 돼지, 양, 닭, 오리, 말까지. 무슨 고기란 고기는 전부 다 꼬챙이에 끼워져서 차려진 것 같다. 고작해야 룸서비스 하나 시킨 건데 말이다.
거기다 와인이며 양주, 소주 거기다 각종 치즈와 샐러드가지 완벽하게 마련된 테이블을 보자니, 나를 포함한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텔 좀 다녀본 삼촌들 또한 그랬으니 그 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식사 약속 감사하다고 총지배인님께서 특별히...]
[아, 아! 가, 감사하다고 꼭 전해주세요.]
[시간 편하실 때를 말씀하시면 언제든 상관없다고...]
직접 직원들과 함께 룸서비스 음식들을 가져온 총책임자라는 사람의 말을 듣는 순간 놀람을 넘어선 경이로움을 느껴버렸다. 나, 나의 어, 엄청난 팬이구나. 그, 총지배인이라는 분은...
다시 한 번 식사약속을 되새기며 떠나는 총책임자를 뒤로한 채 어쨌든 우리들만의 파티는 나의 건배사로 그 시작을 알렸다.
“내 마음을 노래로!”
“내 마음을 노래로!”
뭐, 건배사의 마무리는 언제나처럼 똑같지만 말이다.
*
“어, 어?”
콘서트 준비에 내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압박이 심했나보다. 아직 서울 콘서트가 남았지만, 그래도 제주 콘서트를 마쳤다는 점에서 나도 모르게 훅 가버렸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지금 방안 상태를 보아하니, 나도 모르게 일찍 잠들었던 게 참 다행인 듯싶었다. 제 침대도 못 찾고 방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녀석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가관이었으니까.
술자리 자체가 애초부터 저녁 겸 시작됐는데다가 나 스스로가 얼마 못가 술로 훅 가버렸는지라 시간은 이제 자정을 조금 넘기고 있었다. 꽤나 숙면을 취한 듯 싶은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다시 잠을 자기도 애매하고 안자기도 애매했다. 다시 자기엔 정신이 너무 또렷했고 안 자기엔 시간이 시간이었으니까.
그래서 몸을 노곤하게 만들 생각에 온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괜찮으니까, 들어와. 어차피 옷도 입었잖아?”
결과적으로 그곳엔 이미 선객이 있었지만 말이다.
“어, 어? 응...”
불연 듯 떠오르는 아침 때 사고로 인해 오늘 하루 종일 둘 만이 느끼는 어색함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라,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물론, 가로 세로 10m 정도에 불과한 온천 풀의 크기도 크기였지만 대형 타월만으로 몸을 감싼 채 한자리에 있기엔 주변이 너무 고요했으니까.
“저, 저기 미안해. 그... 아침 일은.”
“뭐, 미안하면 됐어.”
소정이가 앉아 있는 오른쪽에서 가장 먼 곳을 찾아 몸을 담근 뒤, 숨 막힐 듯한 고요함에 힘겹게 입을 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도 심플했다. 걱정한 내가 다 민망할 정도로 말이다.
“나도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하루 종일 그랬던 거니까.”
짧은 대화를 끝으로 몇 분이나 지났을까. 아직은 조금 쌀쌀한 새벽 공기와는 별개로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저절로 노곤해졌다. 비록 그 노곤함이 어색함을 이기진 못했지만 말이다.
“애들 때문에 고생이 많지?”
그러던 그때였다. 두 눈을 감으며 노곤함에 더욱 짙게 젖어드려는 내 귓가에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말이다.
“우리가 데뷔한지 사오년 된 아이돌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아이돌도 아니니까, 그래서 아직 연애를 하기엔 이르다는 거 알고 있어. 아이돌 특히 여자 아이돌한테는 스캔들이 치명적이니까.”
그리고 이어진 녀석의 말에 나는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우리가 대형기획사 아이돌도 아닌데, 이 정도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대표님도 그렇고 회사에서 모든 걸 걸고 우리한테 투자해줘서 인거 잘 알아. 그래서 너한테 고마워.”
티를 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친한 오빠, 열혈 팬 이상의 감정을 내게 뿜어대는 녀석들을 애써 밀어내며 주변 이들의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내 나름대로 애를 써왔으니까. 그런데 그 노력이라는 것도 매일, 매일 함께 생활하는 녀석들의 같은 멤버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나보다.
“애들이 철없이 굴어도 네가 알아서 선 지켜 준거 말이야.”
“알고 있었어?”
“치, 바보야. 그렇게 대놓고 행동하는 데 내가 어떻게 몰라?”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사실은 다 눈치 채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이를 모른 척 하고 있었다는 걸 소정의 말들로 인해 깨닫게 됐으니까.
사방의 고요함에 물들어 분위기 자체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건 나도 애들의 행동을 강하게 쳐내지 못한 채 그저 모른 척 했을 뿐이니까. 가끔씩 치밀어 오르는 외로움과 욕구에 의해 마음을 굳게 먹지 못했으니까.
짙은 침묵이 계속되었다. 몸은 노곤했지만, 마음은 그러질 못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를 깨고 싶어서일까.
“나! 다리도 길고 미드도 장난 아니거든?”
녀석의 목소리에는 좀 전과 다른 장난 끼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하필 꺼내도 그 얘기냐?
“어, 어?”
“봤으니까, 그 말 취소해!”
다시금 꺼내기 민망한 얘기를 건네는 녀석의 의도가 의뭉스러웠다. 솔직히 그때 그 사건은 마치 컴퓨터 이미지 파일처럼 내 머릿속에 고이 보관되어 있었다. 나 또한 한창때의 남자이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기껏 화제를 다른 곳에 돌려보려 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다지 반길만한 행동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억울해. 넌 다 봤으면서.”
“뭐, 뭐가...”
“나도 봐야 공평한거 아냐?”
“뭐, 뭐?”
이 계집애가 미쳤나. 자정 넘어선 야심한 시간에 혼자 어두운 온천탕에 있을 때부터 알아봤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순진하긴.”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것인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녀석의 얼굴이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건 오늘 하루 종일 나 설레게 한 대가야.”
[할짝]
과일 향이 순간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와 함께 입술을 촉촉이 적시는 부드러움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하아...”
입술을 두드리는 부드러움에 나도 모르게 입이 열려버렸다. 이성보다 본능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으니까.
마치 안개처럼 주변에 가득 퍼진 온천의 하얀 수증기 속에서 서로의 입술이 맞닿은 순간, 그녀의 손이 내 목을 감싼 순간, 내 손 또한 본능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 반칙이야.”
하지만, 그렇게 내 손이 목적지에 닿아 제 역할을 다하기도 전에 그녀가 내게서 떨어졌다. 입술과 손 그리고 그녀를 안고 있던 가슴에 수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말이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야? 완전 동네북이네. 동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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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성군의하루님 1 장 감사합니다.
따뜻한감자님 2 장 감사합니다.
선추코는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
선추코 해주시고 원고료 쿠폰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성실연재 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이네요.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