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2화 (22/502)

00022  2012  =========================================================================

[가요계의 신성 강지혁! 알고보니, JS의 조카?]

-와... 미쳤네... 프로젝트 데뷔 때 자기 고아라고 삼촌이 혼자 키워줬다고 말했는데, 그 삼촌이 박재성이었음? 그 섹고? 와... 지리네...

-남아있는 친척이라고는 삼촌 혼자라서 엄청 어렸을 때부터 삼촌이 키워줬다고 했음... 와 근데 대박이네. 나이 보니까, 박재성 이십대 중반부터 강지혁 키웠네. 와...

-솔직히 요즘 세상에 조카 고아 됐다고 자기가 키우겠다는 삼촌이 어딨음? 대박이긴 하네.

[10년 내공의 JS 연습생 출신 강지혁! 또다시 놓친 대어! 삼촌의 눈물!]

[등잔 밑이 어둡다! 박재성 인생 실수! 조카의 귀환!]

[강지혁의 정규앨범을 탄생시킨 그녀는 누구!]

-아니 조카인데도 방출시켰으면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대박이네.

-딱보니까, 여자 문제아님? 1집 앨범도 그렇고 딱 타이밍 맞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아쉽긴 하네. 강지혁 아이돌이든 솔로든 지금 상황으로 봐선 뭘 해도 대성했을텐데. 10년 동안 가르쳐놓고 정작 남 좋은 일만 시켰네 쩝..

-근데 솔직히 박재성도 강지혁이 이렇게 대박 칠 줄 알았겠음? 여튼 지리네. 강지혁도 사스가 금수저 ㅎㄷㄷ

-미친 니 부모가 죽었는데도 수저 타령할래? 하여튼 무개념새끼들이 어휴...

약속 장소로 향하는 중에, 유나를 검색해보려던 나는(우나가 아니라 유나였다. 멍청한 놈. 그러니까 암만 검색해도 아이돌이 안 나오지.) 포털 사이트 메인을 가득채운 내 이름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퍼져나가던 소문이 며칠 전 케이 팝 싱어 파이널 무대와 삼촌의 컴백으로 인해 공식화 된 것이다. 자세한 속사정을 모르기에, 나의 연습생 방출을 가지고 또다시 삼촌의 안목을 까는 그런 기사들도 있었는지라 나로서는 속상하기 그지없었다.

더군다나, 잘못하다가는 그녀까지도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으니 말이다.

“후...”

사건, 사고는 내가치고 삼촌은 그것을 그저 수습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삼촌의 명성에 흠집을 남겨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삼촌에게 죄송하다는 톡을 보낸 뒤 의자에 내 몸을 기댔다.

그렇게 십 여분 가량 지났을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는 석현 형의 말에 차에서 나온 나는 또다시 붕어 같은 내 대가리에 한 숨을 내쉬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여자 가수 이름이 유나라는 것을 알면 뭐하나, 제대로 검색은커녕 그녀가 속해있다는 Amiga의 노래조차 들어보지 않은 채 약속장소에 와버렸으니 말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삼촌 일이 걸리긴 하지만, 지금 당장의 우선순위는 일단 유나라는 여자였다.

“유나. Amiga 메인 보컬에 94년생 현재 19살, 키 169CM? 여자치곤 크네. 본명은 최유진이라. 최유진?”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에 이미지를 클릭한 나의 두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지혁아! 삼촌 왔다.”

순간 들려오는 민재 삼촌의 목소리에 나의 시선은 문 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눈에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스마트폰 액정에 나타난 사진과 똑같은 얼굴이 말이다.

“지혁씨, 정말 팬입니다. 덕분에 유나가 음원차트에서 1위도 해보고 여러모로 결과가 좋았습니다. 좋은 곡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규 1집 앨범을 구매한 것인지, 내게 사인을 부탁하는 소경진 대표님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물론 내 기분이 좋아진 것은 그것 때문만이 아니지만 말이다.

“아니요. 덕분에 제가 만든 노래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유나 양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저도 자주 듣는걸요?”

“저, 정말요?”

“그럼요! 유나 양 목소리랑 노래가 잘 맞아서 정말 좋았어요.”

내 마음속에서 첫 팬으로 남아있는 그 여학생이 지금 눈앞에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같은 가수로, 내 노래를 불러준 가수로 말이다.

“저희 애들도 이제 컴백을 앞두고 있어서요. 앨범 나오면 지혁 씨에게도 꼭 드리겠습니다. 봄 향기 덕분에 저희 애들한테도 관심이 더 높아져서요. 아마도 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습니다. 하하하!”

“아! 그럼 기대 많이 하고 있을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정갈하게 세팅된 반찬들을 집어먹으며 나는 새삼 인연의 오묘함을 되새김질 했다. 물론, 민재삼촌과 소경진 대표님이 있는 자리에서 유나 양과의 추억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저도 슬슬 앨범 준비하고 있어서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앨범 나오면 보내드릴게요.”

“정말입니까? 우와! 저희 애들이 참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럼 혹시 미니앨범으로?”

“아! 아니요. 정규2집으로 준비하려고요.”

“뭐, 뭐? 너! 삼촌한테는 말도 안하고!”

다만 식사자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소경진 대표님을 비롯해서 민재 삼촌 그리고 유나 양과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나눴을 뿐. 뭐, 간혹 가다 유나 양과 눈이 마주쳤을 땐 서로만이 아는 기억을 눈빛으로 나눴지만 말이다.

“컴백 준비 잘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몇 시간 전처럼 복잡하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 그런 생각들은 아니었다. 입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맺혔으니까. 유나 양과의 인연을 생각하며 그때의 고마움을 떠올렸으니까.

“삼촌 아직도 삐졌어요?”

그나저나 민재 삼촌은 왜 저러시는 건지. 도대체가 하...

*

내 첫 팬이자 힘든 시기 큰 힘이 돼주었던 유진 양과 번호라도 교환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소경진 대표님 말마따나, 컴백을 1주일 정도 앞두고 있다했던가? 더군다나 핸드폰도 멤버들 공용으로 한 대 그것도 2G폰으로 쓴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그 인연이 영영 끊긴 것은 아니니, 아쉬움을 애써 누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같은 가수로서 마음만 먹으면 음악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언제든지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무섭다고 느껴진다. 어떻게 그 여학생이 가수가 되어 그것도 내가 만든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소름이 돋았다. 그 정도로 식당에서 그녀를 봤을 때 느꼈던 놀라움은 대단했으니까.

그때를 생각하자, 또다시 닭살이 돋아버린 팔뚝을 쓱쓱 문지른 뒤 다시금 헤드셋을 썼다.

요즘 나는 정규 2집 준비를 슬슬 시작하고 있었다. 1집이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거뒀는지라 조금 부담되긴 했지만 말이다.

뭐, 미니앨범이나 1.5집 형태로 앨범을 냈다면 진즉에 컴백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음악 몇 곡 넣고 앨범을 발매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다행인 것은 음반 작업이 꽤나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다시 정규앨범으로 컴백하려는 나를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민재 삼촌도 막상 작업하는 것을 직접 보더니 괴물 보듯 나를 쳐다봤으니 말이다. 물론 자기한테 먼저 말 안 해줬다고 한동안 내게 삐진 것은 비밀이다.

여튼 다음 주부터 한 곡 한 곡씩 차근차근 녹음을 시작하기로 한 터라, 요즘은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곡들을 정리했다. 비록 회사일로 바빠서인지 재성삼촌을 집에서 보기란, 하늘에 별 따기여서 조금 쓸쓸하긴 하지만 말이다.

아쉽다. 삼촌이 피드백 하나는 기가 막힌데, 쩝... 공기 반, 소리 반 나 진짜 잘할 자신 있는데...

도대체 하이틴, 그게 무슨 프로그램 이길래, 사람이 집을 안 들어와. 예전에 음악활동 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았는데.

에라 모르겠다.

이내 컴퓨터와 연결된 헤드셋에서 MR이 흘러나오자, 나는 잡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아무도 없는 마당 잔디밭 흔들의자.

그곳에서 나는 두 눈을 감으며 들려오는 선율에 빠르게 몰입해갔다.

[기억 속에서]

너와 함께 있던 그 순간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기억 속에서 나는 아직도 웃어.

기억 속에서 네 곁에 있는 모습이 그리워

우리의 흔적이

가장 선명하게

가장 또렷하게

남아있는 너와의 기억.

나는 아직도 기억 속에서 살아.

......

*

“애들아 준비됐지?”

두 달여간의 대장정 끝에 새로운 걸 그룹 Trendy의 멤버로 확정된 이들에게 박재성이 환한 미소를 드러냈다.

그러자, 앳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9명의 멤버들은 일제히 차에 타기 시작했다.

“여기 삼촌들이 데려다 줄 테니까, 먼저 가서 기다리렴. 나도 곧 뒤따라 갈 테니까 말이야?”

“네!”

“자! 출발!”

하이틴이라는 프로그램이 많은 관심을 이끌어낸 채 종영된 지 일주일. 박재성은 힘든 고비를 무사히 건너온 그녀들을 집으로 초대하였다.

여린 그녀들이 버티기 버거울 정도로 하이틴이라는 프로그램은 나름 잔혹했는지라, 그 나름대로 미안했던 점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에 삼겹살이라도 잔뜩 사서 바비큐파티를 해주려는 의도에 그녀들을 먼저 집으로 보낸 박재성이 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변수를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Trendy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걸 그룹 멤버가 될 9명을 태운 2대의 벤이 오래되지 않아 박재성의 집 앞에 멈췄다.

“자 됐다! 박재성 PD님 10분 내로 오신다니까, 마당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면 될 것 같다. 알겠지?”

“네!”

대문을 열어주고 다시금 벤에 올라타는 직원의 말에 가장 맏언니인 나정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우린 이만 가볼게.”

[부르릉]

그렇게 2대의 벤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그녀들이 하나둘 문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대박, 대박! 와... PD님 집 진짜 넓다.”

“우와!”

꽤나 넓어 보이는 정원이 자신들의 눈앞에 들어오자, 그녀들의 두 눈이 절로 휘둥그레졌다. 괜히 JS, JS하는 게 아닐 정도로 박재성의 집은 꽤나 컸으니 말이다.

“수나, 배고푼데...”

“PD님 10분 뒤 온다했어요. 조금 기다려야 해요. 언니.”

물론 모두의 관심이 박재성의 집 크기에 쏠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그때였다.

제일 앞에서 앞장서던 다희가 발걸음을 멈춘 것은.

“다희! 왜 그래?”

바로 뒤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걷느라, 갑작스런 다희의 멈춤에 머리를 부딪힌 지수가 머리를 문지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희는 지수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지 전방을 바라볼 뿐이었다.

“뭐야, 뭔데 그래?”

“뭔 일 있어?”

그러자, 지수의 시선 또한 다희를 따라갔고 뒤에 있던 나머지 멤버들 또한 앞 다퉈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들의 귓가에 이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서]

너와 함께 있던 그 순간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기억 속에서 나는 아직도 웃어.

기억 속에서 네 곁에 있는 모습이 그리워

우리의 흔적이

가장 선명하게

가장 또렷하게

남아있는 너와의 기억.

나는 아직도 기억 속에서 살아.

......

[거리의 노래]

나도 모르게

장발이 돼버린 머리를 애써 정리하고

면도를 하고 세수를 하고

간만에 거리를 걸어본다.

아직도 나는 네 생각에

눈물이 흘러.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가

온통 내 얘기인 것 만 같아

눈물이 흘러.

언제부터 거리에 울려퍼지는 노래가

슬픈 사랑이야기 뿐이었는지

떠오르는 추억에

눈물이 흘러

......

어느새 10분이 지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것일까.

한 손 가득 유기농 삼겹살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오던 박재성은 입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서있는 Trendy 멤버들을 보며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벤치에 앉아 있으란 말을 못 들었나? 뭐지? 내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나?

“애들아! 왜 여기 서있어? 벤치에라도 앉아...?”

“엄마야!”

“P, PD님!”

하지만 박재성은 계속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박재성의 귀에도 어느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신촌 거리]

신촌 거리를 너와 걸었어.

이곳이 신촌이든 골목길이든 내게 중요하지 않았어.

다만 네가 곁에 있어서 좋았을 뿐.

이제는 그 거리를 가지 못하겠어.

모든 기억들이

너의 향기

너의 모습

너의 발자취를 떠올리게 해.

이제는 그 거리가 너무 그리워.

언제쯤 그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

그립다.

그때의 내가.

......

*

기억 속에서, 거리의 노래, 신촌 거리.

가장 최근에 만든 곡인데다가 결코 부르기 쉬운 노래가 아닌지라, 내리 3곡을 연속해서 부르니 목이 탔다. 문제는 물을 떠오지 않았다는 것이고 귀찮게 부엌까지 갔다 와야 된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에휴, 내가 그럼 그렇지.

헤드셋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내 귀에 여전히 MR이 들려온다. 뭐야, 엠프 랑도 연결돼 있었네. 이럴 거면 뭐 하러 헤드셋을 쓴 건지. 너도 참 멍청하다, 진짜.

그렇게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문득 느껴지는 괴리감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지?

자리에서 멈춰 갑작스레 느껴지는 괴리감의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90도 돌린 그 순간, 묘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으니까.

뭐지, 꿈인가? 노래 부르다 잠이 든 건가? 아닌데, 나 안자고 노래 부른 게...?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돼버렸다.

그녀가 있었다. 꿈이 아니고서야 이곳에 있을 리가 없는 그녀가 말이다.

“지혁아!”

그때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촌?

설마...

노래를 부른 뒤라 눈물이 맺힌 두 눈가를 비비던 두 손이 제자리를 되찾을 때쯤, 나는 깨달았다.

꿈이 아니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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