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블랙카드가 레벨업을 한다-14화 (1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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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카를 구매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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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안에 내가 그렸던 드론 그림이 종이로 인쇄된 게 보였다.

드론과 조종기가 함께 그려진 그림이다.

촬영 장소는 외부인 것 같은데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웅성거리는 주변 말소리가 들리긴 했다.

김수호의 모습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내 그림만 보일 뿐.

종이는 바깥의 땅바닥에 놓였고 이내 그것은 홀연히 사라졌다.

대신 커다란 드론 한 대가 종이 위에 마법처럼 나타났다.

화면은 이내 주변 경관까지 확대되었고 주변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성공인 것 같은데?”

“작동까지 잘되어야 성공이지.”

“지금 시범 비행해보겠습니다.”

잠시 후, 누군가가 드론을 조종하는지 드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드론.

사람들의 환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김수호! 김수호!”

“천재 작가, 고수! 이번에도 성공이야!”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이들인데.

그들은 기뻐하며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나를 천재 작가라고 외치고 있다.

이제껏 살면서 내가 천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그림을 좋아하긴 했어도, 열정이 있었어도.

천재라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었다.

그런 식으로 불려보는 건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다.

기분이 묘했다.

드론은 내가 그린 생김과 100% 일치했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직접 그렸으니 완벽하게 모양이 일치한다는 걸 모를 수가 없다.

나는 그 영상을 끄고 다음 영상 파일을 열었다.

이번에는 실내다.

무척 허름한 어느 내부.

그곳에 몇 명의 사람들과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다들 지저분했고 표정은 어딘지 음울했으며 비쩍 말랐다.

이번에도 인쇄된 내 그림이 대형 식탁 위에 놓여 있다.

그림은 수북하게 쌓인 통조림과 쌀 포대, 과일, 생수통이 그려져 있다.

저 그림, 기억하고 있다.

잠시 후, 내가 그렸던 그림은 홀연히 사라지고.

대형 식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통조림과 쌀 포대, 과일, 생수통이 나타났다.

그 광경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나 역시 놀란 얼굴을 했다.

“맙소사! 세상에.”

한 여자가 다가가서 과일을 만졌다.

“이건 정말 과일이에요. 신선한 과일. 꿈만 같아요.”

“이걸로 당분간 아이들이 굶지 않아도 되겠어요.”

여자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다행이에요. 김수호 씨에게 이런 능력이 있어서. 이런 놀라운 그림을 그려주는 분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고 고맙군요. 이렇게 잘 그린 그림은 처음 봤어요.”

나는 조용히 영상 파일을 닫았다.

한동안 침묵했다.

괜히 내 마음이 뭉클해졌다.

김수호가 보낸 영상을 보고 이런 기분이 들게 될 거로 생각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그저 블랙카드 레벨 오르는 것과 카드 긁는 것만 생각했지.

그렇게 감동하는 와중에, 문득 꾀가 났다.

뭉클하고 감동하는 것도 좋지만 실리도 챙겨야하겠다는 그런 생각.

- 고수 : 김수호.

- 2050 : 영상은 다 봤나?

- 고수 : 그래. 그 영상보고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졌는데.

- 2050 : 말해.

- 고수 : 식량 필요하지 않아?

- 2050 : 혹시 그림을 그려주겠다는 건가?

- 고수 : 물론.

- 2050 : 다음 레벨까지 마감 시간도 촉박할 텐데?

- 고수 : 그러해도 네가 사는 세상은 식량과 생수가 아쉬울 거 아냐?

- 2050 : 그렇긴 하지. 생각보다 너 좋은 놈이군.

- 고수 : ㄴㄴ

- 2050 : ㄴㄴ가 무슨 뜻이지? 오타인가?

그의 질문에 피식 웃었다.

내가 좋은 놈이 아니라는 뜻으로 적은 거지만 듣기 좋은 말로 대꾸했다.

- 고수 : 너두너두 좋은 놈이란 뜻. 초성만 쓴 거다. 암튼 내가 제안하고자하는 건 그쪽 세상도 좋고 나도 좋을 일이다.

- 고수 : 어차피 음식 사진은 마감 상관없이 조금씩 그려서 너에게 주면 되지 않겠나. 대신 대가는 블랙카드를 더 긁는 거로.

- 2050 : 그런 목적이었군. 카드 긁는 것.

- 고수 : 이왕이면 앞으로 레벨 마감 날짜도 조금만 넉넉하게 주면 좋겠는데.

김수호는 고민하는 것인지 조용하다가 내게 답을 했다.

- 2050 : 좋다.

- 고수 : 오!

- 2050 : 네 말대로 식량을 그린 그림은 마감 상관없이 조금씩 그리다가 줘도 상관없다.

- 고수 : 콜! 자료 사진 보내~

김수호는 곧 내게 자료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을 확인해보니 산처럼 쌓인 쌀과 생수, 통조림, 과일이 있다.

- 고수 : 헐. 야! 무슨 통조림으로 산을 쌓아놨어. 어마어마한데. 쌀 포대로는 성벽을 쌓아도 되겠어. 이거 자료 사진은 어케 구한 거냐.

- 2050 : 이래저래 복사해서 갖다 붙였지.

- 고수 : 아주 뽕을 뽑으려고 작정하셨군. 이런 자료 사진도 미리 준비해두고 말이야. 뭔가 작정한 느낌인데.

- 2050 : 그건 아니고.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해둔 자료사진이다.

나는 사진을 확대해보았다.

사진 화질이 좋아서 한없이 늘려도 통조림의 디테일이 섬세했다.

이걸 다 그려야 한단 말이지.

이거, 블랙카드 최근 레벨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완전 노가다이다.

- 고수 : 그럼 나도 복사해도 되냐?

- 2050 : 안돼. 그림이 실물로 전환되는 건, 네 순수한 재능이 들어간 그림만 되니까.

- 고수 : 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 2050 : 레벨 오를 때마다 긁을 수 있는 금액만큼은 줄 수는 없다. 카드 대금 결제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니까.

- 고수 : 레벨 마감 기일을 넉넉하게 해주면 금액은 양보하지.

- 2050 : 이 사진을 적정 퀄리티로 그려주면 3000만 원 긁을 수 있게 해주겠다.

- 고수 :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은데.

- 2050 : 방금 영상으로 봤겠지만 내가 있는 쉘터에선 너를 다 알고 있어. 다들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 고수 : 그런 거로 날 설득할 생각하지 마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김수호는 정색하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 2050 : 고수. 내가 레벨마다 그림 한 작품씩만 원했던 건. 네가 어느 지점까지 수준이 속히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감을 정했던 것이지.

- 2050 : 하지만 내가 사는 곳 주민의 고통을 상쇄하는 것도 중요하니. 당분간 며칠 동안은 마감을 하루 초과하는 정도는 차감을 면하게 해주겠다.“

내 입꼬리가 길게 늘어났다.

- 고수 : 그건 괜찮군. 콜!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전에 2050이 보내온 17레벨 자료 사진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소형 전투기다.

이전 레벨보다 디테일한 표현이 더 요구되는 사진이다.

뭐, 그래도 어려울 것 없다.

현재 16레벨 블랙카드, 3억 2464만 원을 고스란히 긁을 수 있을 테니.

나는 책상 서랍에서 계약서 파일을 꺼내서 펼쳤다.

“2050 고수.”

내 시동어에 홀연히 나타나는 재능 스탯.

『그림 작가 8레벨

그림 속도 : 4

그림 기교 : 5

창의력 : 1.』

이번에 그림 재능을 올리면 1억 2800만 원이 차감된다.

이거 참, 나중에는 재능 레벨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것 같네.

다음 레벨업은 2억 5000만 원이 넘어가는 셈이니.

내가 블랙카드를 쓰다 보니 이제 무감해져서 그렇지.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이게 그냥 빠져나가는 거다.

이래서 김수호가 블랙카드 레벨이 오를 때마다 2배씩 카드를 긁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김수호가 이젠 창의력도 올리라고 했는데.

창의력 올리는 건 왜 아깝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나는 한동안 재능 스탯을 뚫어지라 보다가 조용히 읊조렸다.

“창의력 레벨업.”

그러자 1억 2800만 원이 차감되고 곧바로 재능 스탯이 변했다.

『그림 작가 9레벨

그림 속도 : 4

그림 기교 : 5

창의력 : 2.』

이제 블랙카드로 긁을 수 있는 금액은 1억 9664만 원.

후후, 이제 이걸 어떻게 쓸까나.

슬슬 뚜벅이 신세를 면해보는 것도 좋은데.

차를 사볼까.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업그레이드한 창의력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해봐야겠다.

나는 펜을 잡고 자료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슥슥-

손놀림은 굉장히 빠르면서도 퀄리티는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건 뭐, 달인의 경지.

아니, 내 입으로 표현하기 뭐하지만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은 것 같은데.

그런데 창의력은 올렸어도 뭔가 체감으로 느껴지는 게 없다.

좀 더 그려봐야 하나.

무려 1억 2800만 원이나 들였는데도 보이는 게 없으니.

조금 속이 쓰리다.

* * *

블랙카드를 얻은 이후, 내 삶이 진화하고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먼저 내 거처가 업그레이드되더니, 내 실력이 레벨업하고.

이제는 뚜벅이의 삶에서 차를 모는 라이프로 레벨업하게 된 것 같다.

오후 3시 즈음, 나는 진구와 함께 강남에 있는 아우디 매장으로 향했다.

이런 곳은 난생처음이라 설렌다.

진구도 나 못지않게 설레는 얼굴이다.

그가 굳이 동행하겠다고 반차를 냈던 건, 여기 와서 차를 구경하고 시승도 해보고 싶어서일 거다.

“고수야, 아우디 옆에는 밴틀리다. 우리 거기도 구경하자.”

“그럴까?”

“그런데 너 진짜 아우디 살 거야? 요즘 너 씀씀이 되게 커졌다?”

“맘에 드는 거 있으면 살까 싶은데.”

“강재가 그러더라. 너 공모전 당선되어서 상금도 받았다고. 상금이 꽤 되나 봐.”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친구들에게 둘러대느라 공모전 당선했다고 한 게 마음이 영 불편하다.

“응. 그러니까 내가 여기 올 생각을 했지.”

“얌마, 왜 나한텐 얘기 안 했냐? 서운해질라 하네. 근데 가격은 어는 정도 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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