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56화 (56/502)

00056  2012  =========================================================================

#

[매일 밤]

Sweet한 말투

집 앞으로 나오라고 나 지금 심심하다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

그냥 나와 하고 싶다고 오늘 밤 같이 있자고

나는 알고 있어. 이것이 Booty call이라는 걸.

밤만 되면 내가 그리워 죽겠다고

그런 Sweet한 말로 나를 녹이고

결국 또다시 나는 전화를 하게 되고.

사실 이번 무대는 내게 귀속된 무대였다. It's okay를 부르게 될 스페셜 스테이지를 제외한 두 곡은 말이다. 그래서인지 선곡 또한 전적으로 내 재량이었는데, 괜스레 민혁 형을 끌어들였다. 랩 파트가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랩 파트와 안무를 같이 해줄 수 있냐는 내 제안은, 형 입자에서는 고생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도 형은 흔쾌히 날 도와주었다. 내가 매일 밤이라는 곡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 곡이 누가 부른 것인지, 무슨 노래인지도 몰랐던 형이 말이다.

노래의 시작을 알리는 민혁 형의 랩에 형이 얼마나 많이 신경써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속된 말로 장난 아니었으니까.

그나저나, Stylish 멤버들이 기분나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얼핏 보니, 조금은 놀란 듯 하지만 말이다.

매시간 나는 너의 사랑을 느껴

그리고 키스를 하게 돼.

정말 오늘까지 만이라는 생각

하지만 마음처럼 그렇게 돼질 않아.

매시간 언제나 그랬듯

난 항상 네 Sweet한 말투에

마음이 약해져만 가.

형의 랩과 나의 노래 그리고 애드리브의 합이 너무나도 잘 맞다고 느껴졌다. 연습 때만 해도 안무에 신경 쓰느라 이런 느낌을 느껴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뭔가, 혼자서 노래를 부를 때와는 다른, 묘한 짜릿함이 나를 휘감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던 날들 웃음만이 가득했던 날들

지금에와서는 다 잊었어.

또다시 나를 원하는 너의 Booty call.

밤새 끊기질 않는 너의 전화.

이제는 No, oh no, no, no

......

노래가 어떻게 끝난 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노래는 끝나있었다.

솔직히 이 노래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곡인데다가, 여자 노래여서인지 걱정을 많이 했었다. SBS가요대전에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 노래를 불러도 되는지 말이다.

아무리, 노래 선곡에 있어서 내 마음대로의 재량권이 있다지만 이런 고민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무대가 끝난 지금은 아예 사라져버린 고민이지만 말이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환호성과 박수 소리에 너무나도 뿌듯했다. 다행이다. 이정도면 사인 받으러 갈 때 창피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주변의 수많은 환호를 받는 사이, 어느새 나와 형 옆에는 승현이와 크리스가 서있었다.

잠시 텀을 둔 뒤 이어지는 두 번째 노래가 시작되려했으니 말이다.

[It's okay - B TO V]

스태프들이 준비해준 의자에 앉아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선율에 다시금 마이크를 되잡았다.

의자안무.

나는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10년간 생활했기에 덜했지만, 승현이와 크리스는 그런 경험이 없기에 조금 불안하긴 했다. 발라드곡인지라 비교적 가벼운 안무밖에 없다할지라도 말이다. 뭐, 나도 춤으로는 영 꽝이긴 했지만.

[It's okay - B TO V]

어깨가 무거워도

짊어진 무게를 떨쳐내기가

너무 어렵죠.

말해주고 싶어요.

목표가 멀게 느껴지면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요.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비교적 차분하게 민혁 형의 주도하에 의자 안무를 추던 우리에게 이런 큰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사태가 발생해버렸으니까.

순간 끊겨버린 MR에 당황한 기색이 주변으로부터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이런 큰 무대 경험이 전무 하다시피 한 승현이와 크리스는 물론이고 무대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스태프들, 방청객들과 가수들에게서 말이다.

그도 당연한게, 한국, 중국, 일본 삼국에 생중계될 정도로 큰 무대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나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무대 바로 옆 엠씨 석으로 달려가 핸드마이크 2개를 가져왔다. 아인유 양과 신동협 씨에게 양해를 구할 틈도 없었다. 바로 전 무대로 인해 이미 마이크를 가지고 있는 민혁 형과 나와는 달리, 나머지 녀석들은 의자 안무로 인해 핀 마이크를 착용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매일 매일이 똑같은 하루 힘든가요.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살아갈까요.

결국 또 좌절하고 말텐데.

힘들어서 절망할 때 이 노래를 불러봐요.

나 또한 사람인지라 당황하였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양 옆에 자리 잡은 녀석들과 눈을 마주쳤다. 애초에 립싱크에 익숙한 애들이 아니었기에 MR정도는 없는 셈 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안무를 포기하더라도 노래는 포기할 수 없으니까.

게다가, 반주가 없으면 우리가 만들면 되니까.

그런 내 행동에 녀석들이 의자를 뒤로한 채 내 옆으로 다가와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다음 파트인 승현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이지 말라고, 머뭇거리지 말고 들어오라는, 걱정하지 말고 부르라는 내 눈빛에 승현이가 숨을 들이쉬며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가져갔다.

기대해요. 즐겨듣던

이 멜로디 Woo woo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 Oh

일종의 도박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넘치는 보컬 그룹이라고 하더라도 화음을 맞추며 일종의 아카펠라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것도 노래를 하는 도중에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것은 절대 쉽다고 볼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승현이는 멋지게 자신의 파트를 소화해내고 있었다. 크리스 또한 나의 화음에 맞춰 자신의 화음 자리를 기가 막히게 치고 들어갔고 말이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전 무대에서 조금 맛봤던 짜릿함이 더 큰 해일이 되어 내가 다가왔다. 더한 감동과 함께 말이다.

게다가 뒤편에서 랩 파트를 대기 중이던 민혁 형 또한 어느새 우리의 화음에 조심스럽게 합류하더니, 아카펠라의 한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이 형의 정체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다. 래퍼가 맞긴 맞는 건지.

형 또한 이런 내 시선을 눈치 챈 것인지, 슬쩍 눈웃음을 내보였다.

노래를 부르는 이를 제외한, 나를 포함한 세 명은 내 손짓에 맞춰 화음을 조금씩, 조금씩 조절해나갔다. 허공의 손짓일 뿐이지만, 우리들의 눈에는 차츰 나의 손이 오선지 위의 음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죠.

힘들도 지쳐도 It's okay, It's okay, It's okay

모든 게 잘 될거라고 나는 믿어요.

I believe you.

원래 내 파트였던 부분을 크리스와 승현이게 넘겼다. 지금 상황에서 화음의 중심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내가 노래로 빠져나가버리면, 아카펠라 자체가 깨져버릴 테니까.

다행히 따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녀석들이 다음 파트를 맡았고 나는 민혁 형과 눈을 마주치며 화음을 이어나갔다. 소름 돋을 정도의 민재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 민혁 형의 눈빛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하고 있었다. 민혁 형의 눈에 비친 나또한 마찬가지일 테지만.

곧이어 시작된 랩 파트에 민혁 형이 화음에서 벗어나자마자, 크리스와 승현이가 귀신같이 자신의 화음으로 돌아갔다.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반주를 만들어주기 위해 우리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눈빛을 마주보며 호흡했다.

화음을 담당하다 바로 랩 파트에 들어간 탓인지 숨이 찰만도 하건만, 민혁 형은 완벽하게 랩을 소화해냈고 말이다.

노래가 거의 끝나가지만 담지 못한 말이 많아요.

모두들 나와 같은 마음이겠죠.

기대해요.

즐겨듣던 이 멜로디 멜로디 멜로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 Oh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죠.

힘들도 지쳐도 It's okay, It's okay, It's okay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나는 믿어요.

랩이 끝난 뒤 마지막 세 파트와 애드립 부분을 크리스와 승현이에게 번갈아 맡기며 나는 민혁 형과 화음을 맡았고 어느새 노래의 마지막 가사를 눈앞에 두었다.

I believe you.

그리고 그 마지막 가사를 끝으로 우리 넷의 무대는 마무리되었다.

어떻게 노래를 불렀는지, 무대를 끝마쳤는지 순간 머리가 하얗게 돼버렸다.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나뿐이 아니었는지, 승현이와 크리스 그리고 민혁 형 또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느끼며 한데 뭉쳤다. 서로를 안으며 등을 두드리는 우리의 귀에 그제서야 서서히 주변의 소리가 들려왔다.

서로의 화음과 노래 소리에만 국한되어있던 귀가 서서히 주변을 인식하는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 죽기 참 좋은 날씨다. 소주에.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