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2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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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곧 대규모 팬 미팅이랑 사인회도 준비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 아니에요. 방송활동 많이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앞으로도 응원 할게요.]
공연 당일이 되자, 포이보스 휴게실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잊지 않고 텀블러, 담요, 손수건, 티셔츠 그리고 이것들을 담을만한 에코백 등의 기념품을 보내준 팬들 덕에 말이다.
그런 팬들 대표로 직접 포이보스 뮤직으로 찾아온 팬클럽 회장님에게 친필 사인 CD 300장을 드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초대권을 한 장이라도 남길 걸 그랬다. 막말로 회장님이 이렇게 어릴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그렇게 같이 사진을 찍으며 인증 샷을 남기는 것으로 팬클럽 회장님과의 짧은 만남은 마무리되었다. 아쉽게도 공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형! 석현 형이 목도리 실어서 지금 오고 있데! 40분 쯤 걸리겠다는데?”
“오케이! 일단 승현아! 이거 텀블러 좀 받아라. 350개 정도 되니까, 수량도 조금 체크해주고!”
“잠만! 이거 담요 좀 옮기고 갈게!”
이번에는 그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준비했는지, B TO V 팬 분들이 장갑과 핫 팩을 Trendy 팬 분들이 다과세트를 보내줬기에 할 일이 배가 돼버렸으니 말이다.
“자자! 잠깐만 주목!”
계속해서 정리를 해보려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아 모두를 주목시켰다.
“오신 분들한테는 공연 끝나고 텀블러랑 에코백, 티셔츠, 손수건 그리고 담요에다가 사인해드릴 거니까, 일단 수량 파악된 것들부터 60개씩 차로 좀 옮기자!”
“오케이!”
“지혁아! 형은 그럼 일단 핫 팩이랑 장갑부터 실을게. 가벼우니까.”
“얍!”
공연 시작 6시간 전, 우리는 다시금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그 많아보이던 짐들이 꽤 정리된 것 같다. 전보다 한결 왔다, 갔다 하기가 편했으니 말이다.
“오빠...”
그때였다. 목도리 라벨들을 확인하는 민혁 형의 옆에 앉아 진행 멘트를 체크하려던 내게 민아가 다가온 것은 말이다.
Trendy 팬 분들이 차와 쿠키들로 구성된 다과세트를 보내주셨는지라, 어렵게 짬을 내 잠시 들린 민아의 부름에 저절로 고개가 들렸다. 말 그대로 스케줄 전에 잠깐 들린 거라 가기 전에 인사를 하려나보다 싶었으니까.
“그래, 민아야 오늘 스케줄 많던데 어서 가봐. 도와줘서 고맙고, 24일 날 보자!”
“저, 저기.”
그런데, 민아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PD님이 좋은 말로 할 때 전화 받으라고...”
인사말이 아닌 것이 민아의 입에서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며칠 전에 YH구내식당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그게 예상외로 큰 파장을 일으켜버렸다. 기사가 난 것은 그렇다 쳐도, 갑자기 내게 YH방문 의도를 캐묻기 시작하는 삼촌의 문자와 연락이 계속됐으니 말이다.
나로서는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삼촌의 연락이 귀찮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연락 자주 할 수 있었으면서 평소에는 왜 그렇게 바쁜 척을 했는지, 나 원 참.
정작 민재 삼촌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데 말이다.
“민아 오늘 스케줄 잘하고! 24일 날 보자!”
괜히 애꿎은 민아만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게 싫어 일단 알겠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또 여기서 답을 안 하면 민아만 귀찮게 할 테니까.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을 들을려고 그러는 거야? 그런 의도로 간 게 아니라고 5번은 말했구만.
*
“지혁아! 기념품 숫자 다시 한 번 확인해줘! 나랑 애들은 음향 체크하고 내려갈게.”
그때 때마침 들려오는 수아 누나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검표 겸 손님맞이는 다 같이 하기로 했기에 원래 내 목적인 기념품 수량체크를 서둘러야했으니 말이다.
[웅성 웅성]
눈앞의 셔터가 아직 열리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셔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내 마음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제법 날씨가 춥기 때문에, 서둘러 준비를 마치지 않으면 그만큼 기다리는 이들이 추위에 떨어야 하기에 내 눈과 손은 빠르게 기념품들을 훑고 지나갔다.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많이 추우셨죠? 여기 핫 팩들부터 받으세요.”
셔터 문이 열리고 공연장 입장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단순 60명이라 빠르게 진행될 줄 알았던 입장이 생각보다 지연되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는 관중들뿐만 아니라, 그 수배가 넘는 구경꾼들도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와 민혁 형 그리고 승현이는 한쪽 구석에서 핫 팩들을 뜯어 계속해서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발열시킨 핫 팩들을 투 수아와 크리스가 열심히 관객 분들에게 날랐고 말이다. 그런데 뭔가 핫 팩 흔드는 동작이 익숙한 건 나뿐 인건가? 에이 설마.
“표랑 신분증을 미리 꺼내놓으시면 빨리 입장하실 수 있어요! 부탁드립니다!”
“에코백 받으신 분들은 저희가 건네 드린 기념품들을 빠르게 담고 입장해주세요! 뒤에 분들이 기다리시니까요! 사진이랑 사인은 공연 끝나고 전부 해드릴게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관객 분들이 질서재연하게 자기차례를 기다렸다는 점이다. 구경꾼들이 몰리는 바람에 대기시간이 길어졌음에도 자신의 표와 신분증을 한손에 든 채 흐트러짐 없이 줄을 서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예상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졌지만, 공연시작 10분전까지 모든 관객 분들의 입장이 마무리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토크 콘서트는 막을 올렸다.
*
[힘들게 대학입학하고 졸업했는데, 취업을 못했어요... 도대체 뭘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건지 모르겠어요. 남들은 잘만하고 있는데, 저는 왜...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흑흑흑.]
수척하다 못해 아파보이기까지 하는 사연 소개자의 모습에 모두의 가슴이 찡해져버렸다. 토크 콘서트에 들어올 수 있는 나이 대 가운데 높은 편에 속한 그녀의 사연이 마냥 남 얘기가 아닐 테니 말이다.
모두가 짧게는 1~2년 길게는 5~6년 정도면 똑같이 겪어야할 고통이기에 관객들의 시선에는 그녀에 대한 걱정과 자기 자신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런 공연장의 분위기를 감지해내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는지라, 나와 민혁 형 그리고 승현이, 크리스는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들었다. 운이 좋게도, 그녀의 사연에 가장 어울리는 곡을 우리는 근래 들어 연습하고 있었으니까.
[It's okay - B TO V]
어깨가 무거워도
짊어진 무게를 떨쳐내기가
너무 어렵죠.
말해주고 싶어요.
목표가 멀게 느껴지면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요.
매일 매일이 똑같은 하루 힘든가요.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살아갈까요.
결국 또 좌절하고 말텐데.
힘들어서 절망할 때 이 노래를 불러봐요.
기대해요. 즐겨듣던
이 멜로디 Woo woo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 Oh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죠.
힘들도 지쳐도 It's okay, It's okay, It's okay
모든 게 잘 될거라고 나는 믿어요.
I believe you.
노래가 거의 끝나가지만 담지 못한 말이 많아요.
모두들 나와 같은 마음이겠죠.
기대해요.
즐겨듣던 이 멜로디 멜로디 멜로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 Oh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죠.
힘들도 지쳐도 It's okay, It's okay, It's okay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나는 믿어요.
I believe you.
[요리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슬프게,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 이게 저희 셰프들이 믿고 있는 요리의 힘이거든요.]
문득 최한석 셰프 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나는 이번 토크 콘서트를 통해서 다시금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슬프게,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은 노래 또한 마찬가지라고.
그리고 그 누군가는 자신의 주변 사람, 적과 심지어 자신까지도 포함되는 거라고.
“지혁아 고맙다.”
지난 세 차례동안 게스트로 나와 열일 해준 민혁 형에게서 도리어 고맙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오히려 고마워할 사람은 난 데 말이다.
“하... 너무 아쉽네. 진짜.”
아무래도 형이라서 그런지, 뭔가 생각하는 깊이가 남다른 것을 느꼈다. 물론 It's okay 연습을 같이하며 소주 한잔을 곁들일 때부터 느꼈지만 말이다.
“에이, 형! 다음번에도 같이 해줘요. 그럼.”
그래도 이번 토크 콘서트를 같이 준비하고 공연한 덕에 더욱 친해진 것 같다. 랩과 노래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는 재미를 같이 느끼고 공감했으니까.
그렇게 19일, 20일, 22일 공연을 후회 없이 마무리하며 짧은 휴식을 가진 뒤 크리스마스이브 공연을 시작했다.
“우와! 이거 진짜 민아가 준비한 거야? 직접?”
“네, 오빠...”
4번 째 공연준비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끝마칠 수 있었다. 경험이 쌓일 대로 쌓인 학식뿐만 아니라, 급식들도 이제는 제법 자기 할 일은 스스로 찾아 해결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찾아온 것은 바로 오늘 게스트로 예정돼있던 민아와 불청객이었다.
“치! 저도 만들었다구요! 선배님!”
나와 나머지 녀석들 전부가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도시락을 들고 온 민아의 수줍어하는 모습을 뒤로 한 채 내 시선은 그 옆을 향하게 됐다. 도대체 여기 왜 있는지 모를 꼬맹이에게로.
“다희 양은 오늘 무슨 일로...?”
“초청권 제가 겟 했어요! 제가 또 가위, 바위, 보 신이거든요.”
민아야?
“걱정 마세요. 선배님. 저 모자랑 마스크 쓰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봐요! 게다가 오늘 저 쌩얼이거든요! 오면서도 편의점 살짝 가봤는데, 몰라보더라고요.”
맙소사.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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