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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59화 (59/502)

00059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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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 아무리 술지라 할지라도 소주 네다섯 병은 가벼운 게 아니었나 보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 들려왔으니 말이다.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느끼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때 느껴지는 연지 누나의 진한 감정에 나 또한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취기가 극에 달했지만, 결코 술잔을 내려놓을 수 없는 얘기가 그녀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많이 힘들었어. 무명 생활이 길기도 길었지만, 전 남친이 쓰레기 아니 내가 바보였거든...”

[Sweet한 말투 집 앞으로 나오라고 나 지금 심심하다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 그냥 나와 하고 싶다고 오늘 밤 같이 있자고 나는 알고 있어. 이것이 Booty call이라는 걸. 밤만 되면 내가 그리워 죽겠다고 그런 Sweet한 말로 나를 녹이고 결국 또다시 나는 전화를 하게 되고.]

“노래가사대로 끌려 다녔어. 거의 2년 동안... 필요할 때마다 나한테 전화하고 그러면 나는 다 알면서도, 걔가 원하는 게 뭔지 알면서도, 왜 전화했는지 알면서도 전화 받고 오라는 데로 가고...”

[매시간 나는 너의 사랑을 느껴. 그리고 키스를 하게 돼. 정말 오늘까지 만이라는 생각, 하지만 마음처럼 그렇게 돼질 않아. 매시간 언제나 그랬듯 난 항상 네 Sweet한 말투에 마음이 약해져만 가.]

“걔가 처음이었거든. 고백 받아본 것도 처음이었고 연애해 본 것도 걔가 처음, 이별해 본 것도 처음... 그래서 항상 혹시나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던 것 같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엇나간 걸 거야. 이런 거 말이야.”

[우리가 사랑을 나누던 날들 웃음만이 가득했던 날들 지금에 와서는 다 잊었어. 또다시 나를 원하는 너의 Booty call. 밤새 끊기질 않는 너의 전화. 이제는 No, oh no, no, no]

“그 후로 누굴 사귀거나 그래본 적 없어. 뭐, 기회는 있었지. 다 외면했지만... 그래서, 이 노래가 나나 애들한테나 그리 가볍지가 않아. 내가 걔한테 끌려 다니는 동안, 애들도 많이 고생했거든... 나 많이 바보 같지?”

빈 술잔을 눈물로 채우며 흐느끼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했다.

다만,

“에이... 화장 다 번졌겠 흡!”

[나는 잡지 촬영하면서 누군가에게 사적인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순간 생생하게 떠오르는 과거의 향수가 나를 움직이게 했을 뿐.

[나는 좋았어. 그때.]

코끝에 스며드는 알코올과 과일 향 그리고 부드럽게 입술과 입안을 쓸어내리는 혓바닥의 감촉마저 익숙했다.

그때의 기억이 꿈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른 게 있다면 그때는 그녀가, 지금은 내가 먼저 다가갔을 뿐.

*

반쯤 올라간 스웨터 사이로 들어온 낯선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그녀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그녀의 한 손에 채 담지 못할 정도의 크기와 부드러움에 그는 더욱 집요하게 그곳을 파고들었다.

“하아...”

또 다른 손마저 갈 곳을 찾아 바지 지퍼를 내리려는 그 순간, 그와 입을 마주대고 있던 그녀의 입술에서 달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나 오늘 위험한 날이야...”

아무리 룸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제법 고급 식당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더 이상의 행위는 불가능했다. 결국 그녀의 제지 아닌 제지에 남자의 손은 갈 곳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정작 이를 유도한 그녀의 손은 그제 서야 갈 곳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자의 바지춤을 내릴 필요도 없이 간단히 지퍼를 내린 그녀의 두 손이 목표를 찾은 듯 그곳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하아...”

그리고 이내 그곳을 향해 고개를 숙인 그녀의 행동에 좀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남자의 입에서 일련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너... 너무 커...”

남자의 것을 입안에 집어넣기가 힘든 듯 그녀의 고개는 움직이지 못한 채 멈춰있었지만, 그녀의 혀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가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곳인지, 어떻게 해야 눈앞의 남자를 희열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 있는지를 꿰고 있는 듯 한 혀 놀림에 남자는 신음조차 내뱉지 못한 채 그저 그녀의 머리를 붙잡을 뿐이었다.

어느 정도 남자의 것에 적응을 한 것일까.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그녀의 고개와 여전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혀 놀림에 남자의 입에서 순간 격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윽...”

[꿀꺽 꿀꺽]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들을 느끼며 그녀는 고개를 깊게 숙인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혀는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목울대는 쉴 틈 없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잠시 뒤 그것들을 목구멍으로 삼키는 와중에 입가에서 조금씩 새어나온 것들을 부드럽게 혀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끝으로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있던 남자의 두 손이 힘을 잃었다.

“기분 좋았어?”

자신을 올려다보는 묘한 눈빛에 남자는 자신의 다리사이에 있던 그녀를 끌어올려 품에 가뒀다. 짧은 시간이나마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좀 전의 쾌락을 되새기려는 듯 그녀를 껴안은 그의 손은 좀처럼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언제 힘을 잃었다는 듯이.

*

[어, 어제 일은... 예, 예상 못했던 일이라...]

[미안해, 나... 아직 누군가를 만나거나 그럴...]

[네가 싫은 건 아니야. 하지만... 미안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헛구역질을 하는 것도 잠시, 미친 듯이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과 핸드폰 톡으로 인해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집에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지금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들이 꿈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 또한 꿈이 아닌 실제였다는 사실이 중요했을 뿐.

그녀의 뇌쇄적인 눈빛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들은 확실히 그냥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것도 전부.

입안으로 넘어오는 쓰디쓴 위액을 애써 다시 넘긴 채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톡에 뭐라 답을 해야 할까. ‘어제의 내 행동들은 단순 취기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혹시 그 행동들에 단 한 줌의 진심이라도 담겨있었을까’와 같은 수많은 의문들이 깨질 것 같은 두통과 함께 밀려들어왔지만 불행하게도 그 중에 답은 하나도 없었다.

하... 이놈의 술 진짜...

*

[Amiga, ‘시간을 달려서’로 음원차트 최상위권 장악… 첫 타석 출루 후 끝내기 홈런 달성?]

-와... 진짜 쌌다. Amiga는 한국말로 여자친구! 여자친구? 아니져, 갓자친구!

-이거 진심 지혁 오빠가 안무랑 노래 다 만든 건가요? 진심?

-강지혁 아니져. 갓지혁입니다. 쏴리질럿! 갓지혁!

[Amiga ‘시간을 달려서’ 컴백 첫 주 1위 후보 등극! 투명구슬 11위 재진입! 역주행 시작!]

-미쳤네 진짜. 갓자친구다 진짜. 시나짜응! 사랑한다능!

-와... 안무랑 노래가 진짜... ㅎㄷㄷ하네...

-하... 갓자친구 별명 누가지음? 입에 착착 달라붙네!!!!!!!!

[강지혁의 마법은 통했다! 그런데, Amiga의 적은 강지혁? 1위 후보로 격돌하게 될 강지혁과 Amiga! 과연 1위는?]

-강지혁 정규 2집으로 15주 연속 1위하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자기가 디렉팅 한 곡이 위협 곡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ㅋㅋㅋㅋㅋㅋ

-아.. 강지혁이 방송만 나오면 같이 1위 후보여서 화면에도 같이 나올 텐데 ZZZZ

-ㅋㅋㅋㅋ그럼 꿀 잼인데 ㅋㅋㅋ근데, 큰 그림 그리는 방송사들이 없음. ㅋㅋㅋㅋ

기사들을 보는 것도 잠시, 나는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용기를 내지 못 했어 다만 너를 좋아 했어. 내가 꿈꿔왔던 기적처럼 시간을 달려서 네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너의 손을 잡고 말하고 싶어.]

하,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기똥차네. 기똥차.

정규2집 앨범을 발매한 뒤 방송사별로 2주 정도씩만 음악방송을 했기에 솔직히 세트장을 찾아오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 뒤로 대략 13주간 주인공 없는 1위 발표를 하게끔 만든 장본인이 나이기도 하거니와 어제 있었던 술자리와 그로인한 숙취 그리고 아찔한 기억들로 인해 머리는 복잡하기 그지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얼굴에 철판을 깐 채 무대를 보러왔다. 명색이 디렉터인데, 자신이 맡은 가수의 첫무대는 직접 봐야 되지 않은가.

뭐, 컴백 첫 주에 바로 1위 후보에 들어서 그런지, 가장 마지막 무대를 배정받은 녀석들 덕에 숙취로 인한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떻게든 해장을 하고 왔어야했다. 계속해서 어제 먹은 안주들을 토해내는 속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하, 미치겠다.

“어?”

순간 무대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유진과 눈이 마주친 것 같은 착각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버렸다. 안 들키려고 마스크에 모자까지 쓰고 왔는데 들킬 순 없다. 들켰다가는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볼 스태프들의 눈초리를 받아야 될 테니 말이다.

잠시 뒤 고개를 들었을 땐, 어느새 나와 마주친 시선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 후였다. 역시, 괜한 걱정이었듯 싶다. 무대 도중 수많은 관객들 중 한명과 눈을 마주치는 것은 그닥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너의 손을 잡고 말하고 싶어.]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여친이들의 무대는 끝났고 곧이어 순위발표식이 진행되었다.

“이번 주 1위 후보는 강지혁 씨의 가지마가지마 그리고 Amiga 분들의 시간을 달려서입니다.”

“이번 주 1위는...”

벌써 십 몇 주 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내 곡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싶다. 하지만 결과는 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음반 판매가 이번 주까지라는 점이 유효했나보다.

“강지혁씨의 가지마가지마 입니다!”

내가 3달 가까이 1위를 차지할 수 있던 원동력인 음반판매량지수버프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많이 아쉬워하는 녀석들의 얼굴에 괜스레 미안해진다. 쩝.

소경진 대표님에게 미리 확인한 결과, 녀석들의 오늘 다음스케줄은 4시간 뒤쯤이었다. 덕분에 같이 점심을 먹어도 되겠냐는 내 제안을 대표님이 허락해주신 거겠지만 말이다.

애들아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아라. 어차피 다음 주 쯤에는 1위하게 될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녀석들이 앵콜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는 거다. 1위곡의 주인공인 내가 석 달 가까이 출연하지 않은 만큼, 2위곡의 주인공에게 그 순간을 배정 해줬나보다.

그렇게 앵콜 무대를 준비하는 녀석들을 뒤로한 채 먼저 대기실로 발걸음을 하려던 찰나였다. 컴백 무대 때 삼겹살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기에 김치찌개를 잘하는, 해장할 만한 찌개가 맛있는 고기 집들 위주로 찾아보려고 핸드폰을 꺼내려던 나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순간 무지막지한 힘으로 나를 끌고 가는 괴한들에 의해서 말이다. 뭐야, 이거?

*

[시간을 달려서 - Amiga]

다가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어.

다가가고 싶지만 애써 다른 곳을 보고 있어.

네게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멀어져 가는 네 모습처럼

용기를 내지 못해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

마치 영영 못 만날 것처럼.

그럴 순 없어. 네게 반드시 다가갈 거야.

다가갈게 용기를 낼게.

지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괴한들의 손길에 정처 없이 끌려가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무대 위에 서 있었다.

[꺄아아악!]

[지혁 오빠!]

[갓! 자! 친! 구!]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수많은 조명들과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나는 멘붕 그 자체였다.

게다가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도 의문인 상태에서, 어째서 저런 미친 듯한, 생방송 중에도 안보이던 카메라 워킹을 내 코앞에서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생방송 끝난 거 아니었어?

하지만 상념은 오래가질 못했다. 옆에서 나를 채근하듯 본방송 때보다 열심히 안무를 추는 녀석들의 눈빛이 무척이나 날카로웠으니 말이다. 이거 어쩌라는 거야?

게다가 나를 유난히도 간절히 쳐다보는 유나의 눈빛에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하, 세상은 썩었어. 두고 보자 너희들.

용기를 내지 못 했어 다만 너를 좋아 했어.

내가 꿈꿔왔던 기적처럼

시간을 달려서 네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너의 손을 잡고 말하고 싶어.

[꺄아악!]

[갓!지!혁! 사랑해요 갓지혁!]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선율에 내 몸을 맡겼다. 내가 순수 고안해낸 짝사랑 춤부터 시작해서 타임머신 춤 그리고 발레 춤까지 이어지는 안무를 추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하, 진짜 가만 안 둔다.

아침 내내 하도 토한 탓인지, 속은 쓰릴지언정 더 이상 헛구역질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무대에서 토하지 않게 해줬으니? 하... 두고보자.

......

약속해줘. 내가 다가갈 때까지.

내가 네가 왔을 때 그때도 나를 보며 웃어 줘.

시간을 달려서 네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너의 손을 잡고 말하고 싶어.

결국 도미노 춤과 시계 춤까지 추고 나서야 나는 무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다.

[갓! 지! 혁!]

[와아!]

일단 저 갓지혁이니 뭐니부터 좀 어떻게 하고 싶었다. 도대체 누가 붙인 거야? 갓지혁은 얼어 죽을.

멘탈 붕괴를 넘어 해탈의 경지까지 접어든 상태에서 문득 허벅지를 울리는 휴대폰 진동소리가 느껴졌다.

[나는 오빠한테 말만 동생이지? 오빠한테 나는 뭐야? 그 여우같은 녀 아니 우리 무대에는 한 번도 안 왔으면서 개들 무대에는 같이 춤까지 추네? 나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 먹을 줄 알고 오빠랑 같이 춤도 출 수 있어! 흥!]

하, 해탈의 경지 너머에는 뭐가 있을 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선추코, 정주행이 미래다.

죄송합니다. 19금 씬을 넣어야만 하는 상황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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