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9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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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케, 정아 놔두고 나왔네?”
2박 3일간의 하루세끼 촬영을 끝마치고 다음날, 연지와 간만에 얼굴을 마주보게 됐다. 뭐, 하루세끼 촬영동안 고생을 조금 해서인지 피곤하긴 했지만 말이다.
“정아 오늘 친구 만나러 간다 해서 그냥 나왔어.”
말을 하는 와중에도 눈은 바쁘게 움직였다. 검은색 코트에 스웨터 그리고 청바지를 입고 나온 연지의 옷차림은 무대의상에 비하면 수수하기 그지없지만, 청순한 느낌을 물씬 풍겼고 이는 내 마음에 쏙 들었으니 말이다.
그런 내 시선을 느껴서일까. 제법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주고받던 연지가 얼굴을 붉히며 애꿎은 젓가락만 탁자에 대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그 모습 또한 귀여웠는지라, 굳이 말리고는 싶지 않았다. 본인이 하겠다면 말이다.
“그래, 다음 컴백은 언젠데? 이번에도 미니로 컴백한다고 했지?”
“어? 응. 미니로 한 번 더 컴백하고 정규로 갈 것 같아.”
“그나저나, 웬일이래? 먼저 보자고 하고?”
“그, 그냥 보고 싶어서.”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니 뭔가 괘씸해졌다. 이게 뭐야.
“뭐야, 나 어장관리 하는 거야?”
“으, 응? 아, 아니야.”
나를 통해 전 남친을 투영했다는 연지의 말을 안 들었으면 모를까, 저렇게 대놓고 보고 싶다고 하는 거면 또다시 내게서 전남친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뜻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서인지, 연지가 눈에 띄게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나보다 6살이나 많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귀여움을 내보이며 말이다.
“장난도 못 치겠네. 뭐야, 반말 좀 한다고 너무 귀여워진 것 아니야?”
“뭐, 뭐가!”
“나이에 비해서 귀엽네? 팔색조인데? 매력이 넘쳐, 아주?”
뭐, 방금 전 멘트가 장난삼아 내뱉은 말은 아니지만, 더 이상 물고 늘어졌다가는 또다시 연지의 눈물을 볼 것 만 같아 장난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속내는 씁쓸하기 그지없었지만.
“아! 누가 나한테 고백해줬으면 좋겠네.”
“뭐?”
“깔끔한 거 아니야? 너도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고 나도 그렇고.”
“그, 그치만!”
“나도 이제 연애하려고. 첫사랑 때문에 3년 넘게 솔로로 지냈으면 충분하잖아? 그것도 내가 차인건데.”
“그, 그래도...”
“자꾸 보고 싶다느니 하면서 간 보거나, 나랑 전 남친이랑 헷갈리면 나도 가만있기 억울하잖아.”
“응...”
“다음에 봤을 땐 입장표명 확실히! 오케이?”
그래도 장난으로 넘어가는 건 이번까지 만이라는 것을 확실히 집어주고 싶었다. 방금 전 말마따나,
“만약 다음에도 이러면 그땐 전처럼 안 끝날 거야. 나 그렇게 착한 남자아니니까.”
이제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더 이상 휘둘리기 싫었으니까.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입장표명 늦었다가는 후, 회, 할, 걸?”
덤으로 얼굴 가까이 다가가 귀에 속삭여줬다.
“흐읍!”
놀라는 모습을 보아하니 뭐, 이정도면 복수로 딱 적당하지.
*
[신사의 품위 37.31% 시청률로 성공리에 막을 내리다! 또다시 자신만의 스타일로 스타 작가의 면모를 드러낸 이은숙, 완벽한 편집과 구성으로 극의 쫄깃쫄깃한 진행을 책임진 신유철 환상궁합 다시금 증명해내!]
[연기구멍 없는 캐스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내주는 작품 신사의 품위! 장동근과 김아늘을 비롯한 주연배우서부터 새롭게 연기의 길에 발을 내딛는 강지혁까지 어느 하나 틈 없는 강력한 연기력! 네티즌들의 호평 받아!]
내 첫 출연작인 드라마가 어제 종영했다. 비록 조연에 가까운 배역이지만, 나름 극 진행의 중심에 위치했는지라 감회가 새로웠다. 게다가 반응 또한 괜찮았고 시청률도 대단했기에 나로서는 연기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래봤자, 선배 배우들의 버스를 탄 것이지만.
그런데, 마냥 기분이 좋아질 기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JS 4분기 연속 적자! 주가 하락! 3대 기획사에 JS 대신 ANC가? 갓식스, 트렌디의 기대이하 성적에 투자자들의 기대치 하락!]
-후크 송을 기반으로 한 현 한국 걸 그룹 트렌드를 창시했다고 봐도 무방할 JS가 끝없는 추락을 맛보고 있다. 6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남자 아이돌 갓식스가 기대 밖 성적을 냈고 또한 미스에스 이후 7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트렌디 마저 중박에 그쳐......
[SD, YH, JS의 시대가 저무나? 훨훨 날아다니는 SD, YH와는 달리 JS의 부진이 두드러져. 새로운 강자 ANC가 JS의 자리를 위협...... 이미 시가총액에서 JS를 압도해......]
-와... 솔직히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음? 와...원더우먼이랑 4AM, 4PM, 미스에스까지... 장난 아니었는데...
-시총에서 JS는 ANC 상대가 안 됨. 애초에 4000억이랑 1400억인데? 하, 흘러간 옛 영광이여.....
[JS ENTERTAINMENT 이번 달 말로 잡힌 주총에서 변환 점 생기나? 16.43% 지분을 보유한 박재성에게 대적할 주주는 없으나, 마냥 다른 주주들의 의견을 외면하기엔 4분기 연속 적자의 영향이......]
내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만한 사항은 아닐지라도, JS ENTERTAINMENT는 나와 별개일 수 없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독립을 한 이래 삼촌 얼굴을 통 보지 못했다. 같이 살 때도 보기 힘들었는데, 나와 사니 오죽할까. 그래서인지 더 걱정됐다. 안 그래도 주총 문제다, 회사일이다 뭐다 해서 잠도 제대로 못잘 삼촌이 눈에 훤했으니 말이다.
[현재로서 박재성씨께 가장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은 주총에 참석하셔서 공개적으로 지지행동을 취하시거나 아니면 등기이사든 상임이사든 형식적인 직위라도 맡으시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자산관리사 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말이 자산관리사분이지 실질적으로 거의 20년 가까이 집안 대소사를 관리해주셨던 분인지라, 그때 당시에도 그 말을 흘려듣지는 않았지만, 막상 관련 기사를 보니 더욱 그럴 수가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하, 미치겠다.
*
진짜 미치겠다. 안 그래도 삼촌 문제로 복잡해죽겠는데, 사건이 터져버렸다. 아주 제대로 말이다.
복잡한 마음에 집에서 나가지 않고 그저 창문을 통해 바깥을 구경하고만 있었다. 도무지 적응될 것 같지 않던 집이지만, 아직 처음 구경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들어 가본 적도 없는 방이 있을 정도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제는 제법 내 집이라고 생각될 정도인 내부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이 바로 이곳 창문이었다. 바처럼 간이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된 이곳에서 보는 바깥 풍경에 시간가는 줄 몰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층수가 층수인지라, 주변 건물을 비롯해 한강변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광경을 볼 때면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혼자서 상념에 빠져있던 시간을 방해한 전화벨 소리가 솔직히 반갑지는 않았다.
내가 알기로 오늘은 스케줄이 없는 날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석현 형의 전화를 받고 도착한 약속장소에는 이미 프로젝트 데뷔 CP가 와있었다.
복잡한 마음에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한 시간 전의 나는 어디 갔는지, 프로젝트 데뷔 CP를 보자 1년 전이 떠올랐다. 프로젝트 데뷔를 통해 무대를 준비하고 탈락한 뒤 유럽 여행을 떠났을 그 때가 말이다.
“지혁 씨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듣게 된 말이 이러했는지라 나로서는 영문을 모르겠다. 저렇게 애타는 표정으로 내게 부탁할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싶었으니까. 막말로 그가 나를 이곳에 부른 이유조차 상상이 가질 않았는지라, 나로서는 내심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총괄CP의 얘기를 본격적으로 듣게 된 순간 나는 그들이 어째서 이런 저자세를 취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한 마디로 표절 작곡가 때문에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죄 없는 연습생들이 피를 보게 생겼다는 CP의 말에 나도 모르게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으니 말이다.
“첫 촬영까지 9개월 정도 남았지만, 이틀 뒤 프로그램 공고가 뜨면 작곡가들 대부분은 저희 쪽에 합류하기를 꺼려할 겁니다. 아무래도 지상파 눈치가 있는지라...”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만약 내 심정이 지금 상태가 아니었다면, 몇 달 전의 나였다면 이 제안을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한 두 달 뒤의 시급한 일도 아니고 9개월이나 남은, 물론 CP의 말을 들어보니 이것이 결코 긴 기간이 아니라는 것은 대충 알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팬 미팅과 토크 콘서트가 예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연기 핑계를 대며 음반 작업에 소홀히 한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일단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너무 갑작스럽네요.”
하지만, 미친 작곡가 한 명 때문에 연습생들이 피해를 보게 생겼다는 말에 쉽사리 거절 의사를 표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수락의사를 표한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바로 거절하지 않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지혁 씨 콘서트도 하셔야 돼서 많이 바쁘실 거란 걸 말입니다.”
하지만 CP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감지덕지 인가보다. 아마도 지상파 방송사들 눈치 때문에 다른 작곡가들은 그들의 제안을 모조리 거부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내게 더욱 간절했을 수 있다. 방송 출연 자체가 드문 나는 방송사들 눈치를 신경 쓰지 않는 특이케이스였으니까.
그런데, 뭐지?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콘서트?
*
[OFFICIAL ; 포이보스 뮤직 강지혁 단독 콘서트 EP 1. 삼촌의 역습]
[출연진]
-강지혁(23)
[출입가능]
-4만 2천명(제주도)
-6만 7천명(서울)
[일시]
-4월 11일(목)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제주도)
-4월 20일(토)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서울)
[참가방법]
- 사전예매(티켓 90%) : 4월 4일(13일) 오전 6시부터 아웃파크 티켓 사이트에서 1인당 최대 4매 구매 가능. (입장 시, 본인 확인을 위해 구입자 신분증 지참 필수!)
- 현장발매(티켓 10%) : 4월 11일(20일) 오후 2시부터 현장발매 선착순. (본인 신분증 소지 필수)
[티켓가격]
(제주 월드컵경기장)
-초대석 : 가수 본인을 위한 좌석입니다.
-S 500석: 150,000/1장
-A 2500석: 100,000/1장
-B 14000석: 70,000/1장
-C 25000석: 50,000/1장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초대석 : 가수 본인을 위한 좌석입니다.
-S 1000석: 150,000/1장
-A 5000석: 100,000/1장
-B 27000석: 70,000/1장
-C 34000석: 50,000/1장
[공연장소]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제주 월드컵경기장
[초대가수]
-미정.
-안녕하세요. 포이보스 뮤직 소속 뮤지션 유민재입니다. 먼저 저희 포이보스 뮤직 소속 뮤지션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저희 5남매들이 본의 아니게 일을 많이 벌였는데요. 그 중에서 5남매의 실질적인 주동자 강지혁 군덕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적이 많습니다. 하하... 아무튼 일 벌이는 것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일 좀 벌였습니다.
[PS]
-지혁아! 지혁아! 4월에 4만 2천명, 6만 7천명이나 수용하는 대형 콘서트가 열린데! 누구 콘서트냐고? 누구긴, 누구야. 너지.
-지혁아 첫 번째 제주 콘서트까지 20일 정도 남았네? 초대가수 섭외 비는 회사에서 팍팍 쏠 테니까, 알아서 잘 해보렴. 너 잘하지 않니? 이런 거.
-아 참! 그리고 5월에는 대규모 팬 미팅&사인회 있을테니까. 그것도 참고하고~ 기대해~
-지혁아 삼촌이 격하게 아낀다♥ (절대 도화지 출연 안 해줬다고 이러는 거 아님.)
-THE ONLY ONE분들 제게 힘을 주세요. 지혁이가 설마 자기 몰래 콘서트 기획했다고 취소하겠어요? 제가 끝까지 이 기획을 밀고 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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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추천 수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ㅠ
그래도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편안한 밤 되시고요. 저도 내일 학교가야되서 일찍 자보겠습니다. GOOD NIGHT!
PS. 물론 강지혁은 일찍 못 잘테지만요.
성실한 연재로 보답하겠습니다.
선추코, 정주행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