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소멸당하지 못하고 저승을 떠돌던 가엾은 영혼, 사일. 그는 신에게 사랑 받는 에오네테 제국의 4황자, 카일런을 보호하는 대신 영원히 소멸당하는 조건으로 네프라타스 신과 계약하여 그를 위한 ‘인간 방패’로 환생하게 된다. 그리고 사일은 파국으로 치닫는 신들의 전쟁 속에서 오직 카일런을 지키기 위해 제 육신을 기꺼이 바친다. 마침내 온통 쑥대밭이 되어버린 진창 속에서 마지막 숙적을 멸하고 카일런을 대신해 죽은 사일은 영혼까지 부서지는 것을 느끼며, 무사한 황자를 보고 비로소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기뻐한다. 그로부터 7년 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일은 다시 원래의 육신에서 눈을 뜨게 되고, 모든 것을 잃었으나 전부를 다 가진, ‘황제’ 카일런과 재회하게 되는데……. “넌 이제 다시는 못 돌아가, 사샤.” ……아버지, 무슨 짓을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