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27. 경고 >
‘생각보다 판이 너무 커졌는데.’
텅 비어버린 3층, 완전히 난장판이 된 교도관 내부에 불타버린 정원까지.
죄수번호 1176번, 베르너 레트만은 탈옥이 연옥에 미친 영향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탈옥이 실패할 것이라 여겼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별 다른 일 없이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다.
죄수들이 오랫동안 탈옥을 준비해왔다는 것은 알지만 그가 지켜봐 온 연옥은, 소장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나, 몇 개의 변수가 발생하면서 탈옥의 규모는 커졌다. 설마 전원의 구속구를 해제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따.
‘내가 전령 노릇을 했다는 건 알겠지?’
탈옥에는 뜻이 없어 완전히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지내온 세월이 있기에 최소한의 도리를 했다. 결국 탈옥을 도왔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냥 징벌방에 며칠 넣어주시면 안 됩니까?”
허나 며칠이 지나도 김우진에게부터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그 침묵은 더욱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그냥 징벌방 들어가는 게 더 속이 시원했다.
“왜.”
“저도 일조했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언제부터 모범수였다고 스스로 자백하고 있어? 이거 맛있네. 뭐라고 했지?”
“도르스라는 차원에 서식하는 아르크라는 해양 생선입니다.”
“쫄깃하고 기름기가 많아. 숙성도 잘 했고 산미도 적당해. 좋네.”
김우진이 회 위에 생와사비와 소금을 조금 올렸다.
전혀 다른 대답에 베르너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길 한참.
“한 번이야.”
“예?”
김우진은 여전히 젓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베르너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목소리는 높지도, 흥분하지도 않았다.
“이유는 많아. 인간이라서, 요리사라서, 밥이 맛있어서, 요리를 잘해서, 신박한 미식을 추구해서···.”
그리고.
“용사라서. 진짜 죄인이 아니라서.”
“···그건.”
“근데 두 번은 없어. 내 인내심이 그렇게 넓지도 않고. 그때는 기대해도 좋아. 차라리 출소하겠다는 말이 나오게 해줄게.”
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안하는 것뿐이다. 그의 말대로 이들은 진짜 죄인이 아니라서. 김우진 또한 상부를 좋아하지 않아서.
웃기는 짓이긴 했다. 누구보다 죄수들을 타박해 출소시켜야 하는 그가, 자비를 베풀고 있으니.
“···예! 감사합니다!”
말뜻을 알아들은 베르너의 얼굴이 확 펴졌다.
“저, 그러면 탈옥만 아니면 다른 건 해도 된다는 겁니까?”
“징벌방에 넣지 않겠다는 소리는 안했다.”
“제가 뭘 할 줄 알고요?”
“죄수들의 식사에 독을 넣는 순간, 3징벌방 행이다.”
“그러면 소장님의 식사는···.”
“조금의 문제도 없다고 자신한다면.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네가 져야겠지만.”
“예, 물론입니다! 체르타인에서 최고라 칭송받던 이 베르너 레트만입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갈라이는 아니고?”
“그때는 요리사로서 조금 미성숙할 때라···.”
“저번에 크라켄 때는 문제가 있었지.”
“크라켄의 독을 안 빼고 생으로 조리해보기는 또 처음이라···.”
탁-
김우진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어느새 접시는 텅 비어 있었다.
“나가.”
“예!”
* * *
대규모 탈옥이라는 큰 사건이 연옥을 덮쳤고 큰 흔적을 남겼지만 감옥의 시간은 여전히 돌아갔다.
세계수가 발아해 연옥을 덮친 이후, 엘프들의 출역은 원예반으로 고정되었다.
설화초를 심은 대지의 온도를 조금 낮춘 시에나가 싹이 점점 커지는 만드라고라를 만지고 있는 율리아의 곁으로 슬며시 다가갔다.
“어떻게 한 거야?”
“뭐가요?”
“징계. 우리만 쏙 빠졌잖니.”
“드워프들도 빠졌어요.”
“그치들은 할 일이 주어진 거고.”
“저희도 식물원을 지켜야 하잖아요.”
“말 안할 거니?”
“협상을 했어요.”
율리아의 대답에 시에나가 가진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
“어떻게?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씨알도 안 먹히던데 어떻게 너는 잘하는구나.”
“간단해요. 소장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 되죠.”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그냥요.”
“말해주기 싫다 이거지?”
“말해드릴 수는 있는데 안 믿으실 것 같아서요.”
“내가 하이엘프의 말을 안 믿을 것 같다고?”
하이엘프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대로 정 원하시면 말씀드릴게요.”
“원한단다.”
“절대, 절대로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저 아이들한테도?”
“네. 어머니 나무에 맹세하셔야 되요.”
“그렇게까지?”
“아니면 말씀드릴 수 없어요.”
대체 무슨 생각일까. 시에나가 침중히 율리아의 눈을 살폈다. 하지만 올곧은 눈동자에서는 아무 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좋아.”
결국 그녀는 맹세를 했다.
“사실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저번에 말씀드린 그걸 소장님한테 그대로 말했어요.”
“응? 저번에 말한 어떤 거?”
“어머니 나무에 걸고 맹세하신 그거요.”
“어머니 나무에 걸고 맹세한 그거라면···.”
시에나가 기억을 더듬었다.
아마 그게 연옥을 파괴···
시에나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어머니 나무에 걸고 맹세해.”
“못 믿으시는 거예요?”
“미치지 않고서야 그걸 대뜸 말한다는 것도, 받아들였다는 것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니!”
고함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시에나가 다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율리아가 생글 생글 웃으며 교도관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죄송해요.”
“맹세해.”
“모두가 쳐다봐요.”
“빨리 맹세나 해. 못하지? 역시 못하겠지? 역시, 그런 게 진짜일 리가···.”
“어머니 나무에 걸고 사실만을 이야기했음을 맹세할게요.”
“······.”
사람이 당황하면 자신도 힘이 풀리는 경우가 있다.
시에나가 그랬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봐. 세상이 미쳐 돌아가네. 하하.”
그녀가 기절했다.
* * *
감이라는 것은 불현 듯 찾아온다.
아침 보고에 축사장의 몬스터들이 서로 싸움을 일으켜 죽은 놈이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나간 산책에서 춘식이가 몬스터 고기를 뜯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불쾌한 감각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왔다.
“정원을 빠져나간 자는 없습니다.”
정문을 지키는 교도관들의 보고에는 이상이 없다.
“1176번은 여전히 소지 일을 하고 있으며, 여섯의 엘프들은 모두 원예반에서 출역을 하고 있습니다. 여덟의 드워프들은 소장님의 명에 따라 정신교육실에서 함께 설계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3징벌방에서 징계를 받고 있는 죄수는 18명으로 수인 15명, 거인 하나, 다크엘프 하나, 인간 하나입니다. 특이사항 없습니다.”
교도소 내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끈적하게 올라오는 불쾌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춘식이가 몬스터의 팔을 뜯고 있었어.”
“축사장의 몬스터들 간의 싸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걸 어느새?”
“말이 안 되잖아. 춘식이는 내가 부르지 않는 이상, 자기 영역을 절대 벗어나지 않아.”
그런 춘식이가 몬스터의 팔을 뜯고 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누군가 주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누구도 주지 않았다. 불쾌감이 확 치고 올라온다.
“···징벌방 다 열어.”
“징벌방을 벗어났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건 불가능합니다.”
“부소장, 이미 구속구가 전부 해제된 전례가 있어. 더 이상 연옥의 시스템은 절대적이지 않아.”
징벌방의 문이 열렸다.
죄수들은 모두 그대로 있었다. 열 다섯의 수인, 한 명의 거인, 한 명의 다크엘프. 그리고.
“···죄수번호 1177번이 없습니다.”
“아주 개판이군.”
“죄송합니다.”
인간이 없었다.
텅 비어있는 독방은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 사방에 뿌려놓은 독기는 자신의 흔적을 찾지 못하게 하려는 기색이 엿보였다.
어떻게?라는 의문도 잠시, 우선은 강민식을 잡아 족쳐야 할 때다.
“덕구야. 저번에 그 냄새야. 기억하지?”
멍!
케르베로스의 기억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주일 전에 맡았던 냄새 따위를 잊어버릴 리는 없다.
“직접 가시는 겁니까?”
“그러면?”
“이건 이상합니다. 대체 어떻게 징벌방의 시스템을 뚫고···.”
“뚫은 게 아니라 권한을 가지고 끝낸 거야.”
“···그게 무슨.”
“이 개새끼들이 내가 오래 오래 보고 싶은가 봐.”
처음, 2징벌방에 별 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을 때는 작은 의심이었다.
구속구를 모조리 풀었을 때는 단순한 의심을 넘어 확신에 가까워졌으며.
3징벌방을 뚫고 탈옥하는 시점에서는 확고해졌다.
강민식은 상부의 끄나풀이다.
상부가 심어 놓은 암 덩어리다.
김우진이 완벽하게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따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때면? 놈들이 순순히 ‘아, 미안’이라고 할 리가 없잖아.”
스스로 탈옥을 막지 못했다고 자백하는 꼴이며 그거야 말로 저들이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잡아야 한다. 놈이 달아나기 전에, 상부에서 그것으로 꼬투리를 잡고 계약 운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릴리를 만나 당부를 전한 김우진이 케르베로스를 타고 사라졌다.
* * *
처음 추적에 나선 곳은 동쪽이다. 춘식이의 영역. 강민식은 이곳에서 춘식이에게 몬스터의 팔을 던져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벽을 넘었단 말이지.”
30cm 안팎의 담이 정원 전체를 감싸고 있다. 언뜻 보면 낮아 보이지만 눈속임이다.
마나로 만들어진 투명한 벽은 수십 미터가 넘어 결코 쉽게 넘을 수 없다. 닿는 것만으로도 반탄력과 충격을 준다.
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 아예 박살을 내거나 합법적으로 통과하는 것뿐이다.
“망가진 곳은 어디에도 없고.”
하지만 벽면에는 아주 작은 일그러짐조차 없었다. 당연하다. 징벌방의 시스템을 조작한 놈이 벽의 시스템에 간섭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
점점 더 윗놈들의 끄나풀이라는 것에 확신을 더해간다.
이제는 아예 숨길 생각도 없다는 거겠지. 하긴, 이미 구속구를 모두 풀어버린 시점에서 의미가 없긴 했다.
“가자, 덕구야.”
멍멍멍!
냄새를 쫓아 빠르게 전진했다.
“일직선으로 주파한다라. 데르카인한테 배운 건가.”
괜히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혼란을 주기 보다는 모든 힘을 다해 도망치는 게 낫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 이 개새끼가.”
연옥 동쪽에는 숲과 설원, 협곡 등의 갖가지 환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제법 큰 호수가 하나 있다.
근방 몬스터들이 목을 축이는 수원지.
그곳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물고기들이 배를 드러낸 채 떠오르고, 물을 마신 몬스터들의 시체가 사방에서 뒹군다.
독기와 몬스터들의 피, 썩어버린 사체 냄새가 뒤섞여 지독한 악취가 진동했다.
교란이었다.
호수에 몸을 담궈 최대한 냄새를 씻어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독을 살포해 온갖 악취를 퍼트렸다.
명백하게 덕구를 의식하여 한 행동이었다.
“찾을 수 있겠어?”
덕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행동은 더 없이 적합했으나 맹점이 하나 있었다. 케르베로스의 후각은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
아무리 물에 씻고, 호수 전체에 독을 풀고, 몬스터들의 사체 냄새와 뒤섞여도 케르베로스는 그 사이에서 원하는 냄새를 포착할 수 있다.
“가자.”
약간의 도움닫기, 덕구의 몸이 단숨에 거대한 호수를 뛰어 넘었다.
일직선으로 질주하던 강민식의 경로는 호수를 기점으로 남쪽으로 살짝 꺾이며 지그재그를 그렸다.
꼴에 흔적을 지우고 혼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지만 케르베로스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그 이상의 방해물은 없었다. 몬스터들은 덕구를 따라오지도 못했고 곧 목적지에 도달했다.
숲이 끝나는 지점, 탁 트인 벌판과 그 끝에 펼쳐지는 깎아지른 절벽. 그리고 투명한 차원의 방벽 너머로 보이는 우주.
강민식은 그곳에 서 있었다. 벽과의 거리는 불과 10m도 되지 않았다.
늦었나. 서로의 거리를 가늠하고 빠르게 상황을 계산한 김진우가 덕구를 툭툭 건드렸다. 덕구가 멈춰 섰다.
“강민식.”
“소장.”
인기척에 강민식이 등을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핏발 선 눈에는 독기와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행동력이 빨라. 설마 고작 일주일만에 다시 탈옥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완전히 한 방 맞았다고.”
“어떻게 벌써 눈치 챘지? 밖에서 봤을 때는 전혀 몰랐을 텐데.”
“네가 흔적을 남겨 줬으니까.”
“···오르토스인가.”
“춘식이는 내 명령이 없으면 절대 축사장으로 가지 않거든.”
“실수했군.”
하지만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다. 강민식이 중얼거렸다.
“내가 나가면 넌 꽤나 곤란할 거야. 그렇지?”
“아마도. 그래서 말인데. 그대로 등을 돌려서 다시 돌아올 생각 없어?”
“있을 리가.”
뿌득, 강민식이 이를 갈았다.
“너는 선을 넘었어.”
“선?”
“나한테 그딴 건 보여주지 말았어야 했어.”
“3징벌방에서 뭘 보고 왔는지는 몰라도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그걸 만든 건 내가 아니거든. 그리고 애초에 잘못은 네가 했지. 누가 탈옥하래?”
“애초부터 따지면 난 감옥에 갇힐 이유가 없었어!”
강민식이 버럭 소리쳤다. 주인의 감정에 동화된 마나들이 폭주하듯 쏟아졌다.
“난 용사로서 세상을 구했다. 수십 번도 더 목숨을 걸었어. 이제 와서 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그건 다른 용사들의 이야기고.”
“뭐라고?”
“너는 이야기가 좀 다르잖아.”
김진우가 덕구의 등에서 내렸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그 개새끼들이 너한테 뭘 약속했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밑천을 전부 까발려 놓고 이제와서 모른 척 하시겠다?”
“모르는 척 하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거다.”
“그래, 그런 식으로 해. 괜찮아. 잡아서 족쳐보면 불지 않고는 못 베길 테니까.”
흥, 코웃음 친 강민식이 정확히 김우진이 다가온 만큼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장벽과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내가 탈출한다고 하면, 막을 수는 있고?”
없다.
강민식과 방벽의 거리는 10m 안팎이다. 무력의 차이가 극명하다고 한들, 강민식 또한 용사다. 그가 작정하고 방벽을 넘는다면 막을 방법 같은 건 없다.
방벽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또 모르지만 이미 신들로부터 권한을 받아온 그가 탈출하지 못할 리는 없다.
“선택 잘하는 게 좋을 거야.”
“선택? 무슨 선택?”
“솔직히 말할게. 만약 네가 그 개새끼들의 도움을 받았고, 권한도 일부 양도 받았다면 방벽도 손쉽게 통과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당연히 막을 수 없지. 네가 아무리 병신이라도 용사인데.”
“끝까지 주둥이는 걸작이군.”
강민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말이야. 도망친다고 모든 게 끝날 것 같아?”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 솔직히 네가 지금 탈출을 한다면 막을 방법은 없어.”
김우진이 그렇게 두지 않는다.
“그런데 나한텐 남다른 능력이 있어.”
“밥 먹고 해온 짓이 그런 거라 너 같은 놈은 치를 떨 거야.”
굳이 화를 내지 않았다. 표정을 바꾸지도 않았다.
“포기하고 그대로 걸어 이쪽으로 온다면 적당히 끝내줄게.”
그저 담담하게.
“너를 징벌방에 넣지도.”
“다시 한 번 이어진 탈옥의 죄를 묻지도 않을게.”
회유하고.
“하지만 아니라면.”
“널 찾아낼 거야.”
“찾아내서.”
경고했다.
“오늘의 일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강민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대로 몇 걸음, 차원의 방벽 바로 앞에 섰다.
“좆까.”
몸을 뒤로 넘겼다.
차원의 방벽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를 받아들였다.
─!
한 발 늦게 날아든 화염의 창이 방벽에 부딪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