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95. 용사 김우진(4) >
“말해라.”
“뭐를?”
“너와 나는 비록 종족이 다르지만 지난 십수 년 간 함께 종말을 막아왔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종말을 막아야 한다는 기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사족이 그렇게 길어?”
“매일 같이 나가서 무엇을 하는 거냐. 만드라고라 밭이라도 찾은 거냐?”
당연히 아니다.
김우진은 도무지 물러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 세이드를 어떻게 설득시킬까 고민했다.
“사룡을 막기 위해서는 모두 함께 강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 너도 동의했을 텐데? 이제와서 독식하는 이유가 뭐지?”
“분명히 말하는데 영약 같은 건 없어.”
“그럼 대체 뭐지?”
솔직히 말하고 함께 알베니우스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베스트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다. 알베니우스에 관한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
김우진은 알베니우스에 대한 스스로의 요구가 협박으로 인한 억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의 마음을 완전히 저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매일 열심히 훈련 할 뿐이다. 사룡의 심장을 불태우기 위해서.”
“네 성장 속도는 단순한 훈련을 넘어섰다.”
“나한테는 포식이 있으니까. 더 묻지 마라. 아무리 너라고 해도 모든 걸 말해줄 수 없어. 이쪽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인류를 지키고 종말을 막고자 한다는 네 의지가 변질된 건 아니라 믿겠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취미라도 생겼나?”
그때, 불쑥 끼어드는 목소리로 인해 대화가 끊어졌다.
“두 분은 무슨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계신 건가요?”
아름다운 푸른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여인이 다가왔다. 주황빛의 단발머리는 보석과도 같은 청녹빛의 눈과 잘 어울렸다.
“아이닌 전하.”
비엔데르크 왕국의 1왕녀, 아이닌 베인데르크였다.
겉보기에는 연약해보이지만 뛰어난 기사로서 맨 손으로 오크가 아니라 트롤 열 마리 정도는 가볍게 뚜드려 패는 실력자.
“전하를 뵙습니다.”
“저희 사이에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말아주세요. 섭섭해요.”
김우진이 고개를 숙이려하자 아이닌이 그를 말렸다.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빈 옆 자리에 앉았다.
“연회의 주인공들께서 한쪽 구석에 앉아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모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죄송합니다. 사룡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있었습니다.”
“사룡···이라면 두 분이서 그런 표정을 지으실만 하네요. 최근의 회담 때문인가요?”
아이닌의 물음에 김우진을 흘긴 세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김우진 용사님께서 원정을 두 달 뒤로 미루자고 건의하셨다고 들었어요.”
말은 건의였으나 김우진에게 의존하는 연합의 형편상 그의 의견은 절대적이었다. 그가 주장했다면 원정은 두 달 뒤에 이루어질 것이다.
“맞습니다. 아직 준비가 조금 필요합니다.”
“두 달이면 충분한 건가요? 제가 직접 사룡을 상대해보지는 않았지만 그 드래곤이 얼마만큼의 괴물인지는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었어요.”
“충분한지, 하지 않은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령왕의 힘을 완전히 일깨우면 가능성이 생긴다. 김우진은 자신이 있지만 확답은 주지 않았다. 종말이란 언제나 이변이 발생한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무조건적인 희망을 주는 건 옳지 않았다.
“역시 김우진 용사님은···.”
아이닌의 눈이 선망으로 변해갈 때 쯤, 새로운 불청객이 하나 둘 나타났다.
“익숙하지 않은 인원 구성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김우진 용사님.”
“알리나 전하.”
“어머, 용사님, 여기 계셨네요?”
“오랜만에 뵈어요.”
“레아 전하. 세이지 전하.”
세이드와 김우진의 무거운 분위기는 주변에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무형의 힘이 있었으나 아이닌 왕녀가 물꼬를 트자 기회를 엿보고 있던 공주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공주들이 시작하자 귀족 영애들까지 함께하면서 주변은 영애들로 북적였다.
세이드는 슬그머니 한 걸음 뒤로 빠졌다.
“용사님, 저와 한 곡 추실까요?”
“그러지 말고 저와 함께 하시죠. 아바마마께서 용사님께 전해달라고 했던···.”
“순서를 좀 지켜주시겠습니까? 제가 먼저 용사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데 순서랄 게 있나요? 서로 마음에 들었으면 되는 거죠.”
“용사님, 시끄러운 둘은 내버려 두고 저쪽으로 가서 함께 한 잔 하시겠습니까?”
“멈추세요!”
“멈춰요!”
안주로 놓인 가벼운 과일을 집어먹으며 치정극을 직관했다.
“재밌군.”
이전에는 딱히 흥미가 없었다. 애초에 엘프인 그는 한 사람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거리는 이성들의 다툼을 질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사자만 아니라면 그 광경이 썩 유쾌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특히, 왕녀와 공주들의 치정극은 우아하기에 특별한 묘미가 있었다. 서로의 체면 때문에 직접적인 힘 싸움으로 가지 못하기에 말로 상대를 죽이려 한다.
왕족의 입에서 천박한 단어 또한 나오면 안 되기에 고상하게.
“인간들은 참 특이해요. 그렇죠?”
코앞에서 느껴지는 달뜬 시선에 세이드가 상념에서 깨어났다.
붉은 머리칼의 엘프가 싱긋 웃고 있었다. 엘프들의 왕국, 이그라실의 공주였다.
“넬리아 전하.”
“오랜만이에요, 세이드. 잘 있었나요?”
“예, 그렇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런 딱딱한 말투는 집어 치우자니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전하는 공주시고 저는 일개 이방인입니다.”
“차원을 구하고 있고, 구할 영웅이죠.”
“영웅은 김우진입니다.”
“영웅은 결코 혼자서 될 수 없어요. 조력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죠.”
“저는 본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겁니다.”
“대체 그곳에 무엇을 두고 온 거죠?”
“고향입니다. 엘프에게 고향을 떠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고향의 그리움뿐만이 아니다. 그에게는 율리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이전에는 의무감이었다면 이제는 유대감이다. 그녀는 단순히 지켜야 할 호위 대상이 아닌 가족이었다.
인간들에게 노예로 팔려 고아가 된 그를 구해준 은인의 딸이자, 이제는 자신의 딸과 같은 가족.
“하아. 안타깝네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어쩔 수 없죠.”
“이해해줘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저 혼자 차인 건 아니라는 거죠. 김우진 용사님도 같은 생각이죠?”
“저보다 더 절실합니다.”
“이후에 저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유쾌하네요.”
“악취미입니다.”
“사소한 유흥거리죠.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가질 유일한 희망.”
김우진이 떠나고 저들이 참담하게 차인다는 건, 세상이 구해졌다는 뜻이니까.
넬리아가 콧노래를 부르며 사라졌다. 세이드는 다시 관람을 시작했으나 극은 이미 끝나 있었다.
“용사님?”
“용사님 어디계세요!”
“김우진 용사님!”
결국 참지 못한 김우진이 권능을 이용해 도망친 모양이었다.
* * *
“이래서 연회는 싫어.”
김우진이 구겨진 옷을 피며 투덜거렸다.
공주들이 싫은 건 아니다. 어지간한 연예인들보다 더 아름다운 공주들이 싫을 리가 있겠는가.
다만, 정이 들고 싶지 않을 뿐이다. 글라크의 용사로 십수 년을 지냈지만 지구와는 모든 면에서 다른 글라크에서 살아가는 것은 무척이나 이질적이었다.
언제나 지구가 그립다. 문명의 이기가 그립다. 가족이 그립다.
하지만 그것들보다는 저들을 지키지 못할까 두렵다. 모든 게 끝날까봐 두렵다.
알베니우스를 만나고 그 두려움이 조금 사라지긴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가능이 가능이 되었다는 뜻이다. 가능이 무조건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알베니우스가 나서면 무조건 막을 수 있을 텐데.’
아니, 됐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알베니우스는 최선을 다해주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미약한 희망조차 없었다.
연회장을 나온 김에 그대로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갔다. 늦은 밤이지만 초인인 그는 하루 이틀 자지 않는다고 무리가 되지 않는다. 착잡한 마음을 달래고자 알베니우스를 찾아 수련을 더 할 생각이었다.
“알베니우스님.”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은 동굴에 첫 발을 딛는 순간 알았다.
‘해제되었다.’
알베니우스의 동굴에는 외부인을 거부하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때문에 김우진은 항상 입구에서 서서 그의 허락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동굴의 입구가 활짝 열려 있다.
어째서?
동굴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미약한 피 냄새와 거친 기운들이 김우진의 피부를 곤두세웠다.
‘추격자?’
알베니우스는 스스로 자신이 쫓기고 있다고 말했다.
‘진짜로 있었다고?’
“알베니우스님?”
조심스레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동굴속으로 들어갔다. 오늘 따라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기척을 죽이고 호흡을 골랐다.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격전의 진동과 어렴풋이 들리는 외침이 사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오랜 도망자 생활도 끝이다, 알베니우스.”
“이곳에서 널 발견할 줄이야. 운이 좋군.”
“약해 빠졌군. 역시 상처를 다 회복한 건 아닌가.”
“내가 뭐라고 그랬어? 굳이 보고를 올리지 않아도 우리들만으로 충분하다고 했잖아.”
공동의 중앙에는 반쯤 주저앉은 알베니우스가 있었다. 두 명의 남자가 그에게 검을 들이밀고 있었다.
‘강하다.’
피부가 저릿할 정도의 기운이 느껴졌다.
‘정령왕의 기운을 거의 내 것으로 만들었는데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 강자들이 튀어나오는 건지. 세상이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왜 이제야.
어쨌든 적이다. 알베니우스는 그를 도와주었고 저들은 그런 알베니우스를 죽이려고 하고 있으니.
그리고 다행히도 저들은 강했으나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것 또한 알베니우스 덕분이었다.
“누구냐!”
“용사?”
김우진이 살기를 드러내자 그들이 몸을 돌렸다.
하지만 김우진이 더 빨랐다.
기습은 은밀하게, 그러나 모습을 드러내면 확실하게.
그들이 김우진을 발견했을 때, 김우진의 불꽃은 이미 한 명을 덮었다. 칼날은 상대의 무기를 쳐내며 전진했다.
쩌어어엉!
회심의 일격이었으나 그들의 전신을 감싼 보호막이 칼날을 막았다. 화염이 보호막을 녹였으나 잠깐의 틈은, 그들이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할 여유를 주었다.
“이 하찮은 놈이!”
남자가 일거에 힘을 터트렸다. 불꽃을 꺼트리며 검을 휘둘렀다. 캉캉캉, 무자비한 참격에 김우진이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그때, 다른 남자가 소리쳤다.
“···잠깐만! 이놈 김우진이다!”
“김우진이라고?”
공세가 멈췄다. 그가 뒤로 물러났고 김우진 또한 멈춰 서서 호흡을 골랐다.
짧은 충돌이었지만 상대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다.
“진짜잖아. 김우진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날 알아? 난 너희들을 모르는데?”
김우진이 반문했다. 허나 그들의 화답은 김우진의 물음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알베니우스! 김우진에게 손을 뻗친 거냐? 무슨 속셈이냐!”
“김우진이라면 골치 아파지는데. 이놈, 글라크의 종말을 막을 유일한 희망이잖아?”
“상관없어. 어차피 이곳은 포기하기로 결정 났으니까.”
“포기라고? 용사들을 그렇게 쏟아 부으시지 않았나?”
“그렇게 쏟아 부었는데 가망이 없으니까. 차라리 다른 차원들을 구원하는 게 더 수지가 맞다고 판단들 하신 모양이야.”
“그렇다면 거리낄 게 없지.”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네놈들은 누구고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왜 종말을 막지 않는 거지?”
김우진의 외침에 그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야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쌍한 놈. 거지같은 차원에서 꽤 대단한 놈이 나왔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그냥 버림 패가 되겠군.”
“아까부터 대체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끝까지 모른 채 죽어라. 그게 네 입장에서도 훨씬 나을 테니.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본 죄라고 생각해라.”
“알베니우스하고 붙어먹은 네놈의 잘못이다.”
놈들이 살기를 드러냈다.
그때였다.
────!
김우진은 속이 뒤집어지는 것을 느꼈다.
세상이 뒤집어진다. 감각이 흐트러진다. 공감각이 이상해진다. 무겁게 다가오는 용사의 힘에 몸이 한층 무거워진다.
“알베니우스 이 빌어먹을 도마뱀이!”
“크윽! 아직도 이 정도의 힘을 남기고 있었나?”
허나, 그것은 저 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니, 김우진보다 더 충격이 큰지 한 층 일그러진 얼굴로 피를 토했다.
“김우진!”
그 사이로.
“내 훈련을 견뎌낸 너라면 능히 움직일 수 있을 거다. 저 둘을 죽여!”
알베니우스의 외침이 들렸다.
“어서! 난 이걸 오래 유지하지 못해!”
김우진이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굳이 알베니우스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공간이 비틀려 있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세상이 급변했다. 그럼에도 수련으로 다져진 감각은 어떻게든 적응을 하려고 했다.
“어떻게?”
“역시 알베니우스, 네놈의 마수를 뻗친 게 맞구나!”
그들은 분노했으나 김우진이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멈춰라! 우리는 신의 사자들이다! 우리를 죽이면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될 거다!”
“멈춰라, 김우진! 신의 분노가 두렵지 않느냐!”
“신?”
“그래! 알베니우스를 죽여라! 저 놈은 신께 반역한 반역자다!”
“신들의 총애를 받고 있다지? 그 총애가 계속되길 바란다면 우리의 말을 들어라.”
“이상한데.”
김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의 사자라면 왜 나를 죽이려고 했지? 나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용사는 신에 의해 소환되어 종말을 막는 자다. 그런데 신의 사자라는 자가 용사를 죽이려 하는 게 맞는 걸까?
“그건 네가 먼저···.”
“헛소리 하지마.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며? 그럼 내가 선공을 하지 않았어도 죽였을 거라는 거잖아? 신의 사자가 고작 그런 이유로 용사를 죽이려고 해?”
“······.”
“그리고 이 차원을 버린다는 건 무슨 뜻이지?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나?”
“···전부 다 설명해주겠다. 대신 알베니우스를 죽여라. 저 놈은 반역자다.”
“내가 널 어떻게 믿고?”
“나는 신의 사자다. 결코 거짓말은 하지 않아. 신께 맹세하건데 진실이다.”
“김우진!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남자가 공간의 비틀림을 이겨내고 억지로 힘을 방출했다. 용사의 힘이, 신의 힘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신의 사자가 아니라면 내가 이 힘을 다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나를 믿어라. 넌 지금 저 간악한 도마뱀에게 속고 있는 거다.”
“그래, 약속하마. 당장 저 도마뱀을 죽인다면 신께 너의 활약에 대해서···.”
콰직-
김우진의 칼날이 긴 궤적을 그렸다. 단숨에 무방비 상태의 목을 반으로 갈랐다.
“···어째서?”
“구라를 치고 싶으면 눈깔에서 살기라도 없애던가. 그 따위로 하는데 누가 속냐?”
홀로 남은 남자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살려준다는 말이 없잖아.”
무엇보다.
“난 은혜랑 원수는 반드시 갚아.”
알베니우스는 김우진을 도왔다.
그리고 자칭 신의 사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했다.
“원수는 네가 먼저···!”
“이제와서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는 꺼내지 말자.”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했다.
서걱-
머리 하나가 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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