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4 2013 =========================================================================
#
“공감이 안 되잖아요. 지혁 씨처럼 큰 사람은.”
[푸왁]
[콜록, 콜록]
답답한 마음에 벌컥벌컥 들이켠 물이 그대로 테이블위로 쏟아졌다. 아니 지금 저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런 미친.
“아, 아니 뭐, 뭐가요?”
“아니, 뭔 소리야 이 사람이!”
“아무리 19여도 여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그런 내 반응과 함께 다른 게스트들 또한 예상 수위 이상의 발언을 쏟아낸 동협 선배를 바라보며 일제히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협 선배의 말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제가 강지혁씨랑 우연찮게 사우나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요. 제가 지금껏 실제로 봤던 사람들 가운데 가장 컸다고...”
[콜록, 콜록]
“사우나에서 다리를 쫙 벌리면서 땀을 빼는데. 와... 제가 크기로는 자격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인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하,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아니 멘탈이 나가버렸다. 머금었던 물이 입 밖으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콧구멍으로 나온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신동협, 저 사람의 입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게 문제였으니까.
이 프로그램 뭐야? 도대체? 제정신인가? 이게 요즘 예능의 수위인 것인가? 하, 멘탈 붕괴다. 진심.
“아, 물론 어깨요. 어깨. 아니, 왜 그러세요? 저는 어깨 말 한건데.”
“아니, 거기서 그럼 다리 쫙 벌리는 건 왜 말하는데! 이 사람이!”
“그래서, 저는 오늘 회식하고 나서 내일 사우나 갈 때 지혁 씨랑 같이 안 갈려고요. 왠지 그동안 저랑 같이 사우나가신 분들이 느꼈던 감정이 뭔지 알 것 만 같은... 아주 낯선 감정들이 정말, 정말 불쾌하더라고요. 와... 크기가 아주 애호박 아니 물론 어깨가 엄청.”
“아, 무슨 소리야. 이 양반이 진짜.”
“과장이 심하시네.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점입가경으로 다른 MC들이 신동협 선배의 멘트에 빠져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말았다. 아니, 방송에서 이런 멘트가 허용될 정도로 한국이 성진국이었던가.
마인사냥 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19금 토크를 메인 컨텐츠로 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하... 신동협.
아니, 19금 멘트를 던졌어도 마무리를 예능스럽게 끝내면 내가 그나마 이해는 해보겠다. 아니 노력을 해보겠다. 그런데,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제가요? 저 지금 완전 진지한데요?”
저 웃음 끼 하나 없는 행동은 말이다. 저러면 누가 봐도 예능이 아니라 다큐잖아!
“제가 목욕탕 다녀본 이래로 가장 큰... 아니 넓은 어깨라니까요?”
“진짜? 나 진짜 확인해본다? 내일 사우나 같이 간다?”
“나도 가 볼거야! 오늘 무조건 회식!”
“허진웅씨랑 성지경씨 두 분 다 저는 개인적으로 말리고 싶네요. 저도 어디 가서 어깨 좀 펴고 다니는 사람인데 솔직히 꿀리더라고요. 하...”
“와... 자존심 상해.”
“아니, 어깨 넓이는 딱 봐도 지혁 씨가 넓잖아요? 왜 그러세요. 지경씨.”
지금 누구 마음대로 나와 사우나를 같이 간다는 걸까. 저렇게 내 크기...와 관련된 얘기를 서슴없이 꺼내놓고 사우나를 같이 간다는 거는 결국... 확인한다는 거지 않은가.
내, 내 그... 그것을 말이다.
[지혁 씨는 지금껏 연애 경험이?
[아... 저는 지금까지 한 번 해봤어요.]
[와, 거짓말!]
[말도 안 돼!]
[예?]
[첫사랑이랑 2년 정도 사귀고 음... 차였다가 군대 갔는데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가 미쳤지. 모든 화의 근원은 입이라는 말이 오늘처럼 와 닿은 적이 없었는지라, 좀처럼 멘탈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그런 내게 탐욕스러운 하이에나처럼 질문을 던지는 MC들의 행동에도 제대로 대꾸를 못할 정도로 말이다.
내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러면 지혁 씨 이상형은 어떻게...?]
[저는 뭐... 얼굴 예쁘고 마음씨 곱고 몸매도 착하면 좋은데요.]
[저는 지혁씨 이상형이 입 큰 여자라고 생각했는데요.]
[예?]
[아씨, 이 사람이!]
[하...]
[예?]
그저 기계처럼 질문을 받으면 멍한 눈빛으로 대답을 하고 또 이를 기상천외한 멘트로 연결시키는 신동협 선배의 스킬에 멘탈이 나가고.
[만약에 연상을 사겼다. 그러면 지혁 씨는 반말 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누나, 누나 하면서 귀여운 남자친구로 남을 것 같나요?]
[아, 만약에 제가 연상이랑 사귄다면, 저는 그냥 반말 할 것 같아요.]
[하긴 뭐, 그 정도 크기면 연상이든 뭐든 받들어 모실,]
[이 사람이! 아까부터! 하, 나 진짜 확인한다? 내일 사우나 같이 간다?]
[아니, 지경 씨. 저는 어깨를 말 한거라니까요. 연상이든 연하든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어깨!]
[누가 어깨를 크다고 말해, 넓다고 하지! 이 사람이.]
그런 과정의 무한 반복이었으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녹화가 끝나고 스태프들이 도구들을 옮기려 할 때였다. 도대체 내가 여길 왜 온 거지?
“지혁 씨 오늘 제가 너무 짓궂었죠?
“저, 정말 팬이에요. 지혁씨. 오늘 많이 몰아서 미안해요. 방송이다 보니까...”
“허진웅이에요. 지혁씨. 정말 팬이에요.”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이렇게 돼버렸네요. 바쁜데 약속 지켜서 섭외 요청도 받아줬는데, 미안하게 됐어요.
그런데, 정작 날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촬영 때와는 180도 바뀐 MC들의 태도였다.
하이에나처럼 내게 달려들던 그들이 사람 좋은 얼굴로 다가와 날 위로했으니 말이다.
“오늘 회식은 지혁 씨가 좋아하는 걸로 하죠. 소고기?”
하, 분위기 파악이 안 된다. 하...
*
“형 왔어?”
콘서트가 다가옴에 따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다만,
“형 나랑도 같이 목욕탕 가보,”
“꺼져.”
말조심을 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지만 말이다.
허진웅@aodfkaz
[하... 졌다. 세상 참 불공평하네... 강지혁 그렇게 다 가져야만 했냐...]
[오전 11:21 - 2013년 4월 2일]
2182 리트윗 28302 마음에 들어요
성지경@jellyvltnl
[강지혁... 네가 사람이냐? 하... 졌다. 술로는 이겼지만, 난 졌다. 영원히 이길 수 없다. 강지혁을... 하...]
[오전 11시 30분 - 2013년 4월 2일]
3130 리트잇 17301 마음에 들어요
그때 회식을 가면 안됐었다. 아니 회식을 하고 그냥 집에 갔어야 했다.
[찝찝한데 사우나나 하고 가자. 지혁아. 그때 바나나우유도 있고 형 등 좀 밀어줘라. 사우나 하고 나서 형이 해장국 기가 막힌 곳 알거든? 거기서 해장국 사줄게.]
이미 술로 인해 한계에 도달한 상태에서 방송을 연상시킬 수 없게끔 나를 사우나로 이끄는 동협 삼촌의 제안을 거절 했어야 했다. 곁에서 나를 부축하던 지경 삼촌과 진웅 삼촌의 손길을 뿌리쳤어야만 했다.
하...
정신을 차려보니, SNS를 하지 않은 동협 삼촌을 제외한 두 삼촌의 SNS에 의미심장한 글들이 올라와있었다.
그날 녹화 장에 있었던 이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진짜 의미를 유추하지 못할 글이 말이다.
덕분에 그로부터 며칠 뒤 어제 방영된 마인사냥으로 인해 나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돼버렸다.
당장,
[강지혁 마인사냥 출연! 며칠 전 성지경과 허진웅의 SNS에 기재된 강지혁 관련 글의 전말이 드러나! 모두 다 가진 남자! 진정한 남자이기까지? 마인사냥 시청률 급상승!]
-난 처음에 허진웅이랑 성지경이랑 무슨 말 하는 지 몰랐음. 졸라 뜬금없어서 어그로인가 했는데...ㅋㅋㅋㅋㅋㅋ마인사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마인사냥에서 신동협이 한말이 진짜란 소리임? 그... 안 커졌는데 애호박... 그게 가능이나 함? 진심?
-자괴감 든다. 노래 잘해, 돈도 많아, 키도 커, 얼굴도 잘생겨, 어깨도 넓어... 거기다 그... 그것도 커? ㅅㅂ 세상 존나 불공평하네.
[강지혁에 대한 신동협의 목격담 사실? 허진웅과 성지경의 영문 모를 SNS글이 방송 직후 성지글로 추앙? 남자 중의 상남자 강지혁!]
-회식 때 술 졸라 먹여서 진짜 사우나 데리고 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징하다. 징해.
-지리네... 이제부터 무조건 형이다. 내가 나이 많지만 그래도 강지혁 너는 이제부터 영원한 형이다. 와...발기 안됐는데 애호박 만하다고? 미쳤네 진심.
-이정도면 강지혁 혼혈 아님? 팔다리 비율부터 그... 애호박까지... 진심...사기네..하....
[불멸의 명곡 섭외인줄 알았던 강지혁! 아름다운 누나, 웨딩 싱어즈, 하루세끼에 이어 또다시 섭외 함정에 빠지다? 연이은 예능 홈런에 강지혁 진정한 예능 블루칩으로 등극! 마인사냥 잭 팟에 다음 주 방영될 하루세끼 강지혁 편에 대한 관심 급등!]
-아...하루세끼도 기대되긴 하는데... 난 진짜 그 애호박 드립이 진짜라는 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뭐가 안 들어온다. 눈에...하......
-애호박이 보통이면 그냥 발기 안 되도 상관없는 거 아님? 와.... 진짜 진정한 승자네... 위너...
[연상도 굴복시키는 강지혁의 위엄! 신동협, 허진웅, 성지경을 굴복시킨 강지혁의 포스는 과연? 강지혁을 멘탈 붕괴시킨 마인사냥 MC들의 진행에 시청률 급등!]
-ㅋㅋㅋㅋㅋ진짜 신동협 인정해줘야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멘트 하나하나가 주옥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신동협이 총대매고 앞장서니까, 허진웅이랑 성지경 어시스트 지리네..ㅋㅋㅋㅋㅋㅋ어제 진짜 역대급 꿀잼이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강지혁 슬리퍼에 이어서 애호박 까지 ㅋㅋㅋㅋㅋㅋㅋ지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넷 포털 사이트부터가 미쳤으니 말이다.
하, 이러고 어떻게 거리를 다니란 말인가. 콘서트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지혁아 자랑스럽다! 우리 집안 남자들한테는 당연한거지. 암 그렇고말고.
이런 조카바보가! 문자를 보내도 이런 걸 보내? 지금 심란해죽겠는데!
*
[OFFICIAL ; 포이보스 뮤직 강지혁 단독 콘서트 EP 1. 삼촌의 역습/조카의 반격.]
-여러분들! 제주콘서트까지 일주일도 안 남았네요. 드디어 이번 제주, 서울 콘서트의 게스트가 확정되었습니다! 기존 공지 멤버에서 박재성, 성지경 선배님이 고정 초대가수로 그리고 제주 콘서트에는 Amiga, 서울 콘서트에는 Trendy 분들이 와주시기로 했답니다? 팬 분들 쏴리질럿!
-학생 분들은 공부 열심히 하시고 콘서트에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인사 꼭 드리고 오기! 꼭 약속해줘요! 알겠죠?
[고정 초대가수]
-유민재(포이보스 뮤직)
-박재성(JS ENTERTAINMENT)
-성지경(피쉬앤칩스)
-이수아(포이보스 뮤직)
-정승현(포이보스 뮤직)
-권수아(포이보스 뮤직)
-크리스 김(포이보스 뮤직)
[제주 콘서트 초대가수]
-Amiga(스타 뮤직)
[서울 콘서트 초대가수]
-Trendy(JS ENTERTAINMENT)
[P.S]
-모 방송과 관련된 루머는 모, 모두 사실이 아니에요. 여러분... 루머 때문에 요즘 투수아 얼굴 보기도 껄끄러워졌어요. 하... 동협, 지경, 진웅 삼촌. 얼른 수습하세요. 안 그러면 진짜 고소할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