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감옥에는 용사들이 온다-32화 (32/150)

# < 031. 없나? >

“어서오십시오!”

낡은 주점의 점원이 고개를 숙이며 반긴다.

썩은 나무의 미약한 악취, 사람들의 땀 냄새, 술과 담배 냄새, 낡아 빠져 불안하면서도 정겨운 내부.

루이네는 그리움을 느끼며 구석의 빈 자리에 앉았다.

“흑맥주 하나에 안주는 아무 거나 어울리는 것으로.”

“네,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술과 안주는 정말 금방 나왔다. 뜨뜻미지근한 잔을 가볍게 두드리자 시원한 냉기가 흑맥주를 차갑게 식혔다.

그녀가 할 줄 아는 유일한 두 가지 마법 중 하나. 술 마실 때 빼고는 쓸 일이 없는 간단한 냉기 마법이었다.

“크으, 이거야.”

시원한 탄산이 까끌거리며 목구멍을 두드리는 맛은 역시 언제 먹어도 환상적이다.

제국 아카데미라고 흑맥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냉장고라는 마도구가 있어 항상 시원하게 먹을 수 있지만 역시 용병들이 득실거리는 낡은 주점에서 먹는 것만큼 특별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녀의 본질이 용병이기 때문일 것이다.

루이네 얼리어스는 영웅이다.

위대한 용사, 강민식과 최후의 전장까지 함께했던 그녀는 그 공을 인정받아 제국 아카데미의 수석 교수가 되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그녀에게 누군가를 가르치는 재주가 없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는 천재과인 그녀에게 있어 검술이란 본능이었다. 그것을 이론적으로 이리저리 풀어 설명하는 능력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되는 건데 왜 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눈을 깜빡이고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알려줄 수도 없으니.

결국 며칠 전, 교수직을 사임하고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그녀가 맡기에는 더 없이 사소한 의뢰 하나를 완수하고 바로 주점으로 왔다. 이 흑맥주를 맛보기 위해서.

역시 의뢰 후 마시는 시원한 흑맥주 한 잔은 특별했다.

“···어? 혹시 강민식 용사님 아니십니까?”

“···사람 잘못 봤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내가 아니라고 했지. 용사님은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여기 계시겠냐?”

“그런가···?”

시끌벅적한 소음들 사이로 제법 흥미로운 대화가 들려왔다.

‘강민식이라.’

다른 차원에서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온 용사. 그리고는 결국 구해낸 영웅.

‘강민식일 리가 없지.’

차원 마법을 통해 자신의 본래 차원이라는 ‘지구’로 돌아가 버린 지 오래다.

차원 마법이라는 게 그리 간단하지도 않으며, 모든 것을 이룬, 혹은 잃은 강민식이 굳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이유 같은 건 없었다.

‘제이니.’

여정의 중반까지 함께 했던 마법사이자 동료.

그녀는 죽었다. 나약하던 강민식을 지키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강민식은 변했다.

차가워지고, 집요해지고, 독해졌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이니는 강민식과 연인 관계였으니. 그 애틋함은 곁에서 지켜보기에는 질투가 날 정도였다.

아마 그래서일거다. 세상을 구한 뒤, 도망치듯 떠나버린 건.

‘아무리 그래도 우리한테는 너무 무관심했단 말이지.’

그래도 끝까지 함께 했었는데.

은근한 섭섭함을 되세기며 힐끔, 소란의 중심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눈이 커졌다.

“···어?”

무척이나 익숙한 뒷모습이다.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긴 했지만 그들은 언제나 여행 내내 로브를 사용했었다.

그리고 다크엘프의 예민한 기감은 미세하게 세어 나오는 상대의 마나는 더 없이 익숙하다.

루이네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꽃의 달콤함에 유혹되는 나비처럼 그의 앞에 앉았다.

그가 고개를 들어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먼저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누···루이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표정은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말해주었다.

“내가 더 놀라운데. 지구로 돌아갔다는 분이 왜 여기 있을까? 스스로를 부정하면서까지.”

“···여긴 어떻게?”

“나야 원래 용병이잖아.”

“제국 아카데미의 교수 제안을 받았다고 했잖아.”

“때려 쳤어. 성미에 안 맞아서. 어떻게, 여기서 회포를 풀기에는 눈이 너무 많은데 다른 곳으로 갈까? 슬슬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거든.”

강민식만큼은 아니어도 강민식과 함께 했던 동료들은 모두 유명했다. 그들은 영웅이었고 강민식과는 달리 여전히 대륙에서 살아가며 활동하고 있었으니.

“···차라리 잘된 걸지도.”

“뭐가?”

“루이네, 너라면 비밀 은신처가 많겠지?”

“갑자기?”

“부탁이야. 나를 숨겨줘.”

“으응···?”

손을 붙잡고 고개를 바짝 내미는 모습에 루이네가 시선을 회피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주황빛의 모래는 연옥의 붉은 모래처럼 열기를 흡수하여 증폭시키지 못한다. 때문에 크라프트의 사막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다.

“이곳입니다.”

모래사막 한 가운데,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파인 구덩이. 그 안에서 진한 마력의 흔적이 느껴졌다.

차원 이동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마력이 필요한 고위 마법이다. 자연스레 그 흔적은 진하게 남는다.

안타까운 건 그 흔적이 하필 사막이라는 것, 그래서 불어오는 바람과 모래에 대부분의 흔적이 지워졌다는 것이다. 어디로 떠났는지 그 발자국까지도.

그리고 다행인 것은 하이엘프가 둘이나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막에도 식물은 있다.

그것이 선인장이든, 뜨거운 열사의 대지 위로 간신히 고개를 비집고 올라온 새싹이든.

“이쪽이에요.”

“이쪽입니다.”

율리아와 다이안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선인장 하나가 있었다.

다시 덕구를 타고 천천히 달렸다.

“어머니 나무께서 말씀하시길 두 분과 강민식 용사님의 차이는 사흘이라고 하셨습니다.”

알고 있다. 이 우주에서 시간은 절대적인 법칙 중 하나다. 아르반과 지구의 시간은, 지구와 크라프트의 시간은, 크라프트의 시간과 연옥의 시간은 같다.

“이 사막은 어느 나라의 영역입니까?”

“볼모지로 마적들이 자리 잡은 곳이긴 합니다만, 명목상으로는 제국의 영역입니다.”

크라프트에 제국은 하나뿐이었다. 전체적인 판도는 왕국 연합 대 제국이 힘의 균형을 맞추는 느낌이라 사람들은 제국을 그냥 제국이라 불렀다.

“이 방향대로 쭉 가면 뭐가 나옵니까?”

“제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도시 중 하나인 드와인이 나옵니다.”

“어쩌면 거기 숨어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 사람이 많은 도시는 사람이 숨기에 가장 적합하다.

기실 덕구가 있고 하이엘프가 있는 이상, 어디에 숨든 큰 의미는 없지만.

“덕구야. 변신.”

멍!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도시의 전경이 보였다.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 다가가기 전, 덕구의 몸이 작아졌다.

아주 작은 소형견의 모습에 머리도 두 개나 없어졌다.

“이거 뭐예요? 되게 귀여운데.”

“귀여우면 네가 안고 있어라.”

“그래도 되요?”

끼이잉-

덕구가 싫다는 기색을 내비쳤으나 김우진의 눈빛에 어쩔 수 없이 체념하고 율리아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귀여워. 우쭈쭈.”

으르르르!

생각해보면 저게 당연하다. 마수가 상극에 가까운 순수한 마나를 품은 하이엘프를 선호할 리가 없으니. 개의치 않는 율리아가 특이한 거다.

“엘프님이시군요. 통과입니다.”

“감사합니다.”

일행은 무사히 도시 안으로 진입했다.

전쟁의 화마에 모든 이종족들이 강민식을 중심으로 연합했고 살아남았다.

함께 싸웠던 전우애는 더 없이 끈끈했고 전쟁 뒤의 평화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왕국과 왕국은, 제국과 왕국은 전쟁과 분쟁을 자제하고, 인간과 이종족들은 화합을 이끌어 나간다.

태평성대. 대륙을 종말로 이끌 뻔 했던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유례없는 평화를 만들어냈다.

드와인은 과연 제국에서 손에 꼽힐 대도시다웠다.

쭉 뻗은 대로와 적절히 나열된 건물들, 수많은 인파와 활기,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깨끗함, 정갈함, 화려함과 고풍스러움 그리고 그 사이를 나부끼는 수 많은 신문들까지.

“호외요! 호외! 강민식 용사님이 돌아오셨답니다!”

김우진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나부끼는 신문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충격, 세계를 구한 영웅, 강민식 용사님이 돌아오다? 드와르의 한 외곽 주점에서 포착된 강민식 용사님과 영웅, 루이네 얼리어스의 밀회···.】

【돌아온 뒤, 옛 동료와 만남을 가진 용사님. 이후, 곧장 루이네 얼리어스와 함께 사라져···.】

【용사님을 목격한 용병, 데이드 ‘한 눈에 딱 그 분 인줄 알았다. 세상을 구한 영웅을 어떻게 몰라보겠나. 용사의 품격이 느껴졌다.’ 발언 화제···.】

【강민식 용사님의 등장에 각국, 촉각을 곤두세우며 용사님 찾기에 돌입···.】

“···그, 없나?”

자기가 탈옥수라는, 숨어야 한다는 자각 자체가?

* * *

와작-

강민식이 신경질적으로 신문을 구겼다. 한 번 퍼진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만약 김우진이 크라프트에 있다면, 스스로 자신이 이곳에 있다고 자백하는 꼴이었다.

“미안해, 내 탓이야.”

유명한 루이네가 아는척하는 순간부터 예정된 미래였다.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나라도 그랬을 거야.”

그냥 아찔할 뿐이다. 제발 김우진이 크라프트가 아닌 지구로 먼저 갔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어디까지 가야 해?”

질척이는 오물을 밟으며, 강민식이 물었다.

지독한 악취는 코를 찌르고 지독한 어둠은 시야를 차단한다. 그래봐야 용사와 용사의 동료였던 둘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어.”

그들은 제국의 또 다른 대도시, 팔라이크의 지하수로 안에 있었다.

팔라이크는 제국이 작정하고 만든 계획도시다. 건물 하나, 대로의 돌 하나까지 전부 철저히 설계되어 만들어졌으며 특히나 유명한 것은 방대하고 복잡한 지하수로 시설이다.

“네 요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건 여기 뿐이야.”

강민식이 요구한 건 두 가지였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 그리고 마수의 후각까지 고려할 것.

“팔라이크의 지하수로는 어둡고 복잡하면서도 방대해 여러 번 출입했던 사람들도 쉽게 길을 잃어. 유령에 대한 소문도 있고 지하수로 특유의 지독한 악취까지 있어서 모두가 혐오하고 후각이 뛰어난 개들도 결코 들어오고 싶어 하지 않는 장소지.”

‘다 왔다.’ 루이네가 수로 끝에 자리한 문고리를 잡았다.

벌컥, 문이 열렸다. 그 내부는 하수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안락했다.

침대, 책상, 카펫, 책과 온갖 먹거리까지. 더없이 편안한 안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는 냄새또한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식은 웃지 않았다.

“···마법의 흔적이 있으면 걸릴 가능성이 있어.”

“은신 마법진을 오중첩으로 깔아놨어. 그게 아니더라도 여기는 팔라이크에서 수십 미터 지하야. 어지간한 곳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다고.”

아니, 그전에.

“대체 누구한테 쫓기는 거야? 너 용사야. 이 세상에 너보다 강한 놈은 없다고.”

“···이 세상에는 없지.”

“그게 무슨 소리야? 생각해보면 절대 안 돌아올 것 같던 네가 도망치듯 몰래 숨는 것부터 수상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당장은 말할 수 없어. 그냥 아무 말 말고 열흘만 숨겨줘. 부탁이야.”

강민식의 간절함에 루이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표정은 반칙이야.”

그녀가 애써 시선을 회피하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리고 애초에 숨겨줄 마음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데리고 오지도 않았어.

“그래, 지금은 묻지 않을게. 하지만 때가 되면 꼭 말해줘.”

“그래.”

고개를 끄덕인 강민식이 침대 끄트머리에 파묻혔다.

“···그래, 여기면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괜찮아야만 한다. 아무리 김우진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곳에 숨은 자신을 찾기란 쉽지 않을 거다.

길게도 아니다. 이제 고작 열흘이다.

‘···근데 잠깐만.’

그 머리 세 개 달린 개새끼는 내 독기도 뚫고 찾아냈는데?

불안감이 엄습했다.

“···정말 충분한가?”

“네 생각이 옳다. 충분하지 않다.”

그건 함께 싸워왔던 전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강민식이 고개를 치켜들었을 때, 갈라진 공간 사이로 처음 보는 자들이 서 있었다.

한 명, 한 명의 기세가 그 못지 않았다. 쉽게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다.

“···루이네!”

루이네는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숨결은 느껴졌다.

“걱정 마라. 잠시 재웠을 뿐이니. 저 인간은 우리의 존재를 눈치 채서는 안 된다.”

“누구냐···!”

“적의를 집어넣어라. 우리는 널 도우러 왔다.”

“날 도우러 왔다고?”

“연옥의 소장이 왔다. 잡히는 건 시간문제겠지.”

강민식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허나, 걱정마라. 너를 이곳으로 인도하신 분께서 친히 우리를 보내셨으니 누구도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그들, 집행자들이 담담히 말했다.

“그러니 나와라. 이곳은 적합하지 않으니.”

* * *

마도구란, 마법이 깃든 혹은 마력이 깃든 물건을 뜻한다.

김우진이 만들어달라고 했던 것은 전자이며 세계수라는 신목을 숨기기 위해서는 그 능력이 독보적으로 특출나야만 한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론적으로는 완벽했다.

“정말로?”

“아마도.”

용사가 되면 피조물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다. 드물지만 강민식의 ‘독’과 같이 새로운 능력을 얻기도 한다.

데르카인은 설계의 권능이 있었다. 구속구를 해제할 수 있는 마도구를 만든 것도 이 권능 덕분이었다.

마도구의 마법진과 술식을 파악하는데 한참이 걸렸으나 파악한 이후에는 권능의 도움을 받아 결국 설계도를 그렸고 어떻게든 만들어냈다.

지금에 와서는 전부 의미 없는 짓이 되었지만.

어쨌든 권능의 도움을 받은 설계도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하지만 언제나 이론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완벽하다고 한들, 그게 정말 완벽하다는 뜻도 아니다.

“만들 수는 있고?”

“일단 재료는 충분하네.”

탈옥수를 잡으러 떠나기 전, 김우진이 추가로 풀어놓은 재료의 산은 거의 모든 것이 존재했다.

“하지만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네.”

“음, 그럴 것 같아. 이거 아무리 봐도 새장이잖아.”

시에나가 혀를 찼다.

마도구는 크게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정원 북부에 완전히 자리 잡은 세계수의 주변을 담처럼 둘러싸는 울타리가 하나이며, 누가 봐도 새를 집어넣기 위한 물건인 새장이 둘이다.

새가 새장으로 들어가면 울타리가 공명하며 발동하는 시스템이다.

“세계수는 신목이자 정령이네. 무엇이 먼저는 중요치 않아. 세계수를 완벽하게 가리기 위해선 결국 둘 모두를 가둬야하네.”

“말이야 쉽지.”

삐이이이이이이!

콰직-

세계수의 줄기가 설계도에 구멍을 뚫었다. 그대로 낚아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성난 파랑새가 부리로 데르카인을 쪼았다.

“끄악! 아프네! 이거 어떻게 좀 해보게!”

“미안하지만 엘프들은 어머니 나무한테 약해.”

“그럼 도끼로 베어버려도 되는가?”

“나랑 생사결을 벌일 거라면 그래도 되고.”

결국 데르카인은 세계수의 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설계도를 알아보는 거지. 새대가리 아닌가?”

“그 새장 같은 그림은 누가 봐도 알아보겠는데. 새까지 그려져 있잖아.”

드워프들의 쓸데없는 고증 정신 때문에 울타리에 갇힌 세계수의 모습과 새장에 들어간 릴리의 모습이 그대로 박혀 있다. 그러니 알 수밖에.

“뭐, 사실 상관없네. 나는 만들기만 하면 되니까.”

뒷일은 소장의 몫이다.

“그건 맞지.”

시에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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