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감옥에는 용사들이 온다-106화 (106/150)

# < 105. 세계수를 써먹는 방법 >

이상하다.

몇 달이 지났다. 평화는 좋지만 지나치게 평화가 길다.

무려 주신이 공격당했음에도 어째서 백신전은 조용할까. 그 흔하디흔한 항의 한 번 없이 그냥 없던 일인 것처럼 조용히 묻어간다.

그 기이함에 김우진은 연옥 내의 신들을 소집했다.

“···백신전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소장님이 아니면 뭐 큰 일 생길 게 있나요?”

“예전이었으면 그럴지 모르지만 지금은 하나가 더 있지.”

“두리쉬마님 말씀이시군요?”

두리쉬마는 알베니우스와 함께 포위망을 뚫고 사라졌다. 알베니우스의 권능과 허술해진 포위망을 비추어 보았을 때, 무사히 도망쳤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후의 일은 이곳에서 알 턱이 없다.

신들이 그들을 포기했는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에도 추적과 전투를 반복하고 있는지.

어쩌면 지금의 고요함이 그들을 먼저 처리하기 위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큰일 아니에요?”

“큰일이지.”

만약 정말로 두리쉬마와 알베니우스를 먼저 정리하기 위해 조용한 거라면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시점일 거다.

“아예 선제타격을 한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당해왔으니 이쪽에서 오히려 공세로 전환해 허를 찌르는 것도 좋다.

주신을 공격한 건 어디까지나 연옥 코앞에서 벌어진 일이니 그것과는 또 경우가 다르다.

“뭐, 일단 마력포들은 언제든 대기상태이긴 하네. 실전에서 위력을 확인해봐야 하기도 하고.”

“싸우는 거라면 전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크흐흐.”

마력포를 쏠 기대감과 싸울 생각에 데르카인과 타르칸은 조금 신이 나 보였다.

“가능할까요?”

“만약 두리쉬마님쪽으로 전력이 가 있다면 이쪽도 확실히 줄어 있겠지.”

“그건 그렇지만 함정일 가능성도 있잖니?”

“물론 그렇죠.”

엘프들은 조금 부정적이었다. 김우진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설사 함정이라 할지라도 감히 소장주신님을 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소장주신께서 행하신다면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다부진 디아네의 포부를 들으며 면면들을 살폈다.

율리아, 시에나, 타르칸, 베르너, 강민식, 디아네 그리고 데르카인까지.

처음 이곳의 소장으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혼자였는데 어느새 일곱 명의 신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중 한 명은 전투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그 이상의 일들을 해주고 있고.

그와 함께 여섯의 신들이 직접 나선다면 어지간한 건 전부 뚫어버릴 수 있다.

“포위망은 어떻지?”

“매일 같이 살피고 있습니다만, 확실히 이전보다 덜해진 게 맞긴 한데 이게 다른 쪽으로 돌려서 그런 건지, 아직도 주신이 공격당한 게 혼란스러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함정인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두 개는 상관이 없다만, 만약 함정이라면 꽤나 곤란해질 거다. 이미 크게 데인 신들이 호락호락하게 준비하지 않을 테니.

“···한 번 가보지.”

그럼에도 김우진은 결정을 내렸다.

만약 두리쉬마를 먼저 정리하는 거라면 절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며, 그저 혼란스러운 것일 뿐이더라도 기회를 굳이 놓칠 필요는 없다.

다만, 문제는 함정일 경우인데 김우진은 아무리 못해도 빠져나올 자신은 있었다.

그는 주신과 필적하는 강자며, 저들은 신이다. 상대 또한 신이긴 하지만 멍청이처럼 죽지는 않을 거다.

“신을 잡아서 릴리와 나르에게 준다.”

차기 신 후보들 대부분이 상위 집행자들이기 때문에 신들을 죽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을 붙잡아 텅 비어버린 세계수에게 다시 거름을 공급한다.

- 좋아!

- 낑!

두 정령체가 눈을 반짝였다.

* * *

“대체 어쩌다 백신전의 신세가 이렇게 처량해진건지···.”

백신전의 신, 프로티마가 저 멀리 보이는 연옥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백신전의 말이 곧 법칙이자 정의였다. 백신전은 이 세상 정상에 우뚝 서 우주를 다스렸고 누구도 거기에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김우진이라는 이물질로 인해 상황이 변했다.

백신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신들이 줄어들었다. 하위 신도, 상위 신도, 심지어 주신도 있었다.

줄어든 자리는 전부 채워지지 않았으며 백 개의 자리에 일곱 개의 공석이 생겨버렸다.

“신격을 얻은 자들이 여섯이나 반역자의 품에···.”

아니, 일곱이다. 한 명의 공석 또한 김우진의 품속에 있을 거라는 게 알비츠 주신의 판단이니.

예전이었으면 상상도 못했을 끔찍한 일이다. 그럼에도 백신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카식 레코드의 계약에 묶여 있기에, 주신간의 전투로 인해 백신전의 판도가 달라졌기에.

세 명의 주신이 균형을 이루던 것은 칼카르의 죽음으로 둘이 되었고, 베리안이 알비츠를 권속으로 삼으면서 완전히 독재가 되었다.

그는 곧장 아카식 레코드로 들어갔고 여전히 나오고 있지 않다.

‘아카식 레코드에 간섭해 발 아래 두겠다니.’

아카식 레코드의 선택을 받은 입장에서는 말이 되는 건가 싶다. 아무리 그들이 신이라고 한들, 아카식 레코드는 신 위에 존재하는 절대 법칙이니까.

허나, 베리안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건 또 아니다. 그 또한 백신전의 신들이 결코 완전한 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 법칙마저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존재. 그게 진짜 신이 아니겠나. 그래서 프로티마는 은연중에 베리안에게 동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백신전은 현재 둘로 나눠졌다. 알비츠에게 동조하는 자와 베리안에게 동조하는 자. 베리안이 알비츠를 권속으로 삼은 시점에서 큰 의미는 없지만.

‘최대한 빨리 목표를 이루고 나오시기를. 다행히 아직까지는 김우진이 잠잠하기는 한데···.’

주신을 공격할 때만 해도 얼마나 놀랬던지. 하물며 연옥 안에 무려 여섯의 신이 들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조금 강한 용사로 여기던 그는 어느새 주신마저 위협하는 거물이 되었다. 허나, 그것도 베리안께서 뜻을 이루고 나오신다면 끝이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김우진이 먼저 나올 일은 없었다. 솔직히 아카식 레코드의 계약과 연옥이라는 보금자리가 아니라면 일개 피조물인 그가 여기까지 올 수라도 있었겠나.

스스로 아늑한 집을 벗어던지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하하.”

무릎을 꿇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양손을 모아 빈다.

콰직, 두터운 신발이 그의 머리를 짓밟았다. 아찔한 통증에 신음을 삼켰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김우진님에게 상대로 밍기적거리고 얕보는 백신전의 신들은 모두 버러지들입니다.”

살기 위한 과장된 표현이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이기도 했다.

‘미친놈, 완전 미친놈 아니야!’

습격은 예고 없이 일어났다. 김우진과 여섯 신들이 진격했고 백신전의 집행자들이 우수수 쓸려나갔다.

신들도 마찬가지. 김우진이 앞장서자 그를 막을 수 있는 신은 없었다.

포위망을 지키는 스무 명의 신들 중, 절반은 도망가고 절반은 붙잡혔다. 프로티마는 하필 김우진이 가장 먼저 공격한 곳을 지키고 있던 자신의 운을 한탄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김우진님을 주신으로 섬기겠습니다!”

김우진은 공식적으로 주신은 물론 신도 아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신을 모기처럼 때려잡는 놈이 신이 아니라면 그는 일개 벌레였다. 백신전은 벌레들의 집합소고.

“역시 그래도 명색이 신인지라 보는 눈이 있습니다. 환영합니다, 형제님. 진정한 신앙의 세계에 눈을 뜨신 것을.”

황금 동공이 부담스럽게 가까이 다가왔다.

알고 있는 얼굴이다. 베른의 집행자였다가 김우진으로 갈아타고 신이 된 인물.

“저와 함께 소장주신을 찬양합시다! 신의 자비가 하해와 같으니, 폭압을 일삼는 거짓 신들은 결국 가면을 벗고 천벌을 받을 지니!”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심한 것 아닌가? 백번 양보해서 목숨이 아까워 김우진에게 갈아탔다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굳이 저렇게까지?

‘설마 일부러 시키는 건가?’

김우진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김우진에게 부족한 것은 세력이고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신격화화고 주신으로 섬기라고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애초부터 계획된···?’

과연 칼카르를 죽이고 백신전의 신들을 잡아먹은 괴물답다. 프로티마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가 취해야 할 행동은 하나뿐이다.

“물론이다! 사실 나도 백신전의 거짓과 위선에 진저리가 나던 참이었다! 김우진님이야 말로 진정한 신이시니 부디 저를 거두어 진실된 세계로 이끌어주십시오!”

“오오오, 진정한 형제를 찾았으니 저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디아네!”

“프로티마님!”

“···지랄들을 하는군.”

김우진이 혀를 찼다. 디아네는 누가 봐도 진심이었지만 프로티마라는 저놈은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다 들렸다.

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헛소리! 주신께서 나오시는 날! 그날이 네가 소멸하는 날이다, 김우진! 지금의 승리를 마음껏 즐···!”

“백신전은 영원하리라!”

“네놈들도, 저놈도. 그리고 이 자리의 누구든 어떤 행동을 하든 상관이 없어.”

왜냐하면 너희들은 모두 공평한 대우를 받게 될 거니까.

“···사, 살려주십시오! 저는 당신을 주신으로···!”

“그냥 주신이 아니라 소장주신입니다!”

“···소장주신으로 섬기겠습니다!”

“섬겨라. 말리지 않으니.”

말린다고 되는 거였다면 디아네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걱정마라. 죽이지는 않을 거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김우진의 눈짓에 신들이 그들을 구속해 연옥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허술하던 포위망은 완전히 붕괴되어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도망친 신과 집행자들은 김우진의 습격을 알릴 거다.

하지만 상관없다. 김우진 또한 진실을 알았으니까.

“아카식 레코드에 간섭이라···.”

베리안이 미친놈 같다고 생각을 했지만 아예 정신이 나가있을 줄은 몰랐다.

우주의 법칙에 간섭? 그런 게 가능한 건가?

적어도 김우진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했다면 신들은 오래전에 관리자가 아닌 진짜 신이 되었을 테니까.

“그래도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이미 몇 달이나 시간을 지체했다. 베리안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시작하지는 않았을 터, 어느 정도의 성과는 무조건 낸다고 생각하고 대비해야한다.

“두리쉬마를 찾아야겠어.”

그러니 이쪽에서 먼저.

백신전을 친다.

* * *

“사, 살려줘!”

“세계수의 뿌리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나는 신이다! 김우진! 신을 이렇게 대우하는 자가 어디 있단 말이냐!”

“소장주신이시여! 저는 충실한 개가 되겠나이다!”

“끝까지 발악해봐라! 결국 주신께서 네놈을 벌하실 테니!”

빠악-

- 조용.

- 어흥!

신들은 각양각색의 반응들을 보여주며 두 그루의 세계수에 나눠서 봉인되었다. 릴리와 나르는 저항이 심한 신들의 싸대기를 때려가며 직접 집어넣었다.

“어땠어?”

“할 만 했어요.”

“저는 오히려 아쉬웠습니다. 신이라는 것들이 저리 허약해서야.”

“소장주신님의 자비가 함께하니 승리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신이라는 자들이 생각보다 크게 대단할 건 없다는 걸 느꼈단다. 네가 어째서 관리자라고 부르는지도.”

닳고 닳은 그들과 신의 차이는 결국 아카식 레코드의 선택을, 힘을 부여 받았느냐 마느냐였다.

그 차이는 신이 되고 김우진으로부터 직접 신력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우자 급격히 좁혀졌다.

물량전도 마찬가지. 열 명의 신들을 포로로 잡았으니 그만큼 저들의 전력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역시 무언가 부족하다.

여전히 신들의 수 차이는 압도적이다.

집행자들 또한 마찬가지이며 두리쉬마가 마물을 모으겠다고 떠난 건 고작 몇 달 전이다.

이걸 해결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율리아.”

“네.”

“그래서 내가 생각해봤는데···.”

“생각해봤는데요?”

“저놈들이 짜놓은 판이 아니라 우리의 판에서 전쟁을 하면 어떨까하는 그런?”

“백신전을 연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건가요?”

“아니.”

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차원은 종말을 맞이하면 힘을 잃고 마나가 빠르게 소실 돼. 마기가 대신 그 빈자리를 채워나가지.”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그 과정에서 차원은 점차 변방으로 밀려나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차원이 움직인다는 거야.”

“···제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죠?”

“맞을 것 같은데.”

“연옥을 멸망차원으로 만들자고요? 어떻게요? 두리쉬마님이라도 이용하시게요?”

“아니, 그럴 리가. 그건 최악의 방법이지.”

“의심하지 마십시오. 소장주신이시라면 분명 무슨 방법이 있으실 겁니다. 전능하신 분이시니 말입니다!”

“조용히 해, 디아네.”

“예. 명하신대로.”

“그러면요?”

“우리에게는···.”

김우진이 목소리를 낮췄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집중했다.

“릴리랑 나르가 있잖아.”

“역시 소장주신이십니다! 방법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예?”

“···그게 무슨 미친 소리니?”

“음, 차라리 대지에 마나 추진 로켓을 만들어서 발진시킨다고 하지 그러나?”

“되는 겁니까?”

“그런 게 될 리가 없잖은가!”

김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마나 추진 로켓 같은 건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런 비현실적인 게 가능할 리가 없지.

“그건 불가능하고 어머니 나무를 이용해 차원을 움직이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율리아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한심하게 보는 건가?

“세계수의 뿌리는 차원의 핵에 닿아. 그리고 차원에 간섭할 수 있게 되지. 그러면 차원 내에서 세계수는 반신의 권능을 발휘할 수 있어. 그게 세계수가 신의 나무라고 불리는 이유지.”

“어디 더 해보렴.”

시에나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어디까지 하나 한 번 지켜보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차원에 간섭해서 차원을 움직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단순히 차원에 간섭해서는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만년이 넘은 세계수의 뿌리는 아카식 레코드에까지 닿아.”

“네.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인데요?”

“상관이 있지. 아카식 레코드는 우주의 법칙이야. 그렇다면 멸망한 차원이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 또한 아카식 레코드의 의지라는 거야. 그건 자연스러운 우주의 법칙이니까.”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그렇다면 다르게 말하면 아카식 레코드가 인위적으로 차원을 밀어내고 있다고 해도 되겠지?”

“네.”

“자, 다시 돌아와서 세계수는 아카식 레코드에 연결될 수 있어.”

“···그···렇죠?”

“그리고 아카식 레코드는 차원을 움직일 수 있고. 세계수는 뿌리를 내리면 거기에 간섭할 수 있어.”

이야기가 거기까지 진행되자 율리아를 비롯한 모두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잠깐만요. 그건 불가능해요.”

“어째서?”

“아카식 레코드와 차원의 핵은 완전이 차원이 달라요. 차원은 그저 세계의 의지라면 아카식 레코드는 전 우주의 의지에요.”

“그건 결국 그냥 크기만 커졌고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내 말은.

“릴리와 나르가 뿌리를 아카식 레코드까지 뻗어서 연옥을 백신전과 붙여버리는 거야.”

안 그래도 부족한 전력인데 두 그루의 세계수라는 엄청난 자원을 방치해둘 수는 없지 않은가.

“어때, 릴리? 나르? 할 수 있지?”

김우진의 머리 위에 앉아 꾸벅 꾸벅 졸던 릴리가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 미쳐. 내가.

···뭐야, 그 한심하다는 눈빛은.

네가 내 엄마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