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2012 =========================================================================
본의 아닌 아카펠라 무대를 끝으로 민혁 형과 크리스 그리고 승현이가 자리로 돌아갔고 무대 위에는 나 혼자만이 남아있었다. 아직 내게는 한 곡의 공연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이번에는 반주가 제대로 나올지 모르겠다. 스태프들이 아카펠라 무대를 하는 동안 분주히 움직이는 것 같긴 하던데, 불안하긴 여전히 불안했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은 기우였는지, 이내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쩌며 나]
애써 아프지 않은 척 웃어보아도
눈가에는 눈물이 보였지. 언제나.
너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어서
어떤 위로도 할 수가 없어서 아파.
이런 내 심정을 어떻게 해야 될까.
사실 이 곡을 내 무대의 마지막 곡으로 선택한 것은 모험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무대 곡이었던 매일 밤도 모험이었던 만큼, 이번 곡은 정규 2집 앨범 수록곡으로 해야 하지 않을 까라는 의문이 좀처럼 떠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어쩌면 나라는 곡을 선택했다. 정규 3집에 수록될 예정인 만큼, 대중들에게는 한 번도 내보이지 않은 곡을 말이다.
그댄 바람처럼
내 마음을 흐트러뜨리지만
어쩌면 나 아주 오랫동안
그댈 기다려 온 것만 같아
애써 무심한 척 돌아섰지만
피하려 할수록 난 그대가 그리워
이제는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홀로앉아 노래를 부르는 내 시선이 문득 별희 씨가 들어왔다. 좌측 끝자리에 앉게 된 나와는 달리, 무대 중앙에 앉아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 SBS가요대전이라는 게 한국, 중국, 일본에서 동시 생중계되고 또 가수들의 스케줄을 겨우 조정하여 마련된 자리 인만큼 생방송 전에 미리 인사를 나누기가 애매했다. 아니 불가능했다. 대다수의 가수들이 생방 직전에 겨우 모습을 드러내 자리에 착석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마이무 분들과의 인사를 꿈꾸던 내 소망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무대에서 시선을 마주볼 수 있게 된 지금 그 소망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대는 바람처럼
구름 같은 내 마음을 흩어지게 하지만
어쩌면 나 아주 긴 시간동안
그대를 기다려 온 것만 같아.
어쩌면 그대를 기다리기 위해
그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
미리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계단을 내려갔고 이내 내 눈앞에는 그녀가 있었다.
물론 이성으로 그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단지, 팬으로써 다른 평범한 무무로써 그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 것일 뿐.
그대는 별빛과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처럼
짙은 어둠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을 비춰줘,
그대를 만나기 전 견뎠던 모든 것들이
그대로 인해 보답 받는 것 같아.
행복이 다가온 것만 같아.
[안녕하세요. 마이무에서 랩과 퍼포먼스를 맡고 있는 반짝반짝 별희입니다.]
귀에 익은 인사말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앞에서 노래는 끝을 맺었다.
*
마지막 곡을 마무리 한 내게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혁 형과 크리스 그리고 승현이 녀석이 달려왔다. 그들에게나 나에게나 오늘 무대는 많은 것들을 안겨다준 무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 외로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아니 팬 분들이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로 우리들을 맞이해 줄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다. 단지 예상을 뛰어넘었을 뿐.
서로 부둥켜안은 채 방방 뛰는 우리들 곁으로 B TO V 선배들이 다가왔다. 그 비글 끼를 감추지 않은 채 말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현장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러한 사실을 잊었다. 민혁 형을 제외하고는 조금 어색한 사이였지만, 그 순간을 계기로 우리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다 같이 부둥켜안으며 손뼉을 마주치고 또 웃음을 터뜨렸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뛰놀다 스태프분의 제지로 무대에서 물러난 뒤 자리로 돌아올 때쯤 돼서야 현장 분위기가 진정 된 듯 했다.
[갑작스런 방송 실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아인유 양과 신동협 씨의 사과 말과 함께 다시금 진행이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자리로 돌아왔음에도 크리스와 승현이 녀석은 흥분이 가라앉질 않나보다. 뻘겋게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긴, 정작 나조차도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질 않는다.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좀 전에 겪었던 무대를 상기시키기 바빴으니까.
하지만 그런 내 상태는 이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아니, 그 대상이 바뀌었다. 좀 전의 무대가 아닌, 지금 내 눈앞에서 보여 지고 있는 무대로.
[흠 와우 아예스]
흠 와우 아 예스
oh yes 흠 와우 아 예스
이러다 네게 반하겠어. 자꾸 끌리잖아.
oh yes 흠 와우 아 예스
좋았어. 네게 다가가겠어. 넌 내 취향 Perfect.
무대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는 익숙한 선율로 인해 좀 전까지의 멍 때림 현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끓어오르는 팬 심덕에 심장이 마구마구 요동치게 됐지만 말이다.
눈앞을 바로 지나갔어. 너의 시선을 받게 됐어.
몸매 좋아, 이목구비 좋아, 전부 좋아.
평소와 똑같았는데 너로 인해 달라졌어.
평범했던 오늘이 너무 좋아.
내 앞을 지나갔어 눈빛이 마주쳤어.
스타일이 좋아, 느낌이 좋아.
다를 게 없는 오늘 너 때문에 달아오른
오늘이 좋아 흠 와우 아 예스.
언제 들어도 좋은 마이무의 노래를 라이브로, 그것도 무대 바로 밑에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래서인지, 넋 놓고 그 무대를 바라보았다. 공연장 대형 스크린에 내 얼굴이 나오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형!”
옆에서 내 옆구리를 찌르는 승현이가 아니었다면 완전 대놓고 얼굴 팔릴 뻔했다. 아니 이미 팔렸다. 하...
황급히 고개를 숙였지만, 왠지 모르게 주변 가수들과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해 얼굴이 빨개졌다. 젠장, 찍을 것도 많은 데 왜 나를 찍는 거야? 입까지 벌린 채 무대를 보고 있었는지라, 부끄러움은 그 끝을 모르고 깊어져갔다.
덕분에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마이무의 노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 말도 안 돼. 무대를 못 보다니. 뜻밖에 찾아온 좌절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첫 번째 스텝.
놀라움. 내가 살아온 세월동안
계속해서 찾았던 남자.
흠 와우 아 예스. 내 침대의 베개처럼 편안한 너.
이런 말 괜찮겠지?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옆에서 나를 흉내내며 신나게 웃고 있던 녀석들의 웃음이 그친 것은.
음향장비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바로 눈앞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내 주변 녀석들의 웃음과 놀림은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엄청난 환호로 가득 찬 공연장과는 다르게 말이다. 뭐지?
치밀어 오르는 궁금증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버렸다.
그리고 봐버렸다.
흠 두 번째 스텝. 부드럽게 접근해보기.
떨리는 심장 가라앉히기 렛츠고.
끝나고 차 한 잔 하실래요?
이런 말 괜찮겠지?
눈앞에서 랩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별희 씨를.
이거 꿈 인건가?
내 앞에서 랩을 하는 별희 씨를 보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차 한 잔 말고 두 잔, 아니 스무 잔도 가능할 것 같았으니까. 아니 밥을 먹으면 안 될까요? 저 진성 무무인데.
무의식적으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꽤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주변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랩 파트를 하는 별희 씨의 윙크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
몸매도 Good.
목소리도 Fantastic.
너의 모든 것들이
전부 다 Perfect.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수들에게도 은총을 내리다 다시금 무대로 올라간 뒤, 멋지게 노래를 마무리한 마이무의 무대에 모두의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굳어있는 상태였다. 하, 하얗게 불태웠다. 그런데,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나 무슨 짓을 한거지. 하...
*
SBS가요대전이 끝난 후 회식자리에서 너무 많은 술을 마셨나보다. 잠에서 깨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저녁 먹을 때니 말이다.
[야! 부어부어! 오늘 죽자!]
[기대해요. 즐겨듣던 이 멜로디 멜로디 멜로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 Oh]
[아직 너만을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데 넌 어디 있니, 난 네가 필요한데 oh~baby 내 사랑아 제발 내게 돌아와 줘 거짓말처럼 그저 돌아와 줘]
포이보스 식구들뿐만 아니라, B TO V 멤버들도 함께한 회식이었기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가게를 통째로 빌리지 않았다면, 진짜 욕을 한바가지는 먹었을 정도로 말이다.
아침 해를 보며 해장국을 먹은 뒤 헤어졌으니 진짜 많이 마시긴 마셨다. 그래도 용케 속이 안 아픈걸 보니, 해장국을 먹은 게 큰가보다.
어쨌든 어제 무대는 내게 많은 것을 남겼다. 아카펠라로 방송 사고를 뒤덮은 무대부터 친한 형들이 생겼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별희느님과 아이 컨택을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게다가,
[여기에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그리고... 우리 번호 교환 할까요?]
[제부! 제부! 사인 좀 해주실래요? 와! 우리 문 스타 지금 작업 중? 번호까지?]
[형부! 저두요!]
[뭐, 뭐래! 조, 조용히 해!]
어느 성공한 무무가 될 수 있었고
[대박! 진짜! 우리 위아래 전부터 알았던 거야? 와... 완전 개감동!]
[헐, 매일 밤 앨범은 홍보용으로 돌리느라 100장도 발매 안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어? 우리 사인도 있네? 헐 대박! 홍대에서 했던 우리 팬 미팅도 왔었다고? 우리 그때 인기 없을 때라 10명도 안 왔었는데...]
[왜 그때 화보촬영 할 때 말 안했어? 말했으면 낯도 별로 안 가렸을 텐데?]
인정받은 레고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은 길이길이 기억될 것 같다. 아니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지금도 그 장면, 장면 하나가 생생하니 말이다.
“야! 강지혁!”
그런데, 그때였다. 익숙한 목소리의 그가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내게 달려오는 것은 말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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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되세요.
요즘 날씨가 유독 추운데 유독 광화문 주변 날씨만 좋더라고요. 토요일인만큼 나들이 가고 싶으신 분들은 광화문 주변으로 가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