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나타날 능력 2
수호와 대화 후에, AI 2050은 전송 기계를 통해 내 집으로 드론을 보내기 시작했다.
초소형 투명한 드론이 전송되었어도 어디에 있는지 보이질 않아서.
2050이 드론을 조작한 후에야 나는 그걸 볼 수가 있었다.
위잉-
거실을 날아다니는 투명한 드론들.
여러 대가 날아다니니 예쁘게 보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드론 50대를 어디에 보관해두지?
나는 집을 둘러보며 두리번거렸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드론이 쉽게 출입할 수 있을 만한 곳이...
거실 수납장 외에 마땅한 게 없다.
나는 핸드폰으로 2050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고수 : 거실 수납장에 비어 있어. 거기 넣어둬도 될까?
- 2050 : 거기에 일단 드론을 넣어두는 거로 하겠습니다만. 시범 비행을 위해
드론 몇 대를 외부로 내보내겠습니다.
-2050 : 거실 창을 열어주십시오.
나는 거실 창을 열었다.
거실은 밖에 따로 베란다가 없고, 통유리 창으로 되어 있었다.
바깥 풍경이 훤히 보여서 그림을 그릴 때면, 커튼을 쳐두곤 했었다.
위잉-
투명한 드론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더니 거실 수납장으로 날아갔다.
드론에 작은 발도 달려 있었는데 드론 여러 대가 끙끙대며 수납장 문을 열더니, 그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가.
일부는 다시 비행하여 열린 거실 창으로 향했다.
드론이 귀여워 보이는 건, 또 처음.
드론 10대 정도가 바깥으로 날아가자 나는 창을 닫았다.
- 2050 : 고수님, 공동 현관 비밀번호와 개인 현관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십니까?
- 2050 : 현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드론이 집으로 귀가하는 것은 고수님의 도움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 고수 : 그래?
나는 2050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 루나와 함께 백화점에 들러 웨딩링을 맞추고 한나에게 줄 선물을 사야 했다.
* * *
2051년의 서울.
한때 한반도에서 가장 활기 넘치고 인구가 많았던 도시.
하지만 이제는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되고 말았다.
생존자들의 쉘터는 거의 도심 밖에 있었고.
대신 도심은 적들의 영역이 되고 말았다.
도시가 크고 거대할수록 생존자들에게는 더욱 위험한 곳이 되는 셈이었다.
위잉-
주로 정찰 드론으로 쓰이는 초소형 투명 드론이 서울 지역을 비행하고 있다.
지상에 근접해서 비행하면 적들에게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위험하기에.
높은 상공에서 비행 중이다.
그러다 불현듯.
드론은 어느 지점으로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폐허가 된 공원이었다.
을씨년스러운 풍경.
근처에서 적들의 괴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곳에 어떤 조형물이 있었다.
커다란 사과나무, 사과 열매 조형물.
드론은 그곳을 한동안 맴돌다가 빠르게 공중 위로 솟구쳐 비행했다.
그리고 다시 어디론가 나아갔다.
잠시 후, 드론은 도심을 벗어나 외곽 진 어느 지역.
굳건한 쉘터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그곳이 여느 쉘터와 다르며 특별하다는 것은 멀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쉘터 방어벽 주변 풍경은 온통 싱그러운 초록빛이었다.
아직 회색 폭풍이 불어닥치기 전.
그렇기에 그곳의 풍경은 며칠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보존되고 있었다.
위잉-
쉘터 방어벽 전방에 무수한 드론들이 허공에 부유해 있다.
방어벽의 파수 탑 위에 무장한 젊은 남자가 올라섰다.
그는 쉘터 방어벽 주변으로 모여드는 무수한 드론을 응시했다.
그의 뒤로 역시나 무장한 장정들이 올라서서 드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잉-
드론들은 수호의 쉘터 주변을 둘러보듯 비행했고.
아직도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열매들을 확인했다.
드론들은 그 모든 것을 촬영했고 각자의 쉘터로 영상을 전송하는 듯했다.
이윽고 임무를 마친 드론들은 하나둘씩 허공으로 높이 떠올랐다.
그것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몇몇 드론은 수호가 있는 곳까지 접근해서 작은 usb를 떨어뜨렸다.
다른 생존자 쉘터에선 수호가 소유한 것 같은 첨단 드론을 소유하지 못한 까닭에.
영상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선, 이처럼 메시지를 저장한 usb를 보내오는 게 최선이었다.
며칠 후, 수호는 쉘터 지휘부 회의실에서 몇몇 사람과 함께 드론들이 가져온 usb 내용을 확인했다.
usb 안에 저장된 영상 파일.
그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대부분 쉘터의 지도자가 나와 말을 전했다.
“우리는 감악산 인근에 자리 잡은 생존자들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보낸 드론의 영상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드론을 보내 당신들의 요새를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으며, 기적 같은 그곳의 주변 경관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솔직한 심정은, 우리도 살고 싶습니다. 모두가 같은 처지긴 하지만, 우리는 조금씩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염치를 무릅쓰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무조건 도움만 바라는 건 아닙니다. 혹시 거래하길 원하시면 언제든 응할 의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군용 전투 차량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투 인원도 꽤 됩니다. 이 부분을 지원해드릴 의향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원하는 건, 그곳처럼 우리가 사는 땅의 회복입니다. 우리와 대화하길 원한다면 전에 보냈었던 그 드론을 다시 보내주십시오.”
영상을 모두 확인한 수호는 회의실에 모인 이들에게 입을 열었다.
“우리는 조만간 대대적인 정복 전쟁을 벌일 겁니다. 그 전에, 나는 몇몇 쉘터와 연합할 의사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한 남자가 난처한 기색으로 수호에게 말했다.
“저는 몇몇 쉘터와 연합하는 것을 찬성합니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지금 식량 문제가 어렵습니다. 최근 과일나무가 실물 전환되어서 한숨 돌리긴 했지만 그게 며칠이나 가겠습니까? 거기다 다른 쉘터와 연합하여 전투를 하게 되면 식량이 더 많이 필요할 텐데. 괜찮겠습니까?”
“수호, 이번에 고수에게 통조림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시지요?”
수호는 고심하는 기색으로 잠시 침묵하는데.
갑자기, 회의실 문을 열리고 흥분을 해서 얼굴이 벌게진 청년이 나타나 외쳤다.
“중요한 회의 중에 실례 하겠습니다! 지금 지하 벙커의 저장고로 가보셔야겠습니다. 그곳에 통조림이!”
“통조림?”
“통조림 말인가? 통조림이 어쨌다고?”
“거기에 통조림이 가득 쌓였습니다.”
수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 걸어 지하 벙커 저장고로 향했다.
그의 뒤를 사람들이 우르르 뒤따랐다.
잠시 후, 그들은 입이 쩍 벌어진 모습으로 저장고를 바라보고 있게 되었다.
“아니? 이게 무슨...!”
“저장고가 이렇게 넓었던가?”
그들 중 몇몇은 부지런히 저장고 내부를 돌아다니며 그곳에 가득 들어찬 물건들을 살폈다.
“저장고가 몇 배로 넓어졌습니다. 통조림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하하, 마치 꿈을 꾸는 것 같군요.”
“이제 어찌 된 일일까요?”
누군가가 묻자 수호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알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2022년도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쉘터 건축과 관련하여 작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수, 그가 아포칼립스를 대비하기 위해 돈을 쓴 듯합니다.”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크리스마스 날의 만찬 때처럼 말입니다.”
“예. 저 역시 그렇습니다.”
수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머물렀다.
그가 미소를 짓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 되면 일이 더 수월해졌습니다. 우리는 식량 걱정 없이 대규모 전투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 * *
얼마 전, 나는 한나와 루나가 지내는 아파트에 방문해서 결혼 의사를 밝혔었다.
한나는 많이 놀랐고 우려도 했었지만.
결국, 모든 일은 잘 해결되었다.
나는 한나와 한나의 어머니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했고.
한나의 어머니가 6월 초 즈음에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항공권 왕복 티켓도 예약을 해두었다.
루나와의 결혼 날짜는 그녀의 배가 불러오기 전인...
6월 11일로 급하게 잡았었다.
나는 오늘도 거실에서 비행선 그림을 작업하다가 코인을 확인했다.
『명화 작가 29레벨
명화 속도 : 8
명화 기교 : 8
창조 창의력 : 15
그랜드 코인 : 8.』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할 만큼 코인이 채워졌다.
이번에 창의력이 진화 능력이 나타날 테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창의력을 업그레이드하자 이윽고 내 재능 스탯에 변화가 나타났다.
『명화 작가 30레벨
명화 속도 : 8
명화 기교 : 8
창조력 : 16
그랜드 코인 : 0.』
능력 명칭 자체가 바뀌었다.
창조력?
이 능력은 어떤 식으로 내 재능에 영향을 주는 거지?
다만, 실물 전환할 때 더 용이해지는 것뿐인가.
나는 핸드폰을 들고 수호에게 말을 걸었다.
- 고수 : 수호야! 지금 톡 가능?
그러자 AI 2050이 대신 대답했다.
- 2050 : 수호님은 지금 쉘터 지휘부 회의 중이시라 1시간 정도 후에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고수 : 그래, 알았다.
나는 다시 그림 작업을 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창조력이라는 능력에 대해 피부에 와닿도록 체감되는 부분이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까톡!
수호에게 대답이 왔다.
- 2050 : 왜 나를 찾았지?
- 고수 :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방금 재능을 업그레이드했는데, 창의력이 창조력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 고수 : 창조력이 나타나면 뭐가 좋은 거냐?
내가 묻자 수호는 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 2050 : 아마도 실재하지 않은 것을 그림으로 그려도, 나는 그걸 실물 전환할 수 있게 될 거다. 실재하는 게 불가능한 피사체도 결국 실물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거지.
- 2050 : 생명력이 있는 자연을 실물 전환하는 게 더 수월해질 것이고. 작은 곤충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마저 실물 전환하는 게 가능해지는 거다.
- 2050 : 다시 말해, 너의 능력은 창조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거다.
- 고수 : 창조의 영역?
- 2050 : 또한 그림 작품 자체로도 예술적인 격이 올라가게 할 것이지. 여느 그림 작품은 따라올 수 없을 만한 특별함이 네 작품에 녹아들게 되는 거다.
- 고수 : 그렇군.
대화가 끊어지자 오늘도 그와의 대화는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수호는 내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 2050 : 오늘, 쉘터의 저장고에 변화가 생겼다.
- 고수 : 아! 벌써? 아직 쉘터는 공사 중인데? 그저께 테이에게서 연락을 받긴 했었어.
- 고수 : 통조림을 대량 구매해서 한국으로 운송 중이라고.
- 고수 : 왠지 신기한데? 어떤 일에 있어서 선택을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에 발을 들여놓기만 해도. 미래는 곧바로 영향을 받는 거구나.
- 2050 : 벙커 저장고 공사가 이미 착수되어 진행 중이고 통조림 구매가 완료되었다면, 네가 가져온 미래의 변화는 확정되었다는 의미인 거지. 그래서 이곳에 변화가 나타난 듯하다.
- 고수 : 그렇구나.
나는 수호와 대화를 끝낸 후에, 다시 재능 스탯을 들여다봤다.
그림 재능은 명화라는 명칭으로 바뀌었고.
창의력은 창조력이 되었으니.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는 이 능력들은 장차 어떠한 능력으로 진화하게 될까?
* * *
어느덧 벚꽃들이 곳곳에 만발했다.
봄이 겨울의 한기를 녹인 지 오래.
이 아름다운 계절은 이미 모든 곳을 점령해서 화사함으로 세상에 수를 놓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돈을 얼마나 썼는지 확인해봤다.
현재 블랙카드 25레벨의 1310억 7200만 원을 소진하는 중이다.
27레벨의 1310억 7200만 원까지 블랙카드를 긁을 수 있으니.
앞으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창창하게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