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감옥에는 용사들이 온다-46화 (46/150)

# < 045. 무슨 짓 >

모든 일에는 상황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교도관과 죄수들, 둘 만의 관계라면 서로를 의심하고 경쟁하며 함께할 일이 없다.

하지만 거기에 관리자라는 공통의 적이 생기고 관리자가 감옥 내부로 첩자를 들여보낸 것이 확실시 된다면 거기에 맞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직접 첩자를 찾아내라는 거네.”

엘프들을 대표하는 시에나 올름이 우아하게 찻잔을 들었다.

“감히 소장님을···! 전부 다 찾아서 사지를 찢어버리면 되겠습니까?”

타르칸은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열 명이 들어온 것부터가 이상하긴 했어. 300년 동안 이 빌어먹을 곳에 있으면서 처음 겪는 일이니까. 신들이 첩자를 보내기 위해 일부러 섞어놨다는 의심은 합리적이네. 다만, 너무 티가 나지 않나?”

데르카인의 의심은 합리적이었다. 확실히 전례가 없을 만큼 많은 죄수를 한 번에 보낸 건 오히려 너무 대놓고 첩자를 보낸다고 광고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죠.”

그리고 그 다음을 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을 노리든, 다음을 노리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그런데 그전에 말이야.”

시에나가 살짝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 우리가 한 편인 거니? 아니, 솔직히 난 지금 상황 변화가 너무 빨라서 적응이 안 되거든. 그렇다고 네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도 아니고.”

확실히 시에나는 그랬다.

타르칸은 아예 김우진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데르카인은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스스로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에나와 엘프들은 달랐다. 율리아가 김우진과 교섭하여 협력하기로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율리아 개인의 문제였다.

그녀가 하이엘프이기에 엘프들이 그녀의 의도를 어느 정도 따라줄 뿐, 엘프들에게, 시에나에게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신이 싫습니까? 제가 싫습니까?”

“굳이 따지자면 전자겠지?”

“이번 일은 신을 엿 먹이는 일입니다.”

“부족해. 네가 맹목적인 신의 하수인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했단다. 하지만 그게 네가 신을 적대한다는 증거가 될까? 네가 우리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소장이라는 건 변함이 없는데.”

“그렇긴 하죠.”

“애초에 갑자기 이렇게 신들을 적대하는 일에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는 것부터가 이상하잖아?”

“릴리가 절 좋아합니다.”

“···어머니 나무께서 좋아하는 건 확실히 가산점이긴 한데 부족해.”

“사실 시에나님을 제외하면 딱히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뭐?”

“율리아 카르센은 이미 저와 협력하기로 했고.”

“맞아요.”

율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르칸 톨리스는 제게 충성을 맹세했으며.”

“맞습니다. 저는 영원히 소장님을 섬길 것입니다!”

타르칸이 힘차게 대답했다.

“데르카인님은 마찬가지로 저와 함께하기로 했죠.”

“맞네. 다른 드워프들도 나와 함께 하기로 했으니 우리들은 소장의 편이라고 할 수 있지.”

“···저기 저 인간은?”

시에나가 헛웃음을 지으며 구석에 앉아 있는 강민식을 가리켰다.

“강민식과도 거래를 했습니다. 신을 적대하는 일에는 당분간 함께할 겁니다.”

“그러니까 나 빼고 이미 이야기가 끝나 있었던 거구나.”

“원치 않으신다면 빠지셔도 됩니다. 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초를 친다면 그만한 대가를 받으실 겁니다.”

툭툭, 김우진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일정한 박자가 집무실을 흔들었다.

“···하, 누굴 바보로 아는 거니?”

이미 모든 죄수들이 돌아섰다. 심지어 하이엘프인 율리아 카르센마저 돌아선 상황에서 그녀 혼자 버틴다면 그저 고립될 뿐이다.

“신을 엿 먹이는 짓인 건 확실해?”

“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어그러트리는 일이면 엿 먹이는 짓이 맞지 않습니까?”

“맞아.”

그리고 그녀 또한 신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했다. 만약 이 길이 신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길이라면 기꺼이 걸어갈 용의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된다고?”

* * *

“반가워요.”

“고귀한 분이시여.”

율리아가 새로 들어온 엘프 죄수에게 접근했다.

본래 연옥에는 공식적으로 죄수들이 교류할 수 있는 시간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죄수들 대다수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버린 김우진이 새롭게 신설했다. 일명 ‘운동 시간.’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죄수들을 한 시간 동안 연병장에 풀어 놓는 것이다.

정원 한 구석에 만들어진 연병장은 또 다른 담으로 둘러싸인 사각형의 구조였다. 물론 드워프들이 만들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아자르 클테라고 합니다.”

“저는 율리아 카르센이에요.”

“고귀한 하이엘프께서 이런 감옥에 갇히다니. 어찌 세상을 구한 용사를 이리 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서워하는 거죠. 힘을 포기하지 않은 우리를.”

“···저들은 신이 아닙니까?”

“하지만 용사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반푼이들이기도 해요.”

“···잘못 들었습니다?”

“맞잖아요? 신이라면 전지하고 전능해야 해요. 적어도 제가 아는 신은 그래요. 그런데 세상을 구하는데는 용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수고한 용사가 힘을 포기 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두어 버리죠. 그게 반푼이가 아니면 뭘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맞는 것도 같습니다.”

“그렇죠?”

아자르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율리아가 그의 반응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살폈다.

‘가장 중요한 건 엘프야. 엘프는 누구보다 세계수의 기운에 민감하지.’

엘프가 첩자라면, 릴리는 하늘구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엘프는 반드시 이쪽의 편이 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다행히 엘프에게는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

“그럼 아자르님은 신들을 미워하겠군요.”

“···함부로 할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그렇습니다.”

“이해해요. 신들의 편협함이 죄 없는 저희들을 이곳에 가두어 버렸으니.”

그래서 말인데요.

“한 가지 맹세를 해주실 수 있나요?”

“맹세 말입니까?”

아자르가 경계했다. 아무리 하이엘프라고 해도 처음 만난 자가 갑자기 맹세를 강요하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아자르님에게 해가 되는 일은 아니에요. 그냥 단순하게 연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맹세면 충분해요.”

“···왜 그래야 합니까?”

“이곳의 죄수들은 아자르님과 마찬가지로 신을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누군가가 신에게 꼬치꼬치 일러 바치는 걸 좋게 보지 않아요.”

“···저는 그런 박쥐같은 놈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렵지 않겠네요.”

율리아가 생글생글 웃었다.

“······.”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 그리고 그를 다그치는 하이엘프의 존재감.

두 박자가 딱 맞아 떨어졌다.

“···그냥 맹세하면 됩니까?”

“당연히 어머니 나무께 맹세해야죠.”

“어머니 나무께 맹세하건데 이곳에서 보고 듣고, 있었던 모든 일들을 그 누구에게도 고하지 않겠습니다.”

마나의 구속이 아자르의 심장을 옥죄었다.

“···뭔가 이상합니다. 왜 이렇게 구속이 단단···.”

“아, 신을 섬기지 않는다고도 맹세해주세요.”

“그건···.”

“아니면 아자르님은 신에게 이용당하고 감옥에 갇혔음에도 여전히 신을 믿고 따르고 있나요?”

“···저는.”

엘프 컷.

* * *

사실 엘프를 첩자로 쓰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엘프가 존재하는 모든 차원에 세계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엘프가 세계수를 믿고 따른다. 세계수에 대한 맹세는 그들로서는 결코 어길 수 없는 절대 법칙이다.

손쉽게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에 엘프는 거짓말을 잘하지 않는다. 맹세로 증명할 수 없으면 거짓이라는 게 쉽게 들통 나 버리니까.

그래도 확실한 게 좋기에 율리아로 하여금 맹세를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야 왔어. 다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니까?”

- 삐.

새장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을 한창 오버한 나머지 토라진 릴리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뒷모습도 참 귀엽다. 이 맛에 사람들이 새를 기르는 건가.

시커먼 덕구나 춘식이보다 훨씬 힐링 된다.

“그래도 덕분에 당분간은 이제 들어갈 필요가 없어.”

- 삐?

“새장에는.”

김우진이 어색하게 볼을 긁적였다.

- 삐이이이! 삐삐! 삐이이이이익!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어조와 의도는 충분히 통했다.

억울하다, 약속을 어기는 게 어딨냐, 뭐 이런 거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네 성장은 생각보다 빨라.”

영약을 추가로 섭취한 세계수의 기운은 상상이상으로 충만했다. 연옥에 갇힌 게 모두 머저리들이면 모를까, 용사들인 이상 세계수의 기운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엘프라면 세계수의 하늘구름을 완전히 가동해야만 감출 수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담장 안에는 들어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첩자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그래야만 한다.

“대신 내가 매일 올게.”

- 삐이?

저건 ‘진짜지?’ 정도의 느낌이다. 고작 그 정도에 풀어지려고 하다니. 김우진은 반성했다.

처음 세계수가 발아하고 율리아에게 친밀도 시험을 하기 전까지는 매일 같이 함께 했으나 그 뒤로는 탈옥을 비롯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소홀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아무리 바빠도 릴리는 꼭 봐야지.”

- 삐!

릴리가 김우진의 목을 끌어안았다. 일반적인 새와는 완전히 다른 포근함과 상쾌함이 느껴졌다.

한참을 부둥켜안고 있던 릴리가 기쁜 얼굴로 날개를 내밀었다.

- 삐삐. 삐삐삐, 삐이이이, 삐삐.

“손잡자고?”

릴리가 고개를 저었다.

- 삐삐삐이이이이, 삐삑!

음, 이제 제법 알아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도저히 모르겠다. 릴리는 언제쯤 다른 세계수들처럼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될까.

“뭐라고 하는 거야?”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서 있던 율리아가 대꾸했다.

“아주 눈물 없이는 못 보겠네요. 어머니 나무님, 저는 아예 보이지도 않으시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 삐.

“죽이 잘 맞으시네요. 좋은 건 좋은 거고 거래는 거래니까 초과한 시간만큼의 영약을 달라고 하세요.”

“마음에 안 든다고 거짓말하지 말고.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안 배웠어?”

“제가 거짓말을 왜 해요? 그리고 그런 법은 대체 누가 가르쳐 주는데요?”

율리아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어머니 나무님, 제가 어머니 나무님의 말을 왜곡했나요?”

- 삐이.

릴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미친.”

이렇게 계산적이고 세속적인 세계수라고?

“말이 안 되잖아. 세계수가 왜 이래?”

“자업자득이죠.”

“자업자득?”

“한 가지로 밖에 설명이 안 되잖아요. 어머니 나무의 씨앗에 누가 강제로 간섭하는 바람에 시전자의 성향에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그러니까 내 탓이다?”

“일반적인 어머니 나무께서는 그러지 않으시니까요.”

“크라프트의 세계수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정정할게요. 만년이 넘지 않은 일반적인 어머니 나무께서는 그러지 않으시니까요.”

“···어디 가서 눈탱이 맞지는 않겠네.”

누가 키웠는지 참 잘 키웠다.

“하지만 네가 요구한 영약은 줄 수가 없어. 왜냐하면 없기 때문이지.”

하루 있는 대가로 영약 세 개를 받아갔다. 얼마나 오래 하늘구름을 발동시켜놔야 할지 모르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을 리가.

김우진은 그대로 달아났다.

- 삐이이이이!

* * *

“릴리는 진정했어?”

김우진은 저녁을 먹은 뒤, 율리아를 호출했다.

“간신히 달랬어요. 잘 말씀드리니 이해해주시더라고요.”

“다행이네.”

“그 대신 내일 아침에 바로 찾아와달라고 하셨어요.”

“물론이지. 앉아.”

“어머니 나무 때문에 부르신 것 아니었어요?”

“겸사겸사.”

율리아가 자리에 앉았다. 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톡톡, 테이블을 두드리는 손가락은 고민을 뜻한다. 아주 잠깐의 침묵, 김우진이 입을 연다.

“엘프는 어때?”

“확신할 수 있어요. 첩자가 아니에요.”

“다른 죄수들은?”

“다른 죄수들이 다방면에서 접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어요.”

“그럴 것 같았어. 그래서 말인데 너를 비롯한 죄수들의 협조가 필요해.”

“무슨 일인데요?”

김우진이 손가락을 폈다. 세 개였다.

“조만간 연옥에는 세 가지 우연이 발생할 거야.”

“우연이요?”

“우연히 감옥의 시스템이 마비되어 독방의 문이 열리고.”

손가락 하나가 접힌다.

“우연히 대부분의 교도관들이 자리를 비웠으며.”

손가락 두 개가 접힌다.

“우연히 구속구를 풀 수 있는 죄수가 나타나는.”

마지막 손가락이 접힌다.

“탈옥을 유도하실 생각인가요?”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본성이 나와. 아무리 생각해도 관리자들이 나를 엿 먹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탈옥이고.”

“하지만 신들의 첩자라면 강민식님처럼 나갈 수단이 있을 거예요. 굳이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야만 하니까.”

김우진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신들이 수작을 부렸고 실패했어. 과연 그게 끝일까?”

오만한 신들은 수작을 부렸다가 실패했다고 순순히 ‘죄송합니다’하고 물러나지 않는다.

실패를 묻을 더 큰 성공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습성이고 패턴이다.

찬란한 광영을 통해 더러운 그림자를 없애는 건 그들에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열 명의 죄수들은 그 전초일 터.

“그러니 내가 먼저 선수를 친다.”

움직임이 있기 전, 첩자를 골라내고 가능한 많이 출소시킨다.

김우진은 저들의 뜻대로 놀아날 생각이 없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 * *

남자가 천천히 걸었다. 거대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드넓은 대전, 아흔 아홉의 신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늦으셨습니다.”

“딱 맞춰서 들어왔을 뿐이다.”

남자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대회의라. 30년만이군.”

딸각,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안건은 뭐지?”

“김우진에 관한 것. 네가 오기 전에 이미 합의를 끝냈다.”

“결론은?”

“한 번의 실패로 기껏 눌러놓았던 적대감이 다시 폭발했을 공산이 크다. 때문에 김우진을 이대로 방관하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연옥에, 세 가지 ‘우연’이 벌어질 거다.”

대회의를 주도하는 집정관이 손가락을 튕겼다. 세 개의 빛줄기가 일어났다.

“우연히 세상을 멸망시키는 악의가 연옥에까지 스며들었고.”

하나의 빛줄기가 테이블 중앙으로 나아갔다.

“우연히 그 혼란 속에서 죄수들이 탈옥했으며.”

두 번째 빛줄기가 중앙의 빛과 합쳐졌다.

“우연히 그들이 도망친 차원이 신의 권역이 될 거다.”

마지막 빛줄기가 더해졌다. 환한 빛줄기가 회의장 전체를 밝혔다.

허나, 그 빛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없앤 건, 집정관이 아니다. 남자다.

“이제 와서 다시 전쟁이라도 하자고?”

“신을 잃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신은 완벽해야 하고, 온전해야 한다. 백신전에 더 이상의 흠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따악, 집정관이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긴다. 빛이 일렁이나 이전과는 다르다.

빛은 하나의 형태를 만든다. 계약서.

“그를 압박해 계약을 수정할 거다.”

김우진의 목에 걸린 목줄을 더욱 튼튼하게, 그리고 유통기한이 없게 만드는 것.

“응하지 않는다면?”

“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지.”

그것이 이번 계획의 목적이고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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