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144화 (144/153)

마법 같은 그림 전시회 3

드디어 애플 수 전시회 날짜가 되어 오프닝을 했다.

국내 국외 기자들이 전시관 앞에 설치된 포토존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전시회 오프닝 행사가 있는 오늘.

나는 그곳에 루나와 아직 아기인 수호와 동행했다.

수호는 원흉이 집요하게 노려왔던 만큼 내 가까이 두는 게 더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아기인 수호를 보호하는 이을 한별에게 맡겼다.

한별과 운별에게 가족을 호위하는 임무도 주었던 터라, 어느새 가족은 그들을 친밀하게 대하고 있었다.

루나는 별들을 처음 보았을 때 이런 말을 했었다.

“혼혈이신가 봐요. 저도 외할아버지가 미국분이셨어요. 흑발에 초록 눈동자라니! 무척 신비해 보여요.”

그러자 그들은 내가 일러준 매뉴얼대로 대답했다.

“네. 저흰 혼혈이고 우리는 형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빠에겐 외국 친구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전에는 중국과 인도에서 손님이 오시더니 최근에 일본인 가족이 방문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유럽에서 온 남매분들이 우리 가족을 일해주시게 되었네요. 저희야말로 잘 부탁할게요.”

이윽고 기자를 만나는 시간이라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애플 수 화가님! 이번 전시회에 3200점이나 출품하셨는데. 이전과 다른 기법을 보여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작품의 예술성은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평이 자자합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작품들은 지하벙커 쉘터를 연상케 하는 건물과 무기 관련 그림이 유독 많은데. 그 이유가 혹시 있으신지요?”

“3200점의 작품을 그리시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셨을 텐데. 전부 직접 완성하신 그림입니까?”

“타블렛으로 그림을 기존 작품에 비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 할 수 있는 가격으로, 그림을 대거 출품하신 까닭이 무엇입니까?”

이번 전시회에서 내놓은 타블렛 그림들은 사이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타블렛 그림 중에 가장 싼 것은 50만 원, 가장 비싼 건 300만 원대까지다.

나는 기자들에게 찬찬히 대답했다.

“네. 이번에 출품하게 된 그림은 이전과 다릅니다. 이전엔 극사실주의에 치중했었다면 이번엔 그 부분의 비중이 덜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모든 작품은 가벼이 그리지 않았고 마음을 다하여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전보다 낫게 봐주신 듯합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음이 들려왔다.

난생 첫 전시회를 여는 것이고, 그러한 자리에서 기자 회견까지 하는 것이라 긴장이 된다.

“3200점의 작품, 전부 제가 그렸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작업 속도가 유달리 빠릅니다. 모든 작품은 제가 직접 밤을 지새우며 세심하게 완성한 작품입니다. 이 사실을 인증하기 위해 작업했던 영상을 전부 편집해둔 상태입니다. 타블렛 그림을 소장한 분들에게 작업 영상도 함께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타블렛으로 그린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게 된 이유는, 제 작품을 소장하길 원해도 높은 가격 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팬분들의 요청이 있었기에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점의 유화 작품은 시작가 1억부터 해서 경매 방식으로 판매됩니다. 이번 작품의 낙찰가는 얼마나 될지, 일단 판매가 시작되고 나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내 말이 끝나자 기자들은 또 질문했다.

유화 그림의 낙찰가를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는 기자들을 보다가 수호를 안고 있는 루나에게 눈길을 주었다.

내가 선 이곳은 부와 명예가 정점에 이른 자리인 것 같다.

숱한 찬사와 관심이 내가 있는 곳으로 쏟아진다.

그러한 자리에서 사랑하는 가족이 나를 지켜보는 것.

언젠가 꿈꿨던 일이기도 하다.

어떤 기자가 내게 질문했다.

“애플 수 화가님은 젊은 나이에 미술 분야에서 최고가 되셨는데요. 다소 늦은 감 있긴 하지만 첫 전시회를 연 기분이 어떠하신가요? 화가로서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된 기분도 궁금합니다!”

그의 질문을 듣고 보니, 언젠가 꿈에서 원흉이 나타나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에게 있는 놀라운 능력과 그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코인. 그 모든 게 사라질 텐데? 너의 능력은 본디 아포칼립스 이후 나타날 능력이거든. 만일 아포칼립스가 오지 않게 된다면, 네 능력은 사라지게 될 거야.

그러면 네 그림 재능은 다시 형편없어질 거고. 너에게 있는 부와 명예도 사라질 거야. 이 저택도 사라지겠네? 어쩌면 미래의 네 아들과의 만남도 사라질 테고. 모든 게 이전으로 돌아가는 거야. 네 삶은 다시 비루해지고 평범해지는 거지. 어때? 지키고 싶지 않은가? 놓치고 싶진 않은가?”

나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입을 뗐다.

“지금 제 기분을 한 마디로 말씀드린다면요. 긴장됩니다.”

그러자 기자들이 웃었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애플 수도 긴장하는구나, 하는 표정이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그래도 행복하시지요?”

나는 흐릿하게 웃었다.

“행복합니다. 하지만 제가 행복한 이유는 첫 전시회와 제가 이룬 성공 때문에 행복한 건 아닙니다.”

* * *

김주혜 역시 포토존에 와 있었다.

애플 수 전담 기자라는 말까지 돌았던 그녀이니, 그의 전시회 취재에 빠질 리가 없긴 하다.

‘애플 수’.

그녀를 그림과 미술이라는 분야에 빠지게 만들었던 화가.

그녀가 미친 듯이 사랑했던 예술가라고도 할 수 있었다.

주혜는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고수를 바라보았다.

그를 처음 만났을 즈음의 일을 상기했다.

그가 아직 애플 수라는 걸 알지 못했던 시기였다.

고수는 그녀가 만났던 남자 중에 꽤 매력적인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다가 그는 이런 말을 했었다.

“조금 무례한 말 해도 될까요? 만일 내가 사고 치자고 하면 어떡하겠어요?”

재벌가의 딸이었던 그녀는 누군가와의 정략결혼을 피하려고, 확 사고를 칠까 생각했었다고 그에게 말한 바 있었다.

만일 그와 그런 관계가 되었다면, 그래서 좀 더 깊어진 관계가 되었다면...

지금쯤 그녀는 애플 수의 아내가 될 수 있었을까.

훨씬 가까우며 특별한 관계가 될 수 있었을까.

만일 그랬다면 그녀의 집안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지 모르겠다.

애플 수의 작품은 그녀의 집안에서도 관심을 기울였었으니.

어떤 기자의 질문에 고수가 답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행복합니다. 하지만 제가 행복한 이유는 첫 전시회와 제가 이룬 성공 때문에 행복한 건 아닙니다.”

주혜는 고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제 곁에 가족이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있다는 것과 평화로운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음에 행복을 느낍니다. 또한, 제가 사는 세상을 평범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모든 분이 지금의 평화로움과 평범한 일상을 계속 변함없이 누릴 수만 있다면, 그게 제 행복이 될 거라고 여겨집니다. 그 행복은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 능력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답변이다.

고수라는 인물에게 더 짙은 호감이 느껴지고 마는 주혜인 것이다.

그녀는 이곳에 오기 전에, 전시 작품을 너튜브 영상으로 봤었다.

애플 수는 이번 전시회에 새로운 방식의 작품을 선보였다.

빛과 불, 물을 이용한 그림 표현.

거기다 타블렛으로 완성한 그림을 배경으로 더하였다.

이제껏 그러했듯, 그의 작품은 변함없이 판타지하고 경이로웠다.

어떤 작품은 유리 위에 투명한 물방울이 스스로 굴러가며 어떤 형태를 이루기도 했고.

또 어떤 작품은 무지개색의 물방울들이 춤을 추듯 움직여서, 변화하는 그림 형태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한 영상이 그림과 결합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확실히 대규모로 치러지는 애플 수 전시회는 볼거리가 많았다.

주혜는 목소리를 높여 고수에게 질문했다.

“애플 수 화가님! 너튜브로 소개했던 작품 중에 영상을 활용한 작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중에 빛, 불, 물을 이용하여 그림을 표현하기도 하셨는데요. 환상적이어서 마치 마법 같았습니다. 그 모든 작품은 어떻게 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러자 고수는 주혜에게 시선을 주며 짧은 웃음을 보였다.

“죄송합니다만. 그 작품들의 제작 방법은 비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사용했던 불과 물, 빛은 전부 실제 불과 물, 빛을 이용한 것이라는 점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고수는 그렇게만 답하며 포토존을 떠나갔다.

그의 뒤를 이어 올차드 팬클럽 회장인 강민철과 애플 수 재단의 이사장이 되었던 김수연도 섰었다.

그 외 초청된 유명 인사도 있었으나, 주혜는 흥미를 잃었다.

그녀의 관심은 애플 수에게만 집중되었던 탓이다.

이번에 그녀는 애플 수의 타블렛 그림 4 작품 정도를 살 계획이다.

지하벙커가 있는 건물 그림.

맑은 물이 솟는 옹달샘 그림.

전투 차량 그림.

그리고 청와대에도 걸린바 있던 백호 그림이다.

* * *

시간이란 건 참 기묘했다.

시간과 시간이 이어지는 시간선이라는 것도 그러했다.

그 시간선이란 것은 수호가 과거에 간섭하면서부터 실시간으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아니, 변화가 인 시작점은 수호가 아니라 내가 처음 만들어냈었다고 해야겠다.

2026년도에 내가 과거에 간섭하기 위한 방도를 마련했었던 거니까.

사용했던 핸드폰에 시간 능력을 심어둔 일이 발단이 되지 않았던가.

그 덕분에 2050년이 되어, 수호가 과거에 간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었다.

그렇게 시간의 물줄기를 틀어지게 만든 이후.

미래의 세상은 점차 변화가 일었다.

과거의 선택을 바꾸거나 미래의 정보와 혜택을 앞당겨 사용하여 미래를 바꾸어나갔다.

이미 예정되었던 불행을 잠식해나갔다.

하지만 현재의 선택으로 미래를 바꾼다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 원흉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일이었다.

원흉이 나를 대적하기 위해 이전과 다른 방법을 선택하면, 그에 따른 결과가 미래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거다.

시간은 나의 편이라는 말을 수호가 하곤 했었지만.

그 시간이란 것은, 원흉에게도 공평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원흉이 멸망의 별이 아니라 다섯 원흉으로 존재하기로 결정하고 행했을 때.

그에 따른 변화가 2052년에 나타났다.

2052년에 존재하던 멸망의 별이 다 사라졌던 것.

그러면서도 수백 개의 멸망의 별 때문에 생겨났던 모든 파괴와 아포칼립스 상황은 여전했다.

납득이 안가는 상황이다만, 2052년은 아직 시간선의 변화가 진행 중인 탓이었다.

다섯 재앙은 2023년에도 아직 나타나기 전.

그러니 그 일은 아직 2052년에 적용되기 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미래의 수호는 다섯 재앙이 정확히 언제 나타나는지.

어느 지점에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는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 탓에 나는 나노카의 예지 능력을 의지해야만 했었다.

시간이 흘러 10월의 어느 날, 늦은 시각.

아직까지 이곳 세상은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나는 미래의 수호와 톡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 고수 : 요즘 그곳은 어때?

- 2050 : 나쁘지 않습니다. 적어도 한반도의 상황은 제가 이전 시간선에서 꿈꾸던 일상이었으니까요.

- 2050 : 하지만 이곳에서 제가 보는 모든 곳은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언제든 이곳 시간선에 변화가 올 것 같습니다.

- 고수 : 그렇구나. 요즘 별들의 능력을 올리는 중이야. 다행인 건, 그들의 능력 스탯과 코인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거야.

- 고수 : 거기다 그들은 자력으로 성장해가면서 그만큼 능력이 강해지고 있어.

- 고수 : 한별과 운별은 6월 즈음, 우주로 보냈어. 그들에겐 더 큰 성장이 필요했고 원흉의 재앙도 추적해야만 했거든.

나는 수호에게 톡을 보내면서 한별의 능력 스탯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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