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137화 (137/153)

창조의 별 3

나는 서재에서 우주 드론을 영상으로 지켜보다가 AI 수에게 말했다.

“수, 드론을 잠시 회수해야겠어.”

그러자 화면에서 AI 수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는 내 명령에 의문을 표하지 않고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우주 드론이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고 나는 서재의 창문을 열어주었다.

불필요하게 공간 이동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위잉-

우주 드론이 다시 돌아와 책상에 안착했다.

“생각해보니까 한 가지를 바꾸어야 할 것 같아.”

<무엇을 말입니까?>

“공간 이동 능력을 회수하고 대신 매개 능력을 드론에 걸어두어야겠어.”

<별을 파괴하는 게 목적이 아니군요.>

“잠시 고민하긴 했는데 별을 파괴하는 것보다 적을 우군으로 가져오는 게 더 이득일 것 같아서.”

<그런데 이번엔 인간형 별이 아니라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한 번 시도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또 생각해보니까. 우주 드론 그림을 몇 장 더 그려서 저장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 멸망의 별이 우주 드론을 조종하려고 들면 대책 없어질 것 같거든.”

<그렇겠군요. 고수님이 능력을 심어둔 드론을 보호할 다른 드론을 마련해두는 건 좋은 생각인 듯합니다.>

AI 수가 맞장구쳤다.

나는 우주 드론 그림을 추가로 빠르게 그린 후에, 드론에 저장을 해두고.

또 능력이 걸린 드론에 공간 이동 능력을 회수하고 매개 능력을 심었다.

AI 수에게 조종을 맡기자, 우주 드론은 아까처럼 저택을 빠져나가서 허공으로 빠르게 비행했다.

드론이 보내오는 영상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우주 드론은 빠르게 대기권 높이 올라가더니 잠시 주춤했다.

<고수님, 이제 우주 비행을 위해 도착지를 설정하려 합니다. 창조의 별이 알려주었던 위치로 좌표를 설정합니다.>

<현재 가장 가까운 멸망의 별의 위치는 다행하게도 지구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멸망의 별은 달 근처에 존재합니다.>

<달 주변에는 숨겨진 멸망의 별 2개다 더 존재한다고 하니, 가능하다면 그 별들도 촬영할 수 있도록 접근하겠습니다.>

나는 수에게 답했다.

“그래.”

<우주 드론은 레이저빔으로 단숨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저는 우주 드론에 설치된 AI 기능을 통해 드론을 우주 공간에서도 조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수님이 심어두신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할 예정입니다.>

<우주 드론에서 이곳으로 별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보낼 것입니다. 고수님은 영상 앞에 줄곧 계셔서 그림 작업 준비를 하십시오.>

“그래, 알았다.”

<별이 저에게 능력을 사용하는 틈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 알아.”

3D 디스플레이 화면에 숫자 ‘5’가 나타났다.

그 숫자는 ‘1’까지 카운트 다운 되더니 ‘0’에서 드론이 변화를 보였다.

우주 모드로 변환하여 레이저 빔이 작동한 것이다.

영상을 보면, 드론이 지구 대기권에서 우주를 향해 미친 듯한 속도로 나아가는 게 보였다.

신기한 장면이다.

이내, 우주 드론은 어느 지점에서 멈추었다.

<도착했습니다.>

영상에 저 멀리 자그맣게 보이는 별 하나가 보였다.

회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암석처럼 보이는 별이다.

<멸망의 별이 드론을 조종하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을 대비하여, 똑같은 모양의 우주 드론을 실물 전환하겠습니다.>

우주 드론의 앞에 3D 디스플레이가 나타나더니 그림 파일이 열렸다.

금세, 우주 드론이 5대가 추가로 홀연히 생겨났다.

그림이 실물 전환된 것이다.

드론이 즉각 별의 모습을 촬영하여 사진을 전송하자마자, 나는 시간 능력을 발동했다.

멸망의 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을 터였다.

이곳 세계는 또다시 시간이 멈추었다.

영상 안의 움직임도 멈춘 것을 보니, 내 능력이 우주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는 빠르게 그림 2장을 완성했다.

이전이었다면 적어도 4장을 그렸어야 했겠지만.

지금은 능력 스탯이 제법 오른 상태라서 2장이면 충분했다.

나는 시간 능력을 풀면서 AI 수에게 말했다.

“수, 그림 두 장 다 실물 전환하고 마지막에 매개 능력을 사용해.”

* * *

맑은 별빛이 총총하게 박힌 밤하늘.

창조의 별은 그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저택의 정원 안으로 들어섰다.

저택은 고요했다.

깊은 밤이라서 다들 잠든 듯했다.

하지만 그의 귓가에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 다가온다!

- 인간형 별이야!

- 우리와 본질은 비슷한데 그러면서도 많이 달라.

- 왜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거지?

정원에 심긴 사과나무들이 떠드는 소리가 그의 귀에 고스란히 들려왔다.

별은 말없이 사과나무 앞으로 다가오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무심해 보이는 초록 눈동자로 나무를 응시했다.

- 뭘 봐.

- 뭐? 왜?

그러자 별은 훗 하고 미미한 웃음을 보였다.

- 어? 웃어?

그는 잠시 보였던 웃음기를 지우며 입을 열었다.

“너희가 무엇 때문에 나를 경계하는지 알아. 처음 내가 여기 왔었을 때는, 너희에게 무섭게 보였겠지.”

- 알긴 아는군.

- 그래도 개과천선한 것 같아 봐준다.

“너희들, 성격이 조금씩 다르네?”

- 고수의 성품을 영향받는다고 해도 우리 고유의 성격이 있을 수밖에 없어.

- 너도 그럴걸?

“그런가?”

- 그래.

- 너는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지금은 무척 호감으로 바뀌었어.

“그럴 거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내게 친화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다가 저택 건물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방금 시간의 흐름에 미미한 틈이 있었던 게 느껴졌다.

그는 고수가 시간 능력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저택 주변에 가득한 식물들을 돌아보았다.

나무와 꽃, 이름 모를 풀, 그런 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그에게서 부드러운 바람이 일었다.

바람은 사방으로 퍼져나가 올차드 저택 인근을 휘감아 지나갔다.

바람은 점차 영역을 확대하여 멀리 나아갔다.

이곳의 대지와 그 위에서 자라나는 모든 것을 손으로 어루만지듯.

바람은 곳곳에 불었다.

이전에 그가 멸망의 별이었을 때는 회색 폭풍으로 대지와 생명체를 집어 삼켰었다면...

지금은 그가 일으키는 바람은 한없이 온화하기만 하다.

그의 귓가에 무수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직 그만이 들을 수 있는 말들이었다.

대지가 말하고 식물이 말하며, 작은 동물들이 미약함으로 소리 내는 것이 그에게 들려왔다.

그가 멸망의 별이었을 때는 물건이나 생명체를 조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뭔가를 조종한다는 건, 이제 그의 본성에 맞질 않는다.

이제는 강제로 조종하는 것보다 상대가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따르고 협조하고 친밀함을 보이는 것을, 그의 본성이 더 기뻐하는 것이다.

별은 혼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 여기, 이전보다 더 좋은 곳이 될 것 같아.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져.

- 모든 동식물이 너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도 느껴져.

- 넌 대단한 능력을 지녔구나.

- 심지어 땅도 정화되고 있어.

별은 다시 저택으로 시선을 주었다.

고수는 성공했을까?

다른 별도 나처럼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돌아오게 되겠지.

이젠 내가 나설 차례.

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공간 이동을 한 것이다.

그는 하늘에서 한순간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0.1초도 걸리지 않아서 누군가의 시선에 포착되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오늘 잠깐 한반도의 상공을 벗어날 생각이다.

평소 그의 활동반경은 한반도였으나, 그의 능력과 에너지가 충분했을 때는 잠시 영역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해가면서 고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는 감지할 수 있겠지? 내가 시간 능력을 사용했을 때 말이야.”

“네,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한 번 멈추었다가 다시 흐르게 되면, 너는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을 찾아가. 최대한 빨리.”

“네.”

“거기에 창조의 별이 있을 거야. 이전의 네가 그러했던 것처럼 죽음 직전에 이르렀을 테지. 그 별을 네가 구해주었으면 해. 이제는 네가 목숨처럼 지키고 싶을 모든 생명체를 위해. 그 별들이 필요해.”

“그 별을 구하려면 인간형으로 진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지상으로 데려올 수 있습니다. 만일 데려오지 못한다면 그 별은 수백 개의 이르는 다른 멸망의 별들에 의해 파괴될 것입니다.”

“그 별을 진화시키는 게 가능해?”

“제 힘과 에너지를 그에게 나누면 별을 성장하고 진화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별들을 전부 인간형으로 데려올 수 있기 전까지 그곳에 머물며 지켜.”

어떻게 보면 고수의 명령은 조금 매정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자칫하면 그가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이기에.

하지만 고수의 말대로 해야만 한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그래야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거니까.

그는 수십 차례 공간 이동 능력을 사용해가며, 별이 있는 곳까지 빛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그러다 마침내 거의 깨어진 별 하나를 발견했다.

그때 레이저 빔으로 작동하는 우주 드론 한 대가 그에게 접근했다.

빛의 속도로 날아와 그의 몸에 충돌한 것이다.

강철보다 강한 그의 몸이었기에 큰 부상은 없었으나, 드론은 일그러졌다.

드론에는 회색 오라가 나타나 있다.

벌써 다른 멸망의 별이 다가와서 조종받는 우주 드론이 생겨난 모양이다.

그는 드론을 손으로 콱 움켰다.

콰득!

멸망의 별에게 조종받던 드론이 파괴되었다.

* * *

잿빛을 머금은 붉은 별은 그 외양이 흉측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실물 전환 능력에 의해 거의 깨어진 모습이 되었고.

우주 드론이 ‘매개 능력’을 발현한 직후에는 별의 외양은 변모했다.

그냥 갈색빛 암석 모양처럼 변한 것이다.

매개 능력은, 인간형 별보다 쉽게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근처에 있을 멸망의 별들.

달 근처에는 방금 창조의 별로 바뀐 별 외에 멸망의 별이 두 개 더 존재한다.

그것들이 재빠르게 눈치채고 다가와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두 개의 멸망의 별.

그것들은 인간형 별이 아니었다.

별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자아를 가지고 움직이는 모습이 기묘했다.

멸망의 별은 먼저 우주 드론을 조종했으나, 내가 능력을 심어둔 드론은 아직 멀쩡했다.

그 사이, 우주 드론은 두 개의 멸망의 별을 촬영했고 전송했다.

나는 다시 시간 능력을 발현했다.

시간의 물줄기는 내 의지를 따라 멈추었다.

세계의 모든 움직임이 일시에 멈추자, 재빨리 그림을 그려냈다.

별마다 그림 두 장을 완성했고, 시간 능력을 풀었다.

내가 완성한 그림을 우주 드론으로 전송하자 AI 수는 우주 드론을 조작하여 그림을 실물 전환했다.

그러자 접근했던 두 개의 멸망의 별들은 소멸 직전까지 이르도록 파괴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그러한 멸망의 별들에게 매개 능력이 발현되었다.

내게서 에너지가 숱하게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슬슬 지쳐간다.

시간 능력을 연이어 사용하고 매개 능력과 실물 전환 능력을 사용한 탓이다.

이제 창조의 별은 총 넷이 된 셈.

인간형 별과 그렇지 않은 별, 셋.

인간형 별은 자신의 에너지를 깨어졌던 별에게 나누어주었는지.

별의 훼손된 부분이 복구되기 시작했다.

별은 우주 드론을 향해 뭔가 말하였으나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AI 수가 그의 입 모양을 분석하여 내게 말을 전해줄 뿐이었다.

<하루가 지나면 다른 곳에 머물던 멸망의 별들이 접근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별들을 진화시켜 지상으로 데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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