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감옥에는 용사들이 온다-118화 (118/150)

# < 117. 귀환 >

아카식 레코드란 무엇인가.

흔히들 말한다.

우주의 의지, 빛, 생명의 근원, 균형의 수호자, 그리고 차운의 도서관.

아카식 레코드는 우주가 탄생한 이래로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는 방대한 기록이다.

김우진은 그 사실을 이번에 실감했다.

아카식 레코드와 접촉하는 순간, 막대한 정보들이 밀려들어온다.

태초부터 저장해온 우주의 기억과 파편들.

빠르게 과부하 되어가는 뇌와 정신은 아무리 김우진이라 하여도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다분해 보였다.

“···난 놈은 난 놈이네.”

이걸 뚫고 들어가서 일부지만 권능을 가져왔다는 거지?

괜히 최초로 아카식 레코드에게 선택되어 주신이 된 게 아니었다.

김우진은 아카식 레코드에 들어오면서부터 자연스레 연결되어 버린 정신의 통로를 닫았다. 타기 직전까지 갔던 정신이 조금이지만 안정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에 타는 듯이 뜨거워 이마를 매만졌다.

‘취할 수 있나?’

너무 방대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주신들을 죽이고 그들을 포식하면서 스스로가 무척이나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딱히 우주를 지배하거나 할 생각은 없지만 스스로 어느 정도 대단한 사람이 됐다는 것은 인지했다.

그럼에도 아카식 레코드 내부에 있으니 작아보였다. 우주 앞의 먼지랄까.

뭐, 그렇다고 스스로 초라해진다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대단해보여도 결국 가능성은 있다. 베리안이 했으니까 그도 할 수 있다.

한 달. 한 달 만에 김우진은 아카식 레코드의 핵심에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아카식 레코드의 핵은 형태가 딱 드러난 무언가가 아니었다. 빛의 기둥 내부의 또 다른 기둥이었다. 보다 정순하고 우주의 힘이 넘쳐나는, 평범한 이들은 결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심처에 위치한.

────!

조심스레 매만지는 순간, 그것이 비명을 질렀다. 세상이 떠나가라 요동치며 의지가 김우진을 적대했다.

“씨발···?”

이런 소리는 없었는데?

우주의 힘이 의지를 가지고 사방에서 덮쳐온다.

재해와 같았다.

대지를 뒤집어엎는 지진이자, 휩쓸고 지나가는 해일이며, 모든 걸 분쇄하는 폭풍이다. 하늘을 쪼개는 벼락이자, 세상을 잿더미로 만드는 불꽃이다.

그것은 더 없이 거대하고 방대하며 위압적이다. 자연이, 우주가 그러하듯 끝이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저 흐를 뿐이다.

김우진을 침입자로 인식하고 몰려오지만 극도의 악의가, 살기가 없다. 세세하고 정밀하지도 않다.

김우진은 베리안이 어떻게 이 난관을 견뎌냈는지 이해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정도의, 자신 정도의 수준이라면.

그저 굳건히 버티며 받아냈다. 무분별한 자연 재해는 그의 불꽃을 뚫어내지 못했다.

“그런 속담이 있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아카식 레코드가 난리를 치는 것은 그만큼 급박하다는 소리며, 김우진이 맞게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을 뻗어 핵을 잡는다. 비명과 재해는 커지나 김우진은 닫았던 정신을 열었다.

───!

─!

비명처럼 들리는 괴성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릴리나 나르처럼 또렷하게 이지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의지.

우주를 관장하는 관념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키만 잘 잡으면 그 의지를 어느 정도는 컨트롤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그리고 그게 김우진의 최종 목표였다.

누구에게도 스스로의 영역을 내주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김우진이 또 다른 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너랑 합의할 게 참 많아.”

─────!

백의 공간 속에서 백염이 피어올랐다.

* * *

김우진이 몇 달 만에 다시 세상으로 나왔을 때, 릴리는 연옥과 구 백신전의 합병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이게 연옥이라고?”

- 응. 어때?

“환상적이야.”

차원의 크기가 거의 3배 가까이 늘었다. 그래봐야 어지간한 하위차원만한 게 전부지만 애초에 연옥도, 백신전도 크기 자체가 큰 건 아니었다.

진짜는 따로 있었다.

압도적인 마력. 백신전은 아카식 레코드에 가장 가까운 차원으로 우주의 힘이 가장 풍부한 차원이었다.

연옥은 여러 차원들의 교차 차원으로 마나가 더 없이 많은 곳이었다. 거기에 두 그루의 세계수가 신들을 흡수하고 그것을 퍼트리니 거의 백신전에 준하는 차원이 되어 있었다.

그 상태에서 두 차원을 뒤섞어 버리니 아카식 레코드만큼은 아니지만 그 턱 밑까지 쫓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릴리와 나르의 본체도 훨씬 커져 차원의 하늘을 덮고 있었다.

“잘했어, 릴리, 나르.”

- 응!

- 응!

제법 성장한 두 세계수들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김우진의 양 어깨에 올라탔다.

김우진은 새롭게 바뀐 차원의 모습을 보다 세세하게 살폈다.

두 그루의 세계수는 차원의 중심에 자리했고 연옥의 건물은 그 앞에 있다.

‘그러고 보니 연옥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차원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용사들은 끊임없이 발탁될 거다. 용사들을 쓰지 않으려면 신들이 자신들의 업을 소모해 직접 나서야 하는데 그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지나친 악수다. 제 살을 깎아 먹다 보면 밑천이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까.

신들에게도 이미 고지했지만 그렇다고 본래의 방식대로 운용할 생각은 없다.

용사들은 세상을 구하면서 그만한 희생을 했고, 대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돈이든 뭐든, 해당 차원에서 가치 있는 걸로 보상을 주고.’

‘힘? 필요하면 그냥 가져가게 두고.’

물론 스스로 포기하면 더 많은 보상을 주며, 아카식 레코드의 계약서를 반드시 써야 한다.

용사의 힘은 규격 외의 힘이다. 자연스레 귀환하는 용사는 최강자가 될 수밖에 없고 그게 깽판으로 이어지면 큰 문제가 일어난다.

계약서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차원 이상의 힘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마법과 오러가 존재하는 차원에서는 적당한 최강자 수준까지, 지구에서는 그냥 이종격투기 챔피언이나 산전수전 다 겪은 특수요원 수준까지.

그게 딱 적당하다.

‘문제는 이제 연옥이 사라져 버렸다는 건데.’

건물은 있지만 이곳의 연옥은 그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차원을 합병하면서 그득해진 마력은 일개 용사 따위가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신이나 집행자에게는 천국이지만 피조물이나 용사에게는 지옥이 될 거다.

“어디가 좋을 것 같아, 릴리? 혹시 좋은 생각 있어?”

- 백신전!

- 맞아, 백신전!

“새로운?”

- 응!

- 응!

‘나쁘지 않은데?’

신들은 지금까지 많은 걸 누려왔고 그것들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래서일까, 권리는 좋아하면서 의무와 책임은 싫어한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은 우주 최고의 특권층이었던 터라 특히 심하다.

그러니까 백신전 한켠에 연옥을 만들어놓고 말을 안 듣는 놈들을 소장으로 만드는 거다.

여기를 상위 신들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말 좀 잘 듣는 놈들은 이곳으로 불러들이고.

집행자들도 마찬가지다. 집행자들 중 신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은 없다. 그리고 이곳의 환경은 그 어느 차원보다 우주의 힘이 넘치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 *

“드디어 나왔군, 자네! 그런데 그다지 바뀐 건 없어 보이는데?”

“딱히 아카식 레코드를 흡수하거나 한 건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러면?”

“그냥 남들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제약을 좀 걸고 왔죠. 겸사겸사 아카식 레코드랑 합의도 좀 하고.”

“합의? 그런 게 통하는 거였나? 아카식 레코드도 세계수 같이 정령체가 있나?”

“뭐,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꽤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수고는. 드워프에게 무언가를 만드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다고.”

단 몇 개월만에 차원 단위의 대도시가 형성된 모습은 신의 이적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신들이 만들었으니 사실 틀린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래서 말인데 여기에 건물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어떤 건가?”

“연옥입니다.”

“응?”

“본래의 연옥은 도저히 쓸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하긴, 그 정도 농도면 용사라고 해도 과부하가 걸려 죽겠지.”

“맞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백신전에 연옥을 추가하려는 건가?”

“신들을 부려먹으려고요. 적절한 채찍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거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바로 만들지.”

“구속구 같은 것도 좀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게. 연옥에서 수백년을 살아온 경험을 한껏 발휘해서 모든 걸 완벽하게 만들어주지.”

“어째 신나 보이십니다?”

“아무렴. 연옥에 갇힐 줄만 알았지, 내가 연옥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해봤겠나?”

데르카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마음 같아서는 소장도 한 번 해보고 싶군.”

“시켜드릴까요?”

“농담이네. 아무리 소장 직위라지만 연옥 쪽으로는 오줌도 싸고 싶지 않아.”

연옥이 만들어지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렇게 차원 ‘새로운 백신전’이 완성되었다.

신들의 공간 백신전.

신들이 머무는 곳, 하늘 도시.

집행자들이 머무는 땅의 도시.

그리고 죄수들을 가두는 연옥까지.

모든 기반시설이 마련되어 입주민들만 기다리고 있었다.

김우진이 아카식 레코드에 들어가 있는 동안, 전쟁으로 죽은 신들의 공석 또한 채워졌다.

백신전은 다시 백신전이 되었고 무너진 체계와 시스템을 완벽하게, 그 본래의 것 이상으로 복구해냈다.

김우진은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모든 신들을 소집해 포고를 내렸다.

【하나. 새로운 백신전은 열 명의 주신과 아흔 명의 신들로 구성된다.】

【둘. 오직 주신들과 그들을 섬기는 집행자들만이 차원 ‘연옥’에 출입할 수 있다.】

【셋. 신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종말로부터 세상을 구한다.】

【넷. 성과가 가장 적은 신은 새롭게 만들어진 감옥 ‘연옥’의 소장이 된다. 이는 스무 명의 죄수들을 출소시킬 때까지 유지된다.】

【다섯. 앞으로 천년마다 가장 성과가 좋은 신을 선택해 주신으로 발탁한다. 이는 세 번까지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가장 성과가 떨어지는 자는 연옥의 소장에 박아놓고, 가장 뛰어난 자는 주신으로 삼겠다는거군.”

“···하. 누굴 조련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그쪽은 하지 마시오. 나는 주신이 되고 말 거니.”

“누가 하지 않겠다고 했소?”

신들은 추락한 자신들의 처지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그렇다고 주신이 되고 싶지 않은 자들은 없었다. 말 안 듣는 용사를 관리하는 소장이 되기를 원하거나, 김우진에게 대항할 자신도.

신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며 뛰어난 용사를 구하기 위해 차원을 뒤지기 시작했다.

좋은 경쟁이었다.

“그러면 아카식 레코드의 힘은 완전하게 손에 넣으신 건가요?”

“아니.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더라고.”

베리안이 일부 파편을 손에 넣긴 했으나 그건 정말 파편에 불과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렇게 강해진다는 게 대단하긴 하지만 그만큼 아카식 레코드가 품고 있는 힘은 방대했다.

당연하다. 우주의 탄생과 함께 힘의 균형을 맞춰온 우주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아카식 레코드가 사라지면 차원이 아닌 우주가 멸망한다.

아카식 레코드는 누군가 독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 존재였다.

“그냥 적당히 간섭만 해서 누구도 아카식 레코드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해놨지.”

그거면 족하다. 어차피 김우진이 무언가 할 생각은 없었고, 신들이 갑자기 딴 마음을 먹는 것만 방지하면 되는 거니까.

어쨌든 모든 게 정리되었다. 이제 그가 없어도 우주는 유지될 것이며, 그를 쫓는 적도 없다.

“길었어.”

“···뭐죠? 그 세상 다산 것 같은 대사는?”

“그동안 신들 때문에 못 갔으니까 이제 가야지.”

“어디를요?”

“어디긴, 내가 돌아갈 때가 한군데 밖에 더 있어?”

고향.

“지구.”

* * *

잘 깔린 도로, 드높은 빌딩숲, 북적이는 사람들과 인위적으로 조성해놓은 조경들.

여러 차원들을 오고 갔지만 오직 지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꽉 막힌 차들과 메케한 매연, 뿌연 미세먼지까지.

한 때는 참 더럽고, 짜증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 자체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반가웠다.

지구라는 행성이자 차원,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 모든 게 좋다.

다만, 예상과는 다르게 김우진은 혼자가 아니었다.

“콜록, 콜록. 여기 공기가 너무 안 좋아요.”

“그렇겠지.”

“···숲의 정기도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구나. 세계수는 당연히 없고. 이런 세상이 존재한다니.”

“마나도 거의 없는 차원입니다. 숲의 정기도 희박하죠.”

“오, 저게 그 자동차라는 건가? 하늘을 나는 강철이라니! 저게 비행기? 혹시 신의 마력포와 비견될 수도 있다는 그 핵이라는 것도 볼 수 있나?”

“핵은 꿈도 꾸지 마십쇼.”

“이 차원의 식문화는 얼마나 발달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 세계에 음식점들마다 별을 줘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이 있으니까 알아서 찾아다녀.”

“절대신이시여. 제가 기필코 이곳에 절대신님의 신앙을 널리 퍼트려 저 우매한 자들을 깨우치겠습니다.”

“아니, 제발 그러지 마. 내 이름 팔기만 해봐.”

“드디어 지구···. 드디어 한국···.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네가 앞으로 뭘하고 지내든 상관없는데 내가 했던 말 기억해. 사고치지 마라.”

강자가 없다는 것에 실망한 타르칸을 제외한 여섯 신들이 모두 따라왔다.

솔직히 강민식은 예상했다. 그는 한국인이었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다른 다섯은 의외였다.

“대체 왜 따라온 겁니까?”

“마나나 마법, 마도공학 없이 발전된 기술이라는 걸 경험해 보고 싶네. 컴퓨터라는 것도.”

“···너무 납득이 가네요. 다른 분들은?”

“그냥 궁금하잖니? 너 같은 용사가 나온 차원이 대체 어떤 차원일지.”

“그럼 이제 가시는 겁니까?”

“첫 인상이 딱히 좋지는 않지만 잠깐 본 것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짧지 않니?”

“저는 그냥 따라왔어요! 어차피 딱히 갈데도 없거든요.”

“그래, 넌 그런 걸로 치자.”

“저는 모든 차원의 모든 식도락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그래, 그러던가. 디아네, 너는?”

“보다 많은 차원에 절대신님의 신앙을 퍼트려 이롭게 하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내가 사명을 준 적이 없는데?”

“지금이라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가.”

“안 됩니다! 절대신께서 태어나고 자라신 성지를 어떻게 순례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신이시여, 제발 불쌍한 종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렇게까지 나오니 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그녀의 도움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다 조용히 해봐.”

김우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들을 그냥 지구에 풀어놓았을 때를 생각해보았다.

1초 만에 절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평범한 소시민 김우진으로서 지구의 삶을 살고 싶은 거지, 난장판이 된 지구를 바라지 않았다.

“···일단 집을 구할 테니까 얌전히 다 따라와. 어차피 지구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 잠시 교육 기간을 거쳐야겠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뭐야?”

“저도 그래야 합니까?”

뭐야, 이 멍청이는.

“안 꺼져?”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강민식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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