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 2012 =========================================================================
#6
[안녕하세요. 이번 프로젝트 데뷔의 진행과 총괄 프로듀서를 맡게 된 이준석이라고 합니다.]
[보컬 파트는 세아 선생님과 김시은 선생님이 그리고 랩 파트는 나이트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댄스 파트는 하연 선생님과 김수정 선생님이 맡아주시겠습니다.]
[지금 현재 여러분이 부여받은 등급은 최종 등급이 아닙니다. 단지 여러분에게 세밀한 트레이닝을 제공하기 위해 또한 평가를 위한 등급 인만큼 이주일 뒤에 있을 첫 평가 및 시상식을 목표로 열심히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모든 연습생들이 좌석에 자리를 잡고나자, 등장한 트레이너들과 이준석에 의해 피쉬 앤 칩스 소속 연습생 성수현은 더 이상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처음 이 거대한 세트장에 들어섰을 때, 자신의 자리가 꼭대기 좌석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도 애써 참아왔던 긴장감이 이름난 트레이너들과 대스타 이준석의 등장으로 인해 봇물 터지듯 자신을 덮쳐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게 있었으니, 이는 바로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연습생이었다.
처음 그가 등장했을 때, 수현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또한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엄청난 포스를 내뿜으며 세트장으로 들어서는 SD소속 연습생들에게 시선을 뺐겼으니 말이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하지만 이내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 되자, 성수현 또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머지 한 개 남은 S 좌석의 주인공이 그라는 것을 말이다.
180 중반 정도로 보이는 큰 키와 쩍 벌어진 어깨 그리고 꽃미남은 아니지만, 훈 남이라 불릴 만한 외모를 소유한, 거기다 소속사가 포이보스라는 사실에 성수현 또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평소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먼저 인사를 건넸던 거고 말이다.
하지만 더욱 그를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쿨, 쿨]
자신처럼 바로 옆자리가 아닌 이상 들리지도 않을 코를 골며 이내 잠들어버린 사내의 태평스러움이 긴장감에 위축돼있던 그 자신과는 너무나도 대비되었으니 말이다.
[2주 뒤에 있을 첫 번째 평가는 그룹 배틀 평가입니다. 여러분의 방출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주의 깊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깨워야 될까.
낯가리는 게 심한 성수현은 뭔가 중요한 얘기를 꺼낼 것 같은 이준석의 모습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세상 편하게 자고 있는 이를 깨워야 될지 말아야 될지를 말이다.
[1등부터 5등까지의 연습생들은 첫 번째 평가에서 리더와 센터자리 보장이라는 혜택을 받게 됩니다. 물론 서로가 겹친다면 먼저 곡을 선택한 이가 이 혜택을 보장받게 될 것이지만요.]
[여러분은 지금부터 저희가 미리 준비한 10곡이며 각 곡당 5명씩 2개조가 무대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2주 뒤에 있을 평가는 현장에서 여러분의 방출여부를 결정지어주실 2000명의 방청객 분들과 온라인으로 투표해주실 시청자분들 앞에 처음으로 여러분의 모습을 선보이는 자리라는 것을 명심하셔야 될 겁니다.]
[여러분은 현재 알파벳 등급을 배정받았을 겁니다. 따라서 지금 저희가 보여드릴 세부 등수를 토대로 상위 등수 연습생들부터 차례대로 곡과 조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정해진 5명의 인원이 초과될 시 후순위 연습생들은 그 곡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이준석의 말에 성수현은 딴 곳에 한 눈을 팔수가 없었다. 그만큼 이준석의 멘트 하나, 하나가 담고 있는 의미가 컸으니 말이다.
하지만, 성수현은 몰랐다.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자고 있는 이를 잠시 뒤면 다시금 쳐다보게 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S-01 강지혁(22/포이보스/보컬)
S-02 김영진(23/SD /보컬)
S-03 유현진(16/M&A/댄스)
S-04 김지석(18/뮤직윅스/랩)
S-05 성수현(18/피쉬앤칩스/보컬)
A-06 백하얀(19/SD/댄스)
A-07 이현(19/SD/댄스)
A-08 최정우(18/SD/랩)
A-09 설민기(20/SAVE/보컬)
A-10 이원근(21/SD/랩)
A-11 지현우(19/피쉬앤칩스/보컬)
A-12 김지석(22/AMP/보컬)
A-13 임나혁(24/플레져/댄스)
B-14 박령우(19/SAVE/댄스)
B-15 박세현(18/SAVE/댄스)
B-16 김대진(17/판타스틱/댄스)
B-17 유시혁(18/스타쉽/보컬)
......
D-100 김용철(18/MIND/보컬)
전방에 설치된 스크린에 연습생들의 세부등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백여 명에 달하는 연습생들의 나이와 소속사, 주된 분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표에 성수현 또한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잠시 뒤면 저들 가운데 누구와 팀을 이루어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성수현은 자신의 등수를 확인하며 기뻐하다, 문득 제일 꼭대기에 자리 잡은 이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 꼭대기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이름이 왠지 모르게 익숙했으니까.
*
“저, 저기요.”
내 오른쪽 팔뚝을 건드리는 손길과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꽤 지났나보다. 불편한 자세로 눈을 붙였음에도 생각보다 개운한 것을 보니 말이다.
“고마워요.”
길게 기지개를 하며 나를 깨워준 연습생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어찌됐건 생판 모르는 사이에 신경을 써준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한 조명불빛과는 별개로, 왠지 모르게 얼굴이 따가웠으니 말이다.
“저, 저기.”
“예?”
“지금 나가보셔야 될 것 같은데요.”
“예?”
깨워준 건 고마운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좀처럼 감이 안 왔다. 뭔 소리야, 도대체.
[잠시, 테이프 갈고 가겠습니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나는 기겁하고 말았다.
뭐, 뭐야 이거?
기지개를 펴던 손을 얼른 접으며 주변을 살펴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제 서야 한 눈에 들어오는 세트 전경과 함께, 나를 쳐다보는 수백 쌍의 눈을 마주하게 되었으니까. 게다가,
저 아줌마들은 왜 또 여기 있는 건데?
그다지 마주치지 않고 싶은 아줌마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선택하셔야 되요. 10곡 중에서요.”
옆에서 나를 깨워준 연습생이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눈빛에 꿰어 죽을 뻔 했는지라, 서둘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안 그랬다가는 저 무식한 아줌마들한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으니까.
“죄송한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주실 수 있나요?”
“그, 그게...”
뭔가 시간이 지나도 한참 지났나보다. 자신을 성수현이라고 소개한 연습생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어보니 말이다.
덕분에 연습생들이 왜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아줌마들이 왜 여기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저 아줌마들이 트레이너들이라니, 고생길이 제대로 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 아줌마들의 트레이닝은 이가 갈릴 정도로 기억에 남았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내가 1등? 전방 스크린에 나타난 등수 표 꼭대기를 차지한 내 이름에 별 일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댄스나 랩에 비해 노래에 자신이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무슨 할 말 더 있으세요?”
나한테 용건이 더 남았나보다. 다른 연습생들처럼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아, 아니요. 그냥,”
“그냥?”
“저희 회사 연습생 누나가 생각나서요.”
“연습생 누나?”
“아, 비슷해서요. 그, 강지혁 씨하고요.”
“어, 얼굴이?”
“네, 네? 아, 아니요.”
나를 쳐다봤던 것이 아는 누나와 닮았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에 놀랐다. 그것도 꽤나.
“깜짝 놀랄 뻔했네.
얼마나 놀랐으면 초면에 반말을 내뱉었을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뭐, 어쨌든 다행히 얼굴을 닮아서 그런 게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는지라,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내 얼굴인데 여자면 시집은 다갔다고 봐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얼굴을 닮은 게 아니면 뭐가 닮은 거야? 설마 키?
“그게, 분위기가...”
“분위기요?”
“아, 아재...”
[녹화 재게 하겠습니다! 모두 자리해주세요!]
뭔가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이내 들려오는 스태프의 외침에 신경을 전방으로 쏟을 수밖에 없었다. 하, 그나저나 그 아줌마들한테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고?
집에 갈까?
*
[저 사람이 1등?]
[와... 사스가 포이보스 클라스 지리네. 키랑 어깨가 깡패네, 깡패.]
[하긴, 포이보스인데 당연히 보컬이겠지. 저 사람 어디 갈까?]
뭔가 주변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귀가 먹어서인지 귀찮기만 했다. 내용이라도 들렸으면 진지하게 들으려고 노력했을 텐데 말이다.
“강지혁 연습생 어서 선택해주세요.”
네, 네.
잠시 머뭇거렸을 뿐인데, 트레이너들 입장에서는 이 정도도 허용수위를 벗어나나 보다. 특히나, 자꾸만 아이컨택을 하려는 듯 한 저 아줌마들한테는 말이다.
그나저나, 뭘 선택해야 될지 모르겠다.
적당히 보컬 위주 곡 4개, 댄스 위주 곡 3개, 랩 위주 곡 3개로 나누어진 곡 구성상 내가 선택해야 될 분야는 정해져 있지만 말이다.
“저는 오성의 차가움 속의 사랑 1조 선택하겠습니다.”
그냥 처음 눈에 들어왔던 곡을 선택했다. 다른 9개의 곡들 가운데 이 곡이 가장 익숙했으니 말이다.
오성.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서 SD엔터테인먼트의 자랑이자 대들보였지만, 지금은 두 갈래로 갈라져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는 그룹이었다.
어쨌든 그런 내 선택에 다들 놀란듯하다. 나로서는 영문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를 필두로 연습생들이 곡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저는 오성의 차가움 속의 사랑 2조 선택하겠습니다.]
[저는 차일드 밴드의 잠시 안녕 1조 선택하겠습니다.]
[저는 워너비의 살아요 1조 선택하겠습니다.]
......
“모든 연습생들은 등급별로 매주 댄스트레이닝 2시간씩 2번, 보컬 또는 랩 트레이닝 2시간씩 2번을 받게 될 것이며 이외의 시간에는 1차 평가 준비를 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내일 오전 11시까지 이곳에 도착하여 정해진 숙소에 입소하셔야 합니다.”
뭔가 중간, 중간 연습생들의 탄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나로서는 팻말을 들고 서있기 바빴다. 무슨 원수진 마냥 나를 쳐다보는 아줌마들의 시선을 피하느라 말이다.
그렇게 원하는 분야와 곡을 선택할 수 없게 된 하위 등수 연습생들의 차례가 어느새 마무리되고 집으로 가기 전 방 번호를 확인하던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차가움 속의 사랑 1조 - 301A]
S-01 강지혁(22/포이보스/보컬)
S-05 성수현(18/피쉬앤칩스/보컬)
B-17 유시혁(18/스타쉽/보컬)
D-89 기주혁(18/MAC/댄스)
D-95 김도현(16/판타스틱/댄스)
[차가움 속의 사랑 2조 - 201A]
S-02 김영진(23/SD /보컬)
A-06 백하얀(19/SD/댄스)
A-07 이현(19/SD/댄스)
A-08 최정우(18/SD/랩)
A-10 이원근(21/SD/랩)
뭐야, 이거?
뭔가 지극히 정상적이지 않은 조별 구성원에 눈을 비벼봤지만 결과는 다를 게 없었다.
편성된 조 결과는 뭐가 너무나도 대비됐다. 우리 조와 경쟁조가 말이다.
뭐, 내 옆 자리에 앉았던 성수현이 S등급 혜택을 뒤로한 채 나와 같은 조로 왔다는 것은 둘째 치고 2조의 구성원이 말도 안 될 정도로 고 등급 연습생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나로서는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이거 뭐, 완전 작정했구만?
2조 중에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른 분야를 주 분야로 삼은 연습생일 텐데도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보니, 자신감이 완전 넘치나보다. SD 연습생들과 가수들이 가지는 그 특유의 자신감이 말이다.
뭔가, 묘하게 심사가 뒤틀리려고 할 그때였다.
“저, 저기...”
낯익은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온 것은 말이다.
“아! 우리 같은 조 됐네요. 미안하게 됐어요. 혜택을 내가 가져가게 돼서.”
“아, 아니에요. 저, 저기 나이도 많으신데 말 편하게...”
왜소한 체격만큼이나 성격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인지 동생같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 버렸다. 쓰다듬는 순간 아차! 했지만 말이다.
“아, 미안해. 아는 동생처럼 느껴져서.”
“아, 아니에요. 익숙해서요...”
“에?”
“그, 형 닮았다는 누나도 자주 그런 말 해서요. 머리도 자주 쓰다듬고요.”
뭔가, 아까부터 기승전 누나가 돼버린 듯 해 관심을 안가질래야 안가질 수가 없었다. 내 시야에 누군가의 손짓이 안보였다면 말이다.
“나랑 닮았다는 그 누나? 흡!”
“예?”
“아, 아냐. 그럼 우리 같은 조인 애들끼리 잠깐 모일까?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 테니까, 애들 좀 모아줄래? 부탁 좀 할게.”
“예? 예.”
손짓으로 세트장 뒤편을 가리키며, 시선을 외면하려는 내게 목을 긋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아줌마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힘없는 연습생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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