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9화 (9/502)

00009  2012  =========================================================================

#9

[차가움만 느끼고 살았을 너. 그 누구도 너를 녹이질 못해, 홀로 그 외로움을 차갑게 얼려 버렸을 너, 모두가 외면했던 네게 다가가려 해.]

[차갑고 차가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지켜내고 싶은 사람, 꿈, 사랑. 그럴 수만 있다면 차갑게 얼어버린 이 세상을 포근히 안아 줄 거야.]

“주혁, 도현 자신감 가지고 해. 수현이랑 시혁이가 화음으로 뒷받침 해주고 있는데, 정작 너 네들이 머뭇거리면 전체 음정이 깨져버려.”

“네, 형...”

“그래도 전보단 괜찮아졌으니까, 몇 번만 더해보자. 오케이?”

“네...”

뭔가, 10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것도 별 성과 없이 말이다. 다행히 수현이나 시혁이가 자기가 맡은 부분이나 화음에서 잘 따라와 줬기 때문에 이 정도지 안 그랬다면 총체적 난국이었을 거다.

“오케이. 어제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으니까, 목 관리 잘하고 내일 이어서 하자.”

[차가움 속의 사랑 - 오성]

......

시끄러운 이 도시에 혼자

버려졌어, 남겨 졌어.

그 어떤 것들이 날 방해해도

내가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니까.

차갑고 차가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지켜내고 싶은 사람, 꿈, 사랑

그럴 수만 있다면

차갑게 얼어버린 이 세상을

포근히 안아 줄 거야.

애들 역시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챈 것인지,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우리가 연습실을 벗어나는 그 순간까지도 2조의 연습은 계속 되었으니까.

[형, 우리 어쩌죠.]

[이제 길어봤자, 3일 남았는데 우리 아직 제대로 맞춰보지도 못했잖아요.]

주혁이와 도현이 먼저 샤워를 하는 사이, 내게 다가와 고민을 토로하는 수현과 시혁이 녀석의 말에도 나는 아무런 말없이 녀석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줄 수밖에 없었다.

리더인 입장에서 녀석들과 동조해 불안함을 겉으로 표현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형, 안 씻어요?”

“어차피 애들 나오면 2명밖에 못 들어가잖아. 먼저 씻고 자고 있어. 형은 산책 좀 하다가 들어올 테니까.”

불안해하는 녀석들을 애써 다독인 뒤 방을 나섰다.

[차가움 속의 사랑 - 오성]

차가움만 느끼고 살았을 너.

그 누구도 너를 녹이질 못해

홀로 그 외로움을 차갑게 얼려 버렸을 너

모두가 외면했던 네게 다가가려 해.

......

시끄러운 이 도시에 혼자

버려졌어, 남겨 졌어.

그 어떤 것들이 날 방해해도

내가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니까.

차갑고 차가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지켜내고 싶은 사람, 꿈, 사랑

그럴 수만 있다면

차갑게 얼어버린 이 세상을

포근히 안아 줄 거야.

우리 조애들의 기를 죽이던 2조원들 또한 숙소로 돌아간 듯하다. 우리 연습실에 적막이 가득하니 말이다.

하, 주혁, 도현이 녀석들을 봐주느라 정작 내 연습은 이렇게 잠을 줄여가며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이 수준도 도달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전체적인 화음의 줄기.

주혁, 도현이 녀석들이 본래 맡아야할 파트의 일부분.

메인보컬 파트.

다 같이 연습해보고 맞춰봐야 할 부분도 태산인데, 정작 내 개인적인 부분도 만만치 않았는지라 나 또한 체력이 부대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시끄러운 이 도시에 혼자 버려졌어, 남겨 졌어. 그 어떤 것들이 날 방해해도 내가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니까.]

“후우. 후우...”

고음들의 향연에 호흡이 깊지 않은 이상 쉽사리 소화해낼 수 없는 메인 보컬 파트인지라, 계속되는 연습에 좀처럼 숨이 진정되지 않았다.

애초에 선택을 잘 못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보컬 일색인 곡보다는 보컬이 위주이되 적당히 랩과 댄스가 포함된 곡이였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온라인투표, 현장투표 그리고 팀 승리 혜택.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삐끗하다가는 방출 목록에 오를 것이기에 모두가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다지 우승이니 뭐니 하는 것에 강한 미련이 없는 나조차도 이렇게 밤을 새워가며 연습을 하고 있으니 다른 연습생들은 오죽할까.

특히나, 온라인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팀별 배틀에서 진 팀 중 한명은 무조건 탈락해야 된다는, 그 탈락자를 리더인 내가 선택해야 된다는 규칙이 생각보다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너 앨범 내기 전에 한번 해보라는 거야. 넌 너무 자신감이 없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 데뷔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기회니까, 최선을 다해봐.]

문득 민재 삼촌의 말이 떠올랐지만, 도무지 모르겠다. 지금 상황이며 내 생각 그리고 그 외 모든 것들이.

*

[차가움 속의 사랑 - 오성]

......

시끄러운 이 도시에 혼자

버려졌어, 남겨 졌어.

그 어떤 것들이 날 방해해도

내가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니까.

차갑고 차가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지켜내고 싶은 사람, 꿈, 사랑

그럴 수만 있다면

차갑게 얼어버린 이 세상을

포근히 안아 줄 거야.

“형, 안 힘들어요?”

“야, 말 시키지 마. 형 지금 숨넘어가서 대답도 못할걸?”

녀석들 말마따나 지금 나는 세상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숨이 찬 나머지 바닥에 엎드려 헐떡거리고 있었다.

혼자 완창 했을 때와는 달리, 다 같이 함께 불렀을 때는 그 역할이 배가 됐으니 말이다.

[이 인간 여기서 밤 샜나본데? 그냥 잤으면 입 돌아갔을 텐데, 용케 히터는 틀어놓고 잤네.]

[내가 못산다, 못살아.]

생각이 깊어져서 일까. 나도 모르게 피아노 건반 앞에서 잠이 들었는지라 아침에 녀석들이 깨우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좀 더 그 자세 그대로 잤으면 몸 어디 한 곳이 망가져 버렸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찌뿌둥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컨디션은 최악이다. 목 상태는 별 문제 없었지만, 마치 전역 전 날 모포말이를 당한 것처럼 온 몸이 아팠으니까.

“형, 괜찮아요? 괜히 저랑 도현이 때문에 형이...”

“죄송해요. 형...”

“됐다, 임마. 일단, 주혁이랑 도현이 이번에 좋았어. 지금처럼 하다가, 화음 넣는 애들 믿고 자신 있게 해. 어차피 고음 아니잖아. 자기 파트 끝나면 잽싸게 화음 맞추고 말이야. 그리고 수현이랑 시혁이는 자기 파트 감정선 잘 조절하고.”

그래도 처음치고는 제법 잘 맞는 녀석들의 화음과 노래에 기분만은 좋았다.

“3일 밖에 안 남았어도 오늘부터는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맞춰볼 수 있으니까. 최선을 다하자. 오케이?”

“오케이!”

“얍!”

“밥이나 먹고 와서 하자. 하, 당 떨어진다.”

뭔가 그나마 길이 보이는 듯 했으니 말이다.

“형, 죄송해요. 저 때문에...”

“임마, 괜찮다니까, 그러네.”

배부르게 밥 먹고 연습실에서 건반을 두드릴 때였다. 체력 테스트에 걸려, 점심시간에도 운동을 하러 끌려간 나머지 녀석들과는 달리 나처럼 연습실에 있던 주혁이 녀석이 내게 다가왔다. 제법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말이다.

“그냥, 저희 포기하면 될 텐데 끝까지 이끌어가려고...”

“임마, 너희들 없으면 나 숨 막혀서 죽어. 그러니까 그런 소리 말고 네가 맡은 파트나 열심히 해. 그게 도와주는 거니까.”

“그냥, 감사해요. 그 말 하고 싶었어요.”

“짜샤, 사내새끼가 남우세스럽게 그런 걸 뭘 말로 하냐? 그냥 열심히 해, 임마. 그게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거니까.”

뭔가, 귀엽디 귀여운 여동생한테 이런 얘기를 듣는 게 아닌지라, 나도 여느 남자처럼 낯간지러운 녀석의 행동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아니 다행이다.

모르면 네가 사람새끼냐 라고 할 뻔 했으니까.

어쨌든 요즘 들어 통 연습실에서 모습을 안 보이는 경쟁 조 덕에 애들이 기죽는 현상도 줄어든 것 같고 연습도 다 같이 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각자의 능력이 어느 정도 올라왔기에 마음이 흡족했다.

그래서인지, 잊고 있던 드립이 떠올랐나보다.

“근데, 너희 누나 성격 드세다며? 난 남한테는 센데, 나한테는 안 센 여자가 좋은데.”

“하... 이 쓰레,”

하, 그런데 뭐냐, 방금 전까지는 눈물 흘릴 것처럼 보더니 왜 지금은 한심하다는 듯이 봐?

*

[차가움 속의 사랑 - 오성]

......

차갑고 차가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지켜내고 싶은 사람, 꿈, 사랑

그럴 수만 있다면

차갑게 얼어버린 이 세상을

포근히 안아 줄 거야.

2조 녀석들의 무대는 예상대로 굉장했다. 오성의 본래 포지션대로 노래를 부른 만큼, 곡의 완성도를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괜히 SD가 아닌 듯, 연습생들 전부가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유했기에 상대적으로 노래를 소화하는 것이 여유가 있어보였다.

“영진이는 메인파트에서 조금 감정을 더 싣고 나머지는 화음으로 그걸 좀 더 받쳐주면 될 것 같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수고했어. 모두.”

심지어 다른 조들 검사에서는 불호령을 내렸던 트레이너들의 입에서 수고했다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니, 다음 차례인 우리 조 애들의 얼굴이 굳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자, 다음은 차가움 속의 사랑 1조!”

최근 들어 2조와 연습실에서 잘 마주치지 않아, 제법 자신감이 찬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직까지 2조에 의해 위축되어있는 것 같아 걱정부터 들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만 해. 형 믿지?”

“에, 에? 응.”

“오케이.”

뭐, 대답은 곧잘 하는 것 같다만.

[차가움 속의 사랑 - 오성]

......

차갑고 차가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지켜내고 싶은 사람, 꿈, 사랑

그럴 수만 있다면

차갑게 얼어버린 이 세상을

포근히 안아 줄 거야.

“후우. 후우...”

생각 외로 애들이 너무 잘해줬다. 첫 도입부와 화음을 맡은 주혁과 도현이 걱정과는 달리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줬고 나머지 녀석들도 기대했던 것 이상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문제다. 하마터면 메인파트의 마지막을 실수할 뻔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무리 없이 넘어갔지만, 숨 조절이 안됐다. 노래가 끝난 상황에서 한참을 고개를 숙인 채 헐떡이고 있으니 말이다.

“형 괜찮아?”

“형...”

걱정해주듯 나를 부축해주는 녀석들을 보며 애써 웃음 지었다. 거의 토할 뻔한 속내를 감추며 말이다. 그나저나, 나를 보는 트레이너들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특히나 저 보컬 아줌마가 말이다.

“강지혁, 할 수 있겠어?”

저렇게 돌 직구를 날리는 걸 보니, 대충 눈치 챘나보다. 자칫 잘못하면 실수를 할 정도로 지금 내 파트 분량은 미쳤으니까.

“전체 화음에다가 메인파트 그리고 저 두 명 파트 부분까지. 혼자 무대에서 할 수 있겠느냔 말이야. 솔직히, 지금도 간당간당한 것 아니었어?”

전 클래스의 보컬 수업을 담당하다보니,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해주는 듯 했다. 내가 이렇게 많은 파트를 맡지 않는다면, 무대 자체가 엉망이 돼버릴 것임을 모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음역대도 넓고 음색도 좋지만 아직까지 성량이 충분치 않은 시혁은 자기 파트와 전체 화음을 맡는 것도 버거워했으며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은 수현은 나처럼 주혁과 도현을 커버하기 바빴기에 나머지 부분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전체적인 노래의 조화를 다잡아야 할 책임과 메인파트가 말이다.

“애초에 댄스, 랩, 보컬 이렇게 확실하게 나눠서 곡을 선정한 게 아닐뿐더러 하위권 등수 연습생들은 선택권조차 없는 상태였던 만큼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리더라는 자리가 혜택만 받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할뿐더러 만약 제가 댄스곡에 배정됐다면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테니까요.”

경연을 하루 앞둔 지금, 이제 와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으니까.

*

“째 저러다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니에요? 아까 노래 끝나고 안색이 엄청 하얗던데?”

모든 연습생들의 평가 곡들을 최종 점검한 뒤 트레이너 실로 모인 트레이너들의 얼굴 표정이 어두웠다. 그들의 이런 표정에는 여럿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최종 점검의 마지막 차례였던 차가움 속의 사랑 1조의 영향이 컸다.

그들이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애를 쓰는 한 연습생의 모습에 절로 감정이 움직여버렸으니 말이다.

“뭐, 어쩔 수 없죠. 시스템이 이런 이상.”

“솔직히 조금 이상한 건 맞아. 나머지 두 녀석 보컬이 조금 안 돼서 D등급 맞은 거지, 댄스 실력만큼은 최고수준이야. 애초에 댄스로 들어온 애를 보컬 쪽에 집어넣었으니 이 사단이 난 거 아니야? 그리고 그 1조 놈들은 뭔데? 무슨 지들 소속사 월평 받으러 왔어? 연병.”

처음, 차가움 속의 사랑의 조가 결정됐을 때 트레이너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말들이 오갔다. 제작진 측 대표라고 할 수 있는 CP까지 합류해 회의를 할 정도로 트레이너들의 불만은 조금씩 커져만 갔다.

“난 그 새끼들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 아니, 뭐 데뷔 전에 CF랑 뮤비 좀 찍어본 건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쳐. 근데 그 태도는 뭐야? 마치 지들이 뭐라도 된 마냥. 아휴 재수 없는 새끼들. 누가 순혈주의니 뭐니 하는 SD새끼들 아니랄까봐.”

그만큼 차가움 속의 사랑 2조의 행태는 WMC가 야심차게 추진한 프로젝트 데뷔의 물을 흐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차라리 포지션 경쟁이면 포지션 경쟁, 팀 배틀 이면 팀 배틀, 아이돌 가수 대상이면 아이돌 가수 대상 이렇게 확실히 정해놓고 해야지,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니게 섞어두면 강지혁 같은 애들 계속 나올걸?”

“뭐, 일단 이번 해는 아무래도 시범 케이스 성격이 강하니까요.”

“앞으로도 4차 평가까지 포맷이 거의 비슷한데, 1차부터 이래버리면 결국엔 5등 안에 대형 기획사 애들만 주르르 들어갈 것 같은데? 그 중에서 SD애들 두 세 명은 무조건 들어 갈 거고.”

그렇게 총괄 CP를 눈앞에 둔 채 한동안 트레이너들의 불만 사항은 계속해서 쏟아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미 1차 평가가 하루 앞으로 다가 온데다가 총괄 CP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이 같은 불만사항들은 빨라도 다음 해에 있을 시즌 2에나 반영 될 테니까.

============================ 작품 후기 ============================

코멘트가 미래다. 창조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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