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109화 (109/153)

최초 능력자들

수호는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각자 기억하는 바가 다를 겁니다. 여기 계신 이주영 박사님은 유럽에 오래 계셨다가 한국으로 오셨었고. 박한호 씨는 중국에서 작년에 오셨습니다. 유럽과 중국, 대한민국은 현재 빠르게 과거와 현재가 변하고 있는 시점이니. 여러분의 세세한 기억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겠군요.”

“처음엔 아무래도 혼란스럽겠지만, 곧 기억을 구분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과거가 달라져서 현재 어떤 변화가 왔는지. 그 달라진 부분을 저에게 일러주시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박한호는 수호가 중국에 있는 쉘터와 동맹을 맺을 무렵에, 수호의 쉘터로 건너왔었다.

그는 수호에게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시간 흐름이 어떻게 어그러졌는지.”

박한호는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어?”하면서 말을 멈추었다.

그는 커다래진 눈으로 수호를 바라보았다.

츠츠-

그의 몸이 돌연 흐릿해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고 지휘관님.”

박한호가 두려움이 깃든 얼굴로 부르자 수호는 재빨리 말했다.

“박한호 씨,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시간이 안 좋은 방향으로 치닫게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중국에 어떤 변화가 나타난 건지 말씀해주십시오.”

박한호는 수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직장 문제로 2021년부터 중국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2023년이 시작되고 이른 2월부터 스모그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습니다. 원래 미세먼지가 심한 곳이어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어요.”

박한호는 그렇게 말하다가 뭔가 알게 된 것이 있는지.

그의 눈빛에 감정의 폭풍이 이는 것처럼 물기가 돌았다.

“아, 이제 알겠습니다. 저는 원래 한반도에 남아 있던 가족을 모두 잃은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하지만 한반도의 과거가 달라져서, 저는 작년에 아내와 다시 만나게 된 것으로 상황이 바뀌게 되었던 겁니다. 죽었을 운명이었던 아내가 살게 된 거죠. 이 모든 건, 고 지휘관님 덕분이었던 거예요. 감사합니다.”

박한호는 그런 말을 하면서 수호에게 중국에 나타난 변화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 * *

애초 계획보다 일찍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가듯 곧바로 전세기를 이륙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우리는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오슬로로 다가오는 두 번째 붉은 유성을 파괴하는 일에 성공했다.

덕분에 내 스탯은 다시 올랐다.

『창조 능력자 49레벨

시간의 문 : 42

재능과 능력의 주인 : 42

생명 창조력 : 42

그랜드 코인 : 20060.』

나는 늦은 밤 호텔 침실에서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여러 상황에 대비할 만한 그림을 그려두는 것이다.

까톡!

그때 수호에게서 까톡 메시지가 왔다.

나는 핸드폰으로 당장 그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 2050 : 지금 대화 가능하십니까?

- 고수 : 응. 가능해.

- 2050 : 지금 계신 곳은 어디입니까?

- 고수 :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호텔이야. 너는 지금 그곳 상황 괜찮나?

- 2050 : 저는 괜찮습니다만. 2052년도는 중국과 한반도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 고수 : 어떻게?

- 2050 : 한반도의 아포칼립스가 조금 더 앞당겨졌습니다. 2023년 12월이었는데. 현재는 가을로 앞당겨졌군요.

- 고수 : 혹시 한반도의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건가?

- 2050 : 다행히 아직 한반도는 심각한 변화는 없습니다. 인구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평화가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 고수 :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저택에 있던 이들도 다 괜찮은 거지?

미래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희망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과 두려움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왜냐면, 가족의 안위를 지켜내고 한반도에 평화가 임했다고 해도.

그 평화와 안전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지켜낸 삶이었다고 해도, 그것은 언제든 잃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불안했고 두렵기도 했다.

현재의 삶도 지켜내야 했고, 미래의 가족도 걱정이 되어서.

스트레스가 제법 생기는 것 같다.

- 2050 : 현재 다 무사합니다. 어머니도, 한나 이모와 이모부인 유 박사님까지.

나는 빙그레 웃었다.

이제는 이모, 이모부라 호칭하는구나.

- 고수 : 다행이네.

- 2050 : 하지만 한반도와 중국은 아직 빠르게 변화가 이는 중입니다. 한반도는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 고수 :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 2050 : 한반도 통일 시에 거주하는 이들과 그 주변 위성 마을 주민에게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경우가 있습니다.

- 2050 : 이들 중 일부는 조금 전까지 함께 있다가 갑자기 사라졌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는 이가 없게 됩니다. 그를 알던 사람들은 누군가 갑자기 사라졌어도, 그를 오래전에 죽은 인물로 기억하게 되는 거죠.

- 고수 : 어쩐지 끔찍하군.

- 2050 : 자칫하면 한반도의 인구수가 꽤 줄어들 것 같습니다. 위성 도시처럼 있던 마을도 다시 사라질 수도 있고요.

- 2050 : 특히 중국은 전보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나는 심각해진 얼굴이 되어 수호에게 물었다.

- 고수 : 어떻게?

- 2050 : 현재 확인된 바로는, 이제까지 중국에 건재하던 무수한 쉘터가 이미 오래전에 무너진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 고수 : 그렇군.

- 2050 : 작년에 우리 쉘터와 동맹을 맺었던 중국 최대 쉘터였던 곳 역시. 반쯤 무너진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 고수 : 그럼 유럽은? 아포칼립스의 시작은 노르웨이였잖아? 그곳은 어떻게 되었어?

- 2050 : 이곳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아포칼립스의 시작은 노르웨이가 아닌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 고수 : 그러면 어디?

설마 대한민국은 아니겠지.

중국이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하니, 중국이겠군.

- 고수 : 중국?

- 2050 : 네. 2023년 전 세계 아포칼립스의 본격적인 시작은 중국입니다. 2023년 1월 말 즈음, 중국에 무수한 붉은 유성이 관측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 고수 : 음, 이 무렵이겠네.

- 2050 : 네.

- 고수 : 얼마나 많은 붉은 유성이 관측된 건데?

- 2050 : 정확한 숫자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200개는 훨씬 넘을 겁니다. 300개가 넘을 수도 있고요.

나는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

- 고수 : 붉은 유성의 숫자가 그렇게나 많다고? 아무리 땅덩어리가 넓다고 해도.

- 2050 : 유럽과 그 외의 지역에 머물렀을 일부 붉은 유성이 중국으로 몰린 것 같습니다.

- 고수 : 그렇군.

- 2050 : 중국에 나타난 붉은 유성은 다른 지역보다 유독 빠르게 커졌다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래. 중국이란 말이지.

아포칼립스 원흉은 나를 만난 직후, 거점을 노르웨이에서 중국으로 바꾼 거군.

중국이 갑작스레 위험 지역이 되고 나니, 가까이에 있던 한반도가 아무래도 피해가 컸을 거다.

아무튼, 한반도의 상황이 안 좋은 쪽으로 계속 미래가 변하고 있다고 하니.

큰일이다.

- 고수 : 그럼 나는 이대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야 할 게 아니네.

- 고수 : 실은 이번에 노르웨이로 오면서 아포칼립스 원흉과 맞닥뜨렸었거든.

- 2050 : 원흉이요? 괜찮으십니까?

- 고수 : 당연히 괜찮지. 그놈은 생각보다 평범한 인간처럼 생겼어. 회색 머리에 회색 눈동자를 지닌 남자였지.

- 2050 : 네.

- 고수 : 그는 내게 상처를 입고 도망쳤는데, 아마도 그 일로 거점을 중국으로 바꾼 것 같아.

- 2050 : 그럼 오슬로에서 곧바로 중국으로 향하실 생각이십니까?

- 고수 : 지금 전세기를 빌린 상태거든. 원래는 대한민국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왕복으로 계약을 해둔 거라서. 중국으로 곧바로 갈 수 있을지 알아봐야겠어.

- 2050 : 뭔가 결정되면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 고수 : 그럴게.

- 2050 : 그리고 또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 고수 : 뭔데?

- 2050 : 제가 겪은 시간에서는 아포칼립스가 나타난 후, 나라마다 특이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각성하게 되었었습니다.

언젠가 수호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포칼립스가 되고, 나라마다 한 사람씩 최초 능력자가 나타났었다고.

그리고 코인이라는 것도 그때 나타난 거라고.

그때 나는 최초 각성자에 해당한다고 들었었다.

- 고수 : 그랬다고 들은 게 기억나.

- 2050 : 대한민국에선 아버지가 유일한 능력자였고, 그 외 나라마다 최초 능력자가 있습니다.

- 2050 : 현재 저에게 그들 명단이 있으니 보내드리겠습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오슬로에 계신 김에, 그곳에 있는 능력자도 만나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 고수 : 그들은 아직 능력이 나타나지 않았을 건데?

- 2050 : 보통은 아포칼립스가 나타난 후, 강한 충격을 받아서 사람과 세상을 지키려는 의지가 크게 일어날 경우, 능력이 개화된다고 들었습니다.

- 2050 : 그러한 그들이지만, 아버지의 능력이라면 그들의 능력을 더 일찍 개화할 수 있습니다.

- 고수 : 그래. 하지만 내가 타인의 능력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어서. 현재로선 중국에 있는 인물을 각성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 2050 : 네. 그 부분은 아버지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수호와 대화를 마무리한 후, 나는 내 스탯을 다시 확인해봤다.

그러자 그랜드 코인이 줄어든 게 보였다.

『창조 능력자 49레벨

시간의 문 : 42

재능과 능력의 주인 : 42

생명 창조력 : 42

그랜드 코인 : 72.』

쓴 표정이 절로 지어졌다.

코인이 줄어들기도 하는군.

미래가 비틀리는 바람에, 살게 되었을 사람에게 도로 악재가 닥쳐서 그런가.

그나마 다행인 건, 스탯은 변함없다.

까톡!

핸드폰을 다시 확인하니 수호가 능력자 명단과 그들의 프로필을 보내왔다.

명단을 확인해보니, 노르웨이에서는 마침 오슬로에 최초 능력자가 될 인물이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것 같은데.

확인 정도는 해두는 게 좋겠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을 나갔다.

하지만 그 전에, 곧바로 중국에 갈 수 있는지 강민철과 의논해봐야겠다.

* * *

그 밤에, 강민철은 급하게 항공사에 연락해서 항공로를 변경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다행인 건, 한국 시간은 이제 오후 5시도 되지 않았다는 거였다.

내가 애초에 블랙카드로 긁기로 했던 금액 1억 원.

그 금액의 5배를 주겠다고 하니, 강민철이 몇 번 통화한 끝에 바로 승인이 났다.

그래서 내일 오전, 중국의 베이징으로 우리가 탄 전세기는 항공로를 변경했다.

그 모든 일을 해결한 후, 나는 침실로 돌아와서 테라스로 나갔다.

어느덧 자정이 넘어서 별이 총총하게 뜬 밤하늘이 보인다.

나는 타블렛 펜을 작동하여 3D 디스플레이를 열었다.

AI 기능을 활성화한 다음, ‘수’에게 말을 걸었다.

“수. ‘엠마 요한슨’이라는 인물을 찾아야 해. 오슬로 대학교의 위치를 여기서 볼 수 있도록 대략 지정해줘.”

<네, 알겠습니다.>

AI ‘수’가 오슬로 대학교가 있는 방향을 보여주자, 나는 ‘재능과 능력의 주인’ 능력을 발현했다.

그래서 강민철의 능력인 ‘관측의 눈’을 가져와 사용했다.

강민철이 근처에 있는 동안은, 그의 능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이내, 내 시야는 일시적으로 먼 곳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관측의 눈’이 실행된 것이다.

이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니, 나름 사기적인 능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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