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60화 (60/502)

00060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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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에 몰입하고 가사에 감정을 싣는 것은 좋아. 하지만, 연기는 감정을 싣는 것만이 다가 아니야.”

JS 연습생 시절 데뷔의 문턱에서 항상 좌절하곤 했다. 자체적으로든 외부적 영향으로든 두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좌절에 삼촌을 원망해보기도하고 또한 다른 외부적 영향들을 탓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탓하며 현실을 부정 해봐도 결과적으로 그 결과의 원인은 내 자신이었다. 슬프게도 말이다.

그래서 하나 둘 내 자신의 능력을 더해갔다. 데뷔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만들었던 나이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 터, 그렇다면 그 외적인, 혹시나 데뷔에 꼬투리가 될 만한 것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보컬, 춤, 작사, 작곡 그리고 연기까지.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수강할 정도로 나는 내 스스로를 혹사시켰다. 그래서일까. 보컬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도 못했다.

뭐, 결과적으로 내 마지막 데뷔 기회를 없애버린 것은 이러한 점이 아닌 다른 것이 돼버렸지만 말이다.

“대본을 통해 배우는 자신만의 감정 선을 정해야 되고 적어도 한 씬 동안은 그 감정 선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미묘하게 조절할 줄 알아야해.”

하, 그나저나 너무 어렵다. 갑자기 연기를 배워야한다는 것부터 이를 가르치는 이가 대단한 이들이라는 것까지 전부 말이다.

“그래도 지혁이가 한 달 동안 잘해줘서 누나가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네. 미애가 말한 것도 잘 되새기고 알겠지?

결국 수락해버렸다. 신사의 품위라는 작품을.

하고 싶어도 기회를 얻지 못해 자신이 지닌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라는 민재 삼촌의 말과 이런 내 사정을 알고 한달음에 달려와 특별 연기수업을 맡아준 누나들의 적극적인 설득에 나 또한 수락 쪽으로 마음을 정한 것이다.

정작 마음가짐에 비해서 실력이 형편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런데, 오늘 영 집중을 못하네? 우리 지혁이?”

뭐, 오늘 같은 경우는 본래의 실력뿐만 아니라 다른 것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또 귀신같이 알아차린 희연 누나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봤을 때 앗 차! 했지만 말이다.

“아, 죄송해요. 누나.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요.”

“그래? 뭐, 심각한 건 아니지?”

“그럼요. 누나, 저 연기 수업 맡아주셔서 감사해요. 괜히 번거롭게...”

“에이, 우리 지혁이가 연기한다는 데 누나가 도와줘야지. 보니까, 제법 기초도 탄탄하고 가수라서 그런지 발성이랑 감정 몰입하는 거는 완벽해서 누나도 가르치는 재미가 있는 걸?”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회사 휴게실까지 친히 와서 연기 수업을 해준 희연누나인지라, 웬만해서는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 정도로 지금 내 머릿속은 잠시 뒤 있을 선약에 쏠려있었으니까.

*

서로 만난 지 10분이 다돼 가도록 우리는 입을 열지 못했다.

요염하게 나를 올려다보던 눈빛 그리고 시종일관 나를 쾌락에 빠뜨린 붉은 입술.

순간 눈앞의 상대가 기억속의 그녀가 맞는지 의심했을 정도로 연지 누나의 눈동자는 이미 젖어있었다.

“비슷해. 네가.”

그런 내 시선을 느껴서 일까. 말없이 커피로 입을 축일 뿐이던 누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딱 봐도 그리 가볍지 않은 내용을 예고하는 듯해 나 또한 잔을 내려놓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해서였어. 제주도에서 내가 너한테... 그랬던 거. 네가 기억 못하는 것 같길래, 묻어 두려했어. 너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너무 한심했으니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아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 잘 모르겠어. 너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네게서 그 사람을 보고 있는 건지.”

술이 이 모든 사태를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나를 통해 전 남자친구를 떠올렸다는 점에 있었다. 물론, 누나 입장에서.

“미안해. 나 진짜 원래 이러지 않는데... 나도 모르겠어. 내 자신이. 안 그래도 제주도 때 일로 조금 그랬는데... 네가 가요대전에 매일 밤을 부르니까... 나도 모르게...”

그래도 다행이다. 드문드문 말이 끊기긴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누나의 심정을 알 수 있었으니까.

내 얼굴을 볼 용기가 없는 것인지,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만 꼼지락 거리는 누나를 보자니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정작 내 속내는 해결된 게 없는데 말이다.

“으이구! 겉만 늙어서는!”

“응... 응?”

흘러나온 웃음을 주워 담기보단 상황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 사랑을 나눌 자신은 나 또한 없었을 뿐더러 그때의 내 행동이 단순 욕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밝혀낼 자신 또한 없었으니까.

“술 좀 줄이자. 우리.”

“응?”

“솔직히... 누나만 보면 그때 생각이 안날 것 같진 않아.”

“응...”

솔직히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아...]

[나, 나 오늘 위험한 날이야...]

[너... 너무 커...]

[크윽...]

[기분 좋았어?]

남자라면, 성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남자라면 그 누구라도 그녀의 뇌쇄적인 표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능숙한 혀와 손놀림을 잊지 못할 테니까.

“전처럼 친한 누나, 동생으로 지내보자.”

“저, 정말?”

“너도 그렇고 나도 그런데 뭐가 문제야. 그래서 나랑 이제 연락도 안하려고?”

“응? 아니,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내가 다가오는 건 조금 그렇다 이거지?”

“응...”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녀의 심정인지라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수용 가능할 만한 방안을 선택했을 뿐.

“전처럼 지내보자. 가끔 만나서 밥이나 먹고 친한 가요계 친구로. 그럼 된 거지?”

“정말 그래도 되?”

“말했잖아. 나도 너랑 같다고.”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주변 이성들의 접근 그리고 점점 느껴지는 외로움과 이에 반응해 커져만 가는 두려움. 이 모든 것들로 인해 연애감정을 애써 억눌러왔던 나이기에, 그때의 행동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술기운과 욕정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그저 그녀의 몸을 가지고 싶었고 또한 잊고 있었던 쾌락을 되찾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눈앞에 있는 연지로 인해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뭔가 큰 고비를 넘긴 듯이 애써 울음을 참던 좀 전과는 달리 안정을 찾은 듯한 그녀를 보며 애써 욕구를 억눌렀다. 안정을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눈동자를 부지런히 굴리며 내 눈치를 보는 듯한 그녀의 행동을 통해 지금 내가 느끼는 욕구가 추악하게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눈동자를 굴리는 게 내 눈치를 보려는 의도 뿐만은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왜 반말해?”

뭐, 그렇다고 해서 바뀔 건 없겠지만.

“난 원래 반말해. 누나 아니면.”

“나, 누난데...”

“친한 친구로 지내자했지. 누나, 동생으로 지내자는 말은 안했는데?”

“어?”

“누나, 동생으로 지내기에는 너무 간 것 같아서. 그냥 친한 친구사이 실수로 덮으려고.”

오히려 당당히 반말을 하는 내 모습에 당황한 듯 했다. 나를 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렸으니까.

“그래서 싫어?”

“어, 어?”

“남들 앞에서는 누나라고 할게. 그럼. 됐지?”

“어? 응...”

“오늘 생일이라서 저녁에 팬 미팅 있다며. 나랑 점심이나 먹자. 사줄 테니까.”

모르겠다. 재연과 헤어지고 첫 한 달, 클럽을 전전하며 여자 없이, 술 없이 잠을 이뤄본 적이 없었던 그때 이후로 처음 이성과 키스를 나누고 그 이상을 넘봤다는 것에서 여전히 속내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마음 한쪽에서는 익숙한 감정이 느껴졌다. 해야 될 방학숙제를 미루던, 지금 당장 놀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던 그때 느꼈던 감정을 말이다.

*

“특별주문으로 금일 세 시간 전부터 조리된 바비큐 스테이크 도시락 300개입니다. 지금 드시면 따뜻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음료는 신선한 과일 주스로서 종류는 오렌지, 자몽, 키위, 망고, 아사이베리가 있으며 각각 60개 총 300개 수량입니다. 도시락과 음료 수량 체크 부탁드립니다.”

Trendy 멤버들과 갓식스 멤버들은 눈앞에 놓여 진 도시락박스와 음료 병들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저번 추석 아운대 때와는 달리, 이번에 JS에서는 오로지 그들만이 아운대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벌써부터 주변의 주목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한 눈에 봐도 엄청나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도시락과 음료는 주변 아이돌들의 앞에 놓여진 도시락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심지어 음료가 담겨있는 게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이었으니 오죽할까.

“이거 또?”

그래도 저번 추석 아운대에서 이미 이와 유사한 도시락을 받아봐서일까. 갓식스 멤버들이 도시락 수량을 세기 시작했다. 제법 익숙한 듯 말이다.

그래봤자, 가슴속에서는 계속해서 의아함이 남았지만.

“저희 이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동대문 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식사시간 되십시오.”

수량을 확인했다는 증명이라도 된 듯, 갓식스 리더 JB의 서명을 받은 배달원이 자리를 벗어나자 그제서야 Trendy 멤버들이 도시락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빠들 이거 뭐야? 원래 회사에서 이렇게 준비해주는 거야?”

“이거 엄청 비쌀 것 같은데...”

말이 도시락 300개지, 개당 1만원씩만 잡아도 300만원이었다. 하물며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놓여진 도시락은 족히 3~4만원은 나갈 것 같았기에 Trendy 멤버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아무리 그들이 JS의 미래라고 불리는 차세대 아이돌 그룹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투자는 예상 밖이었으니 말이다.

“헐, 대박! 도시락 테이크아웃 가격이 25,900원이고 음료 가격이 6,700원이야. 그럼 이게 다 얼마야?”

게다가, 그새 도시락에 새겨진 로고를 보고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봤는지, 다희의 입에서 튀어나온 도시락의 가격에 Trendy 멤버들은 물론이고 갓식스 멤버들 또한 말을 잇지 못했다.

“너희들 이번 점심 도시락은 특별주문이니까, 맛있게들 먹어라. 저녁은 평범한 도시락이니까 말이야.”

“매니저 형! 이거 설마 저번 추석 때 저희한테만 왔던 도시락,”

“나도 잘은 모르니까, 나한테 물어봤자 나올 것 없다. 자! 그만 꾸물거리고 팬 분들한테 도시락 가져다 드려야지?”

그나마, 매니저에게 자초지종을 확인하려던 잭슨이 그 뜻을 이루지 못했기에, 갓식스 멤버들과 Trendy 멤버들은 의아함을 가득 품은 채 저마다 도시락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찌됐건 지금은 맛있는 점심시간, 게다가 그들과 그들의 팬들이 먹을 도시락은 최고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도 깜짝 선물을 받아 놀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특별주문으로 금일 세 시간 전부터 준비된 치즈 케이크 올리비아입니다. 음료는 신선한 과일 주스로서 종류는 오렌지, 자몽, 키위, 망고, 아사이베리가 있으며 케이크와 음료 모두 180개 수량입니다. 수량 체크 부탁드립니다.”

“이게 저희 꺼 라고요?”

Amiga 멤버들 또한 뜻밖의 선물을 맞이하고 있었다.

작년 추석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회사에서 직접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팬 분들에게 막 이동하려던 찰나 자신들을 찾아온 일련의 상자들 때문에 그들은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miga 멤버들은 JS 가수들과는 달랐다. 그녀들은 이 선물이 누가 보낸 것인지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지혁이가 너희 1위 한거 축하한다고 도시락 보내겠다고 한거 내가 하지 말라했더니, 이걸 보낸 것 같네? 자식이, 보내지 말라니까.”

“역시...”

“지혁 오빠가 또 보내주셨어요?”

“하... 동갑은 내 스타일 아닌데. 자꾸 어필하네? 흠... 동갑이라.”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게 된 Amiga 멤버들의 입에서 저마다의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마치 오빠처럼 자신들을 챙겨주는 그의 행동은 감동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맛있게 먹고 나중에 시간 날 때 잘 먹었다고 꼭 문자라도 보내라. 알겠지?”

“네!”

“하... 섹시해... 갖고 싶다.”

“뭐라고? 지하야?”

“아, 아니에요. 은지 언니.”

그렇게 Amiga 멤버들이 지혁의 선물에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팬들에게 달려가는 사이 그녀들의 반대편에서도 이와 유사한 선물이 배달되고 있었다.

“특별주문으로 금일 세 시간 전부터 준비된 수제 카카오 쿠키와 치즈 머핀입니다. 음료는 신선한 과일 주스로서 종류는 오렌지, 자몽, 키위, 망고, 아사이베리가 있으며 케이크와 음료 모두 180개 수량입니다. 수량 체크 부탁드립니다.”

Amiga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막 도시락을 들고 관중석으로 향하려던 B TO V 멤버들은 때 아닌 깜짝 선물의 등장에 두 눈을 깜빡인 채 가던 길을 멈추고야 말았다.

“이거 민혁이가 저번에 토크 콘서트랑 SBS가요대전에서 자기 많이 도와줬다고 지혁 씨가 보내 준 거니까, 팬 분들한테 도시락 가져갈 때 같이 가져가. 알겠지?”

“지혁이가요?”

“자식이 동생주제에 건방지게. 뭘 이런 걸 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을 매니저에 의해 B TO V 멤버들의 의아함은 순식간에 풀렸다.

그리고 이내 이어진 매니저의 또 다른 말은 B TO V 멤버들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아! 지혁 씨가 나중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할 때 지갑 안 가져간다고 하던데?”

“크흐... 자식! 몸속에 피 대신 알콜만 흐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지.”

“92팸으로서 동기를 죽여야 한다는 게 슬프구나!”

“삼겹살이 뭐야, 그냥 돼지 한 마리 잡자! 이 자식이 돼지 먹다 죽어봐야 정신 차리겠지?”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의문의, 누군가에게는 설렘의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마움의 대상이 된 주인공은 지금 이 시간 어디에 있을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선추코, 정주행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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