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73화 (73/502)

00073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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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데뷔가 2년이나 미뤄졌다는 것도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이번 정기주주총회는 경영진의 영업보고 및 재무제표 승인 그리고 배당에 대한 결의가 의제 인만큼 그 밖의 사항은 별도의 주주총회에서 다뤄,......]

[4분기 연속 적자인데 무슨 배당입니까. 그러니까,......]

[Trendy는 그렇다 쳐도 갓식스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가다간,......]

가만히 앉아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단순 위임의사를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말에 충실했어야 했다.

하지만, 뭔가 난장판이 되어가는 듯한, 사회자조차도 장내를 수습하기 버거워할 지경인 상황 속에서 냉정함을 유지하기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아무런 대꾸 없이 그저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만 있는 삼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왔으니 오죽할까.

“저는 2대주주로서도 가수로서도 그리고 작곡가로서도 갓식스에게서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혹시, 사적인,”

“왜냐하면 제가 부사장님께서 지적하셨던 갓식스의 디렉팅에 관심이 있으니까요. 이유가 더 필요합니까?”

생각을 안 하고 내뱉은 건 아니다. 다만, 어떻게 된 게 내가 말하는 순간 갑자기 조용해지는 장내 분위기에 맞춰 시작된 부사장과의 대화가 뭔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내가 2대 주주라는 사실 때문이어서 일까. 그 후로도 언쟁이 있기는 했지만 주주총회는 처음과 같은 극한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은 채 끝을 맺었다.

다만, 끝이 났음에도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삼촌으로 인해 등 뒤에서는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지만 말이다.

*

[니가 하면]

네가 하면 Fantastic 내가 하면 시무룩

도대체 어째서 매일 내가 틀린 건지,

넌 항상 날 이겨먹으려고 해.

눈물만 흘리면 다야,

나를 끌리게 만들었던 너의 그 모습

이제는 날 매일 힘들게 하지.

과장된 너의 허언이

날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들어.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는 생각에

참고 견딜 수 있었어.

Any time, any word

makes me gloomy.

도대체 왜 내게 화를 내는 것일까.

다시 예전처럼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네가 하면 모든 게 옳은 것이 돼버려.

네가 하면 나는 잘못된 것이 돼버려.

그런 네가 너무 낯설어.

심지어 평상시에도 불안해져.

네가 갑자기 변해 버릴까봐.

도대체 왜 내게 화만 내.

다시 예전처럼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네가 하면 모든 게 옳은 것이 돼버려.

네가 하면 나는 잘못된 것이 돼버려.

그런 네가 너무 낯설어.

심지어 평상시에도 불안해져.

네가 갑자기 변해 버릴까봐.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넌 무조건 헤어질 거야.

나를 미치게 만들어.

다시 사랑하기 겁나게 만들어.

“그, 그게...”

매니저가 건넨 노트북에서 지혁이 하나의 파일을 재생시켰다. 꽤나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영원히 쓸 일도, 열어볼 일도 없을 줄만 알았던 파일을 말이다.

좁게만 느껴졌던 회의실에 좀 전 인원의 절반도 채 남지 않아서일까. 노래가 끝나자, 그 고요함이 배가되어 장내의 인원들을 스쳤다.

“아는 사람 고민 상담해줬는데. 그런데 그 후로도 자꾸 머릿속에서 뭔가 계속 떠올라서... 그런 적이 처음이라 뭘 해야 될지 몰랐는데... 그냥 그 다음날 작곡 수업 때 트레이너 선생님이 자기 경험담이나 누군가의 이야기에 깊게 몰입하면 악상이 바로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그냥 만들어 본건데...”

무엇인가 해명을 요청하는 듯한 박재성의 눈빛에 지혁이 입을 열었다. 말하는 와중에도 조금씩 머뭇거리기는 했으나, 박재성은 참을성 있게 지혁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다만,

“마침 그때 데뷔앨범에 자작곡 실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때 아줌, 아니 배연정 트레이너 선생님이 안무 팀 빌려줘서 같이 안무 영상 찍고 삼촌한테 제출하려고 했는데.”

“제출하려고 했는데?”

“그... 석 달 동안 안 나가서... 방출돼서...”

“하...”

지혁의 말이 이어질수록 한숨만 흘러나왔지만 말이다.

“그거 준비하느라, 월평 준비하기가 힘들어서 성적이...”

“그래서? 왜 아직도 이걸 가지고 있는 건데?”

“그... 고민 상담했던 애가 아니면 이 노래 주인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버리기는 싫었어.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누구 사연인데.”

“어?”

“아는 사람 고민 듣다가 노래를 만들었고, 데뷔 앨범에 수록하려고 했다며. 그럼 누구 사연인데.”

박재성의 눈빛이 회의실 한 쪽을 향했다. 그 또한 굳이 답변을 듣고자 물어본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조금 전부터 한 쪽 구석에서 유난히도 복잡한 표정을 한 채 지혁을 바라보던 이를 발견한 뒤였으니 말이다.

“후...”

물론 이런 그의 판단이 착각일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혁이 만든 지금의 노래 속 남자는 갓식스 속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기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도대체 내가 모르는 게 또 있, 후... 아니다. 오늘은 집에 와서 자. 알겠어?”

“응...”

한눈에 봐도 대답하기 난감해하는 지혁을 몰아 부칠 생각은 없었기에 박재성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JV는 애들 데리고 잘 생각해봐.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후회 없이 살아왔다 내심 자부했던 자신이지만, 요새 들어 이를 확신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묘한 감정이 그를 감쌌다.

혹시나 자신의 그런 오만에 놓치고 지나친 것은 없을까. 내가 판단을 잘못한 게 있지 않을까.

“Trendy 너희들은 오늘부터 삼일간은 휴식이니까.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쉬어라. 그동안 스케줄 힘들게 다닌 것 때문에 주는 휴식이니까, 삼일동안은 다른 것 하지 말고 푹 쉬어. 알겠지?”

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이어 뇌리를 스쳤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찌됐건 이대로 계속 앉아서 상념에 빠져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

“대박! 오늘 강지혁 봤어요? 완전 포스 쩔어!”

“오빠 멋졌습니다. 드라마 같았습니다!”

아직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 내부의 사정보다는 그저 중요한 자리라는 것만을 알고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트렌디 멤버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숙소를 가득 메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강지혁의 모습은 그녀들의 예상 밖이었으니 말이다.

중요한 자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꽤나 무서워진 장내분위기에 저절로 위축된 것도 잠시 회의실 분위기를 일시에 진정시켜버린 지혁의 멘트와 주주총회가 끝난 뒤 있었던 일까지.

“대박! 그때 완전 포텐 터질라고 했던거네.”

“그 사연 주인공 아무래도 갓식스 오빠들이겠지?”

“그러겠지 뭐. 근데 대박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더 실감나. 강지혁이 갓식스로 데뷔할 뻔했다는 거 말야.”

“수나도 멋있다고 생각해! 사연을 준 친구가 아니면 이 노래 주인공이 없다는 거!”

이렇게 복잡한 내부사정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일에 그녀들의 관심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안이었다.

다만, 한쪽 구석에서 유난히도 어두운 표정으로 멍하니 누워있는 이와 이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

[우리 지혁이가 다 컸네. 다 컸어!]

[삼촌이 미안하다. 미안해. 하마터면 우리 지혁이,......]

주총이 있던 날 술을 무진장 마신 삼촌의 술주정을 곧이곧대로 받아준 뒤 이틀을 더 삼촌 집에서 머물렀다. 독립한 날 때의 모습 그대로 정리정돈 된 내 방이 주는 편안함이 대단했으니 말이다.

“이름 숨기고 돈 써서 도시락 몇 번 챙겨주면 네가 우리한테 했던 짓이 사라져? 착각하지마라.”

그렇게 이틀 째 되는 날 집을 나서는 내게 삼촌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갓식스 멤버들이 내 노래와 안무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너희들 얼른 안 나와?”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환영받는 건 아니겠지만.

내게 한껏 가시를 드러낸 JV형이 연습실을 나가며 소리치자, 나머지 멤버들 또한 그 뒤를 따랐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일진데 JV 형을 따라나선 멤버들의 눈빛에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읽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 같다.

7인용에서 6인용으로 안무를 변경시키는 작업이나 녹음 작업 전부를 재성 삼촌이 전담하기로 한 이상, 내가 없어도 딱히 컴백에 지장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습해야 될 곳이 여긴데 내가 여기 있으면 멤버들 전체가 곤란할 테니까.

그런데, 그렇게 연습실에서 빠져나와 간만에 회사 휴게실 소파에 누운 내가 도리어 곤란에 빠져버렸다. 아니, 날벼락을 맞아버렸다.

[남자친구랑 사귄지 100일 째 되는 날, 여행을 떠나게 됐어요. 주말 동안요.]

[솔직히 이번 남자친구랑은 처음이라서 많이 긴장도 됐는데요. 그런데, 막상 저녁이 되고 잠...자리를 갖으려 할 때 문제가 생겼어요.]

[나, 남자친구 꺼가 너, 너무 작아서요. 저도 모르게 ‘에게?’ 라고 말해버렸어요. 저도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라 너무 당황했고 결과적으로 주말여행은 엉망이 돼버렸어요. 여행 다녀와서 남자친구랑은 연락도 안 되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갑작스럽게 다음 날 스케줄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의아했고 그 스케줄 내용을 접한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초대해도 되죠?]

[영광입니다. 선배님.]

[그래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회사 통해서 연락할게요. 그때는 회식도 하고 우리 조금 더 친해져서 서로 번호도 교환하는 걸로. 오케이?]

[네! 선배님! 연락만 주시면 무조건 나가겠습니다.]

[진짜죠? 약속한 겁니다? 그럼?]

[네!]

너무 뒤늦게 깨달아버렸다. 신동협 선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불멸의 명곡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지금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지혁 씨도 이 사연에 대해서 뭔가 느끼는 게 있나 봐요?”

“설마, 사연 주인공의 남친?”

방심해버렸다. 여기는 사자 소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 주인공 남친은 무슨 얼어 죽을 남친? 지금 뭔가를 귀에 담을 정도로 멘탈이 온전치 못한 상태였으면 다행이게?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동안 조용히 상황을 관망하던 신동협씨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긴, 저도 그렇고 특히나 지혁씨는 이 사연에 대해서 별 할 말이 없겠네요.”

“에? 그건 또 무슨 말?”

“이 사람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공감이 안 되잖아요. 지혁 씨처럼 큰 사람은.”

[푸왁]

[콜록, 콜록]

답답한 마음에 벌컥벌컥 들이켠 물이 그대로 테이블위로 쏟아졌다. 아니 지금 저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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