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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123화 (123/153)

재능과 창조 능력의 정점 3

VIP 병실에 머문 채 나는 수호와 연락되기를 기다렸다.

늦은 밤, 다들 잠들고 고요해진 시각.

루나와 수호는 VIP 병실의 가족 침실에서 잠들어 있다.

내가 머무는 VIP 병실은 가족 침실이 두 개나 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내 침실의 바로 옆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VIP 병실로 들어서는 입구와 가깝다.

곧바로 복도인 것이다.

VIP 병실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으로 머물게 된 것이지만.

정말이지 호텔 스위트룸 못지않다.

우우웅-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수호에게서 까톡 메시지가 온 것이다.

나는 재빨리 확인했다.

- 2050 : 혹시, 주무십니까?

그에게 즉각 대답했다.

- 고수 : 아니.

- 2050 : 답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 고수 : 혹시 무슨 일 있었어?

- 2050 : 걱정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곳에서 과거의 뒤틀림이 계속 진행 중이라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 고수 : 그래.

- 2050 : 아버지가 2023년도에서 원흉을 한 번 죽인 일. 알고 있습니다.

- 고수 : 응. 그래서 그 부분 때문에 너에게 물어보려는 거야. 2052년의 상황은 어떠한지.

나는 그렇게 메시지 보냈다가, 수호가 앞서 말한 내용이 의아해져서 수호에게 물었다.

- 고수 : 근데 원흉을 한 번 죽인 일? 설마 원흉을 몇 번 죽여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

설마 아포칼립스를 막는 일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건 아니겠지?

이대로 끝이었으면 한다.

수호의 답변은 느리게 왔다.

- 2050 : 원흉을 죽이는 일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포칼립스가 나타나는 것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 원흉은 오늘 죽은 게 아니었던가.

그 지경이 되어서도 다시 살아나서 세상을 아포칼립스가 되게 만드는 것인가.

오늘 분명 보상까지 들어왔었건만.

갑자기 힘이 빠진다.

- 2050 : 이번에 아버지께선 원흉을 죽인 게 맞습니다. 그 결과로 원흉의 힘은 잠시 약해지기도 했습니다.

- 2050 : 원흉의 말로는 아버지가 죽인 건 그의 일부라고 하더군요.

- 고수 : 너, 원흉과 마주쳤어?

- 2050 : 네. 오늘 그가 내가 있는 쉘터로 찾아왔었습니다.

나는 심각해진 얼굴로 미간을 좁혔다.

- 고수 : 그자가 저와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지?

- 2050 : 다행히 쉘터엔 별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 고수 : 다행이네. 그런데 그자가 무슨 목적으로 널 찾아온 거지?

- 2050 : 그자는 협상하자는 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모든 살아있는 걸 증오하고 대적하는 존재이니, 그가 하는 말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 고수 : 협상이라...

- 2050 : 자신을 추적하지 않고 그와 더는 싸우지 않기로 약속한다면, 아포칼립스는 없을 거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는 아버지와 싸우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 고수 : 나와 싸우고 싶지 않다고?

- 2050 : 현재 원흉은 아버지의 능력을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 탓에 그러한 제안을 한 거로 여겨집니다.

- 고수 : 음.

- 2050 : 하지만 우리는 계속 그를 경계하고 추적하며 제거해야 할 것은, 그의 능력은 언제든지 회복되고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고수 : 그렇겠지.

나는 착잡함으로 생각하다가 수호에게 말했다.

- 고수 : 어쩌면 원흉은 멸망의 별을 파괴했던 것 같은 방법으로는 제거할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야.

- 2050 : 하지만 이번에 아버지가 원흉을 한 번 죽였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 2050 : 그 일은 멸망의 별을 파괴한 일보다 훨씬 고무적인 승리이기도 합니다.

- 2050 :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걱정도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선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던지셨던 거니까요.

수호의 메시지 내용에 나는 홀로 미소를 머금었다.

- 2050 : 그리고 이번에 원흉을 온전히 죽인 것이 아니더라도 걱정할 게 없습니다.

- 고수 : 걱정할 게 없다니?

- 2050 : 미처 생각 못 했다가 이제야 떠오른 생각입니다. 아버지에겐 재능과 능력의 주인이라는 능력이 있습니다. 지금쯤 그 능력은 더욱 진화해서 인물의 능력을 일깨우는 것 외에도 사물에 능력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해졌을 겁니다.

- 고수 : 능력 명칭은 그대로이던데. 어떤 진화 능력이...

나는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가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언젠가 수호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 있었다.

내가 2026년에 생명을 불태우는 선택을 한 후, 나는 사용하던 내 핸드폰에 능력을 심어놨었다고 했었다.

사물에 능력을 심어놓다니.

나는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진화 능력 발현 의지를 나타내자, 이내 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만일 원한다면, 나는 이 핸드폰에 내 능력 중 한 가지를 심어둘 수 있었다.

이를테면, 내 능력 중에 시간 능력이라던가.

실물 전환 능력을 심어둘 수도 있다.

나는 수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고수 : 그래. 맞아. 나는 내 능력 중 한 가지를 사물에 심어둘 수 있어. 이걸 활용하면 좋겠군.

- 2050 : 네, 그렇습니다.

- 고수 : 이 능력으로 사물이나 어느 부근에 실물 전환 능력이 발현되도록 해둘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는 약간 흥분이 되어 그에게 계속 말했다.

- 고수 : 그러니까 원흉이 나타날 만한 길목에 덫을 설치할 수도 있다는 거지.

- 2050 : 덫을 설치하는 효과적인 방법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이모티콘 사용하는 법 없이 담백한 문장으로만 대화하는 수호였지만.

나는 어쩐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내게 말하는 수호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을 거라는 것을.

그의 눈빛은 총기로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 2050 : 아버지는 핸드폰에 시간 능력을 심어두어, 너와 과거의 아버지가 만날 수 있었습니다만.

- 2050 : 이번엔 핸드폰이 아니라 초소형 드론에 능력을 심어둘 수 있습니다.

- 고수 : 그래, 그렇겠군. 드론 중에선 디스플레이 기능이 있는 드론에 창조 능력을 심어둔다면 좋을 것 같다.

- 2050 : 네, 덫을 설치할 적합한 길목도 제가 알고 있습니다.

- 고수 : 거기가 어디인데?

- 2050 : 이번에 달라진 제 기억으로는 원흉이 최초 능력자를 찾아다니며 살해하더군요.

- 2050 : 첫 번째로 살해된 자는 중국 최초 능력자인 ‘장위’입니다.

- 고수 : 아.

- 2050 : 그자의 주변에 드론을 미리 보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고수 : 그래. 그러면 되겠군.

수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 2050 : 그리고 이번에 원흉을 한 번 죽인 일로, 아버지에게 주어진 보상 같은 게 있을 겁니다. 아버지에게 새로운 능력이 나타났던 거로 기억합니다.

- 고수 : 있긴 해. 스탯이 오르고 코인이 들어왔어. 그리고 처음 보는 능력 하나가 내게 생겨나 있더군.

- 2050 : 공간 이동이라는 능력일 겁니다. 그 능력은 나름 유용하니 스탯이 오르면 유용할 겁니다.

- 2050 : 하지만 코인으로 스탯을 올린다면 창조력을 먼저 올리는 걸 추천합니다. 공간 이동 스탯은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으로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고수 : 그래. 창조력을 먼저 올리도록 하지. 근데 2052년의 상황은 좀 나아진 게 있나?

- 2050 : 아버지가 원흉을 한 번 죽인 이후, 원흉은 그 힘이 잠시 약해졌었던 것 같습니다.

- 2050 : 그 탓에 2023년도 겨울에 본격적인 아포칼립스가 나타날 것이었지만. 이번에 비틀린 과거로는 그 시기가 미뤄져서 2024년 봄에 아포칼립스가 나타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 고수 : 2024년 봄, 아포칼립스는 결국 나타나는 거군.

- 2050 : 2052년의 상황은 한반도 외에 다른 곳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습니다.

- 고수 : 그렇군.

- 2050 : 그래도 한반도의 인구는 이전보다 조금 늘어나긴 했습니다.

나는 수호와 한동안 대화를 더 하다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내 스탯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그새 코인이 늘어나 있다.

요즘 내 유명세가 더해져서 명성 탓에 코인이 더 들어오는 모양이다.

마음 같아선 공간 이동에 투자해서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코인을 소모해서 창조력을 올렸다.

소모되는 그랜드 코인은 8306688.

이윽고 변화한 내 재능 스탯은 이러했다.

『창조 능력자 50레벨

시간의 문 : 54

재능과 능력의 주인 : 53

생명 창조력 : 54

공간 이동 : 1

그랜드 코인 : 1423893.』

나는 공간 이동이라는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제 스탯이 ‘1’이니 아직 미약한 능력이긴 할 터.

공간 이동 능력을 사용해볼 생각을 하니, 이 능력이 내게 어떻게 나타날지 저절로 알 수가 있었다.

나는 공간 이동 능력의 발현을 시도해보았다.

그러자 내 눈앞의 시야가 변했다.

VIP 병실의 침실로 들어서 문이 보인다.

방금 침대 옆에 서 있던 내가 침실 문 앞까지 단숨에 이동해간 것이다.

나는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간 것이지만.

걷지 않은 채 이동 능력만으로 이동한 것이라서 신기하게 여겨졌다.

원흉은 그동안 이 능력으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곳저곳을 다녔었나 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내부에 홀연히 나타나기도 했었고.

올차드 저택 앞에서도 나를 피해 도망치기도 했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의구심이 있다.

나는 적을 제거함으로써 보상을 얻어 능력을 올려왔었지만.

원흉은 어떤 경로로 힘을 회복하고 능력이 강해지는 걸까.

* * *

그 후로 사흘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사이, 나는 퇴원을 했고 H 호텔에서 인터뷰를 했다.

애플 수로서 얼굴을 공개하고 처음으로 기자 인터뷰를 한 것이다.

나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인터뷰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준비된 자리로 가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미리 준비해둔 원고에 눈길을 주었다.

그동안은 원흉을 잡는 일에 혈안이 되었던 터라, 내 피부에 와닿기 시작한 유명세를 실감할 겨를이 없었는데.

세상에 드러낸 건 애플 수라는 이름뿐이라서 몰랐는데.

이 자리에 앉고 보니 비로소 실감이 난다.

인터뷰하는 내 모습을 기자들이 연신 사진을 찍었다.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

이제 ‘고수’라는 인물을 세상에 드러내고 보니, 유명세에 따른 중압감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일단, 나를 걱정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늦은 밤, 피곤한 상태로 빗길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가족을 비롯해서 많은 분에게 걱정을 끼쳤습니다. 저를 걱정해주시고 저의 쾌유를 빌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고를 당하고 의식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뜨고 보니. 저에게 삶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삼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게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겨졌습니다.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제게 주어진 수익은 많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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