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76화 (76/502)

00076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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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은 이쪽에 놔 주시구요! 책장은 거기 아니에요! 책장이랑 TV는 거실이에요! 그리고 가스레인지랑 전자레인지는 여기다 놔주세요! 옷장은 안방이구요!”

점심을 시켜먹은 뒤 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들에게 반가운 손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전 내내 전화를 걸어 가구들을 마련해보려는 노력이 통해서일까. 수많은 가구들이 집안 곳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육성제를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치! 내가 오빠한테만 구해달라고 했을 것 같아?”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들어오는 가구들 중 식탁을 제외한 책장,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옷장, TV 등은 당초 계획했던 가구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장님이랑 희현 오빠한테 부탁했지. 히히히! 옷장이랑 책장은 실장님! 가스레인지랑 전자레인지는 희현 오빠! TV는 멤버들이 식탁만 해주기 그렇다고 해서 해준 거구!”

뭔가 이상하긴 했다. 메모장 한 면을 가득채운 목록들에 비해 육성제 자신에게 말했던 목록은 꽤나 간소했으니 말이다.

육성제로서는 박수연의 이러한 태도에 내심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소파랑 세탁기는 아무래도 내일쯤에 올 것 같아. 형들 오늘 지방 행사 스케줄 있고 대표님도 일 있다고 하셔서.”

자신이 맡았던 물품들은 아무래도 오늘 중으로 오긴 그른 것 같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까부터 땅바닥에 앉는 것 자체가 조금 불편한 듯한 박수연의 모습이 신경 쓰였던지라 이 같은 감정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수연의 지인들이 주문한 가구들이 자리를 찾고 배송해준 사람들이 돌아간 지 10분이나 됐을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초인종이 또다시 그들을 찾아왔다.

“여기 육성제씨 댁인가요?

“어디보자, 아! 강지혁 씨께서 주문하신 침대랑 냉장고 수령자가 육성제 씨인데요. 본인 맞으신가요?”

“네? 아, 네. 제가 육성제인데요.”

“여기 배송된 물품 상태 확인해주시고요. 확인하신 뒤 여기에 서명 해주시면 됩니다. 물건에 하자 없고 배송 받았다는 확인으로요.”

아까 통화했을 때부터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지혁이 자신의 콘서트를 20일 앞두고  알게 됐다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기에 그 또한 모를 수가 없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제주 콘서트로 인해 지혁이 다른 곳에 신경 쓸 틈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제수씨! 신혼 때는 원래 싱글 침대 쓰는 거래요. 서로 꼭 껴안고 주무시길 바라면서, 행복한 신혼을 바라겠습니다. - P.S 성제야 결혼 생활 잘해라. 평소에 연락 없다고 뭐 필요할 때 몇 개월 만에 전화한 성제야. 민혁 형이랑 은강 형은 그래도 자주 연락하는데...]

상황이 그럴 진데, 친구 기를 세워주겠다고 콘서트를 하루 앞둔 상황임에도 고가의 물건들을 부담해준 지혁의 행동에 성제의 가슴 깊이 무엇인가가 울컥 올라왔다. 특히나, 동봉된 쪽지를 보니 더욱 그랬다.

솔직히 지혁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별다른 인맥이 없는, 물론 인사를 나누고 번호를 아는 이들은 꽤 있었지만 이런 부탁을 할 만한 이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고작해야 멤버들과 지혁 뿐.

같은 나이임에도 자신보다 형들과 얘기가 좀 더 통하는 듯한, 진지한 얘기를 할 때면 자신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는 반면, 민혁 형과 은강 형은 그러지 않는 것 같아 그런 지혁이 내심 신기하고 의아했다.

지금은 그저 고맙고 미안했지만 말이다.

“오빠! 침대 완전 푹신푹신해! 냉장고도 완전 커!”

어느새 침대와 냉장고에 푹 빠진 듯한 수연의 말에 육성제는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언젠가는 자신 또한 지혁이 필요할 때 도움이 돼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니까.

“시, 신혼 때는 싱글 침대 쓰는 거래!”

“오, 오빠 벼, 변태!”

*

“저희 제주 실라 호텔을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4박 5일 동안 여러분이 묵으실 별채의 총책임자인 김지석입니다.”

50여분의 짧은 비행을 끝마치고 미리 렌트한 버스에 올라탔다. 우리들뿐이라면 굳이 대형 버스를 빌릴 필요는 없겠지만, 내일 오전 일찍 비행기를 타고 올 예정인 의상, 헤어 스타일리스트들과 매니저들을 고려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예약한 호텔로 도착하니 정작 예약한 내 스스로가 기가 죽어버렸다. 내, 내가 예약한 곳이 여기가 맞나?

“별채 내부에 마련된 실내 온천 풀과 간이 사우나뿐만 아니라 호텔 내부에 구비된 실내 수영장 또한 무료로 이용가능하십니다. 또한 호텔 내 부대시설 가운데 피트니스 센터와 승마체험, 동굴 탐험, 스파 및 마사지 서비스도 무료 이용이 가능하시며 별도의 요금 지불 시 룸서비스도 이용 가능하십니다.”

호텔 자체가 지닌 위용도 대단했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일행은 별도의 건물로 안내를 받게 되었다.

“또한 기본적으로 별채마다 담장이 설치되어 있고 별채들이 모여 있는 이쪽 구역의 출입은 상주직원들을 통해 엄격히 통제되어있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 안심하셔도 될 것입니다.”

높다란 호텔 건물과는 달리, 꽤나 한적해 보이는 멘션으로 말이다.

[혹시, 포이보스 뮤직 소속 뮤지션 가, 강지혁씨 되십니까?]

뭔가, 내가 지불한 값에 비해 너무나도 대단해 보이는 눈앞 광경에 나 또한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솔직히 내가 지불한 가격이 싼 것은 아니었다. 관련 스태프들을 제외한 가수들 모두 일요일 오전까지 휴가삼아 제주도에 머물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모두를 위해 4박 5일 동안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예약했고 그 비용이 2천만 원에 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14명이 호텔에서 4박 5일을 하는데 개인 1박당 40만 원가량 지불한 것은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더 놀란 것이고 말이다.

“저희 총지배인님께서 강지혁씨의 열혈 팬이신지라, 별도의 알림 없이 별채로 안내해드렸습니다. 편안한 휴가를 보내 시기에는 기존 예약하신 객실보다는 별채가 보다 월등한 시설과 보안,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객실을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혹시, 언짢으시다면,”

하지만, 이러한 의아함과 놀람은 이어진 총책임자의 말과 함께 해소돼 버렸다. 너무나도 간단히 말이다.

“아, 아니에요. 감사해요. 이렇게 신경써주셔서요.”

애당초 호텔을 예약할 때부터 이상했다. 예약 보증금 때문에 카드로 신용조회를 했을 때부터 뭔가 직원의 반응이 이상했으니 말이다.

“중앙의 온천 풀을 기준으로 왼쪽 3개 룸은 여성분들께서, 중앙 1개 룸과 오른쪽 4개 룸은 남성분들께서 이용하시면 부족함이 없으실 겁니다. 편안한 휴식 취하시길 바라며,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일행들을 별채 안으로 들여보낸 뒤 나와 단둘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음에도 총책임자라는 사람의 태도는 정중하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나 또한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었다.

“저, 죄송하지만 저희 총지배인님께서 강지혁씨 정말 팬 이셔서요. 혹시 여기 앨범에 사인을 해주실 수 있을지...”

나란 사람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는지. 뭔가 너무나도 거대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꼭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덕분에 정말 편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시간되시면 식사라도 같이,”

“저, 정말이십니까?”

“네? 아, 네. 같이 식사하는 게 뭐 힘든 일이라고요. 이렇게까지 해주셨는데요.”

1집, 2집 앨범에 사인을 한 뒤 감사의 인사와 식사요청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왠지 모르게 염치도 없는 놈이 될 것 같았으니까.

*

“우와! 진짜 좋다! 완전 대박!”

“여기 엄청 비쌀 것 같은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여기서 일요일까지 지낸다고? 헐, 제주도 구경보다 그냥 여기서 온천하고 밥 먹고 아까 뭐라고 그랬지? 승마 체험? 뭐 그거랑 동굴 탐험 그거 하는 게 낫겠네. 대박!”

“언니들 우리 마, 마사지 하러가자!”

“맞아! 그것도 무료라고 했지? 대박!”

부담이 되든 안 되든 일단 애들이 너무 좋아하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뭐, 원래 목표로 했던 게 이런 것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여자애들이 저마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마사지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간 사이, 나 또한 오랜만에 삼촌과 사우나를 방문했는지라 어느새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하, 나도 참 속물이다. 속물.

“삼촌 요즘 운동 너무 안하는 거 아냐? 이러다가 허리에 튜브 생기겠는데?”

“이 녀석이! 어쭈! 네가 요즘 운동 좀 하나 본데, 아직까지 삼촌 따라 오려면 멀었다.”

삼촌과 이렇게 사우나에서 티격태격해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그동안 삼촌도 나도 평소처럼 주말에 사우나를 갈 정도로 여유로운 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에이, 삼촌도 그렇게 방심하다 훅 가. 그러니까, 얼른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 해야지.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혼자야? 엄마가 삼촌 지금까지 결혼 안한 거 알았으면 삼촌 엄청 혼냈을 걸?”

“뭐, 뭐? 이, 이게! 거, 거기서 누나가 왜 나와?”

“설마 예전처럼 여자 막 만나는 거 아니지? 진짜 삼촌 이제 나이도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알면 진짜 슬퍼할 거야.”

“이, 이게, 삼촌한테 할 소리가 있지! 자, 자꾸 누, 누나 얘기할래? 그리고 그게 언제 적 얘긴데!”

“그런 거 아니면 뭔데? 삼촌! 우리도 명절 때 시끌벅적하게 좀 지내보자. 응? 전도 직접 부치고 아니, 외숙모가 힘들다고 하시면 그냥 다 같이 해외여행도 가고 뭐 그런 거 있잖아. 나 진짜 사촌 동생 생기면 잘 해줄 자신 있는데... 삼촌 데이트 갈 때 내가 애도 봐주고 그럴게. 응?”

명절 때마다 적막에 가까운 집안 분위기는 질리다 못해 짜증까지 날 정도였는지라, 내 말은 전적으로 100%진심이었다. 이번 설에는 그나마 이영복 요리사님이 알려준 만둣국 레시피로 간만에 요리도 만들고 그랬지만, 솔직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 분위기랑은 거리가 멀었으니 말이다.

“뭐, 뭐... 네, 네가 그렇다면야... 크흠...”

뭐, 삼촌한테는 엄마 얘기가 직빵인지라, 내 말이 그래도 어느 정도 먹힌 것 같긴하다.

“진짜지? 나 기대한다? 삼촌?”

“아, 알았다니까?”

그렇게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온몸을 노곤하게 만드는 사우나의 열기 속에서 삼촌과 대화를 나누는, 어떻게 보면 엄청 소소하고 평범한 것들에서 꽤나 큰 행복함을 느낄 그때였다.

뭔가 꽤나 불쾌한 시선을 느끼게 되었다. 나와 삼촌을 번갈아 보는 듯한 시선을 말이다.

아니, 저 사람들은 저기서 뭐하는 거야? 사우나 와서 땀 안 빼고?

“지, 진짜였구나. 지, 지혁아.”

“맞지? 내 말 맞지? 나 거짓말 안한다니까? 나 진짜 이런 감정 처음 느꼈다니까! 진짜. 아오!”

“지혁이도 그렇고 재성 씨도 그렇고... 크흠...”

“우와... 사기다, 진짜 유전자는 무시 못하네... 저, 저게 사람이야? 저건 심하잖아?”

“더러운 세상... 하... 짜증나. 저건 뭐 노력으로도 안 되는 거잖아?”

사우나에 왔으면 땀을 빼야지, 입구 언저리에 있는 탕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민 채 나와 삼촌을 쳐다보는 이들을 보자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승환이나 크리스 녀석은 그렇다고 쳐. 소경진 대표님하고 민재 삼촌, 거기다 지경 삼촌까지 저기서 뭐하는 거야? 애도 아니고.

*

“일찍 일어나셨네요?”

“네 덕분에 진짜 좋았다. 온천도 좋았고 여기 주변 해변이 너무 좋아서 산책도 하고 하니까, 완전 힐링이던데? 아! 저기 조식 룸서비스 시켜놨으니까 먹어라! 조식 가져다 달라니까, 한식, 양식으로 가져다주더라.”

“에이, 다 Amiga 애들이 한 만큼 누리시는 거죠. 그나저나, 다른 삼촌들은요?”

“그, 재성 씨는 피트니스 센터에 운동하러 갔고 민재 씨랑 지경이는 미리 무대 확인한다고 조식 먹고 먼저 이동했어. 스케줄 때문에 노래 맞춰본 적이 없다나 뭐라나.”

지경 삼촌과 나이가 똑같아서 인지 벌써 말까지 놓은 것 같다. 어제 분위기부터가 오늘 콘서트가 아니었으면 술 한 잔 했을 것 같은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뭐, 평소 술을 잘 안 마시는 재성 삼촌까지 아쉬워했으니 오죽할까.

어쨌든 부지런한 삼촌들을 둔 덕에 우리들 또한 서둘러야 했다.

“아! 그래요? 그럼 저희도 얼른 준비해야겠네요. 음, 일단 애들 깨워서 밥부터 먹여야 겠어요.”

“그래, 그러자. 이제 곧 스타일리스트들이랑 매니저들도 오니까 말이야.”

편하게 휴식을 즐기는 것은 오늘 콘서트를 후회 없이 마무리한 뒤가 되어도 늦지 않으니 말이다.

음... 소정이가 방 1개를 혼자 쓰고 나머지 애들이 2명씩 방을 쓴다고 했으니까, 일단 소정이를 깨워서 나머지 애들을 깨워야 겠,

“미, 미안!”

하, 사고 쳤다.

깊게 생각을 못하고 그저 녀석들이 모두 자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심코 노크도 없이 문을 열어버렸다. 그 탓에 마침 샤워를 하고 나온듯한 녀석의... 알몸을 봐버렸으니 말이다.

순간적으로 문을 닫았지만, 남자란 생물 자체가 그러듯 이런 건 또 잽싸게 포착해내 기억에 남겨져버렸다. 너무나도 생생하게.

하... 미안하다. 미드 가지고 놀린 거. 피, 핑크.

어? 코, 코피?

============================ 작품 후기 ============================

미뇽이님 쿠폰 10장 감사합니다!

선추코 눌러주시고 원고료 쿠폰도 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

여러분 졸업논문이 이렇게 사람 괴롭히는 거였나요?

하......................................조교 개객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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