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감옥에는 용사들이 온다-21화 (21/150)

# < 020. 구속구 >

해가 떠오른다.

따스한 햇빛이 싸늘했던 밤공기를 덥힌다. 얇게 내려앉은 이슬들이 증발한다.

빛을 완전히 차단하던 잎과 줄기, 가지들은 어느새 연옥의 절반을 내줬다. 옥상에서 고고하게 존재감을 뽐내던 핵심 줄기 또한 그 위치가 변했다.

옥상을 벗어나 수많은 줄기들과 합류했다. 흡사 파도와도 같은 그 흐름에 김우진은 율리아와 함께 몸을 실었다.

“꼭 그렇게 도끼눈을 뜨고 감시하셔야겠어요?”

세계수와 밀착한 채, 움직임을 인도하고 있던 율리아가 입술을 삐죽였다.

“네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전 하이엘프에요. 제가 어머니 나무께 감히 무슨 짓을 하겠어요?”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 삐이?

김우진은 뻗어나가는 가지 사이에 몸을 뉘였다. 릴리가 자연스럽게 옆에 붙었다.

“소장이면 바쁘지 않아요? 여기서 이렇게 태평하게 있을 시간이 있어요?”

“안 바빠. 근데 지금은 바쁘지.”

세계수의 이동은 세계수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본래라면 몰라도 지금의 릴리는 어리다. 많은 영약으로 과성장했을 뿐, 그 본질은 갓난아이와 같다.

율리아와의 교감이, 그녀의 이끌림이 아니라면 세계수는 원활히 이동조차 할 수 없다. 율리아가 세계수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며, 김우진이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였다.

하이엘프와 세계수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

김우진은 이미 세계수가 연옥에 뿌리를 내리면서 어떤 영향을 끼쳤고 끼치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래서 더욱 둘 만 내버려 둘 수가 없다. 세계수라는 존재가 온전히 하이엘프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탈옥 프리패스권을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시겠죠.”

하이엘프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다시 본업에 집중했다.

청명한 하늘을 보며 김우진은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보면 공교롭다. 세계수의 씨앗을 건넨 후, 그것을 심고 길러낸 것은 분명히 김우진이다. 씨앗에 간섭했고 그 결과로 세계수의 정령은 분명하게 그에게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게 순탄한 것은 아니다.

세계수는 그가 심은 곳에서 제법 떨어진 연옥의 건물까지 왔다.

세계수를 다시 옮기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는 일들이 발생한다. 그것들은 결코 김우진이 바라던 것도,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율리아가 그린 그림이 아닐까.

물론 억측이다.

율리아가 어떻게 김우진을 알겠나. 그가 어떤 자인지 알고 이런 세세한 계획을 세웠겠나. 모든 것은 우연이다. 그녀가 씨앗을 넘긴 것을 제외하면.

그러니 씨앗을 넘긴 이유만 파악한다면 더 이상의 변수는 없다.

“네가 원하는 게 뭐지?”

툭 튀어나온 질문은 두서가 없었다.

“갑자기 무슨 뜻이에요?”

“나는 세계수가 너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래를 받아들였다. 세계수의 씨앗이라는 건 그만큼 값진 것이기 때문, 세계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었지만 최후의 방벽은 있었다. 만약 간섭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더라면 심지 않았을 거다.

“생각해보면 넌 단 한 번도 목적이 탈옥이라고 하지 않았어.”

“하지 않았었나요?”

“탈옥하고 싶어 하지 않는 죄수도 있냐고 했었지. 그게 본인이라는 소리는 안 했고.”

“······.”

“네가 바라는 대로 씨앗을 심었어. 세계수가 발아했고 정령까지 형상화할 정도로 자라났지.”

하이엘프가 세계수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당연한 일이다. 너무 당연해서 그 이상을 모르겠다.

율리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실 건가요?”

“난 소장이야. 죄수를 괴롭힐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알고 있고 실천할 수 있지.”

“감수하겠다면요?”

“네 선택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수상하다는 것만 알아두면 돼.”

사실, 큰 의미는 없다. 그녀는 세계수의 씨앗을 넘긴 시점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율리아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리고 나온 건 대답이 아니라 짧은 독백이었다.

“가능하면 확신을 가질 때까지 참으려고 했어요.”

“어떤?”

“저도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난 질문하라고 한 적이 없는데.”

“알베니우스라는 드래곤을 아시나요?”

“뭐야, 너 글라크 출신이었냐?”

“아니요.”

“거짓말하고 있네. 글라크 출신도 아닌데 알베니우스에 대해 알 수 있을 리가···.”

아니, 잠깐만.

김우진이 몸을 일으켰다.

율리아 카르센이 처음 인계되었을 때,그녀의 인적정보가 담겨 있는 서류도 함께였다.

그녀는 차원, 아르반 출신이다. 차원, 데이드람을 구했다.

“···너 뭐야?”

차원, 글라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 * *

식물원 무수히 많은 영초들이 자생한다. 각자의 환경이 다르기에 그에 따른 마법진들이 설치되어 있다.

“아리우스의 마법진이 흔들립니다!”

“재조정해!”

“설명초의 이파리가 시들고 있습니다!”

“숲의 정기를 흡수하게 만들어!”

어린 세계수는 아직 제 몸을 온전히 가눌 여력이 없다. 세계수의 이동 과정에서 마나가 흔들리고 여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식물원의 마법진들이 조금씩 문제를 일으켰고 이를 막기 위해 엘프들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엘프들만으로는 부족해 단순 보조로나마 교도관들까지 합세했다.

“베르스의 꽃이 시들고 있단다. 가서 숲의 정기를 보충해주고 온도를 낮추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예.”

“아일라. 너는 나와 함께 만드라고라를 살피러 가자구나.”

“예.”

교도관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 시에나가 엘프 하나를 이끌고 만드라고라 쪽으로 갔다.

만드라고라는 다른 식물들보다도 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까다롭다.

때문에 다른 식물들과는 떨어진 외딴 곳에 심어져 있다.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더 없이 적합했다.

“어느 정도했니?”

“수인들이 묻어놓은 마력 잔해들은 절반 정도 수거했습니다. 아직까지 교도관들에게 들키지 않았습니다.”

“혹여나 놓치는 것은 없겠지?”

“예. 위치와 양을 모두 공유하고 있습니다. 수인들이 몰상식하기는 해도 탈옥에 관해서는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더 급한 쪽은 그쪽이라. 다만, 축사장 쪽으로는 현재 접근이 불가능해서···.”

“그건 내게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마렴.”

“예. 그런데 정말 괜찮은 겁니까?”

“무엇이 말이니?”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희 또한 징벌방을 면치 못하게 될 겁니다.”

“그럼 어떻니.”

안다. 실패와 성공을 떠나서 탈옥을 포기한 엘프들에게는 전혀 득이 될 게 없는 일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거나, 소장에게 탈옥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남는 장사다.

“하지만 15년이잖니.”

15년의 긴 기다림과 준비가 끝나는 순간이다. 그 결과가 모두가 바라던 것일지, 아니면 최악일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그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엘프라는 이유로, 세계수라는 이유로, 율리아라는 이유로 탈옥을 포기하고 남는 것을 선택했지만 그들은 같은 죄수였다.

수십 년 간 부대끼며 함께 탈옥을 계획하고 나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 기대를, 그들의 기대를 알기에 저버릴 수 없다.

“아니면 너는 소장에게 다 고할 거니?”

“까짓 것, 징벌방에 좀 들어갔다 나오고 말겠습니다. 죽을 만큼 힘들겠지만 죽기야 하겠습니까?”

“3징벌방에 열흘을 넣으면?”

“···그건 조금.”

“농담이란다. 아마 그렇게까지는 안할 걸.”

너무 자주 행해지는 형벌은 아무리 대단해도 그 위엄과 의미가 퇴색되기 마련이다.

3징벌방은 중차대한 일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탈옥은 중차대한 일 아닙니까?”

“탈옥에도 경중이 있지. 우리는 조금 도와주었을 뿐, 탈옥을 하지는 않을 거란다.”

죄에도 분명히 차등이 있다. 조력자와 탈옥자가 같을 수는 없다. 그들에게 같은 벌을 내려주는 것은 규율의 문제다.

“혹시 모르지. 소장이라면 우리를 3징벌방에 넣고 새로운 4징벌방을 만들지.”

“···그건 상상만해도 끔찍하군요.”

“어디까지나 최악의 가정이란다.”

가정이지만 현실성이 아예 없진 않은 게 제일 문제였다.

“뭐, 그거야 나중 일이지.”

시에나는 차분히 만드라고라의 근처를 팠다. 제법 깊은 곳, 얇은 비닐 주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쨌든 상황은 좋구나.”

영초의 영약들을 일부나마 빼돌리는 건 어렵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건 마나를 품고 있는 물건을 숨기는 것이다.

교도관들은 더없이 마나에 민감하다. 영초를 빼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따로 챙기기 보다는 우선 숲에 나무를 숨기는 것을 택했다. 마나가 풍부한 영초 곁에 묻어두면 영초의 부산물들은 사소해진다.

식물원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어 전부 모으면 꽤 되겠지만 상관없다. 세계수가 만들어내는 불안정한 마나의 파동이 모든 것을 숨겨줄 테니.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정말 탈옥하기엔 최고의 상황이다.

그리고 숨겨놓은 건 영초의 부산물뿐만이 아니다.

비닐 속에서 기이한 문양을 띤 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간단해 보이지만 수백 개의 술식이 집약된 마도구였다.

오랜 세월 동안 연구했음에도 고작 4개밖에 만들지 못한 것이며 목적은 구속구의 해제다.

마나를 일부 차단해주던 비닐을 완전히 걷어내자 마나가 용솟음쳤다. 교도관들이 그 기이함을 눈치 채기 직전.

마력구가 시에나의 구속구와 접촉했다.

* * *

탈옥에도 순서가 있다.

연옥의 탈옥은 특히나 그렇다.

구속구. 그 어떤 감옥에도 없는, 힘을 억제하는 기물은 죄수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구속구의 해제는 모든 조건들보다 우선시 되어야만 한다. 가능하면 전부, 그게 아니라면 수뇌부라도.

‘데르카인님이 전해달라네요. 내일이래요.’

어제 저녁, 소지를 통해 전해진 전언. 많은 것이 빠져 있었으나 상관없었다.

내일. 어제의 내일이니 오늘이다.

강민식은 조금 망설였다.

한 손에는 세계수의 나뭇잎을 쥔 채, 침대에 몸을 기댔다.

탈옥을 바라는 것은 맞다. 데르카인을 비롯한 기존 죄수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던 것도 맞다.

하지만 너무도 급작스럽다.

쿠구구구-

밀폐된 독방을 뚫고 들어오는 진동은 분명히 일반적이지 않다. 배급구를 열면 소음이 일어나고 불안정한 마나의 파동이 전해진다.

기회, 기회라면 기회다. 오랜 시간 탈옥을 준비한 것 같은 다른 죄수들에게는 분명히 그렇다.

그러나 그게 강민식에게 또한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그는 이방인이다. 같은 죄수이나 섞여들기에는 너무 짧았다. 그들의 계획을 공유받기에는 더욱 더.

저들의 계획에 대해 명확히 아는 바가 없다. 그게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도.

그가 바라던 건 죄수들과 교류하며 저들의 계획에 숟가락을 얻고 보다 완벽하게 만들어 완벽하게 탈옥하는 것이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급류에 휩쓸리는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이 미지다. 저들의 손을 잡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만약 실패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탈옥이 쉽다면 죄수들이 치를 떨 리가 없다.

실패한다면 소장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아마 3징벌방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겠지.

솔직히 그건 겁나지 않는다. 2징벌방을 통해 그들의 장담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3징벌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나뭇잎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흘러들어오는 마나를, 이빨 속의 증폭기를 느끼며 다른 손으로 구속구를 잡았다.

실패한다면 실패하는대로 소장과 교도관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 수 있다. 탈옥을 위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성공한다면 그저 좋다.

죄수들이 무서워하는 3징벌방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그에게는 거리낄 게 없었다.

치이이이익-

마나에 뒤섞인 독기에 구속구의 술식이 일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툭-

이미 지속적인 실험으로 약해진 구속구는 순식간에 떨어졌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진동에 공명하듯, 심장이 거칠게 박동한다. 붙잡혀 있던 마나가 용솟음친다.

차오르는 충만감에 깊은 고양감을 느낀다.

방 안은 매케한 독연으로 가득했지만 배급구를 열지는 않았다. 독기가 빠져나가는 순간, 교도관들이 이변을 눈치 챈다.

그 순간.

철컥-

문이 열렸다.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독연이 신선한 공기를 만나 빠져 나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늙은 드워프가 들어왔다.

“풀었나?”

“풀었습니다.”

“···정말로 성공이군. 자네가 몇 년만 일찍 들어왔다면 우리는 벌써 탈옥을 했을 걸세.”

“따로 방법이 있는 겁니까?”

“있네. 하지만 공방까지 가야하지.”

공방으로 가야만 풀려날 수 있는 것을, 독방에서 바로 풀어버릴 수 있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풀어주게.”

데르카인이 스스로의 목을 맡겼다.

“지금이야 말로 이 거지같은 곳을 빠져 나갈 때네.”

* * *

애애애애애앵-

붉은 경고등이 반짝인다.

은은한 진동, 불안정한 파동과 소음에 뒤섞인 새로운 소리에 연옥 곳곳에 흩어져 있던 교도관들이 달려온다.

“무슨 일이야!”

“죄수들이 탈옥했습니다! 복도를 지키던 교도관들은 이미 당했습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죄수들이 갇혀 있는 곳으로 가나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쓰러진 채, 신음을 흘리고 있는 교도관들이다.

활짝 열린 문들과 반쯤 파괴되어 기이한 소음, 마나를 발산하고 있는 각 방의 통제 시스템.

죄수들이 사라졌다. 그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런 미친···!”

열리지 않은 문은 일곱 개. 의심할 여지없이 엘프들과 소지의 것이다.

허나 그들은 탈옥하지 않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는 없다. 엘프들도 소지도 애초에 방 안에 없다.

[죄수들이 1층 로비를 지나쳤습니다!]

[식물원과 축사장이 공격당했습니다!]

[식물원은 이미···.]

어지럽게 들려오는 소식들은 부소장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했다.

상황은 급박하다. 죄수들은 이미 본래의 자리를 벗어났고 실시간으로 교도관들이 당하고 있다.

‘무언가 이상하다.’

탈옥할 수는 있다. 세상에 완벽이란 없으니. 의문은 두 가지다. 어떻게 문을 열었는지. 그리고 교도관들이 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지.

연옥의 교도관들은 강하다.

용사라는 특별한 죄수들을 감시하고 관리하기 위한 자들인 만큼, 그들의 무력은 어느 차원에서도 수준급에 들 정도다.

용사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적어도 구속구를 착용한 용사들에게까지 허탈하게 당할 정도는 아니다.

그때, 그의 시야에 활짝 열린 한 독방의 모습이 들어왔다. 불쾌한 연기를 간혈적으로 흘리며 바닥을 뒹굴고 있는 건 분명히 구속구였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것을 집어 들었다. 반쯤 부식된 구속구는 이미 망가져 제 역할을 하기에는 불충분했다.

“···구속구를 해제했어?”

어떻게? 라는 의문도 잠시.

[부소장님! 죄수들이 공방으로 향합니다! 마, 막을 수 없습니다! 모두 구속구가 해제되어 있습니다!]

[지원 요청합니다!]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다급한 전언이 다시 한 번 현실을 확인시켜줬다.

“전부···?”

대체 어떻게? 다시 한 번 의문이 고개를 쳐들지만 지금은 그런 한가한 정답 찾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소장님께 가서 죄수들의 탈옥 사실을 알려라. 너는 당장 긴급 방호 시스템을 작동시켜. 그리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온다.”

“예!”

침착함을 잃지는 않았다. 잃을 필요도 없었다.

구속구를 푼 것은 분명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의 역할은 소장을 보좌하는 것. 죄수들이 탈옥을 일으켰을 때 시간을 끄는 것.

“그래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막는 게 아니라 시간을 끄는 것.

어차피 탈옥은 불가하다.

소장이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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