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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82화 (82/153)

올차드 팬 미팅 2

이날 저녁, 강민철과 만나기로 식당으로 가는 길에 유하준의 연구소에 잠시 들렀다.

그의 개인 연구실 안으로 들어서자, 유하준은 나를 반겼다.

“고수 씨, 어서 와요.”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

“아닙니다. 고수 씨 만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죠.”

나는 흐릿하게 웃었다.

“우리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겠죠?”

“네, 그렇긴 한데. 딱히 그 일이 아니더라도 고수 씨는 제게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일찍 일이 끝날 것 같은데. 함께 저녁 먹을까요?”

“아쉽지만 오늘은 저녁에 일이 있어서 금방 가봐야 합니다. 조만간 한나와 박사님을 집으로 저녁 초대할게요.”

“저녁 초대, 기대되네요.”

“오늘 여기 온 것은 박사님께 물을 것도 있고 부탁드릴 것도 있어서요.”

유하준은 작은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를 하나 꺼내주며 내게 물었다.

“어떤 부탁이요?”

“한반도에 멸망의 별이 2023년 11월에 출현한다고 했었죠? 그럼 붉은 유성은 언제쯤 관측될까요?”

내가 묻자 유하준은 컴퓨터로 연구 문서를 확인해보더니 답했다.

“한반도는 다른 나라에 비교하면 조금 늦은 시기에 멸망의 별이 출현합니다. 가장 빨리 나타났던 유럽은 2023년 9월에 나타났었고. 보통 붉은 유성이 나타나면 한 달 정도 후에 멸망의 별로 관측되었다고 하니까. 한반도의 경우는 2023년 10월이나 9월에 붉은 유성이 나타날 거로 여겨집니다.”

“붉은 유성은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 거죠?”

“멸망의 별들은 기이하게도 지구의 대기권 내에 머물고 있더군요. 지름은 100미터에서 200미터까지 이릅니다. 멸망의 별 씨앗이라 할 수 있는 붉은 유성은 그보다 한참 작고요. 50센티에서 2미터까지. 이것 역시 대기권에 나타나 머문 것으로 기록되어 있네요.”

“별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대기권에 머물 수가 있어요?”

“없죠. 보통 유성이 나타나면 다 타버립니다. 대부분 작은 것들이죠.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유성이 중간권에서 타버린다고 해요. 하지만 금속이나 그 외 강한 재질로 되어 있으면 그 잔재가 떨어지는데. 만일 운석의 크기가 크다면 지면에 엄청난 충격을 줘서 그것만으로도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그 붉은 유성은 어떻게 대기권에 머무는 걸까요?”

“불가사의하죠. 붉은 유성도 그렇고 멸망의 별도 그렇고. 일반적인 별이 아닌 셈입니다.”

유하준은 컴퓨터 디스플레이를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게 신기한 건, 붉은 유성이 중간권에 이르러 그곳에 자리를 잡듯 머물렀다고 적혀 있거든요. 지구의 대기권에서 자라듯이 별이 된 겁니다."

“음, 유 박사님. 중간 권의 붉은 유성을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초소형 드론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합니까? 초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기술은 2051년도에서 건네받을 수 있습니다.”

“카메라 기술을 받을 수 있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고수 씨가 사용하시는 초소형 드론을 개조해서 카메라만 바꾸면 될 듯합니다. 유리 금속으로 제작된 초소형 드론은 태양열 에너지를 지속해서 받는 동안은 며칠이고 비행이 가능합니다. 거기다 티타늄 합금 못지않게 강해서 성층권 너머까지 비행이 가능하죠.”

“좋군요.”

나는 들고 온 가방에서 초소형 드론 10대를 꺼냈다.

드론을 유하준에게 건네며 말했다.

“9월까지 드론 10대만 우선 개조 부탁드립니다. 이걸로 어떻게든 붉은 유성을 촬영해서 그걸 제거할 방도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아, 예.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보겠습니다.”

유하준과 그런 대화를 나누고 곧바로 연구소를 나왔다.

주차장에 주차된 아우디에 올라타 진구가 예약했다는 한정식집으로 운전했다.

잠시 후, 저녁 7시 10분 전.

나는 한정식집의 VIP룸에 들어섰다.

이곳은 말소리가 새어나가거나 바깥의 소음이 그다지 들리지 않다.

테이블은 의자 4개가 놓여 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다가, 핸드폰으로 2050에게 톡 메시지를 보냈다.

- 고수 : 2050. 강민철이 2051년도에도 계속 수호의 조력자이자 우군이 되는지 살펴봐야 해. 혹시 그에게 뭔가 변화가 있다면 즉시 알려줘.

- 2050 : 네, 알겠습니다. 강민철에게 어떤 변화가 있게 된다면 즉시 알려드리겠습니다.

- 고수 : 강민철을 가까이에서 체크할 수 있지?

- 2050 : 네. 그는 현재 비행선에 탑승해있기 때문에 근접 체크가 가능합니다.

- 고수 : 변화가 없더라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줘. 7시 30분 즈음에. 미래가 어떻게 비틀리는지 확인해야 해.

- 2050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 만남이 부디 미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약속 시간 5분 전.

룸의 문이 열리며 강민철 회장이 들어섰다.

40대 초반 나이의 남자.

키는 176센티 정도.

체격은 있는 편이라 중후한 매력이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민철은 나를 보더니 조금 커다래진 눈으로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강민철입니다. 애플 수 화가님 되십니까?”

나는 그의 손을 맞잡아 악수하며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언제 한번 마주쳤었는데 기억나십니까?”

“아, 그러고 보니 언제 뵌 듯해서 어디서 뵈었었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강민철은 나를 어디서 봤는지는 얼른 생각나지 않은 모양이다.

내 얼굴을 어디서 본 것 같긴 해도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나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기억 못 하실만합니다. 그냥 편의점에서 한 번 마주쳤을 뿐이니까요.”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강민철은 내 얼굴에 시선을 못 떼며 물었다.

“편의점이요?”

“그때 회장님이 저에게 올차드 회장 직함이 찍힌 명함을 주셨거든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지갑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강민철에게 보였다.

강민철은 기억을 더듬는 듯하더니 이내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아! 그때, 애플 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던... 거기가 한강 공원 근처 편의점이었던가요?”

“네, 맞습니다.”

“이야, 거기서 마주쳤을 줄은. 그때 봤던 사람이 애플 수 당사자일 줄은 몰랐군요.”

“하하.”

“근데 생각보다 젊은 분이군요. 나이가 아직 20대시죠?”

“네. 스물아홉입니다.”

“적어도 30대는 되지 않을까 했는데. 제가 본 화가님의 그림은 전부 엄청나서 20대의 젊은 분이 그렸다고는 생각하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직접 뵈니 더 놀랍습니다.”

“강 회장님도 젊은 나이에 기업 회장님이라고 하셔서 저도 놀랐습니다.”

“하하.”

이윽고 식사가 나오고,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시간을 힐끔 확인하니 7시 25분.

나는 그에게 입을 뗐다.

“오늘 이렇게 뵙자고 한 건, 강 회장님의 도움이 필요해서입니다.”

“도움이라면 어떤...?”

“강 회장님의 회사에서 개발하는 프로그램 중에 가상으로 천체 관측을 하는 것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강 회장님께 어떤 별을 관측해달라고 부탁드리려 합니다. 음, 부탁인 동시에 사업 제안이라고 해야겠군요.”

강민철은 진지해진 얼굴로 내게 물었다.

“사업 제안이요?”

“저는 강 회장님의 회사에, 정확히 말하자면 별을 관측하는 그 사업에 투자를 할 생각이거든요.”

“음, 어떤 별을 관측하길 원하시는지?”

“1년 후에 나타날 유성입니다.”

“1년 후에요?”

“네, 하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고. 유럽에선 한반도보다 일찍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1년 후에 나타날 유성이라니. 나타날 시기와 위치를 미리 알고 계신 겁니까?”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몇 군데만 대략 알 뿐입니다.”

2051년도에서 건네받은 멸망의 별 관측 기록이 있었지만.

그것은 한반도와 그 외 몇 군데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정확하진 않다.

나는 붉은 유성을 발견하기 위해 초소형 드론을 쓸 수도 있지만.

미리 발견하는 건 어려웠던 터라 여러 가지로, 강민철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강민철이 테이처럼 긍정적인 영향만을 줄지는 확신할 수가 없어서 조심스럽다.

오늘 만남은 그냥 붉은 유성 관측에 관한 이야기만 해두자.

필요하다면 이후 만남에서 미래의 일을 얘기해줘도 늦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말을 이었다.

“내가 관측하길 원하는 유성은 붉은 유성입니다. 크기는 50센티에서 2미터 크기라고 하더군요.”

“2미터면 크기가 있는 편이군요.”

“생김새는 검붉은 색이랍니다. 이 유성이 지구의 대기권에 이르기 전에 미리 관측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미리 대처를 할 수 있거든요.”

“대처요?”

“붉은 유성을 관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 한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 강 회장님에게도, 인류에게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 유성이 지구로 떨어지면 큰 피해가 있을 정도입니까?”

“그 붉은 유성은 아마도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나타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유성은 지구상의 모든 이에게 재앙이 될 겁니다.”

강민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재앙이요?”

“사실 저는 애플 수임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 회장님에게 저를 드러내고 만나 뵙게 된 이유는, 이 일은 우리 모두의 불행을 막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강민철은 묵묵히 있다가 느릿하게 말을 꺼냈다.

“조금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운 이야기군요.”

“그러실 겁니다. 하지만 이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붉은 유성을 관측하는 일에 저는 투자를 아끼지 않을 거고. 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책정해서, 저는 두 배로 예산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강민철은 신중해진 눈빛을 했다.

“음, 화가님이 제안하신 일은 저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군요. 하지만 우려하는 것은, 화가님이 괜하게 금전적인 손해를 보지 않으실까 염려되는군요.”

“혹시 괜한 일이 될까 염려하시는 거군요. 붉은 유성은 분명하게 나타날 일입니다. 그리고 제 금전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일이 아니어도 의료와 과학기술 개발에 이미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으며 지원하고 있고, 또 기부도 하고 있거든요.”

강민철은 입을 다문 채 나를 응시했다.

나는 그의 답변을 기다리면서 힐끗 핸드폰에 눈길을 주었다.

우웅-

핸드폰 진동이 울리며 2050의 톡 메시지가 들어왔다.

나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 2050 : 2051년도의 강민철은 잠시 혼란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수호님과의 관계에도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 2050 : 다만, 한반도의 하늘에 떠 있는 멸망의 별에 변화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나는 강민철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에 톡 메시지를 적었다.

- 고수 : 어떤 변화?

- 2050 : 수호님이 확인하셨습니다. 한반도에 있는 멸망의 별이 잠시 흐릿해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이상징후가 나타났었다고 합니다.

멸망의 별에 나타난 이상징후.

이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증거다.

우리로서는 좋은 일.

나는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강민철을 바라보았다.

“강 회장님, 이 자리에서 결정하기 어려우시면 다음 만남에서 주셔도 됩니다.”

“아, 조만간 올차드 팬 미팅을 하시겠다고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나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때 강 회장님이 답변을 주시면 될 것 같군요. 팬 미팅은 소규모 모임을 생각해두고 있습니다. 인원은 올차드에 가입한 분 중에 스무 명을 초청할 생각입니다. 명단은 강 회장님이 꾸려 주십시오.”

“네,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를 직접 만나주신 것도 너무 감사한데. 사업 제안을 해주신 것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결정을 해서 그때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강민철은 그렇게 말하며 환히 웃었다.

* * *

7월이 지나는 동안, 내 재능 스탯은 속도가 ‘1’이 올랐다.

수호가 한반도의 적을 전부 쓸어버리면서 내게 온 보상이었다.

『명화 작가 37레벨

명화 시간 : 15

명화 기교 제어 : 14

실행 창조력 : 3

그랜드 코인 :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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