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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옥에는 용사들이 온다-135화 (135/150)

# < 외전. 지구의 종말(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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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지구의 두 번째, 종말이 시작되었다.

[속보! L타워 또 야랄났다!]

[L타워에서 또 게이트 열렸다. 그나마 첫 게이트 이후 통제 구역 되서 사람이 거의 없는 게 다행인데 이게 열렸던 곳에 그대로 다시 열리네 ㅁㅊ]

↳김해랑 강원도도 똑같음

↳그나마 다행인 듯?

↳ㅇㄱㄹㅇ통제구역이라 민간인 없었음

↳지금 전투 벌어짐. 군인들이 총 쏘는 중.

↳총으로 뒤짐?

↳박격포도 쏨

↳전차도 왔음

↳ㄹㅇ전쟁이네

↳서울 작살나는 거임?

↳서울이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작살날 판

그 자리 그대로 게이트가 열리고 마물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과는 조금 달랐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게이트가 열렸던 곳을 경계 지역으로 삼고 군인들을 배치시킨 덕이었다.

마수들은 지구의 인간들이 처음 보는 괴수들이었으나 총과 대포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한국은 포방부라는 이름답게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화려한 화력쇼를 통해 마물들을 깡그리 박멸했다.

[아니]

[송파구랑 강남구, 강동구랑 광진구 일부가 초토화 됐는데 이거 맞냐?]

↳ㄹㅇ저게 다 얼마냐

↳그럼 그 비싼 집에서 괴물이랑 손잡고 뒤지시던가

↳ㄴㄴ어차피 게이트 열려서 거기 똥 값됨

↳ㄹㅇㅋㅋ

↳ㅅㅂ괴물이 나오는데 돈타령 오지네

↳이게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그건가?

↳초토화된 나라가 한둘이 아닌데 대응 잘해서 잘 막아줬더니 ㅈㄹ하는 새끼들이 있네ㅅㅂ

그 과정에서 송파구 대부분이, 강동구, 강남구, 광진구 일부가 희생양이 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잘했다는 칭찬이 가득했다.

게이트 사태와 괴물들의 출현은 그들에게 미지의 공포를 선사해주었기 때문이다. 피해가 있더라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안도감을 주었다.

김해는 오히려 더 쉬웠다. 넓은 평원에 게이트가 열렸기 때문에 무차별 포격으로 순식간에 정리 되었다.

문제는 강원도였다. 설악산에 열린 나머지 제대로 된 화력 투사가 어려웠다.

공군에서 급하게 헬기와 전투기를 띄웠지만 그보다 먼저 두 개의 가면이 움직였다.

[양반탈이랑 각시탈 떴다!]

[설악산임. 군인들이 산 진입로 죄다 통제하고 헬기랑 전투기 날아오는데 그보다 먼저 양반탈이랑 각시탈이 난입함.]

↳저기가 제일 안전할 듯

↳근데 쟤들 진짜 누구냐. 한국에 있는 거 보면 한국인이겠지?

↳각시탈은 실존한다!

↳그러니까 쟤들은 상태창이 보인다는 거지?

↳나만 상태창 없어! 나만 상태창 없어! 나만 상태창 없어! 나만 상태창 없어! 나만 상태창 없어!

* * *

박상준이 거대 마수의 머리에 창을 찔러 넣었다.

파직-

스파크가 폭발하며 머리를 통으로 날려버렸다. 은밀히 뒤로 접근하던 마물이 연쇄하는 뇌전에 감전되어 그대로 타버렸다.

“대충 마무리 된 것 같은데.”

저 멀리 헬기가 보이지만 한 발 늦었다.

킬리언이 상대하고 있는 마수가 마지막이었으니.

“와.”

20m가 넘어가는 멀대같은 마수였다. 부풀어 오른 근육은 로이드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지나쳤다.

─!

하지만 킬리언과 부딪히자 오히려 휘청이며 쓰러졌다. 놈의 팔을 꺾어버린 킬리언이 그대로 위에 올라타 머리를 난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물의 머리가 박살났다. 몸이 축 늘어졌다.

오러로 몸에 묻은 피를 태워버린 킬리언이 물었다.

“게이트는?”

“닫았습니다.”

“그럼 끝났군. 다른 나라로 움직이지.”

“그런데 마왕도 그렇게 죽이셨습니까?”

“마기로 기이하게 변한 거인족이었다. 크기가 15m에 더럽게 강하더군.”

“그래서요?”

“서로 맨주먹으로 치고 박고 싸우다 힘겨루기를 했지. 팔을 그대로 꺾어버린 다음에 머리를 터트려 버렸다.”

“···진짜 무식할 정도로 세시네요.”

“너는?”

“저 같은 경우에는 언데드였습니다. 번개라서 다행이었죠. 불만큼 언데드에 효과가 있는 힘이라. 다 튀겨버렸습니다.”

종말의 사도는 어비스 나이트라는 데스 나이트의 상위종이었다. 수십만의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남하하는데 싸우면 싸울수록 수가 늘어가는 혐오스러운 놈이었다.

박상준이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바쁘지 않을 것 같던데요. 송파구랑 김해 쪽은 군대가 알아서 처리했고 일본쪽도 자위대가 움직여서 피해가 별로 없답니다.”

다른 나라들도 대동소이했다.

“칼과 활로 무장한 군대들만 보다가 화력전을 보니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나요?”

“확실히 한결 편하긴 하군.”

킬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움직여야하는 건 똑같다. 게이트를 닫아야 하니까.”

맞다. 차라리 타 차원이었다면 마법으로 게이트를 닫았겠지만 지구에는 마법사가 없었다.

“뭐, 그 정도야. 그럼 저는 송파구로 가겠습니다.”

“네가 가까운 쪽으로 가겠다고?”

“왜 이러십니까? 갔다가 북한, 만주로 넘어갈 겁니다. 만주타고 러시아로 넘어가나 일본타고 오세아니아로 가나 바쁜 건 마찬가지인데.”

“···알았다.”

“아, 그리고 카일리한테 연락 왔는데 한 번 보자는데요?”

“나를?”

“아뇨. 용사들 전부. 사태가 심각하니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자고요.”

“이번 종말이 끝나고.”

“예. 그럼 이번 일이 끝난 다음에.”

두 용사가 각각 서쪽과 남쪽으로 갈라졌다.

* * *

김우진이 지구의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서울의 게이트는 두 번 다 송파구를 비롯한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고 당연히 용인에 위치한 김우진의 집까지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물론 불안감이 증폭되어 서울과 경기 쪽의 집값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게이트가 열리지 않은 충청도나 전라도, 제주도 쪽으로 피난 가는 사람들도 생겼다.

지금까지는 잘 막아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진짜 게임이라도 하자는 건가.”

두 번의 카운트다운이 있었고 두 번의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첫 번째 게이트와 두 번째 게이트의 차이는 마물의 수와 질이 조금 더 올랐다는 것뿐이었다.

진짜 스테이지별로 올라가는 게임처럼.

아직까지는 용사들이 잘 막아내고 있지만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게 더럽게 나오겠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지.”

김우진이 두 개의 화분을 집어 들었다.

집 앞의 마당에 땅을 파고 옮겨 심었다.

세계수의 분신과도 같은 가지 두 개가 지구의 지기를 먹고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굳이 지구에 세계수를 심어야 되냐는 생각이 있어 화분에 만족했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이쪽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할 수 있겠어?”

- 음, 쉽진 않아.

- 그래도 해볼게!

본체가 아닌 분신을 이용해 또 다른 차원에 뿌리를 내리는 세계수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리고 신을 먹어치운 릴리와 나르가 아니라면 앞으로도 시도조차 하지 못할 일이다.

“고마워.”

그렇다고 큰 걸 바라지는 않는다.

무사히 자라날 지도 의문이고 자란난다고 해도 분신인 만큼 당연히 본체에 비해 한없이 약하다. 지구에는 마나 자체가 희박하니 성장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른 차원에 비해 훨씬 더 걸리겠지.

뭐, 마나 부분은 신력을 먹은 세계수들인만큼 어느 정도 논외긴 하지만.

어쨌든 세계수들이 프로니우스라는 버러지가 무슨 짓을 꾸밀 때 한 방을 먹여줄 카드가 되어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마나를 퍼트리지도, 크기를 키우지도 마. 알겠지?”

카드라는 건 뒤집혀져 있을 때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 하지만 그러면 약해. 크기는 품을 수 있는 힘과 비례.

- 맞아.

“그러면 마법진을 짜야겠네.”

인식 저해랑 은신, 마나 은신, 마나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통제 마법진에···.

수백 개의 마법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법진과 권능을 결합해 기능을 강화한다.

지구인을 상대로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지만 프로니우스를 속이려면 철저해야 한다.

물론 김우진이 할 생각은 없었다. 마법은 그의 적성이 아니니까.

“디아네랑 시에나님, 그리고 데이드랑 카르네이, 홀스라···.”

다행히 적임자들이 있었다.

신이라는 이름의.

그리고 또 다른 수가 없을까. 어디 보자.

“용사들 수십 명을 투입시키면···아니지?”

잠시 고민하던 김우진이 누군가를 떠올렸다.

신은 아니나 신의 힘을 쓸 수 있는 자.

그럼에도 신이 아니기에, 태생적으로 타고 났기에 어느 차원에서도 제약을 받지 않는 자.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 * *

“음.”

두리쉬마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본래라면 마기가 철철 넘쳐 흘러야 할 손에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둠이 그를 사도직에서 박탈했다.

그리고 그의 육신에 남아 있던 마기의 잔재를 새로운 사도를 통해 모조리 앗아갔다.

“한심하군.”

물론 마기가 없다고 그가 약하지는 않다.

그는 위대한 타이탄이고 마기의 빈자리에 신력을 채울 수 있다. 비록 어둠의 사도 일때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힘을 길러야 한다.”

역시 이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지금의 두리쉬마가 백 명이 넘게 모인다 한들, 과거의 두리쉬마는 이기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어둠의 사도일뿐만 아니라 주신들을 사냥해 그 업도 쌓았으니.

어둠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그 업도 모두 흩어져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의 그는 비록 신에 비빌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집행자들에는 비빌 수준이 된다.

하지만 무슨 방법이···

- 처음?

- 처음부터 뭘?

두 마리의 정령체들이 그의 머리 위에 안착했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며 주변의 마력을 채우던 두리쉬마가 눈을 떴다.

“여기 계셨습니까?”

“김우진.”

“뭐하고 계십니까?”

“마기가 완전히 사라졌으니 빈자리를 신력과 마력으로 보충해볼까 한다. 오랜만이라 익숙하지 않지만 차차 나아지겠지. 다행히 불가능까지는 아니더군.”

타이탄은 본디 신력을 타고난 종족이니.

“그런 의미에서 이 차원은 최고군. 신을 먹은 세계수가 둘에, 본래 백신전의 차원이 합쳐져서 그런건가?”

“네, 맞습니다.”

김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무슨 일이지?”

“힘을 되찾고 싶으신 것이겠죠?”

“당연한 소리를. 나는 이렇게 약해빠진 스스로가 한심해서 버틸 수가 없다.”

“단순히 명상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좋은 방법?”

“업을 쌓는 거죠.”

용사가 강해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수련을 통해 능력 자체를 올리거나, 마물을 죽이고 종말을 막으며 업을 쌓거나.

여기서 중요한 건 용사를 예로 들었지만 업은 누구나 쌓을 수 있다는 거다.

빛의 사도라면 어둠의 마물들을 죽여서.

어둠의 사도라면 빛의 생명체들을 죽여서.

서로가 서로의 적임과 동시에 서로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먹이다.

“심지어 두리쉬마님의 힘을 앗아간 프로니우스 놈에게 복수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말해봐라.”

복수라는 말에 두리쉬마가 흥미를 보였다.

“지구에 종말이 일어났습니다. 본래 일어나면 안 되는 종말이죠. 저는 이걸 프로니우스의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겠지. 그래서 나보고 지구의 종말을 막으라는 거냐?”

“예.”

“네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물론 그런 것도 있죠. 저는 지구가 최대한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거든요.”

김우진은 굳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내가 가기엔 너무 수준이 낮은 것 아닌가?”

“낮지 않습니다.”

“그래봐야 일개 차원의 종말이다. 하물며 네가 종말 차원들과의 경계에 병력을 배치했다고 들었는데?”

“그랬는데 일반 택배가 아니라 퀵 배송이더라고요.”

“퀵, 뭐?”

“공간 권능을 통해 종말 차원에서 지구로 마물들을 스트레이트로 배달했습니다.”

“······!”

“어떻게, 구미가 좀 당기십니까?”

“확실히 그렇군.”

두리쉬마가 입가가 미미하게 올라갔다.

권능을 통해서 마물들을 쏟았다는 것 자체가 프로니우스가 지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건 지구의 종말이 일반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지구로 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나?”

“2m 정도만 유지해주시면 됩니다.”

“그거야 답답하긴 하지만 어렵진 않다. 하지만 나는 지구의 생리나 사회, 규범에 대해서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을 붙여드릴 생각입니다.”

“짐더미는 사양이다.”

“용사들입니다. 차원들을 이미 구한. 본래는 전직인데 이번에 복귀시켰습니다.”

“차원을 구한 용사라면 적어도 방해는 되지 않겠군. 좋다.”

“지구를 잘 부탁드립니다.”

김우진이 손을 내밀었다.

“맡겨둬라.”

두리쉬마가 손을 맞잡았다.

- 잘 부탁해!

- 맡겨줘!

릴리와 나르가 서로의 날개와 앞발을 붙잡고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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