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51화 (5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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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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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모인 코인 액수에 나는 놀란 얼굴을 했다.

지금도 코인이 계속 오르는 중이었다.

어제 라이브 콘서트를 했다고, 코인이 이 정도로 올랐다는 건가?

아! TV 방영도 했다고 그랬지.

일본도 방송되어서 전보다 그곳에서의 내 인지도가 꽤 올랐을 거다.

나 대신 SNS를 운영하고 있는 진구도, SNS 방문자가 갑자기 팍 늘었다고 말해 주지 않았던가.

어쨌거나 이번에는 재능을 업그레이드하고도 남겠다.

나는 창의력을 올렸다.

그러자 코인이 차감되고 변화된 스탯이 나타난다.

『명화 작가 24레벨

명화 속도 : 7

명화 기교 : 7

창조 창의력 : 12

코인 : 64899.』

코인이 차감되고서도 꽤 남았다.

뜬금없이 드는 의구심이지만, 만일 창의력이 한없이 올라가면 어떻게 바뀌게 될까.

재능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게 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저, 자료 사진이 없어도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려나?

라고 생각될 뿐.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 검색을 했다.

어제 했던 라이브 드로잉 콘서트 관련 기사들이 많이 떴다.

콘서트 결과에 관한 호평 기사가 대부분이다.

<애플 수의 첫 라이브 드로잉 콘서트, 성공적으로 끝나...>

김주혜 기자가 쓴 기사의 제목이다.

나는 그 글을 클릭했다.

세심한 시선으로 기사를 쓴 것이 역력해 보이는 내용.

그녀의 기사는 항상 그러했다.

늘 호평 일색인 내용이면서도,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도록 설득력 있게 글을 썼다.

사실적이고 섬세한 시선이 담긴 수려한 글이라서 더욱 그러한 듯하다.

정확한 정보와 전문가적이고 깊이 있는 서술이 있었다.

그러한 그녀의 기사는 자주 올라와서 김주혜는 애플 수의 전담 기자가 된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했다.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다가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들도 확인했다.

영상에 달린 댓글들.

└ 김지호 : 어제 우연히 TV에서 애플 수 라이브 콘서트를 봤는데, 헉 했네요.

처음엔 무슨 그림 그리는 걸 콘서트를 다하나 싶었는데. 빠져들 듯 봤습니다.

괜히 몰입하게 되네요. (좋아요 2.6천, 답글 41개)

└ 꿀사과 : 저는 처음에 하늘 호수 그림 영상 올라왔을 때부터 좋아했는데요.

지금은 제 친구들 다 애플 수 팬이 되었어요! (좋아요 900, 답글 29개)

└ kiki89 : 근데 왜 다들 애플 수라고 불러요? 저 사람과 애플은 뭔 상관임?

(좋아요 88, 답글 15개)

└ 그림쟁이 : 저는 일본 사는데요. 여기 애플 수 아는 사람 많아요. 애플 수가 일본에 왔으면 좋겠네요. (좋아요 103, 답글 6개)

마치 아이돌 가수처럼, 애플 수 팬클럽도 생겨났다.

공식 명칭은 ‘올차드’.

과수원이라는 뜻이다.

내 이름에 사과가 들어가서 팬클럽 명칭은 과수원이 되었나 보다.

과수원 하니까 쉘터가 지어질 과수원 땅이 생각난다.

오랜 시간 이후, 그곳 건물에서 리더로 지내게 될 수호.

그는 내게 말했었다.

‘이곳 세계를 구해줘.’

그의 요청은 내가 바라는 일이기도 하다.

이곳 세계를 구한다는 건, 나를 구하는 일이 될 거고.

내 가족을 구하는 일이 될 테니까.

나는 돌이켜 집으로 돌아갔다.

집 거실로 들어가니 부모님은 소파에 앉아 TV드라마를 보고 계셨다.

아마도 아버지는 어머니 때문에 드라마를 덩달아 보시는 것일 테다.

어머니는 나를 보더니 드라마의 남주인공을 가리켰다.

“수야, 저기 드라마 주인공, 네 또래 즈음 된 것 같지?”

“그래 보이네요.”

“우리 ‘수’도 저만큼 잘 생겼는데. 저 배우 보니까 아들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러자 아버지가 입을 열어 대꾸하셨다.

“이젠 아들이 아니라 손자가 있어야지.”

“그러네, 호호. 이젠 손자가 있어야지. 수야, 나중에 아들 낳으면 이름을 수호라고 짓는 건 어떻겠니?”

나는 2050년도의 수호를 떠올리며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저 아직 장가도 안 갔어요. 아직 여자친구도 없는데 무슨...”

“우리 아들 정도면 당장 내일이라도 여자친구 생기지. 당장 손자가 생길지, 앞일은 모르는 거다?”

“손자부터 덜컥 생기는 건, 문제가 좀 있어 보이는데요?”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하는 말에 별로 관심이 없으셨다.

“수야, 저 드라마 내용이 뭐냐면...”

어머니가 1회부터 최신화까지의 드라마 줄거리를 읊을 기세라서, 내 발걸음은 절로 멀어지려 했다.

드라마 내용은 안 궁금해요.

“주인공이 위기에 빠진 세상을 보호하는 내용인데. 그래서 주인공 이름이 수호인 것 같아.”

내 방 쪽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나는 고개를 돌려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한 말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던 것이다.

* * *

양평에서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작업실로 왔다.

오늘은 저녁까지 그림을 안 그렸더니 마음이 불편해서, 그냥 집으로 향할 수가 없었다.

그냥 양평에서 쉬었다가 아침 일찍 서울 내 집으로 갈까 하다가.

결국 저녁을 먹은 후, 이곳 작업실로 온 거였다.

드론을 마저 작업하려고 펜을 꺼내서 쥐었다.

그러자 펜이 작동하면서 내 앞에 디스플레이가 나타났다.

똑같은 드론을 몇백대를 그리다 보니, 굳이 속도 능력을 올리지 않아도.

절로 숙달이 되어서 그림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또 한 대를 완성해서 2050에게 보내자 곧바로 답이 왔다.

- 2050 : 고수님의 그림을 확인한 결과, 적정 퀄리티와 싱크로율에 일치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드론 그림 분석할 때는 분석 시간이 따로 필요 없다.

그리고 수정 보완 작업도 필요 없이 곧바로 승인되고 있었다.

드론 몇백 개를 그리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2050의 말로는 한 개씩 보내진 드론 그림은 그때마다 수호가 실물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우선 드론 10대는 전송 기계로 내게 보내진 상태였으나, 나머지 드론은 그곳 쉘터에서 보관되고 있었다.

우선 쉘터에서 보관했다가 차츰 내게 보내는 숫자를 늘릴 것이고.

2023년 중반부터는 900대 전부가 이곳에서 활약하게 할 계획이라 들었다.

현재는 2050년 쉘터에서 전투가 있을 때마다 드론이 활용되고 있는 거다.

오늘은 이만할까.

컨디션도 회복해야 하니.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 나는 집으로 와서 씻고 침대에 앉았다.

그러고는 수호에게 톡 메시지를 보냈다.

- 고수 : 김수호. 생각해봤는데 나는 네 부모가 누군지 알아야겠어.

- 고수 : 너는 2024년도에 아포칼립스가 오지 않게 할 계획이라서 네 부모를 보호하는 일도 그냥 넘어가는 것 같은데.

- 고수 :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미리 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 고수 : 그러면 굳이 2024년도가 오기 전에, 네 과거가 변할 수도 있는 거잖아. 부모의 죽음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네 어린 시절은 고통받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자 AI 2050이 대신 대답했다.

- 2050 : 수호님께선 지금 대답하실 수 없습니다. 현재 이곳 쉘터는 큰 전투를 치르는 중입니다.

내 눈꺼풀을 점점 무겁게 하던 졸음이 순간 싹 달아났다.

- 고수 : 전투 중이라고? 쉘터 전투 광경, 나도 볼 수 있어?

- 2050 : 고수님에게 전투 광경을 보여드릴 수 있는 권한이 저에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 고수 : 그 권한이라는 거 말이야. 수호에게만 있는 거냐?

- 2050 : 아닙니다. 저를 통제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자는 모두 3명입니다.

- 고수 : 그게 누군데?

지금 내가 하는 질문은 미처 권한을 막아놓지 않은 모양이다.

2050은 순순히 답했다.

- 2050 : 수호님과 유하준 박사님, 그리고 초창기 리더셨던 수호님의 부친입니다. 하지만 수호님을 제외한 두 분은 현재 돌아가신 상태라서 수호님만 권한을 가지고 계십니다.

- 고수 : 수호의 부친? 그가 이전 리더였다고?

- 2050 : 이전 리더는 다른 인물이었고. 수호님의 부친은 아포칼립스 초창기 무렵에 리더였습니다.

- 고수 : 수호 부친의 이름이 뭔지 알 수 있을까?

- 2050 : 그 이상은 저에게 대답할 권한이 없습니다.

언젠가 수호가 말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가 머무는 쉘터는 내가 세운 거라고.

분명 그랬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정정해서 생각했다.

수호의 부모는 내가 아는 사람인 거다..

그런데 어제 수호가 했던 말이 내 뇌리를 맴돌았다.

지극히 평범하다는 내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자 내게 말했던 수호.

‘어쩌면 내 삶도 평범함을 꿈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어제 했던 수호의 말은 계속 떠올랐다.

‘아직 내 기억은 조금도 바뀐 게 없지만. 너를 만나면서 조금 변한 게 있긴하다.’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없어도, 내게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듯하다.’

침실에 드리워진 적막함에 머물며 그가 했던 말을 계속 생각했다.

당시에는 별생각이 없이 들었던 수호의 말들.

“현재 내 아는 사람 중에 수호의 부모가...”

홀로 중얼거리다가 입을 다물었다.

내 마음으로 느껴지는 즉감은, 여전히 다른 결론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떠오른 그 생각을 외면했다.

그럴 리가 없으니까.

2050에게 물었다.

- 고수 : 2050. 내가 쉘터의 상황을 볼 수 없다면, 부탁인데. 쉘터의 전투가 언제 끝나는지. 피해는 없는지 그것만은 알려줄 수 있어?

- 2050 : 물론입니다. 쉘터의 전투가 언제 끝나는지, 피해 사항은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 고수 : 전투 대상은 그, 하늘이 붉어지면 더 강해진다던 그 적들이지?

- 2050 : 네, 그렇습니다.

- 고수 : 2050. 혹시 지금 전투에 도움 될 만한 그림 필요한 거 있나?

- 2050 : 추가로 그릴 그림에 관해선 수호님이 아무런 말씀을 안 하셨습니다.

- 고수 : 그래.

이대로 막연히 기다려야 한단 말이지.

나는 이대로는 도저히 잠들 수가 없을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과 타블렛 펜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펜을 잠시 잡고 있으니 빛이 들어오며 작동이 되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가 내 시야에 나타났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다.

나는 다시 드론을 그리기 시작했다.

* * *

수호는 무장한 차림으로 지휘관 실에 들어섰다.

아래로 뚝뚝 떨어지던 검푸른 빛깔의 피는 대략 닦아내었으나.

그래도 푸른빛으로 피 칠갑이었다.

수호의 눈앞에 3D 디스플레이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기계적임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호님, 3시간 전 쉘터 전투 중에 고수님이 메시지를 보내왔었습니다. 내용을 훑어보시겠습니까?”

“보겠다.”

그러자 데스플레이에 까톡 대화 내용이 떴다.

수호는 그 내용을 한동안 보면서도 이렇다 할 반응이 그의 얼굴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오른손을 들더니,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아직은 다행히 이상 징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초조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이제 고수의 시간은 기존의 시간과 온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 그가 태어날 시기는 변수가 생길 확률이 80% 이상.

수호는 AI에게 입을 열었다.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 오래 기다렸을 테니. 쉘터엔 아무런 피해가 없고 이제 전투는 끝이 났다고 해.”

“두 명의 사상자가 있었습니다만 그에겐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군요.”

“이전과 비교하면 경미한 피해다. 하지만 그는 염려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테니. 사상자는 없는 거로 아는 게 좋겠지. 그리고 앞으로 쉘터 설립자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는 권한을 제한하겠다.”

“알겠습니다, 수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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