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6화 (46/502)

00046  2012  =========================================================================

[OFFICIAL ; 포이보스 뮤직 오남매 연말 토크 콘서트 EP 2. 급식단의 반격!]

[정강이]

- 정 승현(20), 강 지혁(22), 이 수아(26)

[급식단]

- 크리스 김(18), 권수아(19)

[출입가능]

- 공연 당 50명

- 솔로 (오남매 모두가 솔로이므로 커플은 출입불가!)

- 급식 Or 학식 (막내 크리스 김(18)부터 맏이 이수아(26)까지!)

[일시]

- 19일(토) 20일(일) 22일(화) 24일(목) 25일(금)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참가방법]

- 17일 오전 6시부터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에서 본인에 한해 최대 1매 구매 가능. (입장 시,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 지참 필수!)

[티켓가격]

-2만원

[공연장소]

-대학로 스튜디오 SKK 소극장

[초대가수]

-아직 미정.

-안녕하세요. 포이보스뮤직 소속 뮤지션 오남매입니다. 드디어 저희가 2번째 토크콘서트를 위한 대관 및 공연 구성 준비를 직접 끝마쳤습니다! 흑흑. 솔로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12월, 우리 서로를 위로해보아요. 흑흑.

[PS]

- 역시 토크 콘서트는 삼촌 몰래 하는 게 제 맛! 삼촌 미안해요! 우리 또 일 벌였어요!

- 토크 콘서트가 처음인 급식이들이 요즘 칼을 갈고 있다네요? 기대해주세요!

- 이번 초대가수는 누가 될까요? 몇 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인맥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오남매의 유일한 걱정이랍니다. 흑흑

- 저번 토크 콘서트에 비해 이번 참가비는 2배인 2만원인데요. 아무래도 성수기에 대관을 하려다보니 가격이 올라버렸어요. 죄송해요. 그래도 시설은 더 좋단 말씀!

“난 30분!”

“에이 30분은 에바지. 난 1시간 반 본다. 삼촌 아까 일본다고 나갔어.”

역시 사고는 쳐야 제 맛이다. 그것도 남몰래 말이다.

오랜만에 다 같이 휴게실에 모여서 노가리를 까다, 결국 터트렸다. 몇 주 전부터 몰래 계획하고 있던 토크 콘서트를 말이다.

시원하게 포이보스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린 뒤 우리는 여유롭게 한 명의 남자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누나는 몇 분 걸릴 것 같아?”

“나? 나는 음... 지금?”

“에이 말도 안 돼. 삼촌 아까 일 있다고 나갔는데?”

가만히 앉아 우리들이 나대는 모습을 보며 웃고 있던 수아 누나의 말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다시금 웃음 지었다. 말 그대로 말이 안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가끔 상식 밖을 좋아하나보다.

“야 임마! 너희들!”

수아 누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외출했던 민재 삼촌이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왔으니 말이다.

“헐, 대박.”

“소름 돋아, 뭐야 이거?”

이 누나 진짜 가끔 보면 뭔가 있다. 신기라도 있는지, 이런 거는 기똥차게 맞추니까 말이다.

그렇게 삼촌의 구박 아닌 구박을 받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 맞다!

“아! 그리고 이번에는 각자 하루 공연 표 2장씩 총 10장 줄 테니까. 뭐, 표 주고 싶은 사람들한테 선물로 줘도 돼.”

저번에 토크 콘서트를 하면서 조금 힘들었던 게, 주변 사람들의 청탁이었다. 나는 비록 인맥이 빈약했지만 수아 누나나 승현이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대관하는 김에 전보다 10명 많은 60명 규모의 소극장을 대관했다. 차라리 이러는 편이 나을 것 같았으니까.

뭐, 결과는 내 예상보다 대단했다.

“진짜?”

“헐! 대박!”

“날짜만 잘 조정하면 서로 티켓 교환해서 쓰면 될 테니까, 상의 잘하고. 오케이?”

이미 토크 콘서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 수아 누나와 승현이는 물론이고 경험이 없는 수아와 크리스 녀석도 너무 좋아했으니 말이다. 하, 작전 성공!

그렇게 좋아하는 녀석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민재 삼촌이 내게 입을 열었다.

뭐, 딱 봐도 혼내려는 건 아니다. 이번에는 대관이니 뭐니 전부 완료한 상태에서 공지를 한 것이고 게다가, 삼촌 우리들한테 숨기려고 한 것 같은데, 티가 너무 난다. 좋아서 죽겠는데, 애써 선홍빛 잇몸을 감추려는 행동이 말이다.

“지혁아, 재성이 말로는 너 연기 수업도 제법 들었다던데, 사실이냐?”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삼촌이 꺼낸 말은 토크 콘서트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또 뭐지? 뜬금없이 무슨 연기 수업 얘기가 여기서 나오는 거지?

“갑자기 왜?”

물론 연기 수업을 들었던 게 맞다. 작곡, 작사, 댄스, 보컬, 연기 등, 데뷔의 문턱에서 좌절할 때마다 생겨난 욕심에 배울 기회가 생길 때마다 무작정 수강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연기 수업을 들었나, 안 들었나가 아닌 것 같다. 어째서 이 얘기가 민재 삼촌에게서 나왔는지, 어째서 재성 삼촌에게까지 이에 대해서 물어봤는지가 중요한 것 같으니 말이다.

“너한테 드라마 대본이...”

“에?”

“엥?”

그런 내 의아함을 풀어주려는 듯 삼촌이 꽤나 두꺼워 보이는 책 뭉치를 건넸다. 덕분에 포이보스 휴게실은 나를 포함한 급식, 학식이들의 더한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

“그 이은숙 작가라고 엄청 유명한 작가인데, 이번에 새 작품 들어가는데 널 직접 지목했데. 연기에 크게 하자가 없는 이상, 무조건 섭외해달라고 말이야.”

뭔가, 삼촌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말 같지 않게 느껴지는,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희안한 현상에 말을 잇지 못하는 내 두 눈에 신사의 품위라고 적힌 대본이 들어왔다.

“내년 1월 중순 쯤에 촬영시작이긴 한데, 네 배역이 중순부터 등장하는 역이라 실제로는 2월 초부터 시작하는 거나 똑같데.”

“아니, 삼촌. 무슨 연기야? 그래, 3년 동안 연기 수업 받긴 받았어. 그런데, 수업 안 받은 지가 몇 년인데 그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대본을 들고 와 연기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민재 삼촌의 의도 자체가 말이다. 아니, 연기 수업 받은 지가 언젠데 그래?

“연기나 음악이나 모두 예술이고 평소 너 가사 이해력이든지 감정 몰입력으로 봤을 때 삼촌은 네가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고 삼촌이 슬쩍 대본 보니까, 너랑 그렇게 안 어울리는 배역도 아니어서 그래. 그러니까, 생각해봐라. 알겠지? 지혁아?”

하, 뭔가 꼬여도 너무 꼬였다. 저렇게 진지하게 나오면 완전 반칙 아닌가? 하...

게다가 너네들은 눈빛들이 갑자기 왜 그렇게 초롱초롱 해지는 건데?

하... 세상은 썩었어.

*

“뭐냐? 그 행동들은?”

거의 반년 만에 만나는 녀석들의 행동이 사뭇 심상치 않았다. 뭐냐, 음식 앞에 두고?

연습생 신분으로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녀석들이기에 몸보신에 힘이라도 내라고 할 겸 한우 집을 방문했다. 그것도 완전, 완전 유명한 곳으로다가 말이다.

그런데, 정작 고기를 눈앞에 둔 녀석들의 행동이 매우 오만방자하다.

감히 한우를 눈앞에 두고 한눈을 팔다니.

“안 먹냐?”

숯 불 화로에 한우 한 점을 앞면 5초, 뒷면 5초를 거친 뒤 입 안으로 쏙.

이게 한우의 진리거늘, 좀처럼 젓가락을 들지 못한 채 나를 멍하니 보는 녀석들 덕에 나만 배터지게 생겼다.

“아니,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어서.”

“와... 실감 안나.”

게다가 이러한 행동의 이유자체가 어처구니 없었는지라,

[탁!]

녀석들의 머리를 수저로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뭔 소리야. 헛소리 말고 얼른 먹기나 해라. 고기 타니까.”

가만 보면 꼭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어찌됐건 그런 내 행동에 녀석들 또한 저마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점점 속도를 높여가면서 말이다.

그래, 자식들아. 이게 한우다. 한우.

“뭔가 처음 봤을 때나 1집 나왔을 때도 대단해보이긴 했는데, 지금은 뭐... 지리네... 지려...”

그렇게 처음 시킨 10인분에 이어 또다시 10인분을 먹고 나서야 녀석들의 젓가락질은 멈췄다. 자식들, 그렇게 잘 먹을 거면서 처음엔 왜 그런 건지. 나 참.

“와... 자격지심 느껴진다. 진짜...”

“그때 어떻게든 누나 새끼 아니 누나를 소개시켜줬어야 됐는데... 성격은 더러워도 얼굴은 예뻐서 남자 하난 잘 꼬실 텐데...”

“뭔 소리냐 또. 고기 맛있게 먹어놓고선? 헛소리 좀 그만해라.”

좀 쉴 만하면 튀어나오는 헛소리에 다시금 숟가락을 들려다가 겨우 마음을 접었다. 어휴, 내가 니들만 보면 폭력이 는다. 늘어.

“연습은 잘하고 있고?”

“뭐, 나야 언제나 똑같지.”

“나도 딱히...”

“회사 사정도 있고 해서 그냥 쥐 죽은 듯이 연습이나 하고 있지 뭐.”

“나도...”

뭔가 헛소리만 해대는 녀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건넸던 멘트가 역효과를 일으킨 것 같다. 비싼 고기 먹고 배 두드려도 모자를 판에 갑자기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WMC에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4명은 마지막 관문 전까지 1명은 최종 5인 안에까지 들었는데 아직까지 데뷔는커녕 연습생 생활을 하는 녀석들의 처지가 너무 딱하게 느껴졌다.

하물며, 녀석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새로운 그룹을 대중들에게 내보이기 전에 소속사측에서 기획하는 데뷔조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듯 했는지라 나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말을 꺼내서, 분위기가 이렇게 됐으니 말이다.

“임마! 형은 연습생만 10년 10개월인가? 11개월인가 했는데 그 반도 안한 것들이 풀 죽어있기는? 이래서 미필들이 안 된다니까.”

“뭐, 뭐!”

“아, 또 아재 나왔어.”

“그놈의 군부심. 어휴... 군대는 혼자 갔다 온줄...”

“아재 냄새 지리구여...”

또다시 군부심 부리는 아재가 돼버렸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분위기를 풀고 싶었다.

저 녀석들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았으니까.

아참, 그게 있었지.

“이거나, 받아라.”

“이게 뭔데?”

“또 뭐?”

녀석들 주려고 1장을 수아 누나와 바꿔가면서까지 준비했는데, 먹느라 정신이 팔려 깜빡 할 뻔했다. 물론, 저 녀석들이 아까부터 자꾸 헛소리를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말이다.

“20일 걸로 3장이니까. 시간 맞춰서 오고. 도현이는 나이 때문에 아쉽게 됐네. 다음에 기회 되면 형이 챙겨줄게.”

내가 건넨 것이 토크 콘서트 티켓이라는 것을 알게 된 녀석들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물론, 도현이 녀석의 표정은 썩어 들어갔지만 말이다. 뭐, 더 이상은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어린 게 죄지. 어린 게 죄야.

“헐, 대박!”

“와! 이게 그 유명한...!”

“초, 초청권? 헐, 대박!”

“와...지리네... 나만 빼고...”

도현이 녀석의 희생 아닌 희생 덕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뭐, 모로가나 도로가나 어쨌든 목표 달성!

그나저나, 남은 표들은 어떻게 하나?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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