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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41화 (4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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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광고 그리고 유명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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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구와 함께 검정 마스크와 캡모자를 쓰고 광고 촬영이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기다리고 있던 스태프가 우리를 대기실로 안내했다.

광고 촬영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거라 외부에 기자가 있거나 하진 않다.

나를 안내하던 이는 계속 나를 힐끔거렸다.

대기실 앞에 도착하자 스태프가 우리에게 말했다.

“대기실에 보면 애플 수 작가님이 입으실 의상과 가면이 놓여 있을 거예요.

그걸 입으시고 시간이 다 되면 제가 다시 촬영 장소로 안내해드릴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진구가 대신 답했다.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자 의자와 탁자가 있고 커다란 거울이 있다.

탁자 위에는 ‘애플 수 작가님’이라고 써진 테이블 표찰이 놓여 있었고.

고급 쿠키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커피가 두 개 있었다.

진구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내게 말했다.

“30분 정도 시간 남았네. 근데 어쩌지?”

“뭐가?”

“진정이 안 돼.”

“진정해. 그림은 내가 그리니까.”

“그래도. 후우, 후우.”

진구는 심호흡을 했다.

그러더니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시며 개켜 있는 의상을 확인했다.

“오, 이게 의상이구만. 흐흐.”

“왜 웃냐?”

“네가 싫어할 게 눈에 선해서.”

나는 일어나 옷을 확인했다.

내 표정이 대번에 구겨졌다.

“이거 쫄티 아냐?”

“내가 말했지? 틈틈이 운동 좀 해서 몸 좀 만들어두라고.”

“휴.”

내가 한숨을 쉬자 진구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입어봐. 잘 어울리나 보자.”

나는 쓴 표정으로 자켓과 셔츠를 훌렁 벗었다.

“오, 근육 좀 생겼는데?”

“그래?”

“페라리 측이 원하던 이미지와 잘 어울리겠네. 날렵하고 강한 이미지를 원하니까.”

몸에 거의 붙는 목티를 입고서 거울을 봤다.

다행히 옷이 많이 달라붙진 않고 적당히 느슨하게 몸에 붙는 스타일이었다.

“옷이 얇아서 몸이 다 드러나는데?”

“괜찮네. 그게 목적이지. 바지도 입어봐.”

나는 바지를 펼쳐봤다.

블랙진이다.

이건 그냥 깔끔한 블랙진.

섹시 어쩌고 하기에 이상한 의상을 입히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다.

“의상이랑 런닝화까지 전부 작업복으로 너에게 그냥 주어지는 거야. 그 옷은 네가 지지고 볶고 해도 상관없어.”

“그래?”

나는 바지까지 입었다.

사이즈가 꼭 맞다.

신발까지, 마음에 든다.

그런데 가면은...

가면을 집어 들고 물끄러미 바라봤다.

심플하면서도 은근히 화려하다.

이 또한 블랙 색상인데, 페라리 이미지와 잘 어울리도록 매끈하면서도 귀족적인 분위기가 났다.

가면까지 착용하자,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

나는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있는 페라리 이미지를 펼쳐 들었다.

잠시 후에 그리게 될 신차 이미지.

옐로우와 블루 색상이다.

원래는 한 가지만 그리는 거로 합의 봤다가 얼마 전에 한 개를 더 추가했다.

하지만 작업 시간은 하루뿐이다.

내 작업이 더 빡세진 것.

“고수야, 조금 있다가 네 머리 봐줄 디자이너가 올 거야.”

“응.”

“컨디션 관리 잘했냐? 두 개를 다 그리려면 완전 노동일 텐데.”

“어젠 잠을 좀 자둬서 괜찮을 거야.”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진구가 일어나 문을 열어주자 헤어디자이너가 들어왔다.

* * *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는 대형 캔버스 앞에 섰다.

내 등 뒤로 무수한 시선이 날아와서 꽂히는 게 느껴졌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이곳의 긴장감.

촬영장에 있는 이들은 입 벙긋하지도 않았고 작은 소음도 내지 않는다.

그 모든 이들은 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건 처음.

나는 연필을 잡고 캔버스를 응시하다가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스스슥-

마치 내가 잡은 연필에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굉장한 속도로 거침없이 움직이자.

“오오!”

“와아아.”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나는 하마터면 그림 작업을 멈출 뻔했다.

사람들의 감탄 소리가 생각지 못하게 내 몰입을 깨뜨리는 것이다.

내 뒤통수가 따끔따끔해지는 느낌이다.

워낙 다들 시선들이 뜨거워서.

정말 신경 쓰인다.

좀 그리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아니, 저들이 구경하다 지쳐서 곧 딴짓하러 뿔뿔이 흩어지겠지.

누군가가 속닥거리는 말소리도 들려왔다.

“속도 진짜잖아?”

“저게 사람 속도야?”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드네요.”

“그림도 믿기 힘들 만큼 퀄리티가 대단한데. 저 속도는!”

“애플 수의 라이브 작업을 보다니. 이젠 여한이 없네요.”

“몰입력 대단한데요?”

다행이라 해야 할지.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탄성은 이내 내 귀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내 주변으로 도는 카메라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능력 수치가 올라간 탓인지.

탁월해진 재능만큼이나 내 집중력도 좋아졌나 보다.

스케치는 금방 끝냈다.

연필을 내려두고 돌아서니 다들 멍한 얼굴로 나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제정신을 차린 누군가가 먼저 박수를 치자 다들 따라서 손뼉을 쳐댔다.

짝짝짝-

이럴 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관객 앞에 선 공연자가 된 기분이다.

공연을 한 것도 아닌데 감사하다고 인사해야 하나.

그때 눈치 빠른 한 관계자가 내게 말했다.

“수 작가님!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시고 작품에만 몰두해주십시오. 저희는 최대한 조용히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 채색에 들어가기 위해 물감을 배합하고서 아주 가느다란 붓을 들었다.

세밀한 표현을 위해 그만큼 가느다란 붓으로 미세한 터치를 해야 한다.

작업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붓질조차도 광속으로 할 뿐이었다.

조용히 있겠다던 사람들의 탄성은 다시 이어졌다.

“오오!”

“와아!”

“애플 수가 천재 중의 천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저거에요. 저런 작업 속도는 애플 수만 가능하거든요. 유일무이하죠.”

* * *

내가 광고 그림 작업을 시작한 건 아침 9시였다.

하지만 두 개의 그림 작업을 다 마친 건 새벽 2시.

붓을 들었던 팔이 더는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힘들다기보다 통증이 심했다.

내일은 관리 차 치료 좀 받아야겠다.

눈도 뻑뻑하고 침침해졌다.

촬영장에 있던 사람들 일부는 퇴근한 듯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애플 수 작가님. 언제 인터뷰 부탁드려요.”

여기자가 내게 명함을 건네자 진구가 대신 명함을 받아들며 대꾸하려 했다.

하지만 여기자는 내게 들이댔다.

“수 작가님, 오늘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방금 인터뷰 요청은 기자로서 한 말이지만, 지금 이 말은 순수한 팬으로서 드리는 말입니다. 많이 힘드셨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완벽한 그림을 완성해내신 모습. 감명받았습니다.

저 김주혜 기잡니다. 기억해주세요.”

나는 김주혜를 힐끗 봤다.

젊은 여자인데.

기자라는 직업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이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적당히 기사 취재를 하고 자리를 떠도 될 것인데.

나는 옅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네,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후 다른 관계자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 다음, 건물을 빠져나와 진구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진구는 운전하면서 내게 말했다.

“피곤하지? 수고했다. 짜식, 완전 연예인 같네.”

“진구야, 너도 오늘 고생 많았어. 수고 많았다.”

“나 너 태워주고 집까지 가기 귀찮은데. 너네 집에서 자고 출근해야겠어.”

“그렇게 해. 야식 먹을래?”

“사양할래. 가자마자 씻지도 않고 그냥 쓰러져 잠들 거다.”

“나도. 암튼 나 때문에 너도 고생이네.”

“야, 이 정도 수고도 안 하냐? 네가 준 돈이 내 직장에서 주는 돈보다 많아.

고생은 니가 했지.”

나는 졸음이 쏟아져서 고개를 뒤로 기댔다.

그러자 진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보니까 촬영장에 있던 여자들, 너한테 관심이 많아 보이더라. 특히, 아까 그 여기자는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널 보던데.”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신기했나 보네.”

“오늘 사람들이 너 때문에 나한테 어찌나 말을 거는지. 너에 관해 입 꾹 닫느라 고생했다니까.”

“그랬어?”

“응. 참, 페라리 측에서 너에게 오늘 그렸던 신차를 준다고 했었다는 거, 내가 말했었나?”

“당연히 말했지. 그것만 벌써 5번째 들었어. 그림 2작품이 늘어나서 3개를 그려달라는 거 2개로 겨우 합의하고 받는 거잖아. ”

“페라리 신차에 홀려서, 내가 자꾸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거 원래 주기로 했던 모델보다 훨씬 좋아. 그건 6억이 넘는다던데.”

“집 한 채 값이 굴러다니는 셈이지.”

“그치. 가격은 그렇지만 지금까지 나온 신차 중에 제일 괜찮은 것 같아. 최고 출력이 1000마력이라던데.”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쓴웃음을 지었다.

“수호가 없는데도, 그림을 그렸더니 그대로 실물 차가 생긴 건가.”

“응? 수호가 누군데?”

“있어. 무뚝뚝하고 정 없는 녀석인데 나쁘지 않은 녀석이.”

“내가 모르는 친구도 있었냐?”

“생각하면 도와주고 싶고. 힘들겠구나 싶고.”

“참, 네 말 듣고 보니 생각난 건데. 아까 촬영장에서 얘기 들어보니까 광고 콘티도 그런 식으로 나갈 것 같던데?”

“그런 식?”

“방금 네 말대로, 실제 같은 네 그림을 실물 페라리 신차로 전환하는 장면이 들어갈 것 같대.”

“아...”

나는 애매하게 탄성을 내며 차창 밖을 내다봤다.

번잡하던 서울의 거리가 조금이나마 고요해지고 차분해진 새벽 풍경.

개개인은 때로 살기 팍팍하고 힘겹기도 하는 세상일지라도.

평화로운 이곳이다.

2024년도가 지난 후에도, 지금의 평화는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혹여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게 되면, 그 아이에게 평화로운 세상과 삶을 물려줄 수 있을 테니.

* * *

날이 제법 추워졌다.

이틀이 지난 오전 무렵, 나는 창가에 서서 작업실 밖을 내다봤다.

첫눈이 내리고 있다.

날이 조금 풀린다고 했으니 오후가 되면 비로 변할 듯하다.

나는 창가 앞 의자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그러면서 핸드폰으로 기사 검색을 했다.

광고 촬영이 있던 날에 여기자가 내게 알려주었던 그 이름.

그 이름의 기사를 검색했다.

<대한민국이 낳은 천재, 그는 현장에서도 빛이 났다.>

타인의 시점으로 나를 관찰하여 서술한 내용은 흥미롭다.

생각보다 김주혜, 라는 기자는 나를 세밀한 시선으로 바라봤었고.

그걸 기사로 작성했다.

그림 작업 도중,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심정이었는지.

그녀는 내가 하는 미세한 붓질에도 꿰뚫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황금 나무와 하늘 호수 동영상도 확인했다.

비즈니스 메일을 훑어보니 청와대 초청 메일도 와 있다.

그 외에 방송 출연 제의까지.

댓글을 살펴보려다가 포기했다.

무수한 댓글을 다 볼 수는 없다.

그저 좋아요 수가 높은 대표 댓글만 대강 훑어볼 뿐.

나는 까톡을 살펴봤다.

2050 톡 메시지만 알림 설정을 해둬서 다른 톡은 재깍 답장을 주기가 어렵다.

2050의 톡만 알림 설정을 해둔 건, 2050이나 수호의 톡은 자다가도 받기 위해서였다.

이른 아침부터 루나에게 톡이 와 있다.

- 루나 리 : 오빠, 첫눈 와요! > <

- 루나 리 : 아침 드시러 오세요. 언니가 밀페유 나베 한대요.

- 루나 리 : 오빠, 또 톡 안 읽어 ㅠㅠ...

나는 피식 웃으며 메시지를 작성했다.

- 고수 : 밀페유 나베 맛있겠네. 다음에 같이 먹자.

핸드폰을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져왔던 펜을 집어 들었다.

내가 펜을 한동안 잡고 있자 펜에서 백색 빛이 들어왔다.

이내 시야에 나타나는 3D 디스플레이.

나는 화면을 터치하며 어떤 저장된 사진을 불러왔다.

그러고는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좀 더 늘렸다.

잠시 후, 2050년에 사용될 쉘터 건축물이 홀연히 나타났다.

2021년도에서 작업한 건물 이미지를 2050년도로 보내서 다시 작업한 후에, 최종 이미지가 내게 이른 것이다.

나는 디스플레이를 더 늘렸다.

그러자 2050년도의 쉘터 3D 이미지가 작업실을 한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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