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27화 (2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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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르? 그에겐 돈과 재능이 샘솟는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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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레벨 그림 작업은 내일 시작할 생각이었다.

오늘은 그동안 못한 로봇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고.

늦은 밤에는 느긋하게 침대 위에 앉아 핸드폰으로 인터넷 쇼핑을 했다.

지금은 블랙카드를 긁을 수는 없지만.

계좌에 우선 쓸 돈이 들어있으니, 기존에 있던 신용카드를 긁을 생각이었다.

곧, 아버지 생신이라서 선물을 살 생각이다.

그동안 돈이 없어서 생신 선물이라 해봤자 약소한 선물을 한 게 다였다.

나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부모님이 같이 쓰시도록, 안마기를 질러버렸다.

‘바디 동무’라는 브랜드의 안마기.

인터넷에서 할인받아서 무려 520만 원이나 줬다.

후, 그동안 몇십억을 블랙카드로 긁었던 게 다 무색해진다.

500만 원대 물건을 결제하는데 왜 이리 손이 떨리는 걸까?

몇십억은 꿈결 너머의 금액이었다면, 500만 원은 현실 금액이다.

그래서 더 피부에 와닿는 모양이다.

음, 그리고 곧 추석인데.

이모 가족에게 보낼 선물도 사야겠다.

선물 품목은 ‘한우 세트’.

32만 원 결제.

선후배나 친구들, 지인들에겐 모바일 상품권을 돌려야겠다.

그렇게 한동안 핸드폰으로 결제 행진을 하다 보니, 졸음이 쏟아졌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돈 쓰는 일도 피곤하다.

핸드폰을 내려두고 드러누워 잠에 막 빠져들려던 찰나.

우우우웅, 우우우웅-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진구 녀석이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왜?”

<야! 사과나무 동영상 아주 난리더라. 너 봤어?>

잔뜩 흥분한 목소리.

그에 비해 나는 졸음이 잔뜩 묻어나는 심드렁한 어조다.

“안 봤는데?”

<안 봤다고? 와, 무던한 놈. 지금 조회수 폭발하고 있는데, 그걸 안 보다니.>

“바쁘다 보면 안 볼 수도 있지.”

<그럼 지금 봐봐. 댓글 중에는 외국인도 있더라? 해외에서도 꽤 유입이 있나 봐.>

“그래?”

<응. 하긴 그 영상은 언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묵묵히 그림만 그리는 영상이니까 외국인들도 무난하게 볼 수 있겠지. 게다가 그림 자체가 워낙 후덜덜해서.>

“음...”

<아, 그리고 선물 고맙다. 올~ 15만 원권. 전부 이렇게 돌린 건 아니겠지? 언제부터 내 친구 놈이 이런 큰 손이 되었냐?>

“응.”

전부는 아니고 절친하거나 고마운 사람에게만 그렇게 돌렸었다.

<야, 자냐? 왜 이렇게 반응이 시원찮아.>

“응.”

<쯧쯧. 자는구만. 내일 전화한다.>

“응.”

뚝.

시끄러운 친구 녀석의 목소리를 끝으로 나는 곧바로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어갔다.

* * *

다음날 핸드폰을 확인하니 까톡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었다.

내가 모바일 선물을 했던 효과 때문인 듯했다.

물질적으로 여유로워지니 이런 식으로 선물로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고.

인맥 관리에도 수월해진 부분이 있다.

나는 손을 날렵하게 놀리며 사람들에게 적당히 답톡을 달았다.

그림 그릴 때처럼, 속도가 몇 배속으로 붙으면 좋을 텐데.

인터넷으로 내가 올렸던 영상을 확인했다.

확실히 조회수가 어마어마하게 붙었다.

해외에서도 유입이 있어서 조회수가 더 붙는 모양이다.

이러다 동영상으로도 제법 수익이 나게 생겼다.

흠, 이러니 두 번째 영상도 만들어서 올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데.

일단은 블랙카드 레벨 그림이나 해결해야겠다.

나는 타블렛 앞에 앉았다.

그림 그릴 세팅을 마치고 펜을 들었다.

자료 사진을 보며 슬슬 그림 작업 시동을 거는 나.

스스슥-

펜을 잡은 내 손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손놀림이 보이지 않을 정도.

손만 빨라진 게 아니라 눈썰미와 두뇌 회전까지 파바팍 움직이며 그림 작업을 가능케 했다.

평상시엔 느린데, 그림만 그리려고 하면 이토록 빨라질 수 있다니.

매번 신기할 따름.

한동안 작업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AI 2050에게 톡을 했다.

- 고수 : 2050.

- 2050 : 네, 말씀하십시오.

- 고수 : 21레벨에서 긁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였더라?

- 2050 : 블랙카드 21레벨에서 긁을 수 있는 금액은 원래 163억 8400만 원이었습니다.

- 2050 : 그런데 이전 레벨에서 29억 9776만 원을 땡겨 쓰셔서, 이번에 긁을 수 있는 금액은 133억 8624만 원입니다.

- 고수 : ㄷㄷㄷㄷ

- 2050 : 고수님, 그곳 날씨가 추우십니까?

- 고수 : 아니, 이건 추워서 떨리는 게 아니라. 블랙카드를 긁을 수 있는 금액이 너무 미친 금액이라서.

- 2050 : 금액이 미쳤다는 겁니까?

- 고수 : 그런 셈이지. 내가 매번 카드 긁는 액수만 따지고 보면 만수르 못지 않은 것 같네.

- 2050 : 만수르...

만수르, '금수저, 다이아몬드 수저'의 대명사가 된 이름이다.

나는 2050이 미처 문장을 작성하기도 전에 톡을 적었다.

- 고수 : 근데 김수호는 그 금액을 다 감당할 수 있는 거냐?

- 2050 : 아직은 그렇습니다.

- 고수 : 그렇다면 다행이네.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다시 펜을 잡으며 시선을 타블렛 화면에 두었다.

그림을 보는 내 시선이 잘 벼려진 칼날처럼 빛났다.

슥슥-

창의력을 높인 상태라서 그런가.

나는 그림을 그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전에는 자료 사진 그대로 복사하듯 그리는 거에 치중했는데.

지금은 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마음속에서 치솟는 게 있다.

사진 그대로 그리는 것보다 여긴 이렇게.

저 부분은 저렇게 그려야 더 그림이 살 것 같은데.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이건 정말이지 교만한 생각 같아서 조심스러워진다.

자연 상태 그대로 찍힌 사진보다 내 생각과 표현이 더 나을 수는 없을 테니.

잠시 갈등하다가 나는 마음을 정했다.

딱 한 번만 도전해보자.

내 안에서 드는 이 생각과 감각이 옳은지.

나는 블랙카드 레벨 그림을 그린 이래, 처음으로 자료 사진과 다른 새로운 표현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림에 내 생각과 표현과 해석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 * *

수요일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내가 그림을 완성한 것은 일요일 새벽 3시였다.

5일 만에 완성한 거다.

물론 그동안 밤을 지새며 그림만 그리긴 했었다.

21레벨 그림을 보내고 나니 2050은 이와 같은 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 2050 : 고수님의 그림을 확인합니다. 그림 분석하는 데 20시간이 소요됩니다.

20시간.

어차피 일요일인 오늘은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해서 그림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오늘 부모님을 모시고 집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날이 그림 분석으로 소요되게끔 일부러 작업을 조절했었다.

덕분에 어제오늘은 수면 시간이 부족해졌다.

나는 아우디를 끌고 수서역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srt를 타고 대전에서 올라오신 부모님.

두 분은 양손 가득 음식을 싸 들고 오셨다.

“어휴, 우리 아들 안 본 사이에 까칠해졌네.”

“요즘 일이 많은가 보구나. 피곤해 보인다.”

“네. 일이 좀 많긴 했지만 괜찮아요. 어제만 잠을 못 자서 피곤한 티가 났나 봐요.”

“피곤해서 어쩌니?”

“오늘 이후론 여유로워져서 그때 쉬면 돼요. 이제 가요. 새로 이사하게 될 집을 보셔야죠.”

“그래. 우리도 궁금하긴 하구나.”

내가 씩 웃으며 말하자 부모님 역시 기대가 되는지 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우디로 부모님을 모시고 곧바로 양평으로 운전했다.

잠시 후, 우리가 양평 계약한 집에 도착하고 보니 이모부와 이모도 이미 와있었다.

어머니와 이모는 새집을 보며 소녀들처럼 들떴다.

“어머, 이 집이야? 언니 좋겠다. 아들내미가 이런 집도 사주고.”

“난 얼떨떨하다, 얘. 이런 집으로 우리가 와서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어.”

“언니, 아들 덕 봐야지. 요즘 고수가 잘 번다는데. 근데 이 집, TV에 나오는 집 같아. 연예인이 사는 그런 집처럼 생겼어.”

“그러네. 꿈꾸는 것 같아. 실감이 안 나.”

이모부는 앞서가며 부모님에게 집 설명을 했다.

그럴 때마다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이모부의 설명을 듣는 부모님이었다.

우리는 정원을 통과해 집안으로 들어섰다.

이모부는 계속 설명했다.

“1층은 거실과 주방이 널찍해요. 저쪽을 보면 세탁실, 저기는 방 하나가 있어요. 여긴 서재나 손님방으로 쓰면 좋을 방인데 별로 크지 않고요. 이쪽은 침실이 있는데. 욕실과 드레스룸이 같이 있습니다.”

“집이 너무 넓구먼.”

“그렇죠. 2층에도 방 두 개가 있는데요. 각각 드레스룸과 욕실, 테라스가 딸려 있어요. 그리고 1층보다는 크지 않은 거실이 있고 보조 주방이 있어요.”

“아니, 집에 무슨 욕실이 이렇게 많아? 세상에, 주방이랑 거실도 2개씩이나 돼?”

“언니, 요즘 집은 다 이렇게 나와. 소형 아파트만 해도 욕실이 2개인데. 여긴 집이 크잖아. 근데 여긴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세련되었네.”

어머니는 흥분한 얼굴이었다.

“고수야, 정말 우리 여기 사는 거 맞니?”

“네, 맞아요. 엄마. 계약했으니까 조만간 여기 잔금 치를 거예요.”

“우리가 살기에 너무 좋아 보이는구나.”

아버지의 말에 이모부가 대답했다.

“형님, 고수가 이제 집 살 능력도 되는데 이런 집에도 살아보셔야죠.”

“이모부 말씀이 맞아요. 여긴 경치도 좋고 텃밭도 가꿀 수 있으니 좋으실 거예요.”

우리는 2층에도 올라가 보았다.

나는 2층에 있는 테라스를 보며 생각했다.

테라스는 이대로 두고 지내되 내년 즈음 보완 시설을 해야겠다고.

하지만 우선 중요한 건, 이 집의 잔금을 무사히 치르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입을 열었다.

“배고프시죠? 우리 점심 먹으러 가요. 제가 맛집으로 유명한 한정식집 알아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하하. 우리 고수, 든든하네. 갑시다.”

* * *

부모님을 내 집으로 모신 후, 나는 늦은 오후에 눈을 붙였다.

그리고 밤 11시 즈음에 일어났다.

그 시간에 21레벨 그림 분석이 끝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저녁도 먹지 않고 잠들었었다.

7시간은 내리 잘 수 있었으니 나쁘지 않다.

후, 시간 활용이 흡족하군.

부모님은 내 침실의 침대에서 주무셔서, 나는 휴대용 타블렛과 핸드폰을 챙겨 주방으로 나왔다.

어머니가 식탁에 내가 먹을 식사를 차려놓으신 게 보였다.

식탁 한쪽에 놓인 메모지.

<수야, 국은 따뜻하게 데워 먹으렴. 네가 11시에 일어난다고 해서 10시 넘어서 데워두고 자긴 하지만 식었을 거야. 냄비에 있어.>

국은 아직 따뜻하다.

나는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핸드폰의 톡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가 어떠할지 긴장되는 순간.

이번엔 내가 멋대로 표현한 부분이 조금 있어서 더 심장이 쿵쿵 뛰었다.

- 2050 : 고수님의 그림을 분석한 결과, 3.5%만 보완하면 적정 퀄리티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3.5%!

일단,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2050이 첨부한 파일을 열어 내가 수정할 부분이 표시된 부분을 확인했다.

오! 의외로 사진과 조금 다르게 그린 부분이 망하지 않았군.

내가 톡을 확인하자 AI 2050은 메시지를 더 보냈다.

- 2050 : 수호님이 고수님의 그림을 보시고 좋다고 평가하셨었습니다.

- 고수 : 그래?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고수 : 사실, 걱정했었거든. 자료 사진 그대로 표현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 2050 : 아마도 고수님의 창의력 수치가 올라간 탓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고수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 이번에 21레벨 그림도 실물 전환하는 영상보내줘.

- 2050 : 네, 알겠습니다.

- 고수 : 그리고 쉘터엔 생존자들이 모여들고 있다며?

- 2050 : 네, 그렇습니다. 우리 쉘터가 안전하고 자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소문도 도는데다가 리더가 탁월하다는 소문이 퍼져서 생존자들이 모여드는 것 같습니다.

- 고수 : 그럼 수호는 생존자들을 전부 받아들이고 있어?

- 2050 : 전부는 아니고 극히 일부만 받아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수호님은 외부 생존자들에게 긍정적인 약속을 해서 그들의 불만은 상쇄된 상태입니다.

- 고수 : 그렇군.

- 2050 : 그래서 조만간 수호님이 토지 매입을 고수님에게 요청하실지 모릅니다.

수호는 쉘터를 확장할 계획인가 보다.

어쨌거나 나는 식사를 대강 마치고, 식탁 위에 타블렛을 놓아두고 보완 작업을 시작했다.

스스슥-

내 손에 들린 펜이 굉장한 속도로 움직였다.

어머니가 나를 보고 몇 달 사이 살이 많이 빠졌다고 하시더니.

확실히 이런 식으로 몇 배의 속도를 내다 보면 에너지도 많이 들긴 하겠다.

잘 먹어야겠군.

월요일부터 추석 연휴라서 부모님은 화요일이나 내려가실 것 같고.

다음 일요일까지였던 21레벨 마감은 이제 곧 끝날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다음 일요일까지는 자유라는 거다!

우하하, 자유!

후후, 마감이 이렇게 널널한 건 또 처음이네.

이번엔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하더니 확실히 여유롭다.

덕분에 추석은 쉴 수 있어 좋다.

잠시 후, 보완 작업까지 마치고 2050에게 파일을 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두둑.

기지개를 켜며 굳어진 몸을 풀고.

한밤중, 늦은 설거지한 후에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50이 내게 톡을 보냈지만, 나는 이미 깊이 잠든 후였다.

- 2050 : 고수님의 그림을 분석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확인 결과, 블랙카드의 레벨이 22레벨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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