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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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의 연인, 체코의 연인, 인 에어, 시티 헬, 시크릿 정원을 집필한 스타작가 이은숙의 귀환! 시청률 찰떡궁합 신유철 PD와 뭉친 이은숙의 새작품 신사의 품위! 첫 화부터 시청률 15.9% 달성!]
[장동근, 감수로, 이중혁, 김민중 캐스팅에 이어 김아늘까지? 초호화 캐스팅에 걸 맞는 시청률로 또다시 역대급 작품 탄생을 알려!]
[이은숙, 신유철의 ‘신사의 품위’ 제작진 측 曰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 배우들을 비롯한 스태프들 모두 최고의 작품이 만들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더욱 기대하셔도 좋을 듯.”]
첫 화 방영이 되자마자 각 포털 사이트에 관련 기사들이 개제되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 대본을 받고 캐스팅을 수락할 때부터 느낀 거지만, 진짜 캐스팅은 봐도, 봐도 미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더욱 부담이 됐지만 말이다.
게다가 신사의 품위 캐스팅과 이은숙, 신유철이라는 흥행보증수표 조합에 대한 기사들도 많았지만,
[속보! 화제의 드라마 ‘신사의 품위’에 가요계 음반깡패 강지혁이? 제작진 측 曰 “강지혁 군이 맡게 된 극중 배역은 중반부터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인만큼...... 연기력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을 것임을 자신할 수 있으며...... 기대하셔도 좋을 듯”]
나에 대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보였는지라, 이러한 부담은 더욱 무게를 불려 내게로 다가왔다.
-강지혁이 연기를? 뭐임 이거? 여기서 말하는 강지혁이 내가 알고 있는 그, 가수 강지혁?
-헐... 대박.
-솔직히 아이돌 끼워서 홍보 좀 하고 시청률 올리겠다는 뭐 그런 캐스팅 아님? 강지혁이 연기를 해본 적도 없는데 캐스팅 한거 보면?
-미친, 장동근 나오는 데 아이돌이 필요함? 아이돌 없어도 장동근 하나면 홍보 끝인데? 거기다 감수로, 이중혁, 김민중에다가 김아늘까지 있는데 무슨 홍보타령임?
-뭔가, 위에 댓글이랑 위위 댓글 둘다 말이 안되는 건 아닌데... 쩝... 불안하다. 왠지 강지혁 흑역사 나올까봐... 하... 강지혁은 흑역사 있으면 안되는데..................
-님들 설레발 ㄴㄴ요. 아직 출연한 것도 안나왔는데 설레발 집지 맙시다. 일단 연기하는 거 보고 까도 까야 될 듯.
내가 언급된 기사의 댓글들을 보니, 손에 들려있는 대본의 무게가 사뭇 무겁고 진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 괜히 한다고 했나? 쩝
*
[평소 음악을 많이 듣는데, 이어폰으로 듣는 것보다 헤드셋으로 듣는 게 낫다고 해서요. 요즘엔 블루투스 헤드셋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보시는 제품이 모델명 MDR-1000X으로 최신 노이즈 컨트롤 기술과 블루투스......]
[여기 매장에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걸로 주세요. 선물이니까 포장도 해주시고요.]
[지혁 씨, 저 정말 팬인데요. 사인 한 장만...]
근처 헤드셋 매장에 들러 선물을 구입한 뒤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감사합니다! 선물 받으신 분도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점점 나를 알아보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계획이고 뭐고 다 엉망이 돼버릴 테니 말이다.
“형,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거기 너 옆에 봉투랑 케이크 상자 있지? 확인해봐. 혹시 모르니까. 그리고 음식들은 업체에서 이미 연습실에 다 마련해놨다더라. 그나저나 걔는 생일날 팬 미팅이나 뭐 그런 거 안 한다니?”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생일 인만큼 녀석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미리 석현 형에게 부탁했는데, 다행히 준비가 잘 됐나보다.
“데뷔하고 첫 생일이라, 멤버들이랑 같이 보낸다던데? 뭐, 저녁까지 스케줄이 있어서 그런 거 일수도 있고. 어쨌든 8시쯤에 스케줄 끝나고 잠깐 연습실 들렸다 갈 예정이라니까, 그 전까지는 도착해야 돼, 형.”
“그걸 아는 놈이...”
정작 내가 늦어버렸지만 말이다.
“아! 이거 전부 선배님이 준비하신거에요?”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이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오늘 스케줄 있다고...?”
“아! 저랑 재연 언니랑 나정 언니는 스케줄이 일찍 끝나서요. 저희도 지수 언니 생일 파티 해볼까 생각중이어서 연습실 왔는데 누가 먼저 준비해놨더라고요?”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아마도 똑쟁이 지수가 자기 물건을 연습실에 놓고 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나보다. 이 모든 게 멤버들끼리 지수의 생일 파티를 해주려는 목적이 이뤄낸 성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스레 어색해졌다.
뭔가, 처음부터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여기 이거 제 선물이랑 케이크인데요. 지수 오면 오빠가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주세요. 여기 있는 음식은 나눠드시고요. 그럼 저는 이만.”
괜히 멤버들끼리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꼬맹이에게 선물을 건넸다. 뭐, 계획이 어긋나긴 했어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내가 지수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지수가 알기만 한다면 딱히 다른 건 상관없었으니까.
“네? 준비 다 하셨으면서, 지수 언니 얼굴 안 보고 가세요?”
“아니에요. 괜히 멤버 분들끼리 시간 보내시는데 제가 끼면 안 되죠. 그럼”
꼬맹이가 나를 붙잡는 듯한 행동을 취했지만, 웃는 표정으로 만류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만 아니었으면 말이다.
“지수 생일인데, 어디가. 얼굴 보고 가.”
그동안 무시로 나를 대하던 녀석의 말에 절로 발걸음을 멈추고야 말았다.
“어?”
초밥 집 고추냉이 사건 때 나를 도와주고 그 뒤로도 말없이 눈빛을 교환한 적은 있었지만 녀석이 나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먼저 말을 건 적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하물며 녀석의 옆에는 재연이 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수 생일이니까, 가지 말라고. 지수도 너 있는 걸 더 좋아 할 거야.”
비록 말투자체가 조금 싸늘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녀석과 하고나니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렸다.
“우와! 제가 말했을 땐 그냥 가시더니, 나정 언니가 얘기하니까 바로! 지혁 선배님 나정 언니 팬이세요? 너무해!”
그런 내 표정에 뭔가 재밌는 걸 발견한 듯한 꼬맹이 녀석의 멘트에 바로 사라졌지만 말이다.
하, 진짜 몇 대 맞을래? 하...
*
[별]
키가 작고 얼굴이 좀 못 생겼어도
나는 빛날 준비가 되어있어.
스스로 빛날 수는 없지만
나는 빛날 준비가 되어있어.
내 선율
내 가사가 주변에 닿아
변해가는 세상을 볼 때면
또렷해지는 내 꿈.
어릴 적 처음 봤던 태양처럼
나는 빛날 준비가 되어있어.
......
“생일 축하한다? 내 동생.”
피아노 건반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뗀 뒤 지수를 바라보았다.
꽤나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에게 다가가자, 그제서야 지수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치...”
행사를 끝내고 바로 온 듯 무대복장을 한 채 내게 안겨오는 지수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뭐, 그동안 내가 생각해도 지수에게 많이 무심했고 또 서운하게 만들 짓을 했으니 말이다.
“10년 동안 연습생 생활하느라 힘들었지? 고생한 만큼 앞으로는 가수로 많은 사랑 받길 바랄게.”
말이 10년이지, 지금껏 살아왔던 날의 반 정도를 연습생으로서 지내온 것이다. 아무런 기약 없이 오로지 춤과 노래만 하면서 말이다.
그나마 서로 같은 처지인 사람이 있다는 게 그 당시에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됐는지 모른다. 수없이 많은 데뷔기회를 때로는 실력, 때로는 불운 때문에 놓칠 때마다 언제나 곁에 있던 서로였으니까.
그렇게 내 품안에서 훌쩍거리는 녀석의 등을 다독여주다, 어느새 촛불을 붙인 케이크의 등장에 지수를 품안에서 놓아주었다
“하나, 둘, 셋 하면 후! 부는 거다?”
“하나!”
“둘!”
“셋!”
[후우!]
“생일 축하해!”
“축하한다. 지수야!”
“축하해, 언니!”
멤버들의 축하를 받으며 행복해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내게 찾아왔다.
연습생 시절 늘 상상하던 미래의 내 모습이 지수를 보는 순간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수는 이뤘고 나는 이루지 못한 미래이지만 말이다.
“오빠, 이건 뭐야?”
그러다, 내 생일 선물박스를 본 지수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무심코 과거 상념에 빠지기엔 지금은 너무 행복한 순간이니까 말이다.
“계속 이어폰 끼면 귀 아프니까, 차라리 헤드셋 쓰면 어떨까 해서. 오빠가 헤드셋을 잘 몰라서, 좋은 거 달라고는 했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치... 저번에 준 가방도 엄청 비싼 거잖아. 너무 비싼 것 같은데...”
솔직히 헤드셋이니 이어폰이니 잘 몰랐다. 나 같은 경우는 그냥 집에 있는 삼촌 것을 쓰곤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포장을 벗겨 헤드셋을 확인해본 지수의 얼굴을 보니, 제법 마음에 드나 보다. 벌써부터 헤드셋을 써보며 기뻐하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런 녀석을 말없이 바라보다, 문득 품안에 담겨있는 상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건 목걸이인데, 지수 남자친구 생기기 전에 오빠가 먼저 챙겨주고 싶어서. 2월 탄생석이 자수정이라고 해서, 일단 디자인은 그냥 오빠 취향대로 골랐는데, 어때?”
그런 녀석을 말없이 바라보다, 문득 품안에 담겨있는 상자가 떠올랐다. 오늘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준비했던 또 다른 선물을 말이다.
이번 생일로 녀석이 벌써 21살이나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꽤나 놀랐었다. 알아왔던 지난 세월이 긴 만큼이나 말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흔히 하는 액세서리를 해주고 싶었다. 제대로 된 걸로 말이다.
그런데, 말이 자수정이지 금이 더들어간 것 같다. 지수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해줘.”
뭐, 굳이 금 들어갔다 말 안 해도 해달라고 하는 걸 보니, 마음에 쏙 드나보다.
“마음에 들어?”
“응...”
쑥스러운 표정으로 내 앞에서 사르르 돌아보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녀석이 어느새 성인이 되고 또 가수가 됐다는 사실이 꽤나 묘한 감정을 내게 가져다주었으니까.
그런데, 역시 나란 사람은 어리석은 것 같다. 항상 방심하니까.
“선배님, 지수 언니 목걸이 해주시는 게 너무 익숙해요! 많이 해보신 것 아니, 아얏!”
하, 나도 모르게 양손으로 꿀밤을 날려버렸다. 아, 얄미워. 도저히 못 참겠다.
그냥 말 놔라. 몇 대 더 때리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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