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3 2012 =========================================================================
[지연 씨 힐 높은 거 신어도 될 것 같으니까, 스타일리스트들은 신경 좀 써줘요!]
[어머, 지혁 씨 모델해도 되겠어? 어깨도 넓고 키도 크고 말이야. 팔이랑 다리도 긴 게 딱 모델 감인데?]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카메라 앞에 서있었으며 그녀는 내 품에 안겨 두 손으로 허리를 감싸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만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초면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겨우 한 번 본 사이니까.
“그래, 그래 지금 그 표정 딱 좋아! 유일하게 밝은 노래인 것 같은데! 지혁 씨가 딱 반했던 그 표정이 이거인 것 같은데? 맞지? 지혁 씨?”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망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야 말았다.
[웃는 네 얼굴]
웃는 네 얼굴
그 얼굴 때문에 얘기하지 못했어.
네가 나를 볼 때면
네가 나를 부를 때면
나는 홀로 상상하곤 해.
내게 속삭이는 너의 귓속말
너만을 사랑한다고.
지금도 웃는 네 얼굴.
그렇지만 오늘만은 말할래.
네가 제일 좋아.
이번 앨범 가운데, 유일하게 밝은 노래.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를 기억하며 썼던 곡에 맞는 사진을 찍으려는 듯, 카메라 감독의 디렉팅을 받아 연신 웃는 표정을 내게 보이는 그녀의 눈빛을 본 순간 깨달았다.
품안에 쏙 들어와 내게 행복한 표정을 보이는 공지연의 눈은 결코 웃는 이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와 같이 유난히도 크고 동그란 두 눈.
타원형의 갸름한 얼굴.
비슷한 키와 굴곡진 몸매.
뚜렷한 이목구비.
마치 연인처럼 내게 달라붙어 행복한 미소를 보내는 그녀가 만약 다른 이였다면, 나 또한 그때를 상상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그녀와 닮은 겉모습과 행동으로 지금 내게 안겨있는 그녀는,
[언니, 내 남자친구야. 오빠 그리고 여긴 우리 첫째 언니!]
[안녕하세요. 강지혁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애가 하도 지혁 씨 애길 많이 하길래 궁금해서 자리 마련했는데 괜찮으시죠?]
그녀의 친언니니까.
“지혁 씨! 지연 씨가 너무 예뻐서 그러나? 왜 이렇게 표정이 굳어있어? 자, 좀 더 스무스하게 가보자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일까. 머리와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에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내게 그런 여유를 주지 않았다.
감독의 지적에 나를 안고 있던 그녀의 팔에 슬쩍 힘이 들어간 것을 느끼며, 나 또한 굳어있던 표정을 풀 수밖에 없었다. 태연한 척 완벽한 포즈와 표정을 취하던 그녀 또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금 전 깨달았으니까.
그때부터였다.
그 누구보다도 그녀와 닮은 공지연 그녀를 보며 자연스럽게 내 표정에 감정을 싣게 된 것은.
낯익은 향기와 익숙함이 느껴지는 그녀가 공지연인지 아니면 그 누구인지를 구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웃는 네 얼굴' 파트가 끝난 순간부터, 그녀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남은 모든 곡 안에서 나는 언제나 홀로였으니까.
[지혁 씨 CD고마워. 내가 프로젝트 데뷔 때부터 지혁 씨 팬이었거든.]
[이거, 이거 진짜 너무 잘 어울리는데? 지연 씨랑 지혁 씨 말이야. 솔직히 아까 ‘웃는 네 얼굴’ 파트 찍을 때 내가 다 행복해지더라고. 너무 잘 어울리는 커플 같아서 말이야.]
아침 일찍 시작된 촬영은 저녁때가 다 돼서야 마무리 되었다. 뭔가 대단히 만족한 듯 내게 자신의 명함을 주며, 언제든 모델 일이 하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촬영감독의 제안을 애써 웃으며 넘긴 뒤 그녀와 함께 촬영장을 빠져나왔다.
“지혁씨 앨범 잘 받았습니다. 회사 식구들도 그렇고 전부 좋아할 겁니다. 아까 차 안에서 들어보니까, 노래들 전부다가 진짜 좋더라고요!”
“가사 집만 동봉된 데모앨범인데요. 뭘. 나중에 화보집까지 포함된 앨범으로 기회가 되면 꼭 드릴게요.”
“그럼, 저희야 너무 감사하죠. 지혁 씨 잠시만 저희 지연이랑 같이 있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차 빼올 동안 만요.”
“예, 예? 아,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혁 씨. 그럼 지연아 오빠 차 빼올 동안 지혁 씨랑 잠깐 얘기 나누고 있어. 오빠가 금방 차 빼올게.”
그렇게 촬영장을 빠져나와 주차장까지 걷는 도중, 그녀를 잠시 부탁하는 듯한 매니저의 갑작스런 말을 외면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그녀와 같이 남게 된 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노래 좋더라고요.”
“감...사합니다.”
화보집이 동봉되지 않은 데모 앨범을 촬영장에 있는 모두에게 돌렸다. 그녀 또한 그 모두에 포함된 이였는지라, 공지연 그녀의 손에는 내 데모앨범이 들려있었다. 다만, 그녀의 갑작스런 요구에 한 장이 아닌 두 장이 올려져있었을 뿐.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물론 이는 그녀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 때문이 아니었다.
[치, 우리 언니 예쁘다고 너무 쳐다보는 거 아냐?]
[애는 지혁 씨 앞에서 무슨 소리야? 민망하게.]
[언니도 내숭부리지마! 치! 몸매는 내가 더 예뻐!]
다만, 그녀를 쳐다보면 볼수록 떠오르는 과거의 파편에 어찌해야 될지를 몰랐을 뿐.
“기억하고 싶은 아픔. 아프고 아팠지만 그 아픔보다 더욱 소중한, 추억할 수 있는 기억들을 남겨 준 그녀에게.”
나도 모르겠다. 정작 차인 건 난데, 내가 왜 이러는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정규 1집 앨범의 제목과 가사 집 마지막 THANKS TO 문구에 더더욱 생각은 많아졌다.
“이 앨범 잘 전달해줄게요. 그럼 이만.”
이내 라이트를 켠 채 다가오는 승합차에 내게 등을 보이며 떠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순간 그 많던 생각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어째서 1장의 앨범을 더 요구했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던 질문의 답을 너무나도 홀연히 내뱉고선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정작 남은 나는 좀처럼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놓고선.
“어? 지혁아 벌써 다 끝났냐?”
“뭔데? 오늘 뭐 있었어?”
그렇게 수많은 상념을 안은 채 집에 도착한 나를 맞이한 것은 간단히 반주를 걸친 듯한 삼촌 두 명이었다.
“어떠냐, 지혁아! 삼촌이 아주 어렵게 섭외한 여배우가! 얼른 삼촌한테 절하지 못할까!”
“뭔데? 뭔데 그래?”
“저거, 저거 부끄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는 구만? 그렇게 좋았냐? 지혁아! 삼촌이 그 촬영감독한테 말해서 아주 찐하게 아주 찐하게 해달라고 부탁 했,”
나이 들어 보인다고 절하지 말라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저러는 건지.
우쭐한 나머지 어깨춤을 추는 민재 삼촌과 옆에서 궁금증을 드러내는 진영 삼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라면, 삼촌들 옆에 가 간단히 대화라도 나눴을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한계다. 애써 겉으로 괜찮은 척 하는 것이 말이다.
그렇게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잠시 뒤, 묘하게 조용해진 마당 분위기와 함께 방문 쪽에서 누군가가 서성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저 두 눈을 감았다.
꽤나 긴 시간이 지났고 이젠 괜찮아졌다고 자평했던 내게 아직까지 이별을 통보받은 아픔은 완벽하게 아물지 않은 것 같다. 아니, 겉으로는 완벽하게 아물었다. 다만, 그 상처가 생겼을 때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것 뿐.
길가다 보는 예쁜 여자, 옆구리가 시리다는 생각,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정 같은 것들이 있어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에게서 얻은 아픔과 그리움을 잊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래서 남자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별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며, 어느 순간 나는 잠에 빠졌다.
[지혁아 괜찮냐?]
[지혁아 삼촌이, 흠... 생각을 했어야 됐는데. 몰랐다. 그런 관계인 줄...]
다음날 아침.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삼촌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애써 괜찮다고 말할 필요도 없이, 나는 정말 괜찮았다. 그 점 때문에 나 스스로도 놀랐지만 말이다. 뭐, 세월이 주는 약효가 영 쓸모없진 않았나보다.
그런 내 모습이 괜찮은 척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두 삼촌은 서둘러 집을 나섰다. 한 명은 회사로, 한 명은 집으로 말이다.
[지혁아, 화보집 나오고 정식으로 앨범 나올 때까지 좀 쉬어라. 그럼 삼촌은 간다!]
뭐, 졸지에 할 일없는 나는 그저 소파에 드러누웠지만.
하, 뭘 해야 잘 쉬었다고 소문이 날까나.
*
“일단 좀 맞자!”
“애들아 달려들어!”
“이런 쓰레기가!”
“아재 주제에!”
화보집을 포함한 내 첫 정규앨범이 회사에 배송되고 며칠 뒤, 꽤나 오랜만에 녀석들과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그런데, 이놈들이 단체로 미쳤나보다. 감히 미필 땅꼬마들이 군필 예비군 1년차에게 덤벼?
내게 달려드는 녀석들의 머리에 딱 밤을 제대로 먹여주고 나서야 겨우 진정된 장내 분위기였지만, 여전히 눈빛이 오만불손한 게 영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뭐야, 뭐가 불만인건데? 지난 몇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것들이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누가 그렇게 하고 토끼래? 역시 아재들이란...”
“힘만 더럽게 세 가지고. 아, 억울해.”
“혼자 멋있는 척은 아주 다해요. 다.”
“지리네. 지려...”
입을 댓 발 내민 채 중얼중얼 거리는 녀석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휴, 자식들 귀엽다. 귀여워.
“그만 중얼중얼거리고 음식이나 시켜라. 형, 배고프다.”
어쨌든, 나를 제외한 녀석들은 운이 좋은 건지, 실력이 좋은 건지 전원 최종 18인 안에 들었다. 다만, 마지막 관문에서 최종 5위 안에 든 녀석은 수현이 녀석 한 명 뿐이지만 말이다.
원래, 방송이 끝난 4월 초 쯤에 얼굴을 보려했는데 내 앨범 문제도 있고 해서 5월이 다 지나가는 지금에서야 서로 시간이 맞을 수가 있었다.
다만, 그 자리에서 하극상이 일어났다는 게 심히 불만스럽지만 말이다.
“이거 수현이가 사는 거지? 4등 상금 3천만 원 이던데?”
“에, 에?”
“원래 한우 먹고 싶었는데, 돼지로 봐준다. 하, 일단 기름기 없는 갈매기살부터 시작해볼까?”
하지만, 원래 상황은 계속해서 바뀌는 법이다. 더군다나, 지금 나에게는 훌륭한 몰이거리가 있지 않은가.
효과는 탁월했다.
내가 던진 미끼에 세 녀석이 입질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 그렇지! 상금이 3천만 원인데!”
“나, 나도 일단 갈매기 살!”
“그 다음엔 삼겹! 아니 항정살!”
“뭐, 뭐래! 야! 뿜빠이 해야지! 뿜빠이!”
[논란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젝트 데뷔 종영! 막방 시청률 0.9%! 최종 우승자 SD엔터테인먼트 김영진 상금 3억원 획득! SD엔터테인먼트 측 曰 “김영진을 비롯한 참가 연습생들의 데뷔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으며, 추후 회의를 거쳐 별도 공지, ...”]
[초반 돌풍을 예고했던 프로젝트 데뷔, 결국 중박에 그쳐! 프로젝트 데뷔 제작진 측 曰 “시청자 여러분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프로그램 포맷의 수정을 거쳐 내년에는 새롭고 보다 보완된 프로그램으로 여러분을 찾아갈 것!”]
[끝없는 논란을 일으켰던 1차 평가 후, 문제점을 보완했지만 역부족! 3화 이후부터 쭈욱 시청률 내림새를 기록한 프로젝트 데뷔, 과연 내년에 부활 할 수 있을 것인가!]
녀석들이 서로 물고 뜯는 동안, 핸드폰으로 기사들을 대충 훑어보니 역시 우승은 김영진이라는 사람이 했나보다. 데뷔하기도 전에 팬 카페가 생길정도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던 연습생인만큼 온라인 투표가 장난 아닐 테니 말이다.
키도 크고 외모도 잘 생겼고 노래도 잘 부르니 어쩌면 예견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는지라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뭐 나와 상관없는 일보다는 지금 당장 내 눈앞으로 당도한, 황홀한 선홍빛 자태를 뽐내는 고기들이 더 중요했으니까.
“아싸! 오늘은 수현이 골든 벨 우리는 날!”
“유후!”
“시켜, 시켜! 막 시켜!”
“아, 안 돼! 머, 멈춰!”
“멈추긴 뭘 멈춰? 지금 시작인데!”
간만에 본 녀석들의 재롱 아닌 재롱을 보며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녀석들이 미필이라, 고기를 제대로 구울 줄 아는 사람이 나 뿐이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 말이다.
빌어먹을 미필들. 고기하나 못 구워? 에라, 이씨.
*
“형, 우리 누나 소개 받을래요?”
“뭐?”
“아니, 그때 합숙했을 때는 소개, 소개 타령하더니 정작 그 뒤로는 아무런 말도 없길래요.”
갈매기살에 이어 항정살, 삼겹살까지 구워먹은 뒤 후식으로 냉면까지 먹고 나서야 우리들의 식사는 끝을 맺었다. 이미 해탈한 듯 미친 듯이 고기를 흡입하던 수현이 녀석을 포함한 우리들 전부가 허리를 굽히지 못할 정도로 먹어댔으니 말이다.
그렇게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인스턴트 커피로 간단히 입가심을 하던 때에 들려온 주혁이 녀석의 말은 정말이지 너무 뜬금 포였다. 뭐야, 이 녀석. 설마 누나, 누나 했던 걸 진짜로 믿은 거야?
그런데, 나머지 녀석들을 보아하니 그 말을 진짜로 믿은 건 주혁이 한 명 뿐이 아닌 듯 했다.
하, 이래서 미필들이란.
솔직히 사적인 감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누나 소개라는 주제로 너스레를 떨어댄 주된 이유는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기 위함이었다. 나부터가 불안해하고 자신 없어 하면 안 그래도 축 쳐져 있는 팀 분위기가 더 엉망이 될 게 뻔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방송에서 여자 밝히는 놈으로 나온 것 같아 짜증인데, 정작 그런 내 사정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명하고 다녀야 할 놈들이 이 모양이니 한숨부터 나왔다.
하, 진짜 이것들을.
“야, 이것들이 형을 뭘 로 보고. 하, 닭들이 어찌 창공을 노니는 독수리의 뜻을 알까. 쯧쯧”
“뭐래.”
그렇게 녀석들에게 핀잔을 주며 남은 커피를 마져 마시려던 그때였다. 그런데, 뭔가 머리를 좀 더 굴려보니, 녀석이 먼저 나서서 내게 자기 친누나를 소개해주려는 게 조금 의심쩍어졌다. 뭐야, 이거. 설마.
“뭐야, 뜬금없이 왜 소개를 해주려고 그래? 짬 처리냐?”
“짬 처리요?”
“아니, 음... 그래. 폭탄 처리냐?”
짬 처리라는 말도 모르는 미필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뒤이어 나온 폭탄 처리라는 말에 흠칫하는 녀석의 모습에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지만 말이다.
“됐고 직접 다리 놔주는 건 사양이다. 꼬마들아.”
“우리 누나 진짜 예쁜데, 후회하지 마요.”
그런데, 생각외로 녀석이 너무 자신만만하다.
뭔가, 멋지게 소개팅 제의를 거절했는데 녀석의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부터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뭐, 뭐야 왜 이렇게 당당해. 어, 얼마나 예쁘길래 그래?
내심 당황한 나와는 달리, 나머지 녀석들이 주혁의 말에 나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슬쩍 마음이 동했다. 하, 한 번만 더 물어봐줘. 한번만 더!
“두 번은 없음. 꿈도 꾸지 마셈.”
이, 이 녀석... 조, 좋은 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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