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145화 (145/153)

재앙과 충돌하다

『창조의 별

생명의 폭풍: 153

별의 시야 : 71

공간 이동 : 94

외형 변형 : 42

그랜드 코인 : 8542186.』

운별의 능력 스탯도 확인했다.

『창조의 별

생명의 폭풍 : 73

별의 시야 : 71

염력 : 109

그랜드 코인 : 16425.』

운별이 한별보다 조금 성장 폭이 높았다.

내가 별의 능력 스탯을 보고 있을 때, 수호가 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 2050 : 원흉을 추적하는 게 가능합니까? 광활한 우주에서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겠습니까?

- 고수 : 나노카 가족이 여기 왔었을 때, 나는 그녀의 예지 스탯을 더욱 올렸었거든.

- 고수 : 나노카도 2052년에서 생존해 있다고 했었지?

- 2050 : 네.

- 고수 : 나노카가 미래에서 제법 활약을 했었는지, 이전과 다르게 코인이 꽤 들어와 있었어.

- 고수 : 스탯도 조금 올라 있고.

- 2050 : 그녀의 예지 능력으로 이곳에서 꽤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그 덕분에 보상이 그녀에게도 갔던 모양입니다.

- 고수 : 그래. 덕분에 그녀의 스탯을 꽤 올려서 예지 능력이 전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게 되었었어.

- 고수 : 나노카가 보길 원하는 예지 환영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 거지.

- 2050 : 그렇군요.

- 고수 : 나노카의 예지 능력을 사용해서 재앙이 지구로 다가오는 시점과 길목을 알아낼 수 있었어.

- 2050 : 그럼?

- 고수 : 재앙이 지나갈 길목 근방에 한별과 운별이 가 있어.

나노카가 일러준 위치는 지구에서 제법 떨어진 곳이었다.

나는 한별과 운별에게 그 근방에 은신하고 있으면서 충분히 성장하며 강해지라고 해두었던 터다.

그들의 본질은 애초에 우주에 머물던 별이었던 만큼.

광활한 그곳에서 성장하며 에너지 공급을 받을 수 있었다.

- 고수 : 장위도 저택에 와 있어. 어제 이곳에 도착했지. 한동안 머물기로 했어. 그리고 나노카가 본 예지 환영도 있는데.

- 고수 : 공교로운 건, 그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거야. 재앙의 시작은 2024년 2월 정도였던 것 같은데. 1월도 앞당겨지기도 하네.

- 2050 : 아포칼립스 시기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보면, 원흉은 자신의 계획을 이행할 시기를 못 박듯 정해두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고수 : 그런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는, 저택의 정원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총총하게 뜬 밤하늘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다.

* * *

계절이 바뀌어 세상은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시간이 또다시 흐르는 동안, 올차드 저택에서 수호 돌잔치를 했었다.

나름 평화롭고 행복한 시절이 우리에게 지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여느 때보다도 초조해졌다.

가족에게는 내색하지 못했다.

그들까지 걱정과 불안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원흉은 조용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태풍의 눈과 같은 침묵이었다.

멸망과 죽음의 주인이 포효하기 직전의 고요함.

예지로 보았던 충돌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정확한 날짜와 시간까지는 모르지만, 예지 환영에선 대략 2024년 1월에서 2월 사이에 재앙이 나타난 것으로 보이곤 했었으니.

조만간 재앙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던 2023년 12월 26일, 밤 11시 즈음.

침실에서 아이를 보다가 잠든 것을 보고 서재로 돌아왔을 때였다.

광활한 우주의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한별에게서 마음으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 고수, 재앙이 지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는 놀라서 그에게 물었다.

-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위치는?

- 지구 시간으로 20분 이후면 재앙이 제가 있는 곳까지 이를 겁니다. 저는 별의 시야로 저들의 접근을 미리 보았습니다.

재앙이 접근할 길목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한별은 그 근방에서 은신하며 재앙을 기다리고 있었다.

- 저들은 공간 이동 능력을 사용하며 빠르게 다가오는 중입니다. 현재 외형 변형 능력으로 저와 운별의 외형을 평범한 소행성 모습으로 바꾸어 머물고 있습니다.

- 그래서 저들은 아직 우리가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 외형 변형은 너만 가능한 거 아니었어? 운별의 외형까지 바꾸는 게 가능해?

- 네, 가능합니다. 저의 ‘외형 변형’ 능력이 이번에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저 말고도 원하는 상대 한 명의 외형을 바꾸는 게 가능해졌어요.

- 그렇군.

나는 타블렛 펜과 핸드폰을 챙겨 서재를 나왔다.

그러고는 손님 방에 있을 장위를 불러냈다.

그에겐 영어를 썼다.

“장위, 준비해요! 재앙이 다가오고 있어요!”

침대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장위는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바로 나갈게요.”

장위가 황급히 겉옷을 걸쳐 입는 것을 보며, 나는 숙소에 있을 은별에게 메시지를 건넸다.

은별은 가장 마지막으로 나의 매개체가 되었던 창조의 별이었다.

- 은별아, 내가 전에 일러주었었던 장소로 와. 지금 당장!

- 네, 알겠어요!

나는 겉옷을 걸치고 내게 다가온 장위의 팔을 붙들었다.

곧바로, 공간 이동 능력을 발현하여 전에 봐두었던 장소로 이동해갔다.

저택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장소였으나, 이동 능력의 스탯 수치가 꽤 올라가 있어서 단숨에 이동이 가능했다.

이내, 우리가 선 곳은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숲이 되었다.

고적한 겨울 숲이 깊은 어둠에 잠겨 있다.

핸드폰으로 플래시를 켜두고, 나는 한별에게 마음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 한별아. 너희에게 있는 별의 시야를 공유할 테니 재앙에게서 눈을 떼지 마.

- 네.

곁에 있는 장위에게도 말해두었다.

“장위, 장위의 염력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오면 내가 말할게요.”

“네.”

장위는 비장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하늘로 시선을 두고 ‘재능과 능력의 주인’ 능력을 발현했다.

한별의 능력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나는 매개 능력을 통해 이어져 있는 한별의 ‘별의 시야’를 공유했다.

금세 내게서 또 다른 시야가 열렸다.

이런 체험은 처음이라 기묘하다.

어둠에 잠긴 이곳 숲의 풍경이 명백히 육안으로 보이면서도.

동시에, 한별이 보는 초월적인 시야가 공유되어 내게 보이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공간의 광경이 동시에 내 감각을 통해 인지되는 것이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한별의 시야를 통해 재앙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별의 형태로 다가오는 그들.

모두 셋이다.

셋 중 하나는 제법 구모가 컸다.

나노카가 예지 환영으로 보았던 대로 대략 지름이 6킬로미터 되어 보였고.

나머지는 500미터 정도 될 듯했다.

나는 시간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능력을 사용한 순간, 원흉은 나를 눈치챌 것이니.

나는 타블렛 디스플레이를 열었다.

별의 시야를 통해 보이는 첫 번째 재앙부터 빠르게 그려내었다.

재앙의 모습은 아주 정밀하게 보이진 않다.

‘절대 창조력’이 나타나기 전이었다면, 별의 시야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실물 전환은 불가능했을 터.

실물과 흡사하도록 그려내지 않으면, 실물 전환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거다.

하지만 지금의 ‘절대 창조력’은 실패와 모든 변수를 아예 지워버렸다.

내가 그림 작업을 막 시작했을 때, 은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왔다.

은별에겐 공간 이동 능력이 없었으나, 창조의 별인 만큼 신체 능력은 탁월하고 강했다.

그 때문에 빠르게 달리는 게 가능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은별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은별은 ‘생명의 폭풍’을 이곳에만 일으켜줘.”

은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윽고 그의 주변으로부터 바람이 일어났다.

우리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강하게 펄럭였다.

창조의 별이 일으키는 생명의 폭풍은,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생명력을 충만하게 만들었다.

사람의 마음을 감화하기도 했고, 병든 것과 변질된 것을 원형으로 되돌리기도 했다.

또한, 지쳐 있거나 에너지를 소진해 있을 경우도 회복을 주었다.

다시 말하면, 은별이 일으키는 생명의 폭풍은 내게 보조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셈이다.

그림에 몰입하여 한참 그리고 있는데, 한별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 3분 이내면 재앙이 제가 있는 곳을 지날 듯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나는 그림을 쉬지 않고 그리면서 한별에게 답했다.

- 알고 있어. 지금 시간 능력을 사용할 거야. 너는 가지고 있던 드론을 작동할 준비해.

- 네.

지난 6월의 어느 날, 한별은 내가 ‘절대 창조력’을 심어둔 드론을 가지고 우주로 향했었다.

재앙이 실물 전환할 사정권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드론으로 실물 전환 능력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물론, 원흉이 ‘충격 전이’라는 능력을 사용할 위험이 있었다.

그 탓에 나는 일부러 저택을 나와 외진 곳으로 와서 이러고 있는 거였다.

시간 능력을 발동했다.

그러자 이곳에만 휘몰아치고 있던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바람이 공간에 그대로 박제되었고.

내 곁에 서 있던 은별과 장위도 머리카락이 휘날린 채 정지 화면처럼 멈추었다.

모든 것이 정지한 이곳에서 오로지 나 혼자만 살아 움직이게 된 것이다.

내가 첫 번째 재앙을 그린 그림을 두 장 완성해갈 무렵.

츠츠-

시간의 흐름을 붙들어둔 이곳 세계에 저항이 일었다.

원흉은 시간이 정지한 것을 알아채고는 ‘시간 능력’을 깨뜨리려 했다.

나는 초조해졌다.

오늘 어떻게든 저들을 막아야 한다.

아포칼립스가 현시점에서 실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원흉은 그사이 더 강해졌는지, 시간 능력을 금세 깨뜨리고 말았다.

잠시 묶였던 시간이 풀려났다.

시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디스플레이를 손으로 터치하여 완성한 그림 하나를 드론으로 전송했다.

그러면서 AI 수에게 외쳤다.

“수, 드론을 조종해서 내가 지금 보낸 그림을 실물 전환해!”

<네, 알겠습니다.>

* * *

고수가 시간 능력을 사용한 순간, 재앙으로 존재하던 원흉은 알아챘다.

이곳 우주에 고수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는 것을.

고수가 시간에 간섭했다는 것을, 그가 알아채지 못할 턱이 없었다.

AI 수가 드론을 조종한 순간, 원흉은 드론의 위치와 아주 작은 소행성으로 둔갑해 있던 창조의 별들 위치를 눈치챘다.

별의 형태로 존재하던 3개의 재앙들.

하지만 그들이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고수의 기습 공격이 더 빨랐다.

드론으로 ‘절대 창조력’이 발현된 것이다.

첫 번째 재앙은 금세 여기저기 파괴된 모습으로 변모했다.

세 번째 재앙은 즉각 인간형으로 변하였다.

“크아아아악!”

그는 분노한 기색으로 드론과 창조의 별들에게 달려들었다.

첫 번째 재앙도 곧 인간형으로 변하여 강대한 염력을 일으켰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다.

여전히 거대한 별의 형태로 남아 있던 두 번째 재앙.

그것은 지구 파괴가 목적이라는 듯 아랑곳없이 곧장 지구로 향할 뿐이었다.

운별은 그러한 두 번째 재앙의 움직임을 염력으로 가로막았다.

쿠구구구구―

기기기기긱―

지름이 6킬로미터나 되는 별이 잠시 염력에 붙들렸다.

그렇게 한별과 운별이 재앙과 맞붙고 있을 때.

피투성이가 되었던 첫 번째 재앙은 드론에 시선을 두고 충격 전이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강대한 염력이 드론을 조종하는 장소로 전이되었다.

* * *

나는 ‘재능과 능력의 주인’ 능력을 발현하여 운별의 염력을 공유하여 발동하려 했다.

재앙의 염력과 충격 전이 능력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우주 너머에 있던 재앙이 거대한 염력을 발현한 모양이다.

“......!”

엄청난 충격이 3D 디스플레이가 떠 있던 장소에서 퍼져 나왔다.

도시를 단숨에 무너뜨릴 만한 강대한 힘이었다.

나는 운별의 염력을 공유하여 이곳으로 전이된 재앙의 염력을 가로막았다.

내가 이토록 강력한 염력을 사용해보는 건 처음.

낯설고 이질적이다.

그림이나 그릴 줄 알던 나였기에, 인간을 초월한 듯한 파괴적인 힘이 낯설 수밖에 없다.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선 장위에게 소리쳤다.

“장위!”

장위도 황급히 염력을 사용하여 이곳으로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재앙의 염력을 막았다.

장위의 염력은 운별의 능력에 훨씬 못 미치나, 그래도 도움이 될 터였다.

콰과과과과――

염력과 염력의 부딪힘.

재앙과 창조의 힘의 충돌.

주변에 뿌연 흙먼지가 일고 숲의 나무가 거세게 흔들리다가 꺾이기도 한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공간 자체에 내가 금세라도 억눌려 꺾일 것만 같은 느낌.

확실히, 재앙의 힘이 더 강하다.

재빨리 시간 능력을 다시 사용하여 이곳의 시간을 붙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재앙의 염력에 죽을 기세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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