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90화 (190/196)

190회

최후의 결전

레드가 부활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첸의 죽음으로,

얻은 대가였으니까.

문제는 전장에 있어야 할 녀석이,

최후방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었다.

“그 녀석은 어디 있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레드.

“서진 그 녀석 말이야.”

“몰라.”

“응?”

“모른다고 우리도.”

대답을 하는 정시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잘 됐네. 몸이 근질근질 했는데.”

“시아야.”

“정시아.”

한설휘와 강소라가 정시아를 만류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시아는 막무가내로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흐으음.....”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 레드.

“도망치자.”

한설휘가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정시아의 팔뚝을 잡았다.

“우리 상대가 아니야.”

한설휘의 말은 단호했다.

하지만 정시아 생각은 달랐다.

“아니.”

2년.

서진이 사라진 2년 동안 정시아는 누구보다 노력을 하며 칼을 갈았다. 그리고 그건 본인만이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나머지 셋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라면 저 자식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장담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질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서진.

그 자식이 없어도 우리는 충분히 강했다.

“어차피, 도망치지도 못 해. 저 놈 눈빛을 봐.”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레드의 두 눈이,

호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것보다 팀원이나 다른 팀이 올 데까지 버티는 게 더 나아 보이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해?”

이번에는 한설휘도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사아아.

조용히 있던 박아름의 양 손이 빛남과 동시에, 빛이 정시아와 한설휘. 그리고 강소라의 몸에 스며들었다.

“뒤에서 서포터 할게.”

박아름.

그녀는 대재앙 이후 점점 성격이 뚜렷해졌다.

무뚝뚝하지만,

소신이 뚜렷한 성격.

2년 동안 한 팀으로 지내면서,

의견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박아름이 정리를 했다.

그런 그녀가 정시아의 손을 들었다.

“정면으로 맞설 생각은 하지말자. 알겠지, 시아야?”

“가능하면?”

“언제까지 쫑알쫑알 거릴 거야? 나, 심심한데.”

레드가 크게 하품을 했다.

“안 그래도 지금 가려고 했어.”

앞으로 걸어 나가는 정시아와,

반대로 뒤로 빠지는 한설휘와 강소라.

박아름은 이미 최후방까지 빠져있었다.

2년 동안 한 팀으로 지내며,

자연스럽게 형성 된 포지션이었다.

“뱀의 움직임.”

정시아가 이동 능력을 사용 하며,

앞으로 대시를 했다.

그에 맞춰,

불과 바람의 능력을 사용하는 한설휘와 강소라.

불과 바람은 정시아를 호위하듯,

빠르게 레드를 향해 날아갔다.

“뭐야. 지금 뭐하는 짓들이야?”

커튼을 열어젖히듯 오른손을 한 번 휘젓는 레드.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선혈의 파도가 정시아를 향해 휘몰아쳤다.

정시아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시아야!!”

“정시아!!”

그리고 뒤에 있던 한설휘와 강소라도.

레드의 별 것 아닌 것 같은 저 능력에 맞았다가는 바로 죽음의 경계선을 넘겠구나 라는 걸

정시아는 가까스로 점프를 하며 피했다.

피하자마자, 뒤편을 쳐다봤다.

다행히 한설휘와 강소라는 무사했고,

박아름도 마찬가지였다.

“나 엄청 강해. 샤인도 한 방 먹였다니까?”

“다행이네.”

“응?”

“허접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 했는데.”

“....허접?”

“그래, 허접. 너 소문났어. 레볼루션 간부 중에 제일 약하다고.”

“....아니야. 제일 약하지는 않아.”

“소문났다니까?”

“아니라구....”

레드의 미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데이터대로, 아이 같은 성격이네.’

성격이 애 같을 때는 일부러 도발을 하며,

침착성을 잃게 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조금 더 도발을 할까 하다가,

눈을 크게 뜨는 정시아.

어이가 없는 얼굴로 일행을 쳐다봤다.

일행 표정 역시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레드의 머리 위로 응집하는 피처럼 붉은 덩어리. 혈관이 뛰는 것처럼 표면이 꿈틀거리는 게 징그러워 보이기도 했다.

“이거 먹고, 소문 좀 잘 내줘. 알겠지? 아, 죽을 테니까 소문을 낼 수가 없으려나. 키키.”

타이어 크기처럼 커진 붉은 덩어리.

“휘뚜루!! 저건 뭐야!!”

[불결한 기운이 넘치는군.]

그에 맞춰 피닉스와 바람의 최상급 정령인 진이 현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휘뚜루 마뚜루!! 도망치자!!”

나오자마자 한설휘의 머리카락을 날개로 잡고, 잡아끄는 피닉스.

[소라야. 나도 저 멍청한 불의 새 말에 동감이야.]

“멍청하다고?! 이 몸이?! 마뚜루!!”

[내가 막을 수는 있어. 하지만 바로 정령계로 강제 귀환하게 될지도 몰라.]

“푸후훗!!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휘뚜루!!”

피닉스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레드를 힐끔 쳐다보는 진.

[피하기는 늦은 것 같네. 소라와 소라 친구들. 내 뒤로 물러나 있어.]

붉은 덩어리가 투수가 던진 야구공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앞서있던 정시아가 빠르게 일행에게 합류를 했고, 진이 몇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마나가 상당히 불결하구나.]

말을 하며 양 손을 드는 진.

태극권을 구사하는 것처럼,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따라 점점 붉은 구체의 궤도가 옆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쌔애액!!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계속 붉은 구체의 옆면을 때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키키. 재밌는 능력이네.”

바람의 최상급 정령의 능력을,

단순히 재밌는 능력이라고 평가를 한 레드.

주먹 쥔 오른 손을 치켜들었다.

“나도 재밌는 능력 사용할 수 있는데. 짜잔~”

주먹을 펼치는 레드.

그러자, 붉은 구체가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터졌다. 수십. 수백에 달하는 구체의 파편이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일일이 제어를 하는 게 진의 입장에서는 버거웠는지 몇 개의 파편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내가 처리할게.”

한설휘가 손을 들었다.

이 정도 파편쯤은 손쉽게 처리를 할 수....

“짜자잔~”

폈던 손을 다시 주먹 쥐는 레드.

그러자 진을 통과했던 구체의 파편이 다시금 하나의 구체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여기서 문제! 내가 여기서 손을 펴면 어떻게 될까~~요?”

화르륵!!

사아악!!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레드가 가지고 놀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찰나의 여유가 생겼다.

강소라와 한설휘가 진이 그랬던 것처럼,

능력을 사용해 붉은 구체를 밀어내려고 했다.

진의 머리 위에서 떽떽 거리던 피닉스도,

날아와 거들었다.

하지만 레드가 손을 펴는 것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내가 팀에 탱커 한 명 넣자니까.”

강소라가 이제 와서 아쉬운 소리를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부 마나를 최대로 끌어올려.”

붉은 구체의 대미지를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것만 중요할 뿐.

레드의 손이 천천히 펴질 때.

멍멍!!

어디선가 들리는 개 짖는 소리.

그 소리는 광속처럼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퍽!

검은 개 한 마리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냅다 레드의 몸을 들이박았다.

크리티컬했는지,

레드가 몸을 한 번 휘청였다.

“내가 왔다.”

검은 개의 등장과 동시에 정시아 일행이 있는 곳으로 한 사내가 빠르게 달려왔다.

일행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멍청하고 바보 같은 얼굴.

하지만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그 얼굴이 이렇게 듬직해 보일 수가 없었다.

“금석!!”

2년 만의 재회였다.

대재앙이 끝난 후,

박진이 있는 울릉도로 간 후 처음 보는 자리였다.

“인사는 나중에.”

간결하게 말을 한 금석.

“하아압!!”

여자들을 자신의 뒤로 물리더니,

기합을 토해냈다.

금석의 앞으로 은색막이 생겨나는가 싶더니,

강철처럼 커다랗고 단단해 보이는 장벽이 만들어졌다.

쿠쿠쿵!!

그때였다.

붉은 구체가 터진 건.

철벽은 말 그대로 철벽 그 자체였고,

파편은 철벽을 전혀 뚫어내질 못했다.

“휴....”

그제야 한시름을 놓은 일행들은,

전부 금석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도대체 그간 무슨 수련을 했길래,

저렇게 듬직해졌단 말인가.

남들은 몰라도 정시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하지만 겉으로는 툴툴거렸다.

“스승님을 설득하느라 늦었다.”

“설득?”

“뭍으로 나가야 한다니까, 싫다고 어찌나 징징거리던지.”

“....스승님한테 그렇게 말해도 돼?”

“오래 지내다보니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아무리 그래도....”

철벽을 허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금석.

“그 놈은?”

금석이 말하는 그 놈.

캐묻지 않아도 바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보면 몰라?”

정시아의 대답에 심기 불편한 얼굴로 콧김을 뿜어내는 금석.

“일단 저 놈부터 처리하자.”

사라진 철벽 너머로 뚜뚜와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레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이 상대할 자가 아니다.]

진이 다가왔다.

[도망쳐라.]

엄중히 경고했다.

“어떻게 할래?”

정시아가 새롭게 합류한 금석을 비롯한,

일행에게 물었다.

일행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레드는 아주 소량의 힘만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시아는 불만이 많았다.

전장에서 자꾸 제외되는 게.

하지만 막상 레드를 마주하자, 싸우고는 싶었지만 선뜻 욕구불만을 표출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질 가능성이.

아니, 죽을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혼자라면 객기라도 부려보겠지만,

지금은 일행도 있지 않은가.

“도망치는 게 좋아 보여.”“나도.”

잠자코 있던 박아름이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당연히 싸워야지.”

금석의 의견은 바로 묵살 됐다.

“자, 그럼....”

께겡....

모두의 시선이 단번에 돌아갔다.

레드를 요리조리 드리블 하는 것처럼 보였던 뚜뚜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몸에는 혈흔이 자잘하게 가득했다.

“이..이 자식이....”

당장이라도 레드에게 달려들 것처럼,

주먹을 말아 쥔 금석.

정시아와 한설휘가 양 옆에서 어깨를 강하게 움켜지지 않았으면, 금석은 총알처럼 튀어나갔을지도 몰랐다.

“강아지 주제에 자꾸 귀찮게 하네.”

뚜뚜 앞으로 걸어간 레드.

뚜뚜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혓바닥을 빼물며 고통에 허덕이는 뚜뚜.

다들 마음은 똑같았다.

구해줘야 한다.

구해주러 가고 싶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멍청한 개야!! 휘뚜루!!”

피닉스가 날아가려고 했다.

진이 냉큼 피닉스의 다리를 잡았다.

“이거 놔!! 저 개는 내 장난감이라고!! 휘뚜휘뚜!!”

퍼덕거리는 피닉스.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도망치려거든 도망쳐라. 나는 안 간다.”

금석이 비장하게 말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도망칠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뚜뚜.

이 자리에서 뚜뚜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다들 뚜뚜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구하려는 시도는 해볼 만 하다.

그런 눈빛을 다들 교환했다.

“죽일까? 살려줄까?”

뚜뚜를 이리저리 흔들며,

장난치는 레드.

“왜 대답들이 없어? 그냥 죽여?”

뚜뚜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가하는 것인지,

벌리고 있는 뚜뚜의 입이 째질 정도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손 놔라!!”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금석.

아무도 그를 만류하지 못했다.

“엄호해.”

“나는 저 새끼, 뒤로 돌아가서 급습을 노려볼게.”

빠르게 의견을 교환한 이들.

곧바로 행동에 옮기려고 할 때.

쿠쿵!!

하늘에서 벼락같은 게 한 차례 내리 꽂혔다.

레드의 바로 앞에.

순간 행동을 멈춘 정시아 일행.

“설마 일행이 있던 거야?”

“개별 행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죽일까. 아님 살려줄까?”

이건 레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벼락과 함께 등장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레드의 목을 베어내고,

레드의 머리를 들고 대롱대롱 흔들고 있었다.

“왜 대답이 없어? 그냥 죽여줘?”

반대 손에 들고 있는 새하얀 검을 들어 올리는 남자.

서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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