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0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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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래퍼인데 거기 가도 돼?]
[형 래퍼인 게 뭐가 중요해요. 와서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노래 부르시면 되요. 랩도 상관없고 그냥 노래도 상관없어요. 형이 선곡한 노래에 대해서 뭔가 사연이 있으면 더 좋고요.]
[일단 대표님께 여쭤볼게.]
며칠 전 민혁 형과 다 같이 연습실에 있을 때 게스트로 와줄 수 있냐고 물어봤었다. 그래서 곧 답변이 올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답변은커녕 문자 한 통 없었다.
그래서 직접 세이브엔터테인먼트에 가게 됐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대표님과 얘기를 나눠 결판을 짓는 게 빠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세이브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방문의 목적이 사라진 뒤였다.
[대표님이 허락하셨어. 19일, 20일, 22일 이었지? 17일부터 22일까지 너희 쪽에 합류해서 같이 연습도 하고 하라네? 맘 같아선 오늘부터 같이 준비하고 싶은데, 저녁에 우리가 스케쥴이 있어서... 괜찮지?]
막 세이브 사옥 앞에 도착해서 택시에 내리려고 하던 찰나에 나를 찾아온 민혁 형의 메시지에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기사님 죄송한데, 다른 곳에 가야 될 것 같아서요. 일산 쪽으로 가주세요.”
뭐, 그래도 직접 세이브 대표님 찾아뵐 생각에 적잖이 부담되긴 했는데 좋게, 좋게 생각해야겠다. 덕분에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여친이들 뮤비 촬영장을 가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OFFICIAL ; 포이보스 뮤직 오남매 연말 토크 콘서트 EP 2. 급식단의 반격!]
[초대가수]
-19일(토) 20일(일) 22일(화) : B TO V 임민혁(27)
-24일(목) 25일(금) : Trendy 민아(20)
[PS]
-여러분 내일이 드디어 예매 날인데요. 여러분을 직접 보는 날이 점점 다가오네요! 저는 방금 전까지 초대가수 분을 구하느라 발품을 팔고 있었는데요. 드디어 모든 초대가수 분을 섭외했습니다! 그것도 완전 미남에 미녀로요! 이번에 저희 포이보스 남자들과 SBS연말무대에서 같은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B TO V 민혁 형과! 제가 작사, 작곡한 좋은 사람을 아주 멋지게 불러준 Trendy 민아 양입니다! B TO V 팬 분들과 Trendy 팬 분들 쏴리질러!
-수아 누나가 빠른 생일인 덕분에 민혁 형을 섭외 할 수 있었어요. 완전 럭키! 빠른 생일 만세!
세이브사옥에서 세트장까지는 적어도 1시간은 걸리는 거리인 만큼 택시에서 토크 콘서트 공지를 다시금 올렸다.
깜짝이벤트 식으로 초대가수를 끝까지 숨길까 하다가, 내일이 예매일이라는 게 떠올랐으니 말이다. B TO V 팬 분들이나 Trendy 팬 분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물론 참가인원자체가 적은만큼 예매하기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힘들겠지만.
아! 맞다! 초대권 남은 것들 중 몇 장은 지수 주려고 했는데 까먹었다.
순간 아차! 했지만, 이내 덤덤해졌다. 크리스마스 때를 제외하고는 스케줄이 있다는 재성삼촌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뭐, 승현이나 다른 녀석들한테 넘겨주면 되겠지. 피곤한 나머지 그냥 포기한 채 눈을 감았다. 뭔가 한일은 없는데 피곤이 몰려왔으니까.
그렇게 지 때문에 인터넷이 난리 난 것은 알지도 못한 채 지혁은 숙면에 빠졌다. 누가 보면 며칠 안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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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 포이보스 뮤직 오남매 연말 토크 콘서트 EP 2. 급식단의 반격!]
[초대가수]
-19일(토) 20일(일) 22일(화) : B TO V 임민혁(27)
-24일(목) 25일(금) : Trendy 민아(20)
[PS]
-여러분 내일이 드디어 예매 날인데요. 여러분을 직접 보는 날이 점점 다가오네요! 저는 방금 전까지 초대가수 분을 구하느라 발품을 팔고 있었는데요. 드디어 모든 초대가수 분을 섭외했습니다! 그것도 완전 미남에 미녀로요! 이번에 저희 포이보스 남자들과 SBS연말무대에서 같은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B TO V 민혁 형과! 제가 작사, 작곡한 좋은 사람을 아주 멋지게 불러준 Trendy 민아 양입니다! B TO V 팬 분들과 Trendy 팬 분들 쏴리질러!
-수아 누나가 빠른 생일인 덕분에 민혁 형을 섭외 할 수 있었어요. 완전 럭키! 빠른 생일 만세!
-헐... 이거 ㄹㅇ?
-미쳤다 진짜. 나 밤 샌다. 원스들 쏴리 질럿! 민아라니!!!!!!!!!! 민아 짱! 민아짜응!
-님들아 의정부 쪽 피시방 추천 좀요! 핰핰핳가하캌 민아라니, 민아라니!!!!!!!!! 야메떼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
-진짜 우리 민혁 오빠 게스트로 출연하는 건가요? 우와!!!!!!!!!!헐, 대박!
-와... 게스트 선정 지렸다. 하... 아름다운 누나 재방 보다가 지려서 씻고 새 팬티 갈아입었는데, 방금 또 지렸음.......하..............미치겠다.
-크리스마스에 민아라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민아라니!!!!!!!!!!!!!!!!! 하..... 피시방 간다. 아니 두 번간다. 될 때까지 간다...............하...........쌌다.....................
-진짜 토크 콘서트 미친 것 같음. 관객 대 가수 비율이 기본 10대 1보다 낮음. 하........ 이정도면 진짜 완전 VVVVVVVVVVVVVVVVVVVVVIP공연 아님? 다섯 시간 공연에 2만원. 하......기도 안찬다. 진짜. 거기다 무슨 기념품은 혜자임? 혜자도 이렇게는 안하겠음.
-지금 강지혁 THE ONLY ONE 팬 카페 가보셈 ㅋㅋㅋ지금 난리 났음. 이번에도 기념품 준비한다는데, 민아랑 민혁 추가돼서 이름 추가한다고 난리법석 ㅋㅋㅋㅋㅋㅋㅋ 저번에 예원이만 기념품에 추가 안돼서 돈쓰면서도 지들이 아쉬워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엔 무슨 전쟁터 나가는 것처럼 일 처리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HE ONLY ONE 지금 전시행정 지리구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B TO V 팬 카페랑 Trendy 팬 카페도 지금 난리 났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닌 밤중에 홍두깨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기들도 기념품 준비한다고 운영진들 지금 벌집 통 됐음 ㅋㅋㅋㅋ 아 미쳤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넷의 각종 포털 사이트 게시판이 난리법석이었으나, 그 소란의 장본인인 지혁은 애써 졸음을 이겨내며 택시에서 내리고 있었다.
지가 한 일의 파장도 모른 채.
*
[오빠 밥 차랑 디져트 차 고마워요♥ 지하 감동! 이따가 언니들 몰래 전화할게요!]
[오빠. 오빠가 와주셔서 너무 힘이 됐어요. 저번에 맛있는 것도 사주셨는데, 이번에도 저희 생각해서 밥 차랑 디져트 차 보내주신 거 너무너무 감사해요. 오빠 보고 싶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할게요.]
[치, 조금만 더 있다가지. 그새를 못 참고 훅 가네! 우리는 이제야 끝났는데!]
[오빠♥ 예워니 감동!!!!!! 오빠 덕분에 뮤비 촬영 잘 할 수 있었오! 힝. 컴백만 아니면 나두 토크 콘서트 가구 싶은데!]
[고마워 히히히 이래서 동갑, 동갑하나보다. 센스가 장난 아닌데? 뭐 솔직히 조금 감동.]
[오빠 정말 고마워요. 은지 열심히 할게요! 저번에 스, 스테이크 때문에 서, 서운했는데 다 풀렸어요. 오빠 최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문자가 여럿 와 있었다. 그것도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말이다.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문자 내용에 의하면, 전날 새벽부터 오늘 새벽까지 꼬박 하루를 다 채워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다는 말이 되니 말이다. 그래서 다짐했다.
앞으로 내 앨범에 뮤직비디오는 없을 것이라고. 있다 해도 내가 찍힐 일은 없을 거라고.
“근데 뭐로 할지는 정했어?”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내게 들려오는 민혁 형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직요. 솔직히 시간도 얼마 안 남아서 일단 나와 본거죠. 어차피 간단한 음료나 간식거리는 회사에서 마련해주니까요. 그나저나 민아야 용케 시간이 비었네?”
24일 25일이 아니면 스케줄이 꽉차있다던 재성삼촌의 말에 별 기대 없이 연락했건만, 생각 외로 시간이 비었나보다. 이렇게 제때 나타나 우리와 함께 거리를 거닐고 있으니 말이다.
“뭐가 좋을까?”
어쨌든 지금 우리는 팬들에게 우리나름대로 기념으로 삼을 만한 선물을 주고 싶어 홍대로 나왔다. 물론 각자 나름대로 변장을 하고 나왔지만 말이다.
그런데 같이 다니는 세 명이 전부 마스크에 모자 쓰고 다니면 그게 더 수상한 거 아닌가? 아, 모르겠다. 일단 돌아다니는 것에 중점을 둬야겠다. 안 그래도 시간이 촉박하니까.
“목도리 어때요?”
“목도리?”
무대 준비나 장비들을 체크하고 있을 다른 포이보스 식구들을 놔둔 채 나와 게스트들만 나온 것이기에 그나마 이동하기는 편했다. 그런 거 생각안하고 7명 모두 나왔으면, 아무래도 정체를 숨기고 다니기에 더 불편했을 테니 말이다.
“괜찮긴 한데, 거기다 각자 사인을 해서 줄 수도 없고 조금 애매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그나저나 민아가 제안한 목도리, 생각하면 할수록 괜찮은 것 같았다. 한 가지만 해결되면 말이다.
“그거 목도리 가죽라벨 같은데다가 이니셜 새기는 것 의외로 금방 되던데, 한번 알아볼까?”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전에 여자 친구랑 커플메시지 새긴 적 있거든. 넌 그런 적 없어?]
목도리 가죽라벨에 무엇인가를 새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내가, 어떻게 그런 것도 아냐며 묻자 민혁 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덕분에 나는 왠지 모르게 패배자가 돼버렸지만.
“일단 홍대 쪽 말고 동대문 도매시장 쪽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 내 기억으로는 목도리 재질이랑 가죽라벨 종류까지 해서 진짜 다양하게 고를 수 있었어. 라벨에 이니셜이나 메시지 새기는 것도 금방이었고.”
나름 비장하게 홍대로 나왔는데, 나온 지 15분 만에 문제가 해결되고 말았다. 이럴 거면 아침 일찍 전화 돌려서 만난 의미가 퇴색되는 데 말이야.
“그럼 밥이나 먹고 가죠. 여기 싸고 맛있는데 알고 있으니까요.”
뭐, 그래도 이왕 홍대에 왔으니 밥이라도 먹고 가야겠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 이 동네까지 오겠는가. 가봤자 김밥헤븐이지.
그나저나, 나도 한 번도 안 가본 곳인데, 오늘 메뉴는 뭐 일까나?
*
그렇게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들의 눈앞에는 드높은 명성을 가진 식당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상한 게, 갑자기 민혁 형과 민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뭐야, 배고프다고 방금 전까지 그래놓고선.
“너 포이보스, 나 세이브, 민아 씨 JS인데 거길 가자고?”
“뭐, 어때? 나 식권 있다니까? 다섯 장이나 있어!”
어쨌든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되돌아갈 마음은 없었다.
이런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지만, 결국 항상 지갑 속에 넣어뒀던 식권이 지금 이 순간 그 효용의 빛을 발하게 됐으니 말이다.
“니가 그걸 왜 가지고 있는데?”
“아니 저번에 대표님이 명함이랑 같이 주더라고. 언제 밥 먹으러 오라면서 자기 없으면 식당가서라도 뭐 먹으라고.”
“하... 민아씨 생각은 어때요?”
“저, 저는...”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번 기회에 소문난 구내식당 구경도 해보고 밥도 먹으면 좋지 않은가? 뭐, 몰래 가는 것도 아니고 식당 사장 허락받고 가는 건데 말이다.
“에이 뭐 어때? 게다가 거기 밥 맛있기로 소문났잖아? 솔직히 홍대에서 아침밥을 어떻게 먹어. 점심도 아니고”
머뭇거리는 민혁 형과 민아를 등 떠밀며 보무도 당당하게 건물 안으로 전진했다. 근데, 꽤 이른 시간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 오늘 무슨 사인회하나?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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