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5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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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혁 씨, 전체적인 일정 조율결과가 나왔습니다. 2월 17일, 25일, 27일을 공식 연습 및 촬영일로 잡고 나머지 출연진 분들이 시간 날 때마다 지혁 씨와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연습을 하는 걸로 정했는데, 괜찮으시죠?]
[네, 괜찮아요. 그런데, 축가 불러드릴 결혼식은 언제인가요?]
[3월 1일 금요일 오후 1시에요. 저희 촬영 팀과는 오전 중으로 접선해서 자연스럽게 촬영 진행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혁 씨 괜찮으신가요? 전날 촬영스케줄 있다고...]
[아! 괜찮아요.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지혁 씨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첫 촬영 날 뵙겠습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간과했던 게 ‘청혼하는 거에요’라는 곡이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 맞는 곡이라는 거였다. 가수가 아닌 이가 부르기에는 조금 난감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부랴부랴 편곡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유석재 씨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대표 MC답게 스케줄이 많으셔서 연습할 시간도 따로 마련하기 힘드실 텐데 걱정이다. 어쩔 수 없다. 해보겠다며 의지를 다지던 그 모습을 믿고 공식 연습 날 최대한 가지고 있는 역량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지혁아,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준비해라.”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긴 탓인지 시간 감각이 사라졌나보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보니 말이다.
“형은 회사에서 대기타고 있을 테니까, 또 택시타고 올 생각하지 마라. 알았지?”
“안 그래도 되는데...”
“쓰읍! 형이 하는 일이 이거니까, 너는 형 걱정 말고 네 할 일만 잘하면 되.”
언제 끝날지 모를 촬영일진데, 회사에서 굳이 기다리겠다고 하는 형이 미련스러워 보이면서도 고마웠다. 하,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석현 형은 보통 이런 경우, 자신의 뜻을 꺽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럼 잘 갔다 와라. 뭐, 필요한 거 있으면 형한테 톡하고!”
그렇게 형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네가 진짜 은이 아들이야?]
[몇 살인데?]
[열일곱인데요.]
[고등학생 아냐? 가출 했어?]
[가출 아니고 여행인데요.]
실제로 이번 작품에서 내가 맡은 역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다만, 극의 중후반 진행의 중심에 서있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근데 우리는 왜 찾아왔어?]
[돈이 다 떨어져서요. 한국에 마음 붙일 곳도 없고 돈도 없어서 당분간 신세 좀 지려고요]
[엄마는?]
[엄마는 저 여기 온 거 몰라요. 근데, 네 분 말씀 많이 들었어요.]
사실 내가 맡은 배역이 주연급이었다면 오늘 촬영이 이렇게 짧게 끝나진 않았을 것이다. 대기 시간이 2시간 정도에 실제 촬영시간은 채 30분이 되질 않았으니 말이다.
“연기를 꽤 오래 배웠나 봐요?”
“발성이야, 가수니까 이해는 하는데. 감정 선이라든지 표정연기라든지 기대 이상인데?”
“그... 연습생 때 연기수업을 받기는 했는데, 이번에 드라마 출연 결정하면서 희연 누나랑 미애 누나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운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선배 배우 분들의 말마따나 내가 진짜 연기에 있어서 뭐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했던 NG문제는 없었다.
뭐, 처음 긴장해서 NG 서너 번 난 것 빼고는 이렇다 할 촬영 중단이 없었는지라, 촬영이 빨리 끝난 것도 있다. 그게 아니었다면 새벽 내내 30분이 아니라 서너 시간을 찍었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우와 정말? 어쩐지. 뭐, 대사가 짧은 편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처음 한 것 치고는 감정선 유지하면서 하는 게 제법이더라고.”
“이거, 꽤나 걱정했는데 덕분에 촬영도 빨리 끝났네?”
“아, 아니에요. 아직 많이 부족해요...”
뭔가 숨이 막힐 듯한 비주얼 속에 갇혀있다 보니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솔직히 지금껏 살아오면서 외모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183CM의 키에 어깨도 넓고 내 스스로 얼굴도 평타이상은 친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또 지금 눈앞에 있는 배우 분들 앞에서는 다른 얘기가 돼버렸다.
하, 이래서 오징어는 서럽구나. 서러워.
*
“여, 여기가...?”
“네, 박재성 씨가 지혁 씨 명의로 분양받으신 곳입니다.”
이 양반이 지금 장난하나. 하, 진짜 이런 조카바보가!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독립이야?]
[그냥...]
[안 돼.]
[삼촌도 결혼해야지.]
[그거랑 네가 나가 사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누가 결혼 한데? 절대 안 돼.]
[삼촌 연애하는 것도 방해되고...]
[무슨 개똥같은 소리야? 그런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넌 신경 안 써도 돼.]
[난 이집에 사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좋겠어. 삼촌이 결혼해서 숙모도, 사촌동생도 생겨서 같이 바비큐 파티도 하고... 독신이니 뭐니 그러지 말고.]
[크흠...]
[삼촌이 결혼해서 아들도 낳고 딸도 낳으면 숙모한테 물어봐서 들어올게. 그럼 되지?]
[그런 걸 뭘 물어봐! 네가 들어와서 살고 싶다면 사는 거지!]
[어휴... 삼촌 그러다가 진짜 숙모한테 엄청 구박 받아. 사랑받는 남편이 돼야지.]
간만에 서로 아침을 같이 먹을 때였다. 그동안 속으로 벼려왔던 독립 얘기를 꺼내자마자, 얼굴을 굳히며 반대를 확언하는 삼촌을 달래고 또 달랜 끝에 독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다만,
[너 살집은 내가 알아볼 테니까. 넌 지금 하는 드라마 촬영에만 신경 써. 그리고 나중에 집에 들어와 산다는 말 꼭 지켜. 알겠어? 내 핑계대고 독립하는 것 까진 봐줄 테니까.]
[그리고 집에 여자 들이는 건 좋은데, 피임은 꼭하고! 여시 같은 것들이 너같이 착하고 잘생기고 능력 좋고 뭐 하나 안 빠지는 애들을 노린,...... 연애는 상관없는데, 결혼은 그래, 민아처럼 참하고 시댁 잘 챙기고 조신하고 내조 잘 할 것 같은 애들이랑 해야 되. 알겠지?]
[삼촌은 연상처럼 너 휘어잡거나 아니면,......]
뭔가 일을 크게 벌린 것만 같은 불안함과 폭풍 잔소리를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헌데, 그 불안감이 현실화 돼버렸다.
“13년 하반기부터 정식 분양이지만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다 보니, 개별적인 분양은 올 초부터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68층부터 71층에 구성된 최상위 펜트하우스는 아니지만, 지금 서계신 고층 부는 61층부터 67층까지 총 56세대로 구성된 만큼 사생활 적인 문제나 보안, 방음에 있어 걱정하실 필요가 전혀 없을 겁니다.”
“여, 여기가 몇 층이라고요?”
삼촌이 다 알아서 한다는 말을 듣고 알겠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 안했다면 독립은커녕 그나마 잘되고 있는 것만 같던 연애도 안할 기세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너무 마음을 놓고, 아니 방심을 너무 했다. 하, 진짜 이 조카바보가...
“여기는 지금 67층입니다. 비록 펜트하우스 층이나 서브 펜트하우스 층 그리고 중층 부처럼 복층 형은 아니지만, 평수에 있어서 그다지 차이가 없을뿐더러 펜트하우스 층을 제외한 가장 높은 층이라는 점 때문에 비교적 높은 시세를,”
“저보고 여기서 지내라고 아니 분양을 받았다고요? 제 이름으로요?”
“예, 강지혁 씨 명의로 분양이 완료된 상태이며 오늘 당장 입주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층별 자세한 사항은 여기 서류를 확인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펜트하우스 / 68~71층 / 220평~330평 / 복층 형 7세대
고층 부 / 61~67층 / 100평 / 56세대
서브 펜트하우스 / 57~58층 / 85평~112평 / 복층 형 11세대
중층 부 / 44~56층 / 60~100평 / 149세대
얼떨결에 받은 서류더미를 보고는 있지만 전혀 두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하, 미치겠다.
“보유하신 현금 잔액으로는 분양을 받기가 힘들어 일단 박재성씨 계좌에서 부족한 부분을 충당했고 이에 대한 증여세는,”
“여, 여기는!”
“집구하는 건 삼촌 분이신 박재성씨께 일임했다고 일주일 전 통화로...”
“하...”
진짜 내가 삼촌 때문에 미치겠다. 미쳐.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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