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4화 (44/502)

00044  2012  =========================================================================

[청용 영화제를 울린 사나이 강지혁! 그의 한계는? 정규2집 앨범 선주문 수요 폭발! 단 하루만에 17만장이 늘어나 음원공개 한 달도 안 돼 벌써 60만장 돌파! 강지혁 열풍에 1집 재판 요청 쇄도! 포이보스 뮤직 측 曰 “1집 정규앨범 재판 계획은 없으며,......”]

-와... 지렸다, 진짜. 이게 사람이냐, 괴물이냐.

-ㅇㅈ, 무반주인데 티도 안남. 하... 방금 샤워하고 팬티 갈아입었는데 지렸음.

-지금 중고나라에서 강지혁 1집 13만원인거 암? 원가 13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파는 사람이 없음. 하... 사고 싶다.

-님 같으면 팔겠음? 나 같으면 50만원 줘도 안 팜. 하... 1집 역시 재판 안하네... ㅠㅠ

[강지혁을 안아준 김해수와 유준성의 모습. 올해 청용영화제 최고의 포토제닉상으로 뽑혀!]

-순간 울컥했다. 진짜. 아... 직접 방청간사람 부러워 디지겠다. 저걸 실제로 봤다는 거잖아. 강지혁 라이브도 듣고. 완전 귀 호강이네.

-토크 콘서트에서도 저럼. 사연 듣고 말하고 노래 부르면 한동안은 눈물 글썽이고.

-ㄹㅇ? 진짜 감성적인가보다. 하긴, 그러니까 노래 클라스가 그렇지.

-지금 배우들 SNS보면 전부 강지혁 얘기임. 팬이라고 사인 못 받았다고 아쉽다고 그러고 있음. 근데 강지혁 부모님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그러지 않음? 그래서 그런지 뭔가 부모님 품에 안겨 우는 것 같음.

[강지혁의 토크콘서트 다시금 각광! 강지혁의 노래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VVIP콘서트가 1만원?]

-하... 정기적으로 한다던데, 언제쯤 하려나. 진짜 후기들 보면 미쳤던데... 1만원 받고 4시간동안 콘서트 보고 듣고 느끼고, 기념품도 받고 사인도 받고 사진도 같이 찍고. 미친 이게 가능이나 함?

-ㅋㅋㅋㅋㅋ티켓 값이 1만원인데 솔직히 기념품으로 받아가는 것만 해도 1만원보다 더 얻어가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걍 티켓팅 하면 무조건 로또임.

-이번에는 좀 많이 했으면 좋겠다. 진짜 티켓팅 너무 힘듬....

-급식들도 배려 좀...

-근데, 이번에도 저번이랑 별로 다를 것 같진 않음. 토크 콘서트 컨셉 자체가 관객과 직접 소통 이런 거라서 사람 많게 안 한거라고 저번에 그랬음.

[정규 2집 수록곡도 전부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한 정규 3집 수록곡. 안아줘 를 들으려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아! 노래 개 좋은데, 언제까지 기다려야함? 미친.

-말이 좋아 다음 앨범이지, 정규 3집이 언제 나올지 어케 암? 미치겠네 진짜.

-음원 공개 안 해주겠지? 미치겠다 진짜. 저런 곡 14개씩 들어있는 앨범이 다른 아이돌 미니 앨범이랑 비슷한 가격이라는 게 놀랍지만, 계속해서 정규 앨범만 내는 게 더 놀랍다, 진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연예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한 청용영화제 기사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태가 수습되고 있다는 사실이면 충분하니까.

인터넷과 연예방송에서는 어제의 일을 제법 떠들썩하게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그 당사자 중 하나인 나는 언제나처럼 포이보스 소파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뭔가 기분이 착잡하다거나, 다운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제의 공연으로 가슴이 개운해지고 후련해졌다. 다만, 평소처럼 잉여스럽게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승현이 녀석의 표정이 조금은 달라졌을 뿐이지만.

“왜?”

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녀석의 눈빛에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임마, 얼굴 뚫어지겠다. 남자 얼굴 보는 데 취미 들렸냐?

“형 괴물임?”

“뭐가, 임마.”

뜬금없이 내뱉는 녀석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녀석이 무슨 의미에서 나를 괴물이라 지칭하는 지 정도는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진하게 연애도 해보고 대차게 한번 차여봐. 세상 다 잃을 정도로 아파봐야 곡도 써지더라. 넌 이상한게 우리 회사에 연애금지령도 없는데, 허구한 날 여기 소파에 누워서 뭐하냐? 시간이 아깝지도 않냐?”

답은 하나였다. 사랑도 해보고 뭘 좀 경험해봐야, 곡도 써질 것 아닌가. 남이 주는 곡을 부르는 단순 가수가 아니라, 자작곡으로 승부 볼 가수가 되기 위해선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내 조언은 녀석에게 그다지 신빙성이 없었나보다.

마치,

지는?

허구한 날 휴게실 소파에 누워있는 게 누군데 개소리?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녀석의 표정이 이를 증명해줬으니 말이다.

임마, 그렇게 쳐다보니까 내가 반박할 수가 없잖아.

그런 녀석의 시선을 가뿐히 무시한 채 다시금 천장을 바라보았다. 야, 겉으로는 이래보여도 나 지금 곡 구상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점심때가 다가옴을 귀신같이 느끼며 언제나처럼 회사식당인 김밥천국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였다.

마침 휴게실로 들어온 민재 삼촌의 모습에 쾌재를 불렀다. 삼촌한테 밥 사달라 해야지. 그런 내 의도를 눈치 챈 것인지, 옆에 있던 승현이 녀석 또한 잽싸게 소파에서 일어났다. 하여간 눈치하나는 빠르다니까.

“지혁아 너 스케줄 어떻게 할 거냐? 방송 나간다는 마음 안변했지?”

아직 우리들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한 탓인지, 삼촌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내가 있는 소파로 다가왔다. 오늘은 뭘 먹을까. 저번에 재성 삼촌이 사준 한정식 집 괜찮던데.

“물론이죠. 뭐, 그렇다고 많이 나가겠다는 건 아니고요.”

평소 혼자 녹음실에서 연습할 때만큼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으로써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민재삼촌이기에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걱정 같은 감정은 담겨져 있지 않았다. 오히려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을 뿐.

“WMC측에서 참석해달라고 연락 왔다. 노미네이트 된 부문도 많아서 공연도 준비해 달래. 그리고 방송 3사 연말 가요대전측에서도 연락 왔으니까 생각해보고.”

뭘 먹을지,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 삼촌은 쭉쭉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는지라, 나 또한 마냥 헛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일단 일보 전진을 위해 이보 후퇴해야겠다.

“WMC MUSIC AWARDS는 조금... 이미 KMA에 나갔으니까. 뭐, 방송 3사 건은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은데, 그래도 돼? 삼촌?”

“방송사 건은 12월 중반까지만 말해주면 된다더라, 그러니까 그때까지 생각해봐라. 그러면 WMC측에 너 참석 안한다고 연락한다?”

삼촌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WMC MUSIC AWARDS는 말 그대로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시상식이었지만, 이미 KMA를 나갔으니 그다지 미련은 없었다. 그 시간에 토크 콘서트 준비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뭐, 1차 평가에서 탈락하긴 했어도 내가 처음으로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인사를 드린 계기가 WMC에서 기획한 프로젝트 데뷔여서 이번 제안을 거절하기가 조금 껄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막말로 내가 프로젝트 데뷔에서 우승한 것도 아니니까. 그나저나, 그때 1등한 연습생은 어떻게 됐으려나?

*

[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될 수만 있다면,]

“그만!”

이제 녹음을 코앞에 두었기 때문에 디렉팅은 아무래도 노래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앨범이 곧 발매되면 어느 정도 선에서 방송 활동도 나가고 또 토크 콘서트도 할 예정인 나이기에 시간이 많을 래야 많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방금 전 Amiga 멤버들의 노래는 기대 이하였다. 아니 보컬 라인들의 개별 실력만큼은 꽤나 봐줄만 했다. 다만,

“유나 양, 은지 양. 메인 보컬과 리드 보컬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기보다는 홀로 돋보이기만 하는군요.”

팀이 아니었을 뿐.

“뭘 해야 될지 모르겠거나, 질문 사항이 있으면 전화를, 아니 전화가 부담스러우면 문자라도 하면 되지 않습니까?”

거의 3주 만에 봤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멤버들의 상태에 답답한 마음이 커졌다.

물론 내 개인적인 스케쥴로 디렉팅을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직접 봐주지 못했다. 하지만, 개별 파트는 비교적 신경 쓴 것이 보이는 데, 정작 아이돌 그룹의 가장 중요한 점인 팀워크 부분은 엉망이라는 점에서 내 답답함은 기존의 질책과는 달랐다.

“이러는 걸 방지하려고 번호 알려달란 거 아닙니까? 지하 양?”

분명히 주마다 한번 씩 이메일을 통해 영상을 전송 받았을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내가 잘 못 생각했나보다. 최근 본 영상에서 보다 개인 파트는 좋아졌지만, 단체 부분은 형편없다는 점, 전체적으로 조화가 맞지 않다는 점에서 애들이 연습하는 방향 자체가 어긋났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으니까.

“예, 예?”

“네?”

매서운 눈빛이 아닌, 약간 실망했다는 늬앙스의 말투에 지하는 물론이고 다른 멤버들 또한 당황했나보다. 다른 멤버들이 지하를 바라보며 의아함과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은 조금 의문이었지만.

“지하 양처럼 사적으로 쉬는 시간이나 잠자기 직전에 문자를 보낸다거나, 전화를 거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묻거나, 방도를 구하는 것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라고 번호도 알려드린 거니까요.”

“지하가 자주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한다고요,..?”

“자, 잠자기 전에 전화도 하고요...?”

“지하 양은 오늘 비교적 잘 했습니다. 그 방향 그대로 조금씩만 보안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 어떻게?”

“에, 예?”

비록 시간을 달려서에서 맡은 파트가 적다고는 하나, 적어도 지하만큼은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자신보다는 팀을 위했기에 지하를 바라보는 내 눈빛에는 약간의 따스함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지하만큼은 내가 수차례 강조했던 하나의 팀이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은 듯 했으니 말이다. 물론, 전화나 문자를 통해 수시로 내게 연락을 취했기에 이러한 말을 상대적으로 많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그녀의 노력이었기에 나로서는 지하가 대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막말로 이 모든 것은 자기 쉬는 시간을 소모한 결과이니 말이다.

“처음 차기앨범 디렉팅을 맡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을 때, 지하 양이 대표로 받아가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제게 디렉팅을 받으면서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려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이돌 그룹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진도가 막혀버려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지금 이결과에 내 탓이 없다고는 볼 수 없었으니까.

“지하 양처럼 시간 날 때마다 연락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번호를 받아갔으면 제대로 써먹으라는 뜻에서 하는 말입니다. ALL FOR ONE, ONE FOR ALL 여러분은 한 팀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여친이들 한명, 한명과 시선을 마주보았다. 그렇게 모두와 시선을 나눈 뒤 연습실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어떻게든 본격적인 스케쥴이 시작되기 전에 디렉팅을 빡세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가득했으니까.

그나저나, 유일하게 칭찬받은 지하가 왜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는지 모르겠다. 혹시나 혼자 칭찬을 받아 언니들에게 혼날까봐 그런 걸까?

적어도 내가 아는 Amiga 멤버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에 이내 방금 전의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지만, 여전히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

이내 택시에 올라탄 내가 잠에 빠져듬에 따라, 그 의문이 머릿속에서 잊혀져버렸으니까.

*

“왔어? 형?”

“그래, 내가 조금 늦었지?”

“당연히 우리가 먼저 와야지. 우리가 배울 사람들인데.”

지난 일주일동안 두 시간씩 꼬박꼬박 얼굴을 마주본 탓인지, 민혁 형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행동에는 친근함이 묻어있었다. 물론 민혁 형이 잘생긴 얼굴과 절로 기대고 싶을 정도의 성격을 지닌 탓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단 SBS에서는 너랑 승현이 그리고 크리스랑 해서 B TO V 노래를 스페셜 스테이지로 불러줬으면 좋겠데. 지혁이 너는 스페셜 스테이지 말고도 2곡정도 더 부르게 될 것 같으니까. 준비해라. 알겠지?]

일주일전 민재 삼촌이 전해준 말에 의해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나랑 승현이, 크리스 셋 다 낯을 조금 가리는 편이라 마냥 어색하기만 했는데, 민혁 형 성격이 워낙 좋기도 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다 같이 먹으러간 삼겹살에 소주가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때 혼자서만 소주 대신 사이다를 들이키는 크리스 녀석이 거의 울 뻔했지, 아마?

아무튼 그때 우리는 B TO V 선배들의 It's okay를 선곡했고 덕분에 민혁 형이 우리를 도와주게 되었다. 랩 부분과 It's okay의 안무를 도와줄 도우미로 말이다.

뭐, 나 같은 경우는 솔로 무대도 있어서 그 부분 랩까지 추가로 도움 받겠지만.

“우리 애들은 지금 죽어나던데?”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쉬지 않고 연습을 이어갔다. 덕분에 나를 비롯해 모두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말이다.

“그 노래가 조금 어렵긴 해요. 뭐, 그래도 잘하실 것 같은데요?”

뭐, B TO V 선배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나의 이번 앨범 수록곡인 가지마가지마를 부르게 됐다는데, 나로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덕분에 엄청 홍보가 될 테니까.

홍보를 해줘서 고맙다는 내 말에 민혁 형의 얼굴이 순간 떨떠름해졌다. 가지마가지마를 부르다가 질식사하겠다나 뭐라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내가 은강 선배 노래를 안 들어본 것도 아니고.

“부르긴 부르는데, 부르고 나서 애들이 땅바닥에 드러누워서 못 일어나던데?”

원 참, 농담도. 민혁 형의 농담에 크게 웃는 것도 잠시 어느새 연습은 계속되었다. 쉬는 시간을 길게 가질 정도로 우리의 안무가 완벽한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날도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It's okay의 안무를 연습했다. 아이돌 안무 치고는 비교적 매우 쉬운 편에 속하는 안무였지만, 우리들에게 있어 이것은 쉬울 수가 없었다.

10년 동안의 연습생 생활이 덕을 본 탓인지, 나는 비교적 수월하게 안무를 익혀나갔지만 살아온 평생 안무와는 인연이 없었던 승현이와 크리스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뭐,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30분만 더하고! 삼겹살에 소주 콜?”

“콜!”

될 때까지 하는 것.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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