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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148화 (148/153)

멸망 구속

시간 능력은 이미 내게서 사라졌지만 그것은 아직 온전히 닫힌 게 아니었다.

아직 여유가 남아 있다.

3일 정도.

그 시간이 지나면 시간 능력은 내게 온전히 닫힐 것이었다.

현재 3일의 시간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셈.

그 안에 원흉을 온전히 멸해야 한다.

미래의 수호를 만나지 못하게 될 수 있겠다고 여겨지니 내 심정이 복잡해졌다.

어쨌거나 대신 나타난 ‘멸망 구속’ 능력.

이 능력은 사용해보지 않았으나 이내 어떤 능력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저절로 능력에 관한 정보가 내게 입력되는 거다.

‘멸망 구속’ 능력은 아포칼립스 원흉, 그자를 상대하기 위해 진화한 능력이랄까.

이 능력은 원흉에게만 강한 능력이었다.

원흉을 상대하기 위해 존재하는 능력이었으며, 이에 대하여 최종 진화한 능력이었다.

첫 번째 재앙은 염력, 두 번째는 소행성.

세 번째는 회색 토네이도를 일으키는 재앙.

한별은 그 세 번째 재앙을 추적하기 위해 뉴욕에 가 있는 상황이다.

나 역시, 이제 세 번째 재앙을 멸하기 위해 뉴욕으로 가야 할 터다.

나는 핸드폰으로 저택에 있을 장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여 내가 앞선 두 재앙을 막지 못할 경우, 장위에게 저택을 염력으로 붙들어서 보호해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젠 대지진과 소행성 충돌의 위험은 지나갔으니.

굳이 장위는 벙커에 머물 필요가 없겠지.

신호음이 가고 장위가 전화를 받았다.

<고수! 괜찮아요?>

대뜸 외치며 묻는 장위.

나는 그에게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장위, 저택 밖으로 나와요. 갈 곳이 있어요.”

<아, 네!>

나는 핸드폰 통화를 끝내고 곁에 서 있던 운별에게 고개를 돌렸다.

“운별아, 이곳에서 다른 문별, 샛별과 함께 내 가족과 이 지역을 지켜주는 일을 부탁해.”

그러자 운별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게 답했다.

“왜 저를 데려가지 않는 거죠? 장위라는 사람보다 내 염력이 훨씬 강할 텐데.”

운별은 내 매개체로서 존재하는 자인만큼, 내 생각과 감정을 감지한다.

그러니, 내가 무슨 생각으로 장위를 부르는 것인지 알고 있을 거다.

“물론 네가 더 강하지만, 나는 장위의 은신 능력이 필요해.”

“할 수 없죠.”

운별은 자신에게 은신 능력이 없음을 아쉬워하는 얼굴이다.

나는 핸드폰으로 수호에게 톡 메시지를 보냈다.

- 고수 : 수호야, 내게서 시간 능력이 조만간 닫힐 거야. 넌 괜찮아? 별일 없어? 거기 상황은 어때?

내가 묻자 수호는 즉각 답 메시지를 보내왔다.

- 2050 : 전 괜찮습니다. 아버지에게 새로운 능력이 나타났을 겁니다. 시간 능력이 닫히기 전에, 원흉을 온전히 구속해야 합니다.

- 2050 : 세 번째 재앙에 이어 네 번째 재앙도 곧 나타날 겁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 2050 : 현재 이곳은 불안정합니다. 세계 곳곳에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 고수 : 그래?

- 2050 : 네. 2023년의 세상에서 비롯된 일로, 시간선이 급박한 변화를 보이는 까닭입니다.

- 2050 : 2052년의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해서 변화 중입니다. 저는 전송 기계로 드론을 보내 2023년의 상황을 지켜보는 중입니다.

- 2050 : 현재 아버지가 행하신 일의 결과는 아직 2052년의 세계에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 2050 : 하지만 이곳에도 쓰나미가 몰려오듯 시간선의 변화가 적용될 겁니다만.

- 2050 : 시간선의 변화를 감지하는 이들은 적겠죠. 이상 현상 역시, 감지하는 이들은 소수입니다. 2052년에서 2023년으로 과거 간섭이 이루어졌던 것을 아는 몇몇 인물만 이상 현상을 인식할 뿐입니다.

나는 수호에게 물었다.

- 고수 : 혹시, 세계 곳곳에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는 건 내 시간 능력이 닫히는 것 때문에 그런 걸까?

- 2050 : 그러한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2023년 이후의 미래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서 2052년에 적용될지, 저도 명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 2050 :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분명 아포칼립스를 막게 될 거고 우리를 지켜내실 것이며, 승리할 겁니다.

- 2050 : 지금 이외에, 또 언제 대화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 2050 : 2052년의 모든 생존자는 아버지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 모든 이들을 대표하여 아버지에게 감사드립니다.

- 2050 : 세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이제까지 싸워주시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분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50 :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라서 기쁩니다. 이제 저에게 아버지와 함께할 숱한 기억과 추억이 제 안에서 채워지겠죠.

- 고수 : 그럴 거야.

수호에게 더 뭔가 말하고 싶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장위가 내 앞에 이른 것이다.

탁!

그는 염력을 사용하여 내가 선 곳까지 날아와 착지했다.

나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수호와는 나중에 대화해야 할 듯하다.

장위가 내게 말했다.

“고수, 혹시 원흉이 있는 곳을 알아낸 건가요? 그곳에 가려는 건가요?”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능력 스탯을 확인했다.

여러 날이 지난 사이, 그의 스탯은 훨씬 올라 있었다.

『염력 능력자 71레벨

염력 : 51

은신 능력 : 44

용기 : 2

그랜드 코인 : 5782.』

나는 그의 은신 능력을 공유하여 발현했다.

내 몸이 반투명하게 변하더니 점점 더 투명해졌다.

이전에 이 능력을 한 번 사용했을 땐 반투명하게 보이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자세히 눈여겨봐야 내 몸의 실루엣을 겨우 볼 수 있을 듯했다.

아직 능력 스탯이 높은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기척이나 소리는 그다지 감추어주지 못했다.

그러해도 꽤 신기한 능력이다.

나는 은신 능력을 풀었다.

지금은 내가 지친 상태이니, 이런 건 장위에게 맡겨야 할 일.

“장위, 염력으로 몸을 띄우고 은신 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죠? 저번에 베이징에서 저택까지 왔었을 때처럼.”

“아, 네.”

“이번에는 이 친구까지 부탁해요.”

나는 근처에 서 있는 은별을 가리켰다.

“너무 멀지만 않으면 세 명까지 충분합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죠?”

“미국의 뉴욕입니다.”

“네?”

장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당장 뉴욕으로 가야 해요. 세 번째 재앙이 지금 미국을 공격하는 중이거든요. 네 번째 재앙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니, 세 번째를 빨리 제거해야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능력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3D 디스플레이에 AI 2050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고수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지금 고수님의 위치를 파악하여 그곳에 전송 기계로 물건 하나를 보냅니다.>

“응? 물건?”

내 앞에 조그만 상자가 홀연히 생성되었다.

전송 기계를 사용하여 2052년에서 보내온 물건이다.

나는 그 상자를 들고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언뜻 평범해 보이는 렌즈와 무선 이어폰이 들어있다.

디스플레이에 2050의 메시지가 다시 나타났다.

<현재 사용 중인 타블렛 펜의 모든 기능을 담은 렌즈입니다. 유하준 박사님이 제작하셨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사용하면 음성 인식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

나는 렌즈와 이어폰을 바로 착용했다.

<음성 인식으로 스마트 렌즈가 작동합니다. AI 수에게 명령을 내리시면 됩니다.>

“알았어.”

나는 장위에게 고개를 돌렸다.

“장위, 이만 가죠.”

“네.”

장위는 은신 능력과 염력을 나와 장위, 은별에게 행했다.

그러자 우리의 몸이 투명해지면서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는 몸을 띄운 후에 내게 말했다.

“근데 미국은 너무 멀어서 제가 도중에 지켜서 힘을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위험해질 텐데 괜찮습니까? 거기다 미국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텐데.”

나는 빙그레 웃었다.

“괜찮습니다. 여기 은별을 데려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니까. 은별은 생명의 바람으로 우리의 회복을 도울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AI 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 한별이 있는 곳까지 방향을 일러주겠어?”

내가 말하자 착용 중인 렌즈가 작동하여 눈앞에 나만 볼 수 있는 입체적인 반투명한 화면이 나타났다.

그 화면엔 AI수의 메시지와 네비게이션 화면 비슷한 것이 보였다.

<뉴욕까지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눈앞에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화살표가 나타났다.

그 화살표를 보면서 나는 은별에게 말했다.

“은별아, 생명의 바람 부탁해. 부드럽게.”

“네.”

“그리고 장위,”

나는 화살표 방향으로 손가락을 뻗어 가리켰다.

“이 방향으로 쭉 나아가면 돼요. 장위는 쭉 앞으로만 나아가도록 해요 방향 조정은 내가 공간 이동 능력으로 바꿀 테니까.”

“네.”

어느 정도 높이 허공에 떴던 우리는 장위의 염력에 의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거기에 나는 공간 능력을 더했다.

공간 이동을 발현하는 창조 속성의 에너지.

그것은 염력으로 이어진 우리를 옭아매었다.

내 공간 이동 능력은 1초에 수차례 연달아 발현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미국 뉴욕 땅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나아가게 되었다.

* * *

우리가 뉴욕에 도착한 건, 저택에서 떠난 지 30분 정도 되었을 때였다.

대한민국의 경기도에서 미국의 뉴욕까지 30분 거리라면, 엄청난 속도.

장위의 염력만 사용했다면 비행시간이 7시간은 걸렸을 텐데.

공간 이동 능력이 대단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지금이다.

만일 내가 한별만큼 공간 이동 능력의 스탯이 높았다면, 30분이 아니라 단숨에 뉴욕에 도착했을 터다.

장위의 은신 능력과 염력을 풀지 않은 채, 우리는 잠시 뉴욕의 허공에 머물렀다.

나는 ‘멸망 구속’ 능력을 발현해보았다.

원흉의 존재감이 내게 느껴졌다.

그의 힘과 능력만이 아니라 존재감까지, 내게 인지되는 것이다.

내 입매에 미미한 미소가 걸렸다.

이제 원흉은 내게서 숨지 못한다.

이전처럼 숨는다고 해서 숨을 수가 없는 거다.

한별에게서 메시지가 들려왔다.

- 고수, 뉴욕에 직접 온 겁니까?

- 그래.

- 전 토네이도에서 비롯되는 회색 물질만 막아낼 뿐이고 재앙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나는 허공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뉴욕 도심의 풍경을 굽어보았다.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는 처참하다.

도로의 가로수들이 뿌리째 뽑혀서 엄한 곳에 처박혀 있다.

차량이 뒤집혀 있거나 도로가 끊기고 건물 외벽이 뜯겨 있다.

무너진 곳도 있었다.

저 멀리 거대한 토네이도가 보인다.

유례없는 대형 토네이도.

한별은 바람을 일으켜 모든 회색 입자를 소멸하면서 재앙을 근방에서 추적하고 있나 보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재앙을 찾아내지 못하는 까닭은...

세 번째 재앙은 이곳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 곳을 응시했다.

원흉은 이곳이 아니라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거리에 있다.

그는 백악관에 있는 것이다.

나는 입매를 비틀어 조소했다.

‘멸망 구속’이 발현되니, 이전과 다른 느낌이 내 안에서 일어났다.

원흉을 당장이라도 무릎 꿇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과 확신이 드는 것이다.

나는 백악관으로 즉시 공간 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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