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전. 지구의 종말(14) >
이변이 일어났다.
지구의 하늘에 카운트다운이 떠오르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지구는 이미 다섯 번의 카운트다운을 겪었고 모든 게이트 웨이브를 준수하게 막아냈다.
“두, 두리쉬마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신분들께서 무슨 말씀 없으셨습니까?”
하지만 평소보다 빠르게 떠오른 카운트다운은,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배속하며 순식간에 0을 향해 다가가는 카운트다운은 겪어본 적이 없었다.
[하늘 봄?]
[ㅅㅂ카운트 왜 배속해서 줄어듬?]
↳이왜진?
↳뭐임? 벌써 최종장임?
↳존나 불길한데
↳이번에도 막을 수 있겠지?
“있었다.”
“역시! 혹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안이라던가···.”
그게 무언가 불길한 징조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용사들, 사람들, 그리고 인터넷 상의 커뮤까지. 지구의 긴장도는 최고치에 도달했다.
“마음 단단히 먹으라더군.”
“···예?”
두리쉬마가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 전, 김우진이 말했다.
‘미끼를 던질 겁니다. 저와 백신전의 절반이 미끼가 되어 종말 차원을 헤집어 놓을 겁니다.’
‘놈은 빈집을 털려고 할 겁니다. 높은 확률로 연옥, 아니면 백신전인데 만에 하나의 가능성으로 지구에 개수작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그래, 김우진은 이미 이 사태를 예견했다. 거기에 대한 대답으로 두리쉬마는 걱정 말라고 했었다. 지구는 자신이 책임질 테니 걱정 말고 그 도마뱀 새끼를 찢어버리라고.
그리고 그 예상대로 됐다.
아마 지금쯤, 김우진은 프로니우스와 싸우고 있을 거다. 본래라면 그도 그 무대에 서야 했지만 비루하게 힘을 빼앗겨 이런 무대에 서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라도 더 이상 물러설 수는 없다. 자신을 믿어준 김우진을 위해서라도.
“그럼 저희끼리 막아야 한다는 겁니까?”
“우리끼리는 아니다.”
“예? 그게 무슨?”
그때였다.
번쩍-
두리쉬마의 양 옆으로 균열이 벌어졌다. 균열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정확히 101명의 용사들이었다.
“여기군요. 신께서 말하신 곳이.”
“불길함이 가득합니다.”
“마물이라면 진저리가 난다. 놈들이 설치는 꼴을 못 보지.”
“마나가 지독할 정도로 희박하군.”
“공기가 최악이야.”
그들은 두런두런 지구의 환경을 살피다 두리쉬마에게 시선이 멈췄다.
아주 잠깐의 시선 교환, 그들은 서로의 격을 눈치 챘다.
“두리쉬마님을 뵙습니다!”
101명의 용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나를 아나?”
“예. 뵌 적이 있습니다.”
“나를?”
“종말 차원에서, 그리고 신들과의 전쟁 때, 먼 발치에서 나마 두리쉬마님의 활약을 지켜보았습니다.”
“종말 차원과 신들과의 전쟁에 있었다고? 그렇다면 너희들···.”
“예. 신들과의 전쟁에 손을 보탰던 용사들입니다. 저는 이들을 이끄는 대장, 테론이라고 합니다.”
“너희들은 전부 은퇴한 것 아니었나?”
알베니우스가 끌어 모은 전직 용사들은 281명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훈련을 명목으로 종말 차원에 풀어놨던 알베니우스가 제때 오지 못하는 덕분에 절반 가량이 굶어 죽었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은 마물과 전투라면 신물이 나 집행자가 될 수 있다는 제안을 거부하고 모두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은퇴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신의 사자가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지구를 위해 쓸만한 용사들을 모아달라는 김우진의 부탁을 받은 율리아가 보낸 사자들이었다.
율리아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확실한 전력을 모으길 바랐고 과거 신들과의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은 더 없이 적격이었다.
용사들 중 그들만큼 마물과 많은 전투를 치러본 자들은 없을 테니.
김우진과 율리아는 그들에게 막대한 보상을 약속했고,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수락했다.
다시 한 번 힘을 써보고 싶은 자, 마물이라면 다 죽여 버리고 싶은 자, 전혀 연관이 없지만 차원과 생명을 지키고 싶은 이타적인 자, 신들의 보상에 혹한 자, 긴 평화가 지루했던 자. 이유는 제각각이었으나 목적은 같았다.
마물 박멸. 그렇게 101명의 전직 용사들이 다시 현역이 되어 테론 아래 모였다.
“···확실히. 너희들이라면 믿을 만 하지.”
“감사합니다.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박상준.”
“예, 예!”
101명이라는 대군의 등장에 얼빠진 표정을 하던 박상준이 손을 들었다.
“전부 탈을 지급해라. 이 차원의 존재들이 아니니 지구의 특성상 얼굴을 가리는 게 좋다.”
“···이렇게 많이는 없습니다만?”
“그럼 구해와라, 당장.”
잠시 후, 시장을 돌며 구한 101개의 백정탈이 지급되었다.
그리고.
00:00
카운트가 제로가 되었다.
쩌저저저적-
균열이 열리기 시작했다.
한 개도, 두 개도 아니었다.
수십 개도, 수백 개도 아니었다.
수천 개, 어쩌면 수만 개, 수십만 개.
무수히 많은 균열들이 지구의 하늘을 뒤덮었다.
“···왜 고작 차원 하나 구하는데 두리쉬마님도 있고 저희까지 다 보내는가 했더니 그럴 만 하군요.”
테론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두리쉬마가 망치를 소환했다.
“그래도 이제 돌아가기엔 늦었다.”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좀 끔찍하긴 하지만 종말 차원에 있을 때보다는 덜 해서.”
“저것들은 무슨 맛일까요?”
“간만에 마물 좀 먹어 보겠군요.”
“그리웠습니다. 이제는 마물의 독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돼서.”
프흐흐흐, 테론과 용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지옥과도 같은 곳에 비하면 이곳에는 아군이 넘쳐난다. 마나가 희박할지언정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이곳이 절대신님의 차원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럼 마물들이 조금이라도 더 내려오기 전에 균열들을 최대한 많이 닫아야겠군요.”
“전 차원에 흩어져 있으니 너희들도 적당히 흩어져라. 우선 여기 한국부터 처리하고.”
“예.”
두리쉬마와 두 용사가, 그리고 101명의 전직 용사들이 출진했다.
그리고 그 직후.
[101명의 백정부대 떴다!]
종말과 함께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 * *
배속해서 줄어드는 타이머.
하늘을 가득 채울 정도의 엄청난 양의 균열.
그 속에서 뛰쳐 나오기 시작하는 샐 수도 없이 많은 마물들.
인류는 깨달았다.
“···맙소사.”
“저걸 어떻게···.”
“도, 도망을···.”
“대체 어디로?”
“다 끝났어. 다 죽을 거야···.”
그나마 막을 만 하다고 생각했던 종말이 그들의 오만에 불과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봐왔던 것은 그저 파편에 불과하고 진정한 종말은 겪어보지도 못했다는 것을.
인류는 공포에 떨었다.
절대적인 멸망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저항도, 도망도 무의미했다. 균열은, 마물은 지구의 모든 부분에 자리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모든 인류가 두려워하고 있을 때, 한국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101명의 백정탈 떴다!]
[ㅅㅂ게이트 보고 진짜 끝이구나 생각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있는데 백정탈 쓴 각성자 무리가 다 쓸고 다님.]
↳ㅇㄱㄹㅇ나도 도움 받음
↳6명 뿐이던 각성자가 갑자기 101명이 됐다고? 그것도 전부 한국에?
↳ㄴㄴ그 6은 또 따로임
↳??
↳한국에 뭐 있냐?
↳뭐냐, 대체
[??:한국인 각성자 강국]
[한국은 각성자 강국이 맞다!]
↳ㄹㅇㅋㅋ
↳101명이 추가 됐으면 강국 맞지!
↳종말 전에는 동네북이었던 내가 종말 후에는 최강대국?
↳아니, 대체 뭐지? 전 세계에 107명인데 왜 한국에만 104명임?
↳그것이 한국이니까
↳한국은 초강대국이 맞다!
[근데 왜 전부 백정임?]
[탈 많은데 왜 다 백정임?]
↳그러게
↳양반탈이 플랙스 좀 했나보지
↳엌ㅋㅋㅋ
↳역시 양반이네
↳근데 백정은 노비 아니지 않음?
↳사소한 건 넘어가셈ㅡㅡ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괴물 때문에 집 무너졌는데 백정탈이 부위별로 해체쇼하고 감. 간신히 살았다. 질문 받는다
ps. 앞으로는 백정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고기 먹을 때 더 감사하며 먹겠습니다]
↳더 마스터 백정
↳백정이라 역시 도축을 잘하네
↳탈값하네ㄷㄷ
↳근데 집 무너지고 뒤질 뻔했는데 커뮤를 함?
↳ㄹㅇㅁㅊ놈이네ㅋㅋㅋ
↳사방에서 괴물들이 날뛰는데 커뮤하는 니들은?
↳커뮤에 미친 종족
↳그것이 한국인이니까.
↳끄덕
단 30분 만에 한국 상공에 열린 모든 게이트들이 닫혔다. 사람들의 피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거의 티끌만한 수준이었다.
[백정탈 남하함]
[제주도인데 백정탈들 대규모로 남쪽 바다로 넘어감. 일본이나 호주, 동남아 쪽으로 가는 듯?]
↳백정이 세상을 구한다
↳Jungle save the world
↳그거 정글 혐오야ㅡㅡ
[북쪽으로도 감]
[북한으로 가는 듯?]
↳그거 패턴임. 북한 넘어서 만주로 가더라
↳진짜 백정 만세네
↳동쪽으로도 갔음. 일본, 미국이나 남미 가는 듯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까지.
한국의 게이트들을 모조리 닫은 용사들은 박상준에게 각자의 지역을 할당받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인류는 갑자기 한국에 대규모로 등장한 각성자 무리에 당황했으나 기뿐 당황이었다.
속절없이 밀리던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세아니아는 간신히 기사회생했으며, 용사가 있어 그나마 형편이 나았던 유럽과 북미, 남미는 간신히 숨 돌릴 틈을 얻었다.
[혼자 다른 탈 쓰고 나온 이유]
[같은 하회탈로 묶기에는 수준이 다르니까!]
↳ㄹㅇㅋㅋ
↳말뚝이>>>넘사벽>>>>기타 하회탈들
↳말뚝이탈 싸우는 거 보면 누가 괴수인지 모르겠더라. 망치로 괴수들 뚝배기 깨고 다니는데 존나 무서움
↳괴수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피 묻은 말뚝이탈을 본 일이 있는가
↳킬리만자로의 말뚝이탈ㄷㄷ
그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건 망치를 들고 전전하는 두리쉬마였다.
한국을 끝내고 일본으로 와 일본의 게이트를 거의 혼자 다 닫은 뒤 미국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몰살시킨 마물로 쌓아올린 산이 수십 개였다.
“좋군.”
피로 범벅된 두리쉬마가 웃음을 지었다. 프로니우스 딴에는 제법 그럴 듯한 노림수였지만 김우진이 한 발 앞서 있었다.
지구를 멸망시켜야 할 마물들은 용사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고 두리쉬마는 빠르게 돌아오는 힘을 느꼈다.
비록 예전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간다면.
“신위를 얻을 수 있다.”
자격을 얻을 만큼의 힘을 쌓을 수 있다. 비록 빈 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신위를 얻을 수 없지만 그는 타이탄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우주의 힘을 타고난 종족. 그래서 신에게 탄압 받던 종족.
굳이 신이 되지 않아도 신에 준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의.”
망치를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두 번의 패배는 없다.”
그것이 타이탄일지니.
─!
그의 망치가 마물의 머리를 으깼다.
* * *
공간이 비틀어진다.
불꽃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튄다.
손과 발이 꺾이고.
뒤틀린 공간에 감각이 교란된다.
공간을 자유자제로 통제하는 차원룡의 권능. 그것이 어둠의 사도가 되면서 더욱 더 강화되었다.
김우진은 어째서 신이 단 몇 분도 버티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프로니우스는 강하다. 김우진이 지금까지 상대했던 그 어떤 상대보다 더. 그래, 칼카르보다도, 알비츠보다도, 그리고 베리안보다 더.
인정했다. 차원룡이 분노를 곱씹으며 쌓아올린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가만히 있냐? 이 새끼야?”
김우진과 프로니우스의 시간은 다르다.
프로니우스가 어둠의 사도가 되어 몇 만 년 동안 분노와 증오를 쌓아올릴 때, 김우진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불과 몇 십년이라는 시간은 프그런 프로니우스를 따라 잡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신들을 흡수하고.
주신 칼카르를.
아카식 레코드의 힘을 얻은 또 다른 주신 베리안을.
그들이 쌓아올린 억겁의 시간이 그대로 김우진의 것이 되었다. 그렇기에 김우진은 절대신이 되었다.
─!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불꽃이 타오른다. 공간의 권능이 불꽃을 비튼다. 불꽃이 더 크고 뜨겁게 타오른다. 권능마저도 녹이고 태운다.
김우진이 성장하는 만큼, 불꽃도 성장했다. 그의 불꽃이 태우지 못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권능 대결에서 패배를 직감한 프로니우스가 직접 움직였다.
공간의 권능을 가진 차원룡이 날개를 펼친다.
─!
──!
용의 손톱이 연신 김우진을 두들긴다.
숨결이 불꽃을 뚫고 들어온다.
김우진은 속도전에서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방향성이 다르다. 그의 불꽃은 뜨겁고 빠르지만, 그가 비행기라면 프로니우스는 제트기다.
하지만 기관총을 단 제트기와 핵미사일이 달린 비행기다.
몸을 웅크리고 불꽃을 두른다. 그렇게 공격을 감내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손이 앞으로 뻗어나간다.
프로니우스의 몸이 아슬아슬하게 비껴난다. 손이 속도 그대로 방향을 전환한다.
파직, 공간의 권능이 손의 방향을 비튼다. 튀어 오른 불꽃이 권능을 녹이고 본래의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
코앞에서 터지는 숨결이 불꽃을 벗겨낸다. 신력을 뚫고 피부를 침투한다.
그럼에도 손은 전진한다. 기어코 프로니우스의 팔목을 낚아채고 검이 목표물을 놓치지 않게끔 해준다.
“···크윽!”
불꽃이 권능을 파쇄하며 기어코 차원룡의 피륙을 찌른다.
깊게 새겨지는 상흔, 하지만 한 번의 실수를 끝으로 차원룡은 기어코 김우진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짧게 연달아 쏘아진 숨결이 김우진을 밀어낸다.
잠시 숨을 돌린 프로니우스가 상처를 부여잡았다.
“지금쯤이면 백신전이던, 연옥이던, 아니면 지구던. 한 곳은 끝장났겠지.”
“지구?”
“우리의 결판이 날 곳은 지금 이곳이 아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지.”
“누구 마음대로!”
“우리의 끝은 이 세상 모두가 끝장난 다음이다. 그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그때라면 기쁘게 이 목을 네게 주마.”
더 이상 살아 있는 의미조차 없을 테니.
“넌 절대 날 잡을 수 없다, 김우진.”
균열이, 균열들이 벌어졌다. 그때와 같았다. 모든 균열을 막을 수 없게끔 수도 없이 많은 균열들이 프로니우스에게 길을 인도했다.
김우진이 불꽃을 토해냈으나 한 발 늦는 듯 싶었다.
그렇게 보였다.
파지지지직-
권능과 권능이 충돌했다.
균열들이 일제히 닫혔다.
“어딜 가려고.”
내내 기회를 엿보고 있던 또 다른 차원룡이 있었다.
“그냥 그렇게 가면 안 되지.”
“···알베니우스!”
“네 심정은 다 이해해. 그런데 그걸 나한테 강요하고 네 복수에 내 미래까지 지워버리려고 하면 안 되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거냐!”
“은혜? 목 조르고 다음에 만나면 뒤질 거라고 협박한 게 은혜냐?”
아무리 동족이라도 그러면 내가 삐 뚫어지잖아.
“나는 지금의 세상이 좋아. 복수고 나발이고 그런 건 모른다고.”
복수를 위해서 세상 전체를 멸망시키겠다니. 돌아도 단단히 돌았잖아.
“그래도 동족이라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봤거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넌 여기서 죽는 게 맞아. 넌 동족이 아니라 미친 도마뱀이니까.”
그러니.
“갈 때 가더라도 그 목은 여기 놓고 떠나라.”
“나이스샷, 알베니우스님!”
“알베니우스!”
프로니우스의 고함과 함께.
─────!
새하얀 백염이 세상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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